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직장으로 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텔레비전이라도 보다가 잠들고 하는 그런 변화 없는 일들의 되풀이됨이 바로 인생입니다. 인생은 거대하고 위대한 일보다 지극히 작고 사소한 일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 이지만 서로 도와가며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따뜻한 공동체’를 꾸리고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10곳 영구임대주택단지 가운데 6개가 단지 내 컴뮤니티 센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마을 회관 역할을 하면서 아름다운 마을 문화를 만드는 곳입니다. 이 마을에는 옛날 우리 사랑방 문화 나눔과 섬김과 사귐이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서로 부족한 것을 채우며 사는 마을입니다. 바로 두암골 컴뮤니티 센터입니다.
1640세대가 살고 있는 이들은 이곳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이들만 모여 사는 이곳이 싫어서 살고 있는 곳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떠나야 할 곳이라는 생각으로 이곳에 사는 것을 달갑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으니 사는 것이지 내가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처음 이곳에 영구임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마을의 이미지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들은 그곳에 사는 자신들을 초라하게 만들었고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자신들이 사는 거주지를 말하지 못하고 산 것입니다.
내가 어릴 적 부모님에게 들은 말 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가난은 싫다. 그러나 가난이 두렵지는 않다.”
그렇습니다.
가난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가난하다고 비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빈곤은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자본사회는 상시적으로 자신을 비교하게 합니다. 비교는 마귀 짓입니다. 그런데도 자꾸 비교하게 합니다. 누구나 이 비교하는 마귀의 덧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도 그러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을 마을 앞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내리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다른 위치에서 버스를 타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마을을 부끄럽게 여기던 마을 사람들이 달라졌습니다. 달라진 것은 마을이 아니라 마음이었습니다. ‘마을을 사랑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입니다. 이 마을의 주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두암골에 변화가 왔습니다. 두암 컴뮤니티 공동체가 생긴 것입니다.
지금은 사랑방도 운영하고 옥상 텃밭도 함께 가꾸고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손수 친환경 비누와 세제를 만들고 매주 미니 장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지역아동센터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연결하여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랑방에서는 사랑이 싹틉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사랑방 모여 아름다운 작당을 합니다. 자신들의 일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마을을 자신들의 손으로 가꾸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그 뜻을 담아 삼정승 봉사대를 결성했습니다.
이 마을에 내려오는 전승이 있습니다.
옛날 어떤 고승이 이 마을을 지나가다가 던진 말입니다.
그 고승이 이곳을 보더니 “허허! 이 마을에서 인물이 나겠구나! 정승이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날 동네구먼!”
실제로 정승이 나왔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하지만 ‘풍수가 좋아서 정승이 3명 정도 나올 것’이라 했다는 데서 유래하여 삼정승마을이라 했습니다. 광주에서는 제일 풍암, 제이 두암, 이라 할 정도로 이곳 두암골 이미지가 좋았습니다.
삼정승 마을 봉사대가 주인으로 나서기 시작하여 마을가꾸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을 공동작업을 통해서 서로의 친교를 위한 사랑방모임과 공동작업, 공동 마을 가꾸기에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곳 건물 옥상에 3미터 10미터 상자를 만들고 마사토 30톤으로 흙을 채워서 작은 텃밭 6개를 만들었습니다. 이 마을은 더디지만 천천히 기다리며 가기로 했습니다. 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찾기로 했습니다.
그것 중에 하나가 음주 청정지역 만들기입니다. 이곳 사는 분들 중에는 술 드시는 분들이 많아서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공감하여 주민 스스로 음주 청정지역을 만들어 지키고 있습니다. 경제관련 교육(지출관리, 보이스피싱의 피해 사례 교육)도 하면서 효율적인 지출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특별히 연세 드신 분들이 많아서인지 지역 아동 센타 아이들을 사랑합니다. 옥상 텃밭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만나는 곳입니다. 텃밭 가꾸기를 통해서 서로의 정서적 풍요를 느낍니다.
10여 년 전에 몸이 불편한 장애가 있어서 외부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어르신에 미니 장미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 그것을 잘 가꾸시는 것을 보고 옥상 텃밭을 착안 했다고 합니다.
자그마한 텃밭을 마련해서 매주 일요일 호박, 오이, 고추 등 채소를 가꿉니다.
이곳에 함께 협력하고 있는 총무부장은 “우리 공동체는 이런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며 산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것은 이벤트가 괴는 좋은 일과 특별한 일로 인생이 채워져 있는 게 아니라, 되풀이 되는 사소한 일들을 의미 있게 만드는 두암골 공동체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