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에서 먹는 도시락
일아 배 효 식
매주 주말이면 도시락을 챙겨 집사람과 함께 소풍을 간다. 대구 인근인 청도 각북면에 조그만 텃밭을 마련하여 집사람과 함께 주말농장을 하고 있다. 등산용 도시락 하나에 밥을 가득 담고 돼지고기와 밑반찬 조금, 가는 도중에 막걸리 1병도 준비한다. 야채는 농장에서 조달한다.
가난에 찌들어 끼니때를 잇기도 힘든 가난한 도시의 한 빈곤가정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밥 한번 실컷 먹어봤으면 하는 소원을 갖고 고생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쌀밥은커녕 보리밥도 구경하기가 힘들었고 밀가루 수제비라도 끼니를 때울 수 있으면 큰 행복이었다.
고교시절 어머니께서 이 동네가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사니까 국수기계를 하나사서 국수를 뽑으면 돈을 좀 벌수 있지 않겠나하여 어머니와 함께 칠성동 중고 기계 상사에 가서 국수기계를 하나 구입하여 국수 뽑는 일을 시작하였다. 밀가루를 반죽하는데 많은 기술이 필요하였다. 밀가루 반죽을 할 때 소금염도가 적절해야 국수가 잘 뽑아지는 것이다. 염도가 부족하면 밀가루가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염도가 많으면 국수를 말리는 과정에서 국수가 뚝뚝뚝 떨어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어렵게 국수 뽑는 기술을 배운 후 영업을 시작하는데 만들어 놓은 국수가 잘 팔리지 않는 것이다. 사업구상이 잘못된 것이다. 그 동네는 국수를 잘 먹지 않는 동네인 것 같았다. 마른국수는 안 팔리면 보관했다가 나중에 팔면 되지만 물국수는 바로바로 해결해야만 했다. 당연히 남은 국수는 우리가족 몫이었다. 정말 국수를 신물나게 먹었다.
집사람과 결혼을 한 후에는 집안은 가난해서 볼 것도 없고 오직 남자하나만 보고 시집왔다는 집사람의 변을 뒤로 한 채 사무실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늘 밤늦게 귀가하여 함께 밥상을 마주한 것이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러니 집사람과 다투는 일도 자주 있고 싸우면 냉전의 시간이 오래가기도 했다.
그후 세월이 흘러 직장에서도 자리가 잡히고 지나간 인생도 뒤돌아볼 여유가 생기면서 집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볼까 생각하다가 문득 주말농장이 생각났다. 그리하여 청도에 조그만 텃밭을 마련하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도시락을 챙겨 농사를 지으러 다닌다. 텃밭에는 조그만 컨테이너와 창고, 세면장, 원두막이 있다. 농사짓는데 필요한 것은 거의 다 구비된 셈이다.
농장에 도착하면 먼저 한주일 동안 농작물의 상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본 후 옷을 갈아입고 두 세시간정도 일을 한 후 원두막에 앉아 준비해간 삼겹살을 불판에 올리고 밭에서 수확한 야채와 함께 막걸리를 한잔씩 나눈다. 젊은 시절 나누지 못했던 시간을 이제 맘껏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들 걱정 딸 걱정 이런 저런 얘기를 함께 나누며 같이 걱정하면 집사람의 스트레스는 한방에 날라가고 좋은 공기와 싱싱한 야채 그리고 건강은 덤으로 얻는 것이다.
밥이 주는 의미는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달라진다. 옛날 어렵게 살던 시절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먹는 밥, 운동선수들이 체력증강 또는 체중조절을 위해 먹는 밥, 직장인들이 야근하면서 직장상사와 같이 먹는 밥, 비즈니스차원에서 손님을 접대하며 먹는 밥, 가족과 함께 오소도손 얘기하며 먹는 밥, 이렇게 많은 밥이 있지만 장소와 상황에 따라 그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아무리 좋은 진수성찬이라도 맘이 편하지 못하면 좋은 밥이 될 수 없고 아무리 거친 밥이라도 가족과 함께 정을 나누는 밥은 보약이 될 수 있다.
어린 시절 밥에 대한 기갈이 있어 그런지 맛있는 음식을 보면 욕심이 나서 과식을 하게 되고 소화가 잘 안되어서 소화제를 먹거나 바늘로 손끝을 따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러나 농장에서의 도시락은 열심히 일한 후 배가 촐촐할 때 이런저런 얘기와 정을 나눠 먹어서 그런지 소화도 잘되고 맛도 좋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집사람과 함께 정을 나누며 같이 먹을 수 있는 도시락과 주말농장이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2014. 10. 8
첫댓글 첫 숙제를 제출한 후 한동안 숙제를 못하다가 이번에 부끄럽지만 또 글을 올리게 되었다. 지도교수님의 아낌없는 지도를 받기 위해서다. 어떤점이 잘못 됬는지 무엇을 고쳐야하는지 교수님의 댓글 첨삭 지도를 바랍니다.
주말 농장을 하신다니 반갑습니다. 저도 작은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친 밥도 가족과 함께 정을 나누는 밥은 보약이 될 수 있다란 표현이 너무 가슴에 와 닫습니다. 가족과 함께 정을 나누며 행복한 주말 농장을 잘 가꾸시기 바랍니다.
땀흘려 일한후에 먹는 밥의 진미야 말로 그 어떤 밥에도 비할 수 없습니다. 배고픈 시절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표현하신 님의 글 가슴에 와 닫습니다.
옛 생활 이야기와 주말 농장 얘기 잘 읽었습니다. 최상순드림
진솔한글 잘읽었습니다 .주말농장 잘 시작하였습니다 .머니머니 해도 부부간 이해와 화합이 중요하지요 축하드려요.
잘 보았습니다,
저도 농촌에서 자라나 농삿일도 해 보았읍니다. 쌀 한톨 밥한그릇의 소중함을 체험하지 않는 사람은 그 진정한 가치를 모르실 겁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글 속에서 행복이 보입니다. 초년에 고생이 만년에 행복으로 바뀌었으니 성공한 인생입니다. 계속 잘 가꾸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