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둔산 늦가을에 선경의 그림자는 머물고
<분당사계절 2016년 가을 대둔산 특별산행>
― 지난여름의 유난했던 혹서가 쉽게 물러가지 않을 것처럼 앙탈을 부렸지만 계절의 윤회는 애꿎은 사연만 널어놓은 채 어김없이 사과 향기가 오감을 자극하는 가을이 오고 우리는 지겨운 어재를 털고 새로운 추억을 잉태하기 위하여 특별산행이라는 이름을 걸고 정원에 못 미치는 산행버스의 여유롭지 않은 의자에 몸을 맡기고 가을걷이가 끝난 추부평야를 가로질러 충청도 인심과 전라도 입맛이 마주치는 한국 8경의 한 자락 대둔산으로 달려간다.
◆ 산행개요
◯ 산행일시 : 2016년 11월 5일(토요일) 맑음
◯ 산 행 지 : 대둔산(大芚山 879m)
◯ 산행지역 : 전북 완주군 운주면, 충남 논산시 벌곡면, 금산군 진산면
◯ 산행코스 : 배티재 → 낙조대 → 낙조산장 → 대둔산 정상(마천대)→ 케이블카 승강장 → 구름다리 → 휴게소 → 공영주차장 ⇒ 약 10 km
◯ 산행시간 : 약 4시간 40분 (10 : 50 ~ 15 : 30)
◯ 산행회비 : 30,000원
◯ 산행참석 : 사랑이 죽 현 김철영 멧사랑 은하수 민들레 바 위 강송희 김흥복 엔 젤 수선화 라이선스 목 련 솔바위 일 장 주 아 계 룡 박 하 인동초 계 19 명
◯ 뒤 풀 이 : 천안시 병천면 순대마을 “고모네 순대”
▣ 대둔산(大芚山 879m)
전라북도 완주군과 충청남도 논산시, 금산군 경계에 걸쳐 있는 대둔산은‘호남의 금강산’이라고 불리며 최고봉인 마천대를 중심으로 천여 개의 바위봉우리가 6㎞에 걸쳐 이어져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며 봄철에는 엽록의 물결과 함께 진달래와 철쭉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암봉사이로 피어오르는 운무, 가을에는 기암절벽사이로 붉게 피어오르는 단풍, 겨울에는 단애에 내려앉은 설경 등 사계절 각기 다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장관을 이룬다. 이로 인해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에서 각각 도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대둔(大芚)이라는 명칭은‘인적이 드문 벽산 두메산골의 험준하고 큰 산봉우리"를 의미 하며 산림과 기암괴석들이 각기 아름다움과 위용을 자랑하며 늘어섰다. 대둔산 등산로는 완주 쪽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케이블카를 이용해 산을 오른다. 그러나 등산객이 선호하는 금산 쪽의 태고사를 거쳐 오는 낙조대 코스, 완주 쪽 용문골 코스, 논산 쪽 벌곡면 수락리 등산코스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누구나 한번쯤 오색단풍의 갈피 속에 소중한 한 해의 결실을 접어두고 싶은 생각이 난다. 봄부터 움트기 시작한 연녹색 잎사귀가 여름의 태양빛을 머금고 두꺼워진 녹색 옷으로 산천을 체색 하다가 가을이면 시한부 잎사귀의 운명을 불태우는 화려한 단풍의 축제가 시작된다. 가을이 와야 단풍이 들고 가을이 가면 단풍도 진다. 보고보고 싶은 사람들 때문에 영롱하게 물드는 단풍의 옆자리를 찾아 산풍이 머릿결을 흔들어 주는 오늘의 산행 기점 배티재광장에 내려 엔젤의 시범에 따라 산행준비체조로 몸을 푼다.
▣ 배티재(梨峙嶺)는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면 과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사이에 위치한 해발 349m의 고개로 임진왜란 때 경상도와 충청도를 휩쓴 왜군은 군량미의 현지 보급을 위하여 배티재를 넘어 호남평야로 진출하려고 할 때 권율장군의 결사항전으로 적을 섬멸한 이치대첩의 승전비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이치(梨峙)는 순우리말 '배티재'의 한자 이름이다.
― 10 : 50 시작부터 가파른 나무계단이 아득하게 늘어선 등산로를 따라 힘들게 걸음을 옮겨 딛는 인동초의 뒷모습을 한발 한발 따라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등걸을 식혀주고 대둔산 바위봉이 현란하게 조망되는 금남정맥 능선이더라.
― 힘겹게 올라선 능선에는 주빈의 자리를 지켜야 할 단풍은 만나보기 어렵고 대신 사시사철 푸른 잎사귀를 거느리고 조용히 도열해서 지나는 인간의 변화무상 심성을 원망스럽게 처다 보는 산죽의 울타리가 해발 700m를 가리키고 있다.
― 산행시작 2시간 남짓하여 대둔산의 명소 낙조대(落照臺)에 오른다.
