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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반드시 끝내겠습니다.
1편의 내용과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지금 제가 한 5편까지 구상해 놓았는데..... 한 40편 쯤에 끊을까 생각....
신 무(新無) 1부.
평온(平溫)
「 검. 그것은 마음을 잘라내는 것. 」
오늘도 할아버지는 진지를 드시러 나오시지 않으셨다. 결국은 어머니가 죽을 들고 할아버지의 방에 찾아가셔야만 했다. 거동(擧動)이 불편하신 분이라 그렇다고 한다. 나는 밥을 다 먹은 다음 손을 차가운 물에 씻고 마당으로 나갔다. 마당에는 특별히 내가 모아둔 모래들이 많았다. 나는 나뭇가지 몇 개를 집어들고 마치 건축가 처럼 정밀하게 - 아이의 수준에서는 - 성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어느덧 주춧돌을 쌓고 망루를 지을 때쯤, 어머니께서 죽 그릇을 들고 나오시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나는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왜 그러세요 어머니?"
어머니는 나를 빤히 바라보시더니만 이내 한숨을 쉬셨다. 우리 어머니는 정말 아름다우시다. 나이가 30대를 넘어서셨다는데 아직도 주름 하나 없으시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주안술이란 것을 사용하셔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나도 잘은 모른다. 어머니가 나를 부르며 말씀하셨다.
"할아버지께서 부르신다. 얼른 가보거라."
"네."
나는 얼른 만들고 있던 모래성을 부수고 재빨리 버선을 신고 마루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할아버지가 계신 방문을 두어번 두드렸다.
" 비아(飛兒) 느냐? 들어오거라. "
나는 살금살금 할아버지 옆으로 다가갔다. 할아버지께서는 입에 옅은 미소를 지으시며 오른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따듯했다. 나는 할아버지께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저…할아버지. 저를 왜 찾으셨어요?"
할아버지는 일다경 동안을 침묵하고 계셨다. 나를 빤히 바라보시면서, 어머니도 아까 그러시더니만, 이제 할아버지도 이러신다. 예전엔 이러신적이 없었는데, 이상하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내 머리에서 손을 내려 놓으시면서 말씀하셨다.
"그건 말이다… 네게 들려주고픈 얘기가 있어서 말이다."
"네?"
나는 궁금하다는 듯 호기심을 불태웠고,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시면서 의자를 고쳐 앉으셨다. 나도 할아버지 옆에 앉은채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 옛날에는… 정사대전이란 큰 전투가 있었단다."
- 터벅터벅….
바람이 흩날리는 날이었다. 문지기 장씨는 오늘처럼 모래가 흩날리는 날은 정말 문지기 서기 귀찮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모래 바람 사이로 장포를 뒤집어쓴 소년이 걸어오고 있었다. 장씨는 궁금한 생각을 품었다. 이 곳이 어디인가? 바로 구파 일방 중에서도 이름 높은 화산파(華山派)였다. 그런데 저런 어린아이가 이 험준한 화산에 올라온 것도 궁금했으며, 더군다나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도 수상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창을 내려 그 소년을 향해 내밀었다. 소년이 멈칫 하더니만 그쪽을 쳐다보았다.
" 죄송합니다. 좀 열어주셨으면…. "
그가 장포를 벗어들자, 아직 아이티가 가시지 않은 소년의 얼굴이 드러났다. 13세 정도일까? 소년의 머리는 특이하게도 붉은 빛 이었다. 문지기는 재빨리 창을 다시 회수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 안녕하십니까. 적풍 도련님. 돌아오셨군요. "
머쓱한 듯 적풍이라 불린 소년이 손을 내저었다.
