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시계가 잘못 울렸을 때
오, 주님!
집안에 시계가 많아질수록
시간 감각이 둔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잠들기 전에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맞춰놓았던 시계가
잘못 울려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시계를 보고 미리 울린 것을 알면
새벽잠을 좀 더 잘 수 있었는데 하는 투정을 합니다
벨 소리에 일어나야 하는 나약함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내 곁에 시계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가를 압니다
다섯 시에 일어나려고 했는데 잘못 맞춰놓아
네 시에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괜히 시계한테 짜증을 부릴 생각은 없습니다
도리어 여유가 생겼기에 잠깐 동안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를 드리고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몇 편의 시도 마음으로 읽어내릴 수 있으니
나에게는 행복한 시간이 마련된 것입니다
만약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울렸다면 어떻겠습니까?
자신을 원망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야단법석을 떨며 집을 나선다고 해도
이미 늦어벼렸을 것입니다
미리 준비하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오, 주님!
지나가 버린 시간에 미련을 갖기보다는
다가오는 시간에 소망을 갖게 해주시기를 원합니다
예정되었던 것이 잘못되었다고
그 끝이 늘 비극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삶은 가끔씩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때도 있습니다
언제ᄂᆞ 삶의 방향으로 인도해주시고
안내해주시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날마다 생각의 깊은 오솔길에서 기도하며
마음속에서 조용히 주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우리의 삶이 주님의 뜻을 이우러감으로
주님이 주시는 평안을 되찾게 해주시기을 원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위한 기도 / 용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