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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어사또 들어가 단좌(端坐)하여 좌우를 살펴보니, 당상(堂上)의 모든 수령 다담을 앞에 놓고 진양조가 양양(洋洋)할 제, 어사또 상을 보니 어찌 아니 통분하랴. ㉠모 떨어진 개상판에 닥채저붐, 콩나물, 깍두기, 막걸리 한 사발 놓았구나. 상을 발길로 탁 차 던지며 운봉의 갈비를 직신, / “갈비 한 대 먹고 지고.”
“다라도 잡수시오.”
하고, 운봉이 하는 말이,
ⓐ“이러한 잔치에 풍류로만 놀아서는 맛이 적사오니 차운(次韻)✽ 한 수씩 하여 보면 어떠하오?”
“그 말이 옳다.”
하니, 운봉이 운(韻)을 낼 제, 높을 고(高)자, 기름 고(膏)자 두 자를 내어놓고 차례로 운을 달 제, 어사또 하는 말이,
“걸인도 어려서 추구권(抽句卷)✽이나 읽었더니, 좋은 잔치 당하여서 주효를 포식하고 그저 가기 무렴(無廉)하니 차운 한 수 하사이다.”
㉡운봉이 반겨 듣고 필연(筆硯)을 내어 주니, 좌중(座中)이 다 못 하여 글 두 구(句)를 지었으되, 민정(民情)을 생각하고 본관 정체(正體)✽를 생각하여 지었겄다.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락시(燭淚落時)는 민루락(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는 원성고(怨聲高)라.”
이 글 뜻은,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았더라.”
이렇듯이 지었으되, 본관은 몰라보고, 운봉이 글을 보며 내념 (內念)에,
‘아뿔싸, 일이 났다.’
이때 어사또 하직하고 간 연후에 공형(公兄)✽ 불러 분부하되,
ⓑ“야야, 일이 났다.”
<중략>
“암행어사 출도(出道)야 !”
외는 소리 강산이 무너지고 천지가 뒤눕는 듯 초목금수(草木 禽獸)인들 아니 떨랴.
㉢남문에서 / “출도야 !”
북문에서 / “출도야!”
동·서문 출도 소리 청천에 진동하고,
“공형 들라!” / 외는 소리 육방(六房)이 넋을 잃어,
“공형이오.” / 등채로 휘닥딱.
“애고 중다.” / “공방, 공방!”
공방이 포진 들고 들어오며,
“안 하려는 공방을 하라더니 저 불 속에 어찌 들랴.”
등채로 후닥딱. / “애고, 박 터졌네.”
좌수✽, 별감✽ 넋을 잃고 이방, 호방 실혼(失魂)✽하고 삼색 나졸(三色羅卒) 분주하네. 모든 수령 도망할 제 거동 보소. ㉣인궤 (印櫃)✽ 잃고 과줄✽ 들고, 병부(兵符) 잃고 송편 들고, 탕건(宕巾) 잃고 용수✽ 쓰고, 갓 잃고 소반(小盤) 쓰고, 칼집 쥐고 오줌 누기. 부서지니 거문고요, 깨지나니 북, 장구라.
본관이 똥을 싸고 멍석 궁기에 새앙쥐 눈 뜨듯 하고 내아(內衙)✽로 들어가서,
ⓒ“어, 추워라, 문 들어온다, 바람 닫아라. 물 마른다, 목 들 여라.”
관청색은 상을 잃고 문짝 이고 내달으니, 서리 역졸 달려들어 휘닥딱.
“애고, 나 죽네.”
이때 수의사또 분부하되,
“이 골은 대감이 좌정하시던 골이라, ⓓ소란을 금하고 객사(客舍)로 옮기라.”
좌정(座定) 후에,
“본관은 봉고파직(封庫罷職)✽하라!”
분부하니,
“본관은 봉고파직이오.”
