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드라마를 직접 픽업해서 보는 것도 ‘소확행’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편씩 쏟아지는
정보와 작품들을 선정하는 것도 여간한 일이 아니지요. 제가 이번에 ‘동백꽃 필 무렵‘을
본 이유는 제목과 공블리때문입니다. '동백꽃 필 무렵'은 ‘동백꽃‘(김 유정)에 ’메밀꽃
필 무렵‘(이 효석)을 패러디 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달달한 청춘로맨스에 마음이 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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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서 괜히 혼자 수줍어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외로움 상당부분을 급속 충전 했어요.
작가가 여성 신예 임 상춘이라고 하더이다. 30대 임 상춘이라......, 물론 필명일 테지만
상춘이란 이름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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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인 '나'는 소작농의 아들이다. 근대 마름의 딸인 '점순'이 나를 못 괴롭혀서 안달이다.
점순 이는 성격도 쾌활하고 야무지기로도 동네에서 유명한데 유독이 나를 못살게 군다.
얼마 전 점순 이가 나에게 사람들 몰래 삶은 감자를 쥐어주는데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거절을 한다. 그 후로 심술을 피우더니 자기네 수탉과 주인공의 수탉을 싸움을 붙인다.
점순 이네 수탉은 살이 찌고 힘이 좋아 주인공의 수탉은 늘 쪼이고 다쳐서 피나고 매번
닭싸움에서 진다. 나는 닭싸움에 져서 화가나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이기도 하지만 번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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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만다. 어느 날 나는 산을 내려오다 점순 이가 또 닭싸움을 시키는 것을 보게 된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는 점순 이네 수탉을 때려죽인다. 정신이 돌아온 나는 점순 이가
마름 집 딸이라 피해가 올까 두려워 울고 만다. 점순 이는 자기 말을 잘 들으면 이르지
않겠다고 하여 나는 엉겁결에 약속을 한다. 그리고 뭐에 떠밀렸는지 점순 을 껴안은 채
노란 동백꽃 사이로 넘어져 파묻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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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주인공과 점순 이의 순진한 모습에 괜히 흐뭇했습니다. 딱 봐도 점순 이가
주인공을 좋아해서 감자도 주고 했지만 주인공은 눈치 없이 그것도 몰라보고 괜히 거절
했다가 애꿎은 수탉만 쪼이기나 합니다. 읽는 나야 주인공이 순진해서 귀여웠지만 점순
이는 오죽 답답했을까? 그래도 여자가 용기 내어 먼저 대시를 하는데 그런 것도 몰라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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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준 감자를 집어던지다니 내가 점순 이었어도 화가 났을 것입니다. 감자를 거절해서
화가 난 것보다는 창피한 마음이 더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용기 있게 포기하지 않고 닭싸움을
시킴으로써 주위를 맴도는 점순 이도 귀엽습니다. 창피하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좋아서
어떻게든 관심을 끌려는 모습이 말입니다. 주인공을 껴안고 동백꽃 사이로 뛰어는 장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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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드라마 작가가 타이틀은 메밀꽃 필 무렵을 패러디하고 내용은
동백꽃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막상 후기 글을 쓰다 보니 카테고리를 만들어 회 차
대로(20회) 쓰고 싶어지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이렌 소리가 났으니 폴리스 라인이
쳐질 것이고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는 가운데 '게르마늄 팔찌를 찬 여자'가 단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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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게르마늄 팔찌의 주인은 동백이고, 사람들은 용식의 좌절을 보고 그 사람이 동백이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며 드라마가 시작되었습니다. 팔찌의 주인은 동백일까? 번영회
회장(고 두심)일까? 제가 40편까지 모두 보았으니 팔찌의 주인공이 향미(손 담비)라고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재미없을 것으로 알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만 손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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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입니다. 제가 찾은 단서는 까멜리아의 여자 알바 생, 젊은 여자. 동백과 동년배이자
신체적 특징이 비슷한 사람, 스스럼없이 남자들 테이블에 앉아 술을 얻어먹는 년, 라이터
따위를 훔치는 모자라고 하찮은 인물, 되바라지고 속물이면서 어느 남자를 꾀어 허튼짓을
하면서도 부끄럼도 염치도 없는 사람입니다. 요새는 드라마도 영화처럼 클라이맥스를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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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는 두괄식 복선이 유행입니다. 하여간 향미는 여주인공이 아니니, 사라져도 이 드라마
의 주인공들은 해피 앤드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게장문화단지 지정을
꿈꾸는 옹산 게장골목 간판이 흔한 고인 물 동네에 동백(공 효진)이 이사 옵니다. 연고도
없는 동네에 갓난애 하나 안고 흘러온 미혼모 동백은 시장 구석에 술집 까멜리아를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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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쁜 놈 때려잡는데 천부적 재능이 있던 용식(강 하늘)은 특채로 경찰이 되어 서울로
상경합니다. 그리고 6년 뒤. 동백은 까멜리아 사장으로 여덟 살 아들 필구(김 강훈)를 키우며
살아가고, 용식이 니킥 한번 잘못 차서 좌천돼 고향으로 내려온 것은 우연의 운명을 엮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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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한 작가의 설정입니다. 보나마나 촌므파탈 용식과 늙은 미혼모 동백이 썸을 탈 것입니다.