" 도련님이라뇨…. 헤헤. "
적풍의 농 섞인 말투에 문지기는 살짝 웃어주면서 선선히 문을 열어주었다. 화산파의 육중한 정문이 끼기익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모래 바람 덕에 더러워진 바닥을 빗자루로 쓸고 있던 화산파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곤 허리를 숙였다. 적풍은 그런 그 사람들의 인사를 받아주면서 화산파의 정전으로 다가갔다. 적풍이 올 것을 알았다는 듯 누군가의 신형이 문 밖에 서 있었다.
" 돌아왔느냐. "
그의 진지한 말투에 맞지 않게 적풍은 히히 거리면서 말했다.
" 예. 아버님. 이번 무림행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
주름 하나 없던 그의 이마에 조그마한 주름 한가닥이 잡히면서 그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졌다.
" 그런 식으로 무림행만 가서야 언제 검기에 매진 할 것이며, 넌 화산파의 엄연한 칠매검객(七梅劍客)중에 하나란 말이다! 그런 놈이 자꾸 사라져서야 쓰겠느냐? "
칠매검객이란, 화산파에서 가장 무공의 잠재력이 높고 그 성취가 훌륭한 화산파의 문하생들 일곱명을 모아 결성한 집단이다.
" 게다가 우리 화산파의 보검인 매화홍련신검(梅花紅蓮神劍)을 슬쩍해?! "
노인이 눈에서 기광을 발했다. 화산파의 보검, 매화홍련신검은 수십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보물이었다. 그런 보검을 멋대로 들고 나간 아들의 얼굴이 좋게 보이지 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글 생글 웃고 있는 장중보옥(掌中寶玉) 아들을 혼낼 수가 없었던 그였다.
" 너를 보아 내 참아주마. "
적풍이 기분좋게 웃으면서 아버지의 팔에 매달렸다.
" 고마워요 아버지! 헤헤! "
" 나 원참…. "
그는 실소만 지을 뿐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적풍이 졸졸 집 안으로 들어가자, 그의 말에 따라 - " 좀 쉬면서 있으려무나. " - 방에 들어가 짐을 풀어놓았다. 소년은 이번이 세 번째 무림행이었다. 검법을 24수 매화검법(二十四數 梅花劍法)에 만족하지 않고,, 청성파에서 이름을 바꾸고 배워온 추의환영검법(追儀幻影劍法)이 있었다. 이것을 배우기 위하여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비록 몇가지의 오의 밖에는 전수받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만족하는 그였다. 짐을 차곡 차곡 정리하던 적풍이 매화홍련을 한번 뽑아보았다. 스르릉 거리는 기분좋은 소리와 함께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감도는 매화홍련의 검신이 드러났다. 적풍이 자신의 키보다 약간 작은 검을 들어보면서 검신의 얇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검의 검신과는 다르게 정말 얇아서, 자신 같은 아이의 손에는 착착 맞았기 때문이다. 매화검법의 중요한 쾌(快)의 성질을 살린 검이었기에 더욱 맘에 들었다. 적풍이 검대에 검집을 차고, 검을 다시 집어넣은 후에 연무장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화산파가 워낙 큰 문파이기에 그 거리도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근처에 사람이 아무도 없자 심심한 탓이었다. 적풍은 재빨리 연무장에 도착해 나무 문을 쭉 열어 젖혔다.
" 연무장도 오랜만이로군. "
지금 연무장은 문파원들의 전체훈련 덕분에 텅텅 비어있었다. 적풍이 상대가 될 허수아비들을 열 개 남짓하게 세워놓고는 검병에 손을 가져다가 대었다. 적풍의 장난끼 많은 얼굴에 모처럼 진지함이 돌아왔다. 적풍은 조용히 앞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사냥을 앞에 둔 범이라도 되듯 그는 숨소리 하나도 내지 않고 열 개 남짓한 허수아비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 이채가 어리면서, 검집에서 검이 뽑혀나왔다.
