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평화 협정 맺기
프라우케 피셔와 힐케 오버한스베르크의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 -절박하고도 유쾌한 생물 다양성 보고서'는 말 그대로 모기가 우리에게 해 준 게 무엇이 있는지 얘기해준다.
수분(受粉)은 곤충, 새, 바람을 통해 이뤄진다. 세상의 꽃 모양은 다 다르므로 최대한 다종다양한 수분자가 있어야 하지만 위대한 수분자, 벌의 개체 수는 줄어들고 있고 자연적인 수분이 불가능해져 바닐라꽃처럼 인간이 직접 수분하는 식물개체가 늘고 있다.
여기서 모기가 활약을 한다. 좀모기과는 카카오꽃의 유일한 수분자다. 카카오꽃은 너무 작고 구조가 복잡해서 3㎜를 넘지 않는 좀모기과만이 수분할 수 있다. 그러니까 좀모기과가 없다면 우리는 세상 모든 초콜릿을 먹을 수 없다. 이쯤 되면 초콜릿 없이 살 수 없는 나는 모기와의 평화협정을 준비해야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에 ‘러브버그’가 나타나고 있다. 암수 두 마리가 쌍으로 다닌다. 러브버그의 애벌레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성충은 수분도 하는 등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벌레라고 한다.
어떤 벌레가 해충인지 익충인지 구분하는 것은 너무나도 인간 중심적인 사고다. 벌레가 무섭기는 해도 우리는 같은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모기와 또 다른 벌레와 동식물과 공존을 위한 평화의 길을 찾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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