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정의 실천과 부정부패 방지 및 기업의 윤리경영 확립과 책임경영 정착을 위한
이미정 속기사님의 목소리가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011년 7․8월호 월간지에 게재되었기에
그 내용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경제정의 실천과 우리나라의 부정과 비리의 단절을 위해 우선적으로 일정규모 이상
기업의 이사회 회의록은 법률이 정한 방법으로 작성, 보관되도록 관련법의 제정이 시급함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1984년에 속기사사무소를 국내 최초로 개업하여 지금까지 여러
속기 업무를 수행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책임경영 부재 현상을 보게 되었고, 경제제도를
이용한 부당한 부의 축적, 정부정책을 악용한 투기, 사법계의 비리 등을 보면서 마음 한
편으로 가끔은 씁쓸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부정부패를 없애야 된다고 역설하시는 분들도
많고, 또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정작 그에 필요한
구체적인 실천이 없는 현실을 보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상법을 개정해야만 올바른 경제
정의가 실천되리라고 확신합니다.
1998년 IMF때 Workout 회의 속기업무를 하면서는 ‘10年 前에 우리나라가 흑자가
되어 경제구조조정자문회의의 회의를 할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었나?’ 라고 생각하며 며칠 동안 슬펐습니다.
그리고 부정부패 척결과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위해서 강의하시는 명사들의 강의내용도
맡아 속기업무를 할 때마다 제가 답답하고 또한 안타깝습니다. 왜냐 하면 제가 속기
업무를 30여년간 수행하면서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부정과 비리가 얼마나 많이
은폐되어 오는가를 생각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기록문화가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는 기록을 매개로
한 지식 및 각종 회의록의 전승에 의해 추동되어 왔으며,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화 창조와 전승을 중요시하던 우리 선조들은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삶의 결과물로 수많은 기록을 남겼으며 이를 후세에 전하기 위하여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일제 침략과 식민지 지배라는 암울한 역사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기록들은 인멸, 변조, 약탈, 은폐되는 불행을 맞으며 기록은 왜곡되면서 문헌의
사장이 가속화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록의 망실은 조선총독부의 부정적 측면을 은폐하기
위해서 중요 정책 문헌을 소각하면서 더욱 심해졌으며, 이런 관행은 해방 이후 정부행정
체제 내에서도 쉽게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사회 발전을 매개하는 기록의 생산․보존․공개․활용은 부정과 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무분별한 폐기행위에 묻혀 정부-국민 모두의 관심 밖으로 물러나 있는 지금 기록문화의
전반적 왜곡이 현재의 한국 현실을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각종 중요한 회의는 녹음으로만 보존되어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상장회사 이사회 회의록까지도 축약되어 이사들은 한 번 그냥 훑어보고 도장을 찍거나
아니면 그냥 실무자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져 이사들의 도장을 찍는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주주총회에 나가는 거래처들의 실무자들도 주총 회의록보다는 이사회 회의록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실무자들의 손에 의해서 그냥 만들어져서 이사들은
도장만 찍고 임기 채우고 막대한 퇴직금 받고 나가면 그에 따르는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겠습니까? 그래서 국가경제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중요한 경제적 행위의 모든
회의절차는 반드시 속기법에 의한 희의록을 남겨야 한다고 봅니다. ‘회의록만 있으면
되지, 왜 꼭 속기법에 의한 회의록을 남겨야만 하느냐?’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회의록만이라고 하면 회의록의 조작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외환은행과 론스타 사건의 부정이 8천억인데 회의록이 하나도 없다는 뉴스를
접하고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만약에 그 회의록을 속기사의 도장에 의한 회의록으로
남겼다면 아마 부정은 800억 정도로 줄어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혼자 해 봤습니다.
그래서 사유재산이 보호되고 올바른 환경, 질서, 신뢰, 규칙이 지켜지면서 서민의 경제적
부가 증대되고 부정부패와 투기를 통한 부의 축적을 배격하고 정당한 경제정의 실천을
구현하고, 우리나라의 부정과 비리의 은폐를 막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말씀드린 상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국가경제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모든 경제적 행위(상장회사 이사회,
회사의 합병, 기업매각, 기업분할, 주식매수선택권 등)의 모든 회의 내용은 속기법에
의해 작성되어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는 등의 상법 개정이 있어야 시장경제의 결함과
불공정이 시정되며, 나아가 청렴한 국가와 사회의 건설, 그리고 윤리경영․투명경영․
주주 중시경영이 더욱 확실해질 것입니다.
단, 한 가지 ‘그러면 속기사들의 일만 늘려주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
겠지만 조그마한 속기비용으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부정과 비리를 막는다고 생각하시면
그런 생각이 없어질 것입니다. 한편으로 우려하는 점들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첫째는 공공기관에서도 기록을 남기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사기업에게 기록을 남기게끔
하겠느냐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영업내용을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하기
꺼려한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불경기 속에서 속기요금의 지출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이 사항들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공무원들을 설득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울 것은 누구나 공감하실 것이고, 꼭 공공기관부터 기록하게 하기
이전에 사기업이 먼저 당당하게 기록하는 것을 실천한다면 오히려 역으로 국민들이 공공
기관에게 기록하는 것을 요구하기가 더 편하고, 당당하며 또한 기록문화를 확립하는 노력이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속기록을 작성하면 그것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비치해 두었다
점검사항이나 쟁점사항이 생길 때 열람하면 되는 것이고, 또한 법적인 문제점 등이 발생
했을 때 열람하거나 제출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불경기일수록 기록을 남기는 등
회사 경영 전반에 있어 모든 면을 더 확실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가 기업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리고 기업체의 접대비용이나 회식비, 기타 영업외비용들을 생각
하면 속기요금은 조족지혈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항도 상법에 삽입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Workout 기업이나,
법정관리 기업, 화의업체들에게는 이 기록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수도 있겠고요.
그리고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이든 간에 국가적 기밀사항이나 경쟁사 등 대비해서 절대로
공개해서는 안 되는 비밀사항들이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그럴 때에는 Off the recording
으로 해서 기록에 남기지 않으면 됩니다.
더불어 이러한 상법 개정과 동시에 속기사법이 입법화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속기사들의
활동은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1급 속기사 자격증을 따자마자 속기업무의 경험도
없이 개인사무소를 개설하는가 하면 3급 속기사 자격증을 가지고도 속기업무를 버젓이 수행
하는 사람(3급은 속기사가 아닙니다)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격증 딴 지 몇 年 안 되는
속기사들은 모든 용어를 다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래서 공인속기사 제도를 두어 1, 2급 자격증을 취득하여 속기업무에 종사한 지 최소한
10년이나 15년 이상 된 속기사들이 국가경제나 국민경제에 미칠 수 있는 경제적 행위의
중요한 회의록 작성 업무를 담당하도록 해야만 속기록에 대한 믿음을 확립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과 기록 관리체제의 구축을
위한 상법 개정과 함께, 아울러 연구자들에게는 풍부한 기록을 토대로 인문․사회 과학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모든 정보의 공시와 공유를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민주시민으로서의 자기인식을 도모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저는
감히 자부합니다.
- 위 내용은 경실련에 넘긴 원고자료입니다.
아마 속기사들에게 국가 차원의 일자리 창출에 많은 기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