24수 매화검법(二十四數 梅花劍法)
오의(悟意)
매화홍염(梅花紅焰)
적풍의 검이 뽑혀나오면서 사방에 붉은빛 검기가 번쩍 하고 빛나기 시작했다. 적풍이 한바퀴를 돌면서 주위를 두 번 찔렀다. 붉은 검기가 화염처럼 뿜어나가면서 벽을 스치고 지나갔다. 적풍이 팔을 꺾으면서 앞을 내리베자, 세갈래로 베어진 검기가 벽을 온통 유린했다.
- 쿠궁!
땅에 단단히 철로 고정되어 있던 허수아비들이 깨끗하게 박살나서 무너지고 있었다. 적풍이 매화홍련을 들어올리면서 한번 멋지게 휘두르고선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의 검기의 위력이 상당히 대단하여 허수아비들은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적풍이 히죽 웃으면서 매화홍련의 검신을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느낌이 손끝을 타고 전해져왔다.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소리에 적풍은 고개를 돌렸다.
" 얼른 나오지 못하냐? 온지가 언제라고 깨끗이 정리해놓은 연무장을 망가뜨리는 거냐? "
아버지의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얼굴은 그렇지 않았다. 매화홍염을 펼치면서 한치의 초식이 빗겨나가지 않고 완벽한 자세와 검흔을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적풍은 알고 있음에도 일부러 적풍은 툴툴대면서 아버지의 뒤를 따라갔다.
화산파의 전체 문원들이 수련하고 있는 곳인 큰 광장에 다다르자, 훈련중이던 모든 문원들이 고개를 숙여 장문인인 매화영검(梅花英劍) 적제연(赤劑淵)에게 인사했다. 그가 인사를 받으며 대충 몇 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의 뒤에 적풍이 있음을 안 그들은 재빨리 나와 그의 앞에 섰다.
적풍이 두 번째 무림행을 갈 때부터 시작한 버릇이었다. 적제연은 항상 적풍의 무공 수위를 측정하기 위해 화산문원들과 상대를 하게 해 주었다. 적풍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저번에는 4명이었는데, 3명이나 불었다. 적풍은 조금 껄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손뼉을 탁 치자, 일곱 명이 빠르게 적풍의 주위를 둘러쌌다.
" 흥! "
적풍은 코웃음을 치면서 검을 놀려 방어초식을 잡았다. 방어초식을 잡자마자 그들의 매서운 검초가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매화토방! 방어하기에 녹녹한 초식이 아니었기에 적풍은 검을 놀려 초식을 하나 둘 막아내기 시작하였다. 적풍의 뒤에서도 검기가 날아왔기에 적풍은 호신강기를 시전하여 한 사람에게 몸통 박치기를 시도하여 밀어냈고, 곧바로 공중제비를 넘어 밖으로 착지했다. 적풍의 실력에 구경하던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적풍이 검을 두 번 찌르면서 옆으로 밀 듯 긋자 두명이 밀려났다. 그리고 아버지가 한번 눈짓을 보내자 그들은 일곱개의 검을 하나의 초식으로 합쳐 공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엄청난 합격술! 적풍은 뒤로 네걸음 물러난 다음 검초를 발했다.
추의환영검법(追儀幻影劍法)
환영검(幻影劍)
오의(悟意)
환영검추(幻影劍追)
채채채챙!
바람을 가르며 진홍빛 검기가 두명의 몸을 뜷은 듯 스쳐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두명의 검이 부러져 버렸다. 두명이 물러나자, 적풍의 검이 회전하면서 후려베는 두명의 검을 막았다. 발차기를 시도해보았으나 짧은 다리로는 불가능했다. 적풍이 다리가 짦은, 즉 어린데에 불만을 느끼면서 검을 수평으로 잡았다. 검기가 주우욱 솟아오르자, 매화홍련의 붉은 빛이 마치 핏빛처럼 보였다. 추의환영검법중에서도 힘들게 배운 오의 환영검추를 시전했는데도 그것을 피할 줄은 미처 몰랐다. 분명 자신은 다섯명 모두를 노리고 동작을 크게 잡았는데도 그걸 피할 줄은 전혀 예상못했다. 그들이 숨을 고르더니만 한번 더 검기를 발했다. 매화홍염! 자신이 썼던 기술 중에 하나이니 만큼 초식을 알고 있어 검을 놀려 막아냈으나, 다른 네명의 검이 자신의 머리,다리, 팔, 몸통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적풍은 호신강기와 반탄력을 시전함에 동시에 몸을 회전시키면서 한번 더 매화검법을 발했다.
