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퓨마의 나날들
-로라 콜먼 지음/박초월 옮김/(주)도서출판 푸른숲 2023년판
소설화한 방식으로 연대하기
1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김춘수 시인, 시 <서풍부> 중에서 일부.
2
가식과 위선의 허울뿐인 세상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절실한 순간들을 드러낸 글이다.
웬지......정말 설렌다. 생기가 넘치는 기분이다. 친구들과 술집에 있을 때, 일을 할 때, 비자 카드를 들고 쇼핑몰에 서 있을 때, 인스타그램 최근 게시글을 볼 때, 그럴 때마다 느꼈던 명색뿐인 존재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난 명색뿐인 존재감을 결코 떨칠 수 없었다. 플라스틱 판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곳, 부패를 유발하고 신장 질환을 일으키며 아나콘다가 득시글되는 이 늪지대에 그런 판 따위는 없다. 오로지 탁하고 넌더리 나는 진흙 냄새와 자극적인 조류 냄새, 습기 냄새, 생성되고 부패되는 냄새뿐이다. (본문 중)
저자 ‘로라 콜먼’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택한 볼리비아 여행-여행에 우연히 마주친 자원봉사(야생동물 보호)-야생동물 보호지인 ‘파르케’에서 퓨마 ‘와이라’의 만남을 통한 진정한 자아의 발견 등의 여정을 거치며, ‘껍질 속의 나’-‘깨어나는 나’-‘새로운 나’로의 찬란한 변신이 이루어진다.
이 여정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의도치 않게 일어난 변화여서 자못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저자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관여하게 된 자연환경 보호 운동조직이나 단체,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에게 선사하고 있다.
3
내가 슬플 때마다 그들은 우리의 상상력이 충분히 드넓은 한 세상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음을 상기하도록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파르케에서 찾은 희망이기도 하다. (본문 중)
《소설판 장바구니 이론》에서 ‘르 귄’은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말한다. 영웅 한 명이 맞서야 하는 폭력에서 벗어나 협동과 발효, 협력과 연결로 나아가는 것. ...(중략)...우리 모두가 함께 출렁이며 중요한 연결을 만들어가는 곳. 변화를 몰고 오는 건 연결이니까. 그렇지 않은가. (본문 중)
이 책은 우리 인간들의 정신세계 영역의 우아한 확장과 아울러 독특한 ‘글쓰기’로 우리들의 이야기, 즉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이야기로 정보를 교환하며 상생하는 인간’들에 대한 특별한 영감을 주고 있다.
소설처럼 줄거리가 가미된 이야기 방식을 통해 한 편의 특별한 성장소설인 동시에 자연보호와 지구의 미래를 진지하게 성찰해보며, 자연계의 한 종인 인간으로서의 상호연대를 이끌어내고, 저자의 살신성인적 경험이 담긴 간곡한 호소를 담은 메시지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4
책 속에서 처음 알게 된, 최근 과학자들이 발견해냈다는 ‘모든 소들의 울음소리는 같지 않다’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작가가 사랑한 퓨마 ‘와이라’뿐만 아니라, 요즘 국내에서도 반려견의 ‘존엄권’에 대한 의식이 달라지고 있는 추세를 주목하게 된다. 그건 전 세계인이 부르짖는 생명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2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