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균이를 키우면서 크게 느낀 것은... 저의 노마디즘적 생활태도가 태균이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않았나 하는 위로아닌 위로. 노마디즘이란 몽골 유목민처럼 떠돌이생활을 하는 민족들이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을 하면서 자연의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는 것에서 만들어진 철학용어입니다.
제가 혈액형별 인간의 특징을 무턱대고 믿지는 않지만 그 대표적 성격들을 보면 인간진화의 역사상 충분히 일리가 있기도 합니다. A형은 농부의 후예, B형은 유목민의 후예, O형은 전사의 후예, AB형은 돌연변이.
실제로 A형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계획적이고 꼼꼼하며 고지식한 부분이 다분하죠. 대충 슬쩍 넘어가는 것과 같이 원칙을 벗어난 것들에 적응이 어려운 융통성 부족형입니다. B형은 유목민의 후예답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고, 사람좋다고 오해하는 O형은 전사후예로 호전적이고 독선적 성향도 강합니다.
외국에서는 혈액형별 범죄유형이나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에 취약한 유형 등에 대한 사회적 통계는 꽤 있습니다. 가장 범죄율이 높은 혈액형은? 물론 해석에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O형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특히 연쇄살인범의 혈액형은 O형이 많다고 하네요. O형의 전사적 기질이 범죄로 쉽게 이어지는걸까요?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AB형을 제외하면 B형이 범죄율이 가장 낮다고 합니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기질 자체가 원한이나 분노, 소유의식을 굳이 갖지 않아도 되게 하는걸까요?
저는 O형이지만 부계가 B형이라 스스로 BO 두개의 특성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꼼꼼하고 다소 소심하게 사안을 챙기려는 사람에게 제가 잘 적응을 못합니다.
제가 특이하게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교육자회사를 모두 거쳤던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중앙은 삼성의 영향인지 A형의 전형이라 그 곳에 근무하는 동안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당시의 사진들이 인터넷 검색에 아직도 넘나드네요 ㅋ
조선은 기업정신을 결코 내세우지 않는 관리부재형 B형 스타일 전형이라 직장생활이 정말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관리부재로 인해 부서자체가 와해되긴 했지만 가장 왕성하게 일했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어제 금요일, 아이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라 영흥도집에서 오전에 물놀이를 부지런히 준비해서 싫컷 놀게 했는데, 같은 장소 같은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우려했던 문제행동들이 다 노출됩니다. 어찌 그리 본질을 벗어나 생각지도 못한 행동들을 하는지.
용인으로 출발준비를 하기 위해 꼬마 두 녀석들은 물놀이 시켜놓고 태균이와 준이 준비시키는데 1층과 2층 사이 넥산지붕에서 쿵쿵 소리가 납니다. 2층 테라스 난간을 넘어가려고 몇 번 시도하다 들켜서 아직 못 해본 그 일을 완이가 하고 있는것입니다. 난관을 넘어가서 넥산 지붕 위에서 뒹굴고 있으니 급한대로 1층에서 소질 지르니 잽싸게 다시 타넘어 올라갑니다.
지붕에서 미끌어지면 바로 골절이겠지요. 2층 테라스를 다양한 감통놀이터로 꾸며보려는 시도는 접어야 합니다. 난관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을 하지 않는 한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위험한 행동 뿐 아니라 2층 테라스 배수구 구멍이 3개나 되는데, 배수구 쇠거름망에 어찌나 집착을 하는지 막을 수가 없습니다.
정작 물놀이는 하루 이틀 반짝 심취하더니 지금은 이 놈의 거름망 집착에다가 구석에 조금 고여있는 먼지가득 때국물만 찾아다니고, 결국 난간넘어 위험천만한 일까지 하고... 이 모두 시각정보처리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행동이지만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리틀준이는 한 술 더 뜹니다. 걱정하며 지켜보던 그 문제... 풀장에다 대변보는 행위, 그게 다시 도집니다. 기쁜 마음으로 물받아서 아이들 풀어놓으면 한 녀석은 위험한 자극행동으로, 한 녀석은 자기가 몸담고 놀 물에다가 쉬부터 깔기니... 물을 비우고 다시 받을 수도 없고, 이제는 대변까지 보기 시작했으니 또 다시 당분간 멈춰야 합니다.
노마디즘 기지가 다시 발휘되어야 될 시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주도는 천국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보면 발달학교에서도 아무리 좋은 시설을 해놓아도 볼풀장에 앉아서 한없이 스폰지만 뜯어먹고 있는 아이, 줄창 플라스틱볼만 빨아대고 있는 아이 등등 수시로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반복되고 익숙한 환경에서는 각자가 가진 감각의 문제를 충족할 이상자극 행동에 집착하게 됩니다.
의도를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저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탐닉하며 엄청 돌아다녔던 태균이가 상대적으로 이런 문제적 자극추구 요구행동은 어렸을 때부터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화나면 손과 팔목 무는 자해행동은 좀 오래갔지만 본질을 벗어난 이상자극 행동은 다행히 일찍 벗어난 듯 합니다.
다음 주에는 동해로 갑니다. 태균이에게 그랬듯 지금은 제 성향과 관계없이 노마디즘의 실천만이 우리가 살 길인듯 합니다. 그 동안 미뤄두고 인지못해 묵혀두었던 엄청난 문제들을 두 꼬마 녀석들이 시한폭탄처럼 끌어안고 있는 형상입니다. 기분나쁘지 않게 최대한 순화해서 전달하는데도 두 꼬마 녀석들의 부모님들은 그 심각성을 여전히 잘 인지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세월이 오기까지 누적된 문제들이 어찌 아이들만의 문제이겠습니까. 모두에게 각자 피치못할 사정이 있기는 하겠지만 새삼 저의 노마디즘이 다행이다 싶습니다. 다음 주 동해여행에서 설악산 등반 한번 해보고 싶네요.
첫댓글 연일 중노동의 연속입니다. 아름다운 설악에서 4명 친구들 한발자욱 더 발전했음 합니다. 안녕히 다녀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