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사용하는 연료의 형태는 다양해졌다. 100년 넘게 자동차를 움직인 휘발유와 경유 여기에 전기, 알코올, LPG, CNG, 수소 그리고 태양열까지 이용하는 세상이 됐다.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인식도 다양해졌다. 신분 과시나 개성을 뽐내기 위한 소비가 여전하지만 굴러만 가도 되는 실용주의,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등 각각의 이유나 명분으로 자동차를 고른다.
그러나 변함없는 가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돈'으로 시작하고 끝맺음을 한다. 가격, 연비, 보험등급, 프로모션, 이벤트까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쉐보레 대리점 관계자는 "웬만한 영업사원보다 자동차 관련 상식이 많고 인터넷으로 모든 가격 조건과 혜택을 줄줄이 꿰찬 소비자 때문에 애를 먹을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 역시 새 차 가격에 선택 품목을 더했을 때 불어나는 가격의 변화와 연비가 매우 중요한 결정의 요소라고 말했다. 마음에 담고 있는 차가 분명해 전시장을 찾은 소비자도 선택 품목을 더했을 때의 가격, 연비 때문에 변심하거나 계약서를 작성하는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가격 다음으로 자동차의 경제성을 판단하는 기준인 연료비는 다소 과장돼 있고 따라서 의외로 상식과 다른 부분이 많다. 가령 경유차는 가격이 비싸도 연료값이 싸고 연비가 좋아 몇 년 타면 휘발유차보다 저렴해진다는 식이다. 연료 타입에 따른 경제성을 이런저런 기준으로 따져 보면 그런 주장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는 휘발유, 경유, 그리고 LPG와 전기 등 단일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휘발유와 전기, 수소와 전기를 혼합하거나 번갈아 사용하는 모델까지 다양하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연료별 등록 자료에 따르면 이것 말고도 소수이기는 하나 등유, 알코올, 태양열을 사용하는 것들도 있다.
가장 많이 등록된 연료는 휘발유다. 전체 등록 차량 2379만대(3월 기준) 가운데 1104만대가 휘발유를 사용하고 있으며 995만대의 경유가 뒤를 쫓고 있다. 종류는 많아졌지만 연료값이 싸고 연비가 좋다고 해도 5년 이내의 경제성은 어떤 것도 휘발유를 넘어서지 못했다.
비교 대상 모델은 휘발유, 하이브리드, LPG 라인업을 가진 기아차 K5, 중형 세단 가운데 디젤 라인을 갖춘 르노삼성 SM6, 그리고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5종이다. 각각의 비교 모델은 가장 낮은 트림의 가격(개별소비세 70% 감면 기준)을 기준으로 했으며 연비나 전비는 가장 작은 사이즈의 타이어를 적용했을 때다.
신차 구매 후 연간 1만km를 주행했다고 가정했을 때 K5 가솔린(여기서부터는 모델명을 참고해 가솔린 또는 디젤로 표기)은 신차 가격 2293만원에 연료비 100만원을 보태 총 2393만원을 지출했다(표 참고). 같은 기간 디젤은 2617만원, 하이브리드는 2813만원, LPG는 2625만원, 전기차는 4167만원이 필요했다.
장기간 보유하면 찻값이 보전된다는 말이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5년간 보유해도 전기차는 말할 것도 없고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심지어 LPG도 가솔린의 총비용에 접근하지 못했다. 보험료, 일반 수리비, 제세 공과금 등을 포함한 총보유비용(TCO)을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했다고 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연간 1만km를 주행했을 때의 가솔린 값이 LPG의 배 가까이 되는데도 총비용이 낮은 건 찻값 때문이다. 약 300만원 가량인 K5 가솔린과 LPG의 가격 격차가 5년 후에도 연료비로 좁혀지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제조사가 LPG 모델의 저가 트림을 운영하지 않는 이유가 숨어있기도 한다. 다만 LPG는 5년 이후 가솔린과의 격차가 사라지고 역전도 가능하다.
어찌 됐든 가솔린 대비 연료비가 저렴하고 연비가 높은 디젤차도 5년의 기간만으로는 총비용 상쇄가 불가능했다. 상대적으로 찻값이 비싼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괴리가 더 크다. 따라서 주행 거리에 따라 얘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전기차,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친환경 차량의 가격 대비 효율성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새 차 가격과 연료비만으로 전기차가 가솔린차를 따라잡으려면 20년 이상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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