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이 가을에
또다시 일요일 이른 아침입니다.
늘상의 습관이 되어버린 새벽 일찍 잠깨기, 어김없이 4시경이면 눈이 떠집니다.
이런 어두컴컴한 새벽이면 습관처럼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고는 불광천으로 한강으로 또는 월드컵공원으로 내달리고는 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우두커니 컴퓨터를 마주보며 메일도 확인해 보고 우리 하늘과 노을 카페도 살짜기 들어가 봅니다.
반가운 이름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한결같이 꾸준히 달리시는 이영란님, 카페지기 물적 김시열님, 한동안 일에 파묻혀 뜸하시다가 요즘 다시 화려한 컴솜씨를 자랑하시는 뒷방늙은이 정재웅선배님, 늘 우리 회원님들을 세세히 살펴주시는 랍비선생 이동율선배님, 그리고 회원님들의 글에 꼭꼭 리플을 달아주시어 격려해 주시는 우리의 영원한 호프 조경래회장님, 요상한 숫자의 닉으로 골 헷갈리게 만드시는 기린, 또는 강남제비(?) 이수영님, 희생과 봉사, 불우이웃의 천사이신 박총무님, 이제부터 저에게는 아쉽게도 미지의 회원으로 남게 될 새로 들어오신 분들.. 등등
일상으로 카페를 들락거리던 그 시절엔 예사이더니
이제는 갑자기 낯설고 서먹해집니다.
저의 자리가 어디인가 괜히 두리번거리게도 됩니다.
제가 너무 소심해졌나요?
대청호 마라톤대회 후기를 읽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나는 지금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거냐?
한국에도 이제 가을이 깊어가나요?
아직은 낮 햇살이 따가운가요?
이곳은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창밖의 나뭇잎은 붉게 물들어가며 쓸쓸한 바람이 불 때면 우수수 흩날리기도 합니다.
아침저녁으로는 한기가 들어 자동차 히터를 한참을 켜고서 운전을 합니다.
육체노동,
한국에서는 3D업종이라 기피하는,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에게나 넘기는 그 힘들고 고달픈 육체노동을 여기서는 내가 바로 그 외국인 노동자가 되어 몸으로 때워가며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마라톤이니 뭐니 여가활동이 사치가 되는 그런 생활이지요.
일주일 꼬박 일에 파묻히고 저녁에 퇴근해서는 아이들 숙제문제 푸느라 영어단어랑 씨름을 하다보면 그저 하루가 잠자고 먹고 일하고 애들 학교일 챙겨주는 것, 그것이 하루일과의 다 이랍니다.
애들이나 나나 컴퓨터는 오직 주말에나 사용하게 되네요.
교육문제,
뒤늦게 이민생활을 선택한 가장 큰 목적이 바로 우리 두 꼬맹이의 교육문제 때문이었지요. 학과공부에는 별 소질이 없는, 오로지 책읽기를 즐기고 그림그리기, 글쓰기에나 조금 소질을 보일뿐인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서의 치열한 중, 고등 과정을 거치기에는 먼저 부모로부터의 자신이 없었던 것이지요,
아이들의 천국,
요즈음 이곳은 듣던 대로 역시 아이들의 천국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작은 아이의 middle school(4,5학년), 큰 아이의 junior high school(6,7,8학년) 두 학교에서의 외국인 학생은 오직 우리 두 아이일 뿐, 이중 언어교사 담당인 esl선생은 두 학교를 번갈아 가며 우리 아이들을 개인교사 하듯 일주일 내내 하루 한두 시간씩 영어를 따로 가르쳐 준답니다.
학교에의 관심도 유별나지요.
먼저 한국어의 안녕하세요, 잘 가! 라는 간단한 인사말을 교실 흑판에 적어두고 영어 발음을 달아 반 전체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 서로 인사하게 하며, open house 행사 때는 학부형들을 학교로 초대하여 특별히 우리를 소개시켜 주기도 하구요.
