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
지금부터 십자가의 길을 시작하겠습니다. 시작성가 번입니다.
(제대 앞에 나와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 아멘.
주님, 저희를 위하여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기꺼이 수락하신 당신의 사랑을 바라봅니다. 고통스럽게만 보이는 당신의 십자가 안에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숨겨져 있듯이, 고통과 시련으로 느껴지는 저희의 삶 안에도 주님의 크신 사랑을 깨달을 수 있는 신앙의 눈을 주시어, 저희가 걷는 인생길이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신앙의 여정이 되게 하소서. 아멘.
(제1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 1 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를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세상 안에서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울까요?먹고 살기 바빠서, 여유가 없어서, 신앙생활에 기쁨이 없어서, 본당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우리는 오늘도 주님을 찾는 일에 소흘합니다. 이렇게 또다시 우리는 주님께 사형선고를 내립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 2 처로 가며)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 안에서도 자신의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가는 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가난의 고통 속에서도, 이혼과 사별의 아픔 속에서도, 이런 저런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본당에서 단체 활동이나 봉사 활동을 통해, 남몰래 자선을 실천하면서 주님의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가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십자가의 힘을 느끼게 됩니다. 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저 역시 제게 주어진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싶은 마음이 다시금 우러납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 3 처로 가면서)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 3 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 하면 찬송하나이다.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착하게만 살다 보면, 주변으로부터 바보 취급을 받기도 하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 떠맡아야 하는 희생을 요구당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주어진 일들이 힘에 부쳐 내가 진 십자가를 내려놓고 잠시 성당을 떠나 있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신앙이 갈등과 회의가 주님을 다시 넘어뜨립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 4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 4 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어머니는 우리들의 영원한 반려자이십니다. 이미 돌아가신 분이시지만 어머니는 넘어진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만드시는 디딤돌이 되어 주시기도 하고, 기력이 떨어지는 우리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시기도 합니다.
교회는 성모님을 신앙의 어머니라고 합니다. 인생의 여정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도 레지오 및 구역반 모임을 통해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 5 처로 가면서)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 5 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때로는 우리가 힘이 들어 내던진 십자가를 대신 지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구역장, 반장, 단체장과 봉사자, 등... 교회 내 여러 봉사 활동이 부담이 된다고 해서 우리가 내던진 십자가를 대신 지고 있는 오늘의 시몬을 보게 됩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우리 자신의 십자가를 남에게 떠맡기려고만 할까요?
다른 사람들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갈 수 있는 희생과 봉사의 정신, 그리고
용기를 청해 봅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 6 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 6 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드림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성당에서 활동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역시 그런 험담과 모함과 뜬소문으로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했을 것입니다. 다시는 우리 입에서 누군가에 대한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말들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고 그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기도와 보속의 기회를 가져야겠습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 7처로 가면서)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 7 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다가도 때로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주저앉고 싶은 심정에 교우들과 만남도 일부러 피하게 되고, 기도를 열심히 하다가도 응답이 없을 때에는 이방인들처럼 회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다시 주님을 넘어뜨립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 8 처로 가면서)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 8 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변의 무관심 때문에 구역장, 반장, 단체장, 봉사자들은 남모를 마음고생을 하게 됩니다. 더욱이 잘 이해해줄 만한 사람들이 오히려 냉대를 할 때, 더 큰 마음의 고통을 겪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수고 한다.” 는 따뜻한 말 한마디, 꾸준한 소공체 모임 참석, 이들을 위한 미사와 기도 봉헌은 힘과 위로가 되어줍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 9 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 9 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께서 계속 넘어지시는 것은 어쩌면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이 길을 걷자는 초대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예수님께서 힘이 부쳐 넘어지신 것이 아니라, 삶의 무게에 눌려 쓰러진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시려는 주님의 자비이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교우들의 무관심과 비협조 때문에 자주 쓰러지는 각 단체장들도 자신의 나약함과 한계를 깨닫고 매사에 자신의 능력보다는 하느님의 능력에 더 의지하고, 주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기회로 삼아야겠습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 10 처로 가면서)
◎ 어머니께 청하오니, 주님 상처 제 맘속에 깊이 새겨 주소서.
제 10 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자신의 나약함과 부족함,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남들 앞에 드러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부자연스런 말과 행동으로, 때로는 거친 언행으로 상대방을 몰아붙이면서 점점 더 자신을 은폐 시키게 됩니다.
나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나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할 때, 신앙이 성장하고 교우 관계로 좋아질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발가벗겨진 주님께 다시 옷을 입혀드리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 11 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 11 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우리 안에 있으면서 예수님을 꼼짝 못하게 만든 것은 무엇입니까? 물욕, 이기심, 교만, 미움, 원망, 냉담, 죄책감,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많은 못이 우리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있고, 침체된 본당일수록 더 많은 못들이 쥐어져 있습니다.
왜 우리 본당의 봉사자들은 두 세 개의 단체장을 맡고 있다고 불평합니까? 그것은 본당에서 우리각자가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손에 너무 많은 이기적인 못이 쥐어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 12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 12 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의 죽음은 체념이나 자포자기의 결과인 자살과는 다른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에서는 왠지 모를 힘이 느껴집니다.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 부활 신앙이 바로 그것입니다. 힘겨운 일상의 이유로 신앙생활마저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지만, 그렇게 죽어있는 듯한 나의 차가워진 신앙 속에서도 다시금 가늘게 숨 쉬시는 주님의 따뜻한 숨결을 느껴 봅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 13처로 가며)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 13 처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우리도 죽어 있는 듯한 자신의 차거운 신앙을 내려놓아야 하겠습니다.
삶에 대한 체념과 자포자기의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도 상대방에 대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도 지나친 제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도 소공동체 모임이나 본당활동도 안 하는 개인 주의적 신앙을 내려 놓아야 하겠습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 14 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 14 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의 부활은 아무런 희망을 찾아볼 수 없었던 고통과 절망을 상징하는 빈 무덤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마음과 가정이 빈 무덤처럼 기쁨이 없고, 희망이 없는 자리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부활은 바로 이런 곳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내 마음과 가정 안에서도 새 희망의 빛을 발견하고, 빈 무덤처럼 침체된 레지오 공동체 안에서도 단원들이 하나 둘 늘어날 수 있는 부활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또한 본당을 위해서도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은총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대 앞에 서서)
자비하신 주님, 본당의 레지오 단체와 소공동체를 잘 이끌어 가고, 주님을 따르는 신앙생활 자체가 십자가의 길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살아가야 하는 이 길이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걷는 이 신앙의 여정을 통해 신앙생활의 기쁨을 되찾고, 소공동체가 더욱 살아나고, 본당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아멘.
교황님의 의향대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마침 성가 번입니다.
어두운 밤길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