사대문에 방 붙이고, 옥 형리 불러 분부하되,
“네 골 옥수(獄囚)를 다 올리라!”
호령하니 죄인을 올리거늘 다 각각 문죄(問罪) 후에 무죄자 방송(放送)할새,
“저 계집은 무엇인다? ”
형리 여쭈오되,
“기생 월매 딸이온데, 관정(官庭)✽에 포악(暴惡)한 죄로 옥중에 있삽내다.”
“무슨 죈다? ”
형리 아뢰되,
“본관 사또 수청(守廳)으로 불렀더니, 수절(守節)이 정절(貞節)이라 수청 아니 들려 하고 관정에 포악한 춘향이로소이다.”
㉤어사또 분부하되,
“너만 년이 수절한다고 관정 포악하였으니 살기를 바랄쏘냐? 죽어 마땅하되 내 수청도 거역할까?”
춘향이 기가 막혀
[A][“내려오는 관장(官長)마다 개개이 명관이로구나. 수의사또 듣조시오. 층암절벽(層巖絶壁) 높은 바위 바람 분들 무너지며, 청송녹죽(靑松綠竹) 푸른 나무 눈이 온들 변하리까. 그런 분부 마옵시고 어서 바삐 죽여 주오.”]
하며,
“향단아, 서방님 어데 계신가 보아라. 어젯밤에 옥 문간에 오셨을 제 천만당부하였더니 어디를 가셨는지 나 죽는 줄 모르는가?”
어사또 분부하되,
ⓔ“얼굴 들어 나를 보라.”
하시니, 춘향이 고개를 들어 대상(臺上)✽을 살펴보니 걸객(乞客)으로 왔던 낭군 어사또로 뚜렷이 앉았구나. 반 웃음 반 울음에,
[B][“얼씨구나 좋을씨고. 어사 낭군 좋을씨고. 남원 읍내 추절 (秋節) 들어 떨어지게 되었더니 객사에 봄이 들어 이화 춘풍(李花春風) 날 살린다. 꿈이냐 생시냐, 꿈을 깰까 염려로다.”]
한참 이리 즐길 적에 춘향 모 들어와서 가없이 즐겨 하는 말을 어찌 다 설화(說話)하랴. 춘향의 높은 절개 광채 있게 되었으니 어찌 아니 좋을쏜가.
- 작자 미상, 「열녀 춘향 수절가」 -
✽차운: 남이 지은 시의 운자(韻字)를 따서 시를 지음, 또는 그런 방법.
✽추구권: 좋은 구절을 뽑아 적은 책권.
✽정체: 참된 본디의 형체.
✽공형: 조선 시대에, 각 고을의 세 구실아치. 호장, 이방, 수형리를 이름.
✽좌수: 조선 시대에, 지방의 자치 기구인 향청의 우두머리.
✽별감: 조선 시대에, 조사·감독 따위를 위하여 지방에 보내던 임시 벼슬.
✽실혼: 몹시 두려워 정신을 잃음.
✽인궤: 관아에서 쓰는 인(印)을 넣어 두던 상자.
✽과줄: 강정, 다식(茶食), 약과(藥果), 정과(正果)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용수: 싸리나 대오리로 만든 둥글고 긴 통. 술이나 장을 거르는 데 씀.
✽내아: 조선 시대에, 지방 관아에 있던 안채.
✽봉고파직: 어사나 감사가 못된 짓을 많이 한 고을의 원을 파면하고 관가의 창고를 봉하여 잠금.
✽관정: 예전에, 관가의 뜰을 이르던 말.
✽대상: 흙이나 돌 따위로 높이 쌓아 올려 사방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곳의 위.
39 윗글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운봉은 걸인을 박대하는 본관의 태도를 비판하였다.
② 걸인은 운봉에게만 자신의 정체를 알려 주려고 하였다.
③ 춘향 모는 어사또가 자신의 딸을 구해 주리라 믿고 있었다.