" 매화홍염! "
- 쾅!
비무장이 서로의 검기에 충돌해 홍빛 안개를 이루었다. 적풍의 매화홍련의 검신이 나타났고, 그의 주위로 다섯명이 쓰러져 있었다. 그들의 검은 강력한 기운의 충돌로 인해 구부러져 있었다. 그들은 어리둥절했다. 적풍이 검을 이용해 막을 수 없도록 두 방향에서 공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 크하하핫! 네가 이제 어느정도 머리가 커진 모양이구나! 그런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
그들은 어지러운 정신을 추스르면서 적풍의 손을 바라보았다. 적풍의 우수에는 매화홍련이, 좌수에는 매화홍련의 검집이 들려있었다. 적풍은 우수로 매화홍염을 시전함과 동시에 검집으로 한번 더 매화홍염을 시전함으로써 자신 몸 전체에 매화홍염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검기가 충돌하며 파괴력이 왔는지, 검집은 밑 부분이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그들이 비틀거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적풍에게 인사했다. 나이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실력에 따른 경외심 때문이었다. 적풍은 인사를 받으면서 부서진 검대에 검집을 넣고는 검을 집어넣었다. 적풍이 조용히 말했다.
" 저도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구요. "
" …크으윽! 너…넌…누구냐…? "
사파에 위치한 그래도 이름이 높다는 괴사문(塊使門)의 중심. 백명 넘짓한 사파의 문원들은 전부 몸이 양단 된 채로 피를 토한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괴사문의 문주 임정길의 자랑이었던 구천흑부(毆踐黑斧)라는 거대한 도끼는 그의 손에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의 앞에 있던 사내는 한번 그를 걷어찼다. 그가 피를 토하면서 몸을 전율하자, 사내는 큭큭대면서 냉소를 흘렸다.
" …네가 알아서 뭐하려는 거지? "
남자의 은근한 말투에 그는 손으로 그를 가리키면서 헐떡이며 말했다.
" 너…너…넌… 설마 … . "
그의 눈이 공포로 젖어들어갔다. 필경 이 자는 자신을 뛰어넘는 공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자의 한수에 자신의 문원들이 전부 널부러졌다. 절명(絶命) 한채로…. 그가 온 힘을 쥐어짜 흑부를 들어올렸다. 이제는 죽음만이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 으아아아!!! "
그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빠르게 흑부를 휘둘렀다. 검은 빛살을 뿌리며 휘둘러진 흑부는 붉은 기가 어린 남자의 주먹과 부딪치자 마자 부신이 날아가 버렸고, 이가 모두 빠진 흑부를 들고 그는 절망 섞인 시선을 허공에 보냈다.
" 쓸모없는 것. 사라져라. "
- 촤아악!
검법을 시전할 필요도 없다는 듯 단 일검이 그의 백회열 위를 내리 찍었다. 눈이 튀어나올 듯 부릅떠 졌고, 손은 저릿저릿대면서 살기위한 마지막 발버둥인 듯 허공을 향해 손이 헤엄을 치듯 꾸물거리고 있었다. 그것도 기분 나빴는지 그 손은 깨끗이 잘려 떨어졌다. 잔인한 손속. 임정길의 몸이 마침내 허물어져 내릴 때, 그는 재미있다는 듯 차가운 미소를 가득 담고서는 내뱉었다. 마치 더러운 것을 한번에 토해내듯….
" 난 이제 어린애가 아냐. 큭큭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