▣ 낙조대(落照臺)는 대둔산의 빼 놓을 수 없는 절경으로 멀리 물러선 높고 낮은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이고 장렬하게 일몰 하는 석양의 모습은 범부의 불민한 과거를 반성하는 회한이 대자연의 신비 속에 녹아 흐른다. 그리고 또 고도를 초월하며 훤칠하게 피어오른 억새가 이 가을의 운치를 더해준다.
― 13 : 00 주인이 내다보지도 않는 낙조산장 넓은 마당에 넓게 자리를 깔고 않아 빈대떡과 어우러진 막걸리 사발을 돌리며 등산객의 조난과 휴식을 위하여 배려한 시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세월에 감사를 드린다.
― 여유로운 걸음으로 시공을 다스리며 산천의 빼어난 조화를 두루 갖추고 있는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느끼기 위하여 산행시작 3시간 만에 대둔산 최고봉인 마천대(摩天臺)에 올라섰다.
▣ 대둔산 정상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는 뜻으로 원효대사가 이름을 붙인 “摩天臺”다. 이곳에 70년대 완주군민이 직접 자제를 조달 운반하여 일체감으로 밀어붙여 세운 개발도상의 상징인 “開拓塔”이 산 높이를 더하고 앉아 있지만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왠지 자연경관의 순수함을 함몰시키며 오만하게 버티고 선 부자연스러운 존재인 것 같다. 마천대에 서면 가깝게는 진안 마이산, 멀리는 지리산 천왕봉 그리고 변산반도의 서해바다까지 한 손에 잡힐 듯이 펼쳐진다.
― 정상에서 100대 명산의 풍광을 가슴에 담고 오후 2시 하산 길에 접어들어 자연을 좀 더 접근하여 관찰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빚은 대둔산의 또 다른 명물? 삼선계단과 금강구름다리를 멀리서 바라보고 또 가까이서 걸어본다.
▣ 삼선계단은 대둔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36m 의 길이로 51도 급경사면에 가파른 철골 127 계단으로 설치된 명물이다. 급경사계단을 지나고 200m 정도 오르면 능선에 닿고 이곳에서 왼쪽으로 150m 지점에는 마천대요, 오른쪽 450m 거리에 용문골 삼거리가 있다.
▣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연결하는 높이 70m, 길이 50m의 금강구름다리는 대둔산 주봉을 올려다보며 걷는 움직이는 전망대요 내려다보면 만추의 오색단풍과 계곡을 메우고 있는 바위봉우리 울창한 수림이 선경을 이룬다. 금강구름다리를 건너면 약수정이 있고, 약수정에서 다시 왕관바위를 가는 삼선줄다리가 있다.
― 잔잔한 감동으로 5시간에 걸친 산행의 피로를 안고 굵은 돌바닥으로 포장된 하산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와서 교통체증을 염려한 선견지명에 현지뒤풀이를 피하고 확 터진 경부고속도로 전용차선을 달려 천안시 병촌면 아우내마을 고모네순대집에서 때를 잊은 별미로 입맛을 찾고 주말마다 얼굴을 마주하며 이심점심의 따뜻한 울타리로 엮어진 사계절 산우들의 2016년 가을 대둔산 특별산행은 주 아님의 주옥같은 글귀에 담겨진 또 다른 감동을 추억으로 접어 놓는다.
제 맛이 들기도 전에 서늘한 그림자가 길다.
익히 귀 속으로 쏟아지던 '대둔산' 숨소리
간절한 빛깔로 기쁨을 여는 당신의 서정시(抒情詩)를
오늘이 그리운 내가 듣는다.
씩씩하게 숲을 이룬 산죽(山竹)의 정갈한 향기
뭇 사람의 발길에 패인 흙의 상처는
갈 잎 앉은 돌멩이의 무던한 마음에 아물고
산 자락 골 진 그늘, 잎새 없는 긴 시대(時代)
바위에 조용히 앉아, 푸른 눈물 이끼로 살아
암반(岩盤) 틈새 비집고 산 소나무처럼
저승 문 바라 본 아픔, 조용히 삭히느라고
햇볕보다 강한 시름, 가슴 속에 흥건하다.
'낙조대'落照臺) 사방이 하늘이다.
일몰(日沒)의 고운 노을이 '낙조대'(落照臺)의 한 몫 인데
해는 중천에 있고
'...'
유(柔)하게 놀다 가시게
죽음도 꼿꼿한 하얀 억새가 바람을 흔든다.
오관(五官)을 쓰지 않고는 자연의 속내를 들을 수 없다.
눈으로 보니 소리가 들리고, 향기를 맡으니 온 몸에 숨이 열린다.
사람들의 탄성에 '흔들흔들' 몸을 흔드는 구름다리(금강)
암벽(岩壁)에 매달린 사다리(삼성계단)
자기를 알기 위해 더 높은 곳을 오르는 사람들이 단풍 같다.
※ 사진은 모두 http://cafe.daum.net/sinnanda4060 산행사진방에서 가져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