④ 춘향은 위기에 처한 자신의 곁에 서방이 없음을 한탄하였다.
⑤ 본관은 걸인이 지은 한시를 듣고 어사또가 곧 출도하리라 여겼다.
40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판소리나 판소리계 소설은 청자(독자)에게 정서적 긴장과 이완을 연속적으로 느끼게 하는 문학 장르이다. 창자(작가)는 청중을 긴장하게 만들어 작중 현실에 몰입하게 하는데, 창자는 이런 효과를 거두기 위해 박진감 넘치는 장면 전개, 앞으로 발생할 극적 장면의 암시, 갈등 해소의 의도적 지연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 반대로 작중 현실에 대해 청중이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긴장을 이완시키기도 한다. 창자는 긴장의 이완을 위해 언어유희, 인물의 희화화, 해학적 표현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
① ㉠에서는 ‘갈비’를 활용한 언어유희를 통해 청중의 긴장을 이완시키기도 하는군.
② ㉡에서는 어사또가 지은 글귀를 통해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암시함으로써 청중을 긴장하게 만드는군.
③ ㉢에서는 어사또의 출현 장면을 박진감 넘치게 전개함으로써 청중을 긴장하게 만드는군.
④ ㉣에서는 어사또의 출현에 당황해하는 관리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청중의 긴장을 이완시키기도 하는군.
⑤ ㉤에서는 어사또의 탐욕스러운 성격을 희화화함으로써 청중의 긴장을 이완시키기도 하는군.
41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에서는 반어를 통해 상대방의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② [B]에서는 영탄적 어조로 자신의 정서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③ [A]와 달리 [B]에서는 자문자답의 방식으로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
④ [B]와 달리 [A]에서는 설의적 표현으로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⑤ [A]와 [B] 모두에서는 비유적 표현을 활용하여 자신이 겪는 시련의 상황을 밝히고 있다.
42 ⓐ~ⓔ를 영화화하기 위해 고려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운봉이 잔치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므로, 좌중의 사람들에게 잘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을 하도록 해야겠어.
② ⓑ: 운봉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짐작하고 있으므로,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떨며 말을 해야겠어.
③ ⓒ: 본관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으므로, 평온한 표정을 짓고 소리를 높여 말해야겠어.
④ ⓓ: 어사또가 부하에게 명령하는 상황이므로,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또박또박 분명한 어조로 말해야겠어.
⑤ ⓔ: 어사또가 춘향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상황이므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해야겠어.
39 ④ 40 ⑤ 41 ③ 42 ③
고전 소설 [39~42]작자 미상, 「열녀 춘향 수절가」 (완판본)
해제
이 작품은 판소리계 소설로, 100여 종이 넘는 이본(異本)이 증명하듯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춘향과 이몽룡의 계급을 초월한 사랑이 사건의 중심을 이루지만, 이면에는 남녀 간의 자유연애 사상,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옹호, 탐관오리에 대한 저항 정신 등 조선 후기의 사회적 변화상이 담겨 있다. 이러한 주제 의식과 함께 춘향의 절개는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서 우리 민중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진다.
주제 신분을 초월한 남녀 간의 사랑 /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옹호 / 탐관오리에 대한 서민의 저항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퇴기 월매의 딸 성춘향이 백년가약을 맹세하고 사랑을 한다. 남원 부사가 임기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가자 두 사람은 이별한다. 새로 부임한 변 사또는 춘향에게 수청 들 것을 강요하지만, 춘향은 죽음을 무릅쓰고 이를 거절하다가 옥에 갇혀 죽을 지경에 이른다. 이때 이몽룡은 장원 급제하여 전라 어사가 되어 돌아온다. 변 사또의 생일잔치 때 어사또가 출도하여 변 사또를 봉고파직하고 춘향을 구한다. 어사또는 춘향을 데리고 상경하여 부부로서 부귀영화를 누린다.