사회시간에는 또 인터넷으로 korea에 관한 내용을 찾아오게 해 중국, 한국, 일본 곧, 극동아시아에 대한 공부를 하게도 하니, 이네들의 열린 마음과 열린 교육에 그저 부럽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물론 이곳 자체가 외국인이 드물고 인구가 적으며 소규모의 도시이다 보니 그 희소가치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힘든 노동과 아이들 학교일과에 파묻혀 사는 낯선 곳에서의 이민생활,
언어소통이 원활하게 되고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될 앞으로의 몇 년간이 조금 힘들겠지만,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프며, 그러나 모든 지나간 날들은 그리워만 진다는 푸쉬킨의 “삶”이라는 시에서 노래했듯, 우리도 언젠가는 오늘의 힘든 삶을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그 날들이 오겠지요?
일주일에 겨우 한번 들락거리고 그나마 일이 있으면 메일마저도 확인해 보지 못하는 이곳의 바쁜 초기 이민생활이니, 우리 회원님들의 재미난 글들과 저에 대한 격려 글에 일일이 리플로 답을 드리지 못하더라도 부디 양해해 주시기를 바라며, 오늘도 괜한 푸념만 늘어놓고 이만 물러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생활이 되시길...
보스톤에서
신만식
첫댓글 낮동안 무더위가 남아서 여름을 방불케 하던 9월을 뒤로하고 공기 중의 습도가 낮아져 맑고 상쾌한 날씨가 계속되는 본격적인 가을 날씨의 10월입니다.이른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의 전설을 만들던 춘마도 몇 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제는(10월2일) 30대 젊은 회원들은 청계천 복원 기념 하이 서울마라톤에,
적당히 늙은 회장님을 비롯한 우리들은 텃밭 하늘공원을 지키고 언제나 체력저하에 시달리는 바보랍비는 마지막 남아있는 간장의 영양분을 모두 소모하고 쓰러지는 불상사를 저지르고 말았지요. 신마적님, 조여사, 서영 준영이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아~ 마적!!! 이얼마만인가요? 잘계시다니 우선반갑고 우리이쁜이들이 학교에서 인기가 있다니 그또한 다행입니다.이렇게 컴에서 만나니 무조건 반갑구 언제인지 모르나 미래에 다시만나는 꿈을 꾸며 살도록합시다. 마적!! 그럼 아녕히..
가슴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살며시 옷깃을 여밀게 하는 날이였어요. 선배님 안녕하셨지요?*^^* 저도 때때로 삶의 무게로 속마음 마저 막막할때 나의 전부이자 꿈이고 희망인 사랑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미소가 나오면서 웃음이 찾아옵니다. 늘~ 건강하시고 늘~좋은일만 있으시고 늘~행복바구니에 행복이 넘치시길 바랍니다
가입한지 얼마되질 않아서 이민을 가신다고 하길래 좀은 섭섭했습니다. 가실때 남겨주신 빨간 운동복은 제가 물려받았답니다. 잘입겠습니다.멀리 이국에서 뜻하신바 성취하시길 바라오며 몸건강하십시요^*^
ㅎㅎㅎ ~ 신선배님 그리 긴 숮자도 아닌데 그걸 가지고 머리 아프다 하심...고국에서 뭐시기가 무지 섭섭함 =.= 항상 이쁜 공주님하고 자애로운 여왕님을 모시고 행복하세요~ 쪼께 몸이 힘드심...여기서 같이 즐거웠던 시간을 기억하시며 히~~~~~~임 가득,,,,,건강 조심하시고요 ^&*
신형! 오랫만에 근황을 들으니 무지 반갑소. 두 따님들에게 특별 전담 교사가 매일 영어 교육을 시킨다니 정말 잘된 일이오. 여기 학부모들이 이 애길 들으면 참으로 부러워할 일이여. 내 손주도 때가 되면 그리로 보내고 싶소이다.
낮선 곳에서 바쁘게 보내시고 계신 선배님을 상상해 봅니다.. 기회되시면 사진도 좀 올려주세요~~ ^^; 선배님 힘드시지만 잘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화이팅~~~~!!!
선배님 건강하시지요 여기도 조석으로는 차가운바람이 쌱 ~불어요 건강조심하시고 형수님 서영 준영공주님 보고 힘내세요 이억만리 선배님소식을 방에서 만나다니 ......화이띵....
지금의 고생이 나중에 더 큰 보람으로 돌아오실 걸로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아메리칸 드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선배님 글을 읽으니까, 애들 교육을 위해서도 에잇, 혼자라도 미국 가버려??? 하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