첫날 까말리아 간판이 올라가면서 동백이 나타나자 옹산 골목 산천초목이 저마다 나름의
반응을 합디다. 입 멀리는 남편의 주둥이를 내지르는 여편네의 모습이 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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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어도 너무 예쁜 그녀는 거기다 생머립니다. 남정네들이야 알아서들
하라고 하고 아줌마들은 비상 경계 모드입니다. 제가 만약 엑스트라로 알바를 한다면 내려
온 바람머리를 입술로 살짝 불어 음흉한 미소를 지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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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숙, “창문 하나는 내달라고 그러지. 창문 없는 꽃집이 말이 돼?”
동백, “저희는 꽃집이 아니고 술집이에요.“
찬숙, “남편이란 같이, 바깥양반이랑같이 호프집 같은 거 그런 거 하는 겨?”
동백, “아니요. 혼자 해요.
찬숙, “혼자? 남편은 뭐하고 혼자 혀?”
동백, “남편 없어요.”
찬숙, “남편이 왜 없어? 갈라섰어? 아님 과부여?”
동백, “저 미혼이에요.”
찬숙, “처녀여? 애는 뭐여? 조카여?”
동백, “저 미혼이에요. 남편은 없는데 아들은 있을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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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 골목은 주로 여자들이 사장입니다. 꼭 운 천 시장통 같았어요. 여자들의 입김이
유난히 세다는 의미입니다. 찌질이 남편들은 일마치고 마음 편히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몹시 그리웠을 것입니다. 6년 동안 서툰 동백이의 칼 솜씨가 일취월장을
한 가운데 용식이 모친 곽 덕순(고 두심)은 용식이가 칼을 맞았다는 말에 무당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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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니다. 만약 그날 공과금을 내라고 안 했다면 운명이 달라졌을까 하는 푸념을 하는데
속보가 나옵니다. 물론 과거입니다. 용감한 시민 용식이 강도를 보온 도시락으로 때려
잡았고, 노상방뇨를 하다가 오토바이 도둑을 잡고, 택시 몰다가 소매치기 보고,
택배일 하다가 강도 살인 용의자를 잡습니다. 용식 이는 그렇게 저렇게 특채로 경찰이
된 케이스입니다. 옛날에는 초등학교 선생도 임용고시 안보고 했다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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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식, “그냥 보이니 잡은 건데요.”
기자, “처음 탈옥 범을 마주쳤을 때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용식, “그냥 별 생각은 없었는데요. 원래 제가요 막 생각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냥 딱 보면 은요 몸이 탁 튀어 나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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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경찰이 된 용식 이는 죽어도 서울 여자 만날 거라고 서울 갔는데 장가는 못가고
칼든 놈한테 맨몸으로 덤벼서 팔뚝을 꿰매고 귀가 했습니다. 이런 미치고 환장할 노릇
때문에 옹산골 넘버1이 무당을 찾아간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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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토끼가 용을 만나는가 보네”
덕순, “우리 용식이가 용을 만난다고?”
무당, “용식이가 토끼여”
덕순, “그 용이 어디 있는데?”
무당, “동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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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 다이애나 비를 만나러간 용식 이는 이상형 다이애나 비를 만날 수 있을까?
용식, “sorry”
동백, “That's OK"
용식, “총각입니다. 저요 진자 총각이에요. 진짜 총각”
용식, “ 나의 여왕님은 옹산의 여왕님이셨다. 나의 그녀는 변호사가 아니다.
근데 나는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반한 것이 아니라는 걸. 내면의 온도 속에서
삐쭉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 예쁜 건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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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그의 말처럼 서점이 인간의 심성을 약하게 했던 걸까? 서점이 아니라 게장 집에서
그녀를 봤더라면 뭐가 달라졌을까?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녀가 그냥 예뻐서 반한
것이 pact라고 합디다. 이쯤해서 제 이상형도 용식이랑 같다고 하면 야유가 빗발치겠지만
모든 남자들의 로망은 지적이고 섹시한 여자인 걸 어쩌라고.
2019.12.1sun. 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