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진 사진전 “Homewear”
전시제목 : 장유진 사진전 “Homewear”
전시기간 : 2011년 8월3일 ~ 8월16일
전시장소 : 갤러리 룩스
<갤러리룩스 신진작가 공모 심사평>
출품된 포트폴리오에서 3명의 작가를 선정하는 일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그만큼 3명의 작품이 여럿 중에 눈에 띄었고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었다는 반증이다. 그 다음의 우열은 가늠하기 어려웠다. 박은광, 장유진, 황용일이 그렇게 선정되었다. 비교적 고른 기량과 시선을 간직한 이들은 무거운 개념이나 과도한 연출에서 비껴나 차분한 감수성으로 대상을 응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심사위원들은 사진 자체의 힘과 흥미를 간직한 사진에 더 관심이 갔다. 그것은 분명 보는 행위로부터 출발해 그것이 남긴, 결국 보고만 것이 관자의 망막과 가슴에 상처 같고 여운 같은 심연을 파는 일이다. 그 구멍의 깊이가 아득한 사진이 좋다.
박은광의 사진은 핀홀카메라의 시선으로, 마지못해 수용한 세계의 비근한 정경을 감성적으로 보여준다. 몽롱하며 흐릿하게 다가오는 이 상들은 보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들 사이에서 흔들리는 듯 하다. 아무것도 아닌 풍경이 그 아무것도 아니라는 슬픈 진실을 여지없이 안겨준다는 점에서 좀 매혹적이다. 작가의 감성과 마음으로 건져 올린 풍경이다.
장유진의 사진은 발랄하고 도발적이다. 여자의 옷 사이로 잠입해서 찍은 사진, 마치 ‘아이스께끼’하고 소리치며 여자아이들의 치마를 들러 올려 기어이 그 안을 들여다보고자 한 악동들의 놀이를 연상시킨다. 그것은 왜곡된 신체의 드러남이자 화려한 꽃무늬 치마 안으로 보는 이를 감싸 안는 체험을 주기도 한다. ‘왜상’의 흔적이 만들어낸 기이한 이미지와 묘하게 자극적인 상황설정이 흥미롭다.
황용일의 사진은 박은광과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이 흑백의 사진이 담아내고 있는 풍경 역시 평범하고 적조하다. 그러나 무척 감각적인 사진이다. 아무것도 아닌 풍경과 사물이 작가에 의해, 사진에 견인되어 낯설고 모호하고 매력적인 존재로 돌변하는 기이한 체험을 안긴다. 사실 사진이 그런 존재일 것이다.
이렇게 3명이 선정되었다. 이들에게 축하 드리며 앞으로 이들 작품을 자주 접하기를 기원한다. 갤러리 룩스에서 매년 공모하는 이 행사가 앞으로도 ‘거품 속에 비수’ 같은 존재들을 건져 올리는 중요한 기능을 다해나가길 바란다.
심사위원 배병우(서울예대교수)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작가노트 >
장유진
유년시절, 나는 숨바꼭질을 하다 외할머니의 치마 속으로 들어갔다. 할머니의 부들부들한 살결과 야시시한 팬티위로 화려한 하늘색 꽃무늬가 은은하게 비춰진 곳, 그곳은 바로 숲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키워졌다. ‘멋쟁이 할머니’라는 별명이 있으실 정도로 감각적이셨던 할머니는 집에서도 늘 화려한 홈웨어를 계절마다 구입하셔서 즐겨 입으셨다. 난 그 홈웨어를 유달리 좋아했다. 유년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외출 후 그 홈웨어들은 내 속옷마저 거뜬히 벗겨버리고 머리서부터 한번에 침입해 내 맨 살을 휘감는다. 그것은 편안함과 포근함을 주고 그 어떠한 것보다 위안을 준다.
28살 어느 날 우연히 가슴에 통증을 느껴 홈웨어 속을 들여다본다. 그 속에는 볼록 튀어나온 가슴 살결위로 핑크 빛의 꽃이 은은하게 피어있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가슴의 통증은 사라지고 웃음이 나온다. 그 동안 나는 이들의 기능성에 집착함으로 예전의 기억을 미뤄놓고 있었다. 얼굴을 옷 속으로 깊게 넣을수록 또 다른 세계로 강렬하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면서 묘해졌다. 보통 홈웨어를 입을 때의 몸의 자세는 다른 때보다 편안해져 좀 더 과감해진다. 나는 이러한 다양한 신체들의 모습과 옷의 강렬한 패턴의 만남을 인식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진통을 겪고 있는 지금 다시 그 숲을 보기 위해 뒤로 걸어가 본다. 어느덧 나는 마법의 약을 먹고 너무 커져 문을 통과하지 못한 앨리스가 되어 있다. 그리고 사진은 내가 다시 소녀 앨리스가 되는 또 다른 마법의 약이 되어준다.
장유진 Jang Yu Jin
2010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영상학과 수료
2008 상명대학교 예술학부 사진학과 졸업
전시
단체전
2011 One fine day, 갤러리 이즈, 서울
2011 아시아 스페이스전, 갤러리 스카이연,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