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금 '골프장과 전쟁 중'] <하> 대책은 없나 -부산일보
"사전검토에 주민참여 보장해야"
의견수렴 사업자 위주로 '형식적'
절차상 심의기구없고 자문기구만
골프장 조성은 지역발전론을 명분으로 하는 지자체와 수익내기에 급급한 사업자간에 맘만 맞으면 언제든지 추진할 수 있는 수익사업으로 떠올랐다. 각종 관련 법령에서 골프장 조성에 대한 제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고, 사전환경성검토 등 제도적으로도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요식적인 부분이 많아 무분별한 골프장 조성붐에 제동을 거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경영향평가가 '환경면죄부'가 아닌 실질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한편 형식에 그치고 있는 주민의견수렴절차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주민·환경단체와 지자체가 골프장 조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면서 격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지자체 입장에서 골프장 유치가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객관적이고 투명한 홍보대책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법·제도상의 맹점=골프장이 조성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로 꼽힌다. 그러나 사전환경성검토 제도의 경우 입지의 타당성 여부를 환경적인 시각에서 검토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강제규정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맹점.
골프장 조성을 위한 용도지역변경 결정 이후에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제도 또한 관련 지침의 허술함으로 인해 의견수렴과정이 사업자 위주로 형식적·요식적으로 이루지고 있을 뿐이다.
또한 이 두 제도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소속 위원회에 의해 검토를 받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자문기구일 뿐 심의기구로서의 성격이 없어 실효성을 거두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지면적이 25만㎡ 이상인 골프장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단계에서 주민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나마 대상이나 횟수, 출석자 수, 반대의견 수렴 내용과 과정 등에 대해서는 관련법상 아무런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말썽이 되고 있는 의령 자굴산 골프장과 거제 계룡산 골프장, 고성 공룡골프장 등에서 볼 수 있듯 해당 지자체나 사업자 할 것 없이 주민들의 실질적인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나 노력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산지관리법 등에서 골프장 사업계획면적 중 총사업부지에 편입되는 보전산지 면적이 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의령군의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해 대중골프장 3개로 사업계획 방향을 변경추진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민·관의 상반된 시각차=골프장을 바라보는 주민·환경·시민단체와 해당 지자체간의 현실인식차가 대조적인 것은 법·제도적인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
의령,함양,남해군 등 재정력이 극히 열악해 공무원 인건비마저도 부족한 군 단위 지역의 경우엔 지역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골프장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김해 가야 CC의 경우 재산세 21억원과 종토세 8억5천만원 등 29억5천만원의 지방세를 납부한 것을 감안하면, 한해 지방세 수입이 58~88억원에 불과한 이들 군 단위 지자체들은 골프장 유치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외도 지자체들은 고용창출과 지역개발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영제 남해군수는 "지자체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단체장 입장에서는 세수확대 등을 통한 재정난의 타개와 관광객들의 체류, 지역인력 고용의 창출 등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골프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들은 골프장 유치가 환경파괴 이외 주변 주민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역발전에 대한 근거를 내놓으라는 입장이다. 김석봉 경남골프장반대 범도민대책위원원장은 "골프장은 시공과정에서 지역토목업체를 참여시키는 것도 아니고, 내부에 식당이 있어 요식업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자리에 농공단지를 세운다면 높은 생산성과 고용창출로 지역발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책은 없나=법·제도적인 측면에서 사전환경성검토에서 주민참여는 물론 그 이후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민의견을 실질적으로 수렴하는 틀을 갖춰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성검토 및 환경영향평가위원회의 기능 강화와 함께 주민의견청취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
이는 계획단계에서부터 골프장 입지에 대한 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주민 반대의견을 사전에 충분히 수렴하는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는 사후에 최악으로 치닫는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골프 자체에 대한 나쁜 인식을 없기 위해 퍼블릭(대중) 골프장을 대거 조성하여 대중화와 가족 참여형 놀이 문화로 전환시키는 노력이 지자체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당 지자체에서 재정여건의 타개책이나 지역발전에 대한 확고한 목표가 있다면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사전에 홍보하는 한편 사후 설득작업에도 적극 나서 현실적인 인식차이를 해소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평가과 관계자는 "사전환경성검토제도의 중요성을 감안해 사전환경선검토단계에서부터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검토대상항목도 대폭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략평가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