39 _ 작품의 내용 파악 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서방이 없음을 한탄
춘향은 어사또가 수청을 요구하자 절망하며 어사또에게 죽여 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향단아 ~ 모르는가?’라고 말하며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도 자신의 곁을 지켜 주지 않는 서방님을 원망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본관의 태도를 비판
운봉은 걸인에게 자신의 갈비를 양보하지만, 걸인을 박대하는 본관을 비판하지는 않았다.
② 걸인은 운봉에게만 자신의 정체를 알려 주려고
걸인은 운봉이 준 갈비를 먹고, 또 운봉의 제안으로 한시도 짓지만 운봉에게만 자신의 정체를 알려 주려고 한 것은 아니다.
③ 어사또가 자신의 딸을 구해 주리라 믿고
춘향 모는 어사또가 춘향을 구해 주자 기뻐할 뿐이지, 어사또가 춘향을 구해 줄 것이라고 춘향 모가 믿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⑤ 어사또가 곧 출도하리라
본관은 자신에 대해 비판하는 걸인의 한시를 듣고도 ‘본관은 몰라보고’에서 알 수 있듯이 어사또의 출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40 _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답 ⑤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⑤ 인물의 희화화
‘희화화’는 어떤 인물의 외모나 성격, 또는 사건이 의도적으로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는 것이다. ㉤에서는 어사또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긴장감이 이완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은 갈등 해소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킴으로써 청중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언어유희
사람의 신체 부위인 갈비와 음식인 갈비를 활용하여 청중의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②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암시
어사또가 본관을 비난하는 의도를 담은 한시를 지음으로써 앞으로 어사또가 출도할 것이라는 사건을 암시하고 있다.
③ 박진감 넘치게 전개
사방에서 암행어사의 일행이 관아로 들이닥치는 장면을 박진감 넘치게 서술하여 청중의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④ 해학적 표현
어사또 일행을 피해 도망치는 수령들의 모습을 과장하여 묘사하는 해학적 표현으로 청중의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41 _ 서술상 특징 파악 답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③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달
‘꿈이냐 생시냐, 꿈을 깰까 염려로다.’에는 자문자답의 방식이 쓰였지만, 이는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이 꿈처럼 기쁘며 이런 기쁜 상황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반어
[A]에서 ‘내려오는 관장마다 개개이 명관이로구나.’는 반어적 표현으로 자신에게 수청을 들라는 어사또를 비난하기 위한 의도로 한 말이다.
② 영탄적 어조
[B]에서는 ‘좋을씨고.’, ‘염려로다.’ 등의 영탄적 어조로 자신의 기쁨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④ 설의적 표현
[A]에서는 ‘층암절벽 ~ 변하리까.’라는 설의적 표현으로 자신의 절개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B]에서는 화자의 의지를 강조하는 표현이 쓰이지 않았다.
⑤ 비유적 표현
[A]에서 춘향은 자신이 처한 시련의 상황을 ‘바람’, ‘눈’이라는 자연물에, [B]에서는 ‘추절’이라는 계절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42 _ 인물의 성격, 태도 파악 답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③ 평온한 표정
ⓒ에서 본관은 서술어에 어울리지 않는 주어를 사용할 정도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따라서 본관은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큰 소리
운봉이 잔치에 모인 사람들에게 제안하는 말이므로, 운봉은 좌중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말이 잘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을 했을 것이다.
② 다급한 표정
운봉은 어사또가 지은 시의 의도를 파악하고 어사또의 출현을 짐작하였으므로, 이 말을 할 때에는 벌벌 떨었을 것이다.
④ 근엄한 표정
어사또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부하에게 명령하는 상황이므로, 어사또는 근엄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⑤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어조
춘향을 속이던 어사또가 자신의 정체를 춘향에게 밝히는 장면이므로, 어사또는 미소를 띠며 부드러운 어조로 춘향에게 말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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