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증원 관련하여 의정갈등이 3개월이나 지속되고 있다. 그제 사법부가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원만하게 해결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누가 옳고 그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약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옳다고 본다. 그 이유는 환자의 입장이 되어 병원에 가 보면 피부로 느낀다. 동네 병원만 가도 진료 대기 시간이 30분은 기본이고 병원을 옮길 때마다 X-Ray 촬영 및 검진을 다시 해야 한다.
큰 병원으로 가고 싶을 때에는 반드시 작은 병원의 의사 소견서를 발급받아야 가능하고 진료비도 부르는 것이 금이고 땡전 한푼 깎아 주지 않는다. 환자가 궁금한 것이 있어 물어보면 말이 많다고 타박을 주거나 심한 경우에는 의사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신경질을 낸다. 그래서 난 병원에는 진짜 가기 싫어한다.
1년에 한두번 정도 감기 몸살이나 치통으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의료 보험료는 한달에 21만원을 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의료보험제도도 못마땅하다. 하지만 약자의 서러움인지라 내가 원하는 것을 의사나 정부에 어필하여 바꿀 수도 없다. 그래서 나도 의사가 되어 보기로 해서 글을 써 본다.
작년까지는 큰 병은 아니지만 몸관리를 잘못하여 1년에 몇번 정도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주로 감기 몸살, 치통, 대상포진 증상이였고 이는 운동을 너무 무리하게 해서 온다는 것을 작년 연말쯤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금년에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1년 365일 아프지 않고 병원에도 가지 않는 한해를 보내는 것으로 결심을 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런 생각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많이 들어 왔던 "병주고 약준다" 는 말의 참뜻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 말의 뜻은 해를 끼친 후에 달래준다는 뜻으로 나를 두고 한 말이였다. 즉, 스스로 화를 좌초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를 보면 감기 몸살, 치통, 대상포진 등의 불청객들은 내가 불러들인 것이다.
이 불청객들은 항상 운동으로 인해 찾아 오는데 사전에 신호를 주는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강행하여 일어난 것이다. 똑같은 신호를 주는데도 그 신호의 뜻을 알지 못하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2주 전에 색다른 불청객이 나타났다. 그날도 운동을 끝내고 샤워를 한 후 거울을 쳐다보니 왼쪽 눈이 심하게 충혈되어 있었다.
운동으로 피로가 누적이 되어 쉬어라는 뜻인가 싶어 강도를 약간 줄이고 잠도 푹 잤더니 며칠 뒤에 사라졌다. 그리고 1주일 후 또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불청객이 찾아 오면 항상 집사람에게 신고한다. 그 이유는 나보다 더 자주 더 다양한 불청객을 맞이해 의사 대신에 진단받는 절차이다.
집사람은 무조건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알았다고 했지만 그 다음날 일어나면 나도 모르게 또 운동을 한다. 두번째 눈이 충혈이 되었을 때는 자기 전에 집사람이 몇번이나 내일 운동하지 마세요 라고 했고 나도 정말 하지 않을 거라고 맹세를 했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오늘은 푹 자야지 하고 저녁 7시에 취침에 들어가 내일 아침 7시에 일어나야지 하고 잠을 잤다.
충분히 잤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 보니 새벽 1시였다. 평상시에도 기상시간이 그 시간대이다 보니 눈이 저절로 떠졌고 그때부터 새벽루틴을 행했다. 책을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왜? 눈이 충혈되었을까?? 그것도 두 번씩이나??? 하는 질문과 동시에 뇌에서 답을 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근력운동을 너무 심하게 해서 온 것이라고 했다.
9개월 전에 책을 보다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유산소 운동보다 근력운동에 치중해야 한다고 해서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렇다고 해서 유산소 운동은 줄이지 않고 아령, 완력기, 팔굽혀 펴기 등 상체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근력운동을 추가했다. 아령 운동은 매일하고 완력기는 2~3일에 한번 정도, 팔굽혀 펴기는 주말에 2번 정도를 지속했다.
하다가 보니 몸이 너무 부대 끼여 아령과 완력기는 포기하고 팔굽혀 펴기만 꾸준히 했다. 처음 팔굽혀 펴기를 했을 때는 5회밖에 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5회=>10회=>20회=>30회=>40회=>50회=>60회까지 늘어났다. 5회에서 60회를 하는데 약 9개월이 걸렸지만 1주일 2번만 하기 때문에 일수로 보면 90일 정도 한 셈이다.
1년내에 100회 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기에 5/5일(일)은 운동을 끝내고 90회를 하고 5/15일(수)도 공휴일이라 또 80회를 했다. 여기서의 횟수는 한번도 쉬지않고 논스톱으로 하는 횟수를 말한다. 운동의 정석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하는 내가 이런 짓거리를 하는데 어찌 몸이 배기겠는가?
용을 쓰면서 깡으로 하다가 보니 혈액이 시신경으로 집중되어 충혈이 되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가끔 찾아 오는 불청객이지만 머리에 종기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도 러닝의 강도를 올려 심장에서 혈액이 강하게 펌핑되어 머리에 열이 올라 발생한 것이다. 모든 일이 다 그러하듯 원인없는 결과는 없는 것이다.
단지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찾지 못할 뿐이다. 원인을 빨리 찾지 못하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거나 덜 답답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모든 병은 자신이 만들고 키운다. 조금만 신경 써서 덜 무리하고 설사 불청객이 찾아와도 병원이 없다고 생각하고 원인을 찾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면 해답이 떠 오른다. 즉, 궁하면 통하고 통하면 셀프 닥터가 되는 것이다.
셀프 닥터의 수가 많아져야 환자들이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그때까지 아파서 병원가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몸이 주는 반응에 귀를 기울여 우리 모두가 셀프 닥터 능력을 키워 가야 한다. 지금 의정갈등에서 의사 집단들이 보여주는행태를 보면 셀프 닥터가 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