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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을 이용해 ' 사문리(수궁펜션) → 뫼악동 → 북바위산 정상 → 목조계단 → 신선대 → 너럭바위 → 북바위 → 물레방아 휴게소'의 6.3km 구간을 5시간 동안 탐방할 예정이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반대로 진행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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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바위산
높이: 772m
위치: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북바위산은, 월악산 국립공원 내 월악산에서 남쪽 만수봉까지 이어지는 암릉 서쪽에 있는 송계계곡 중간쯤인, 팔랑소에서 서쪽으로 솟아있는 산으로 비록 높지는 않으나 기암절벽을 거느리고 있어 아기자기한 스릴을 느끼면서 산행할 수 있는 산이다.
북바위산이라는 이름은 지릅재에서 북쪽에 위치한 바위산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주민들에 의하면 이 산자락에 타악기인 북(鼓)을 닮은 거대한 기암이 있어 북바위산이라 한다고 한다.
이 산의 특징은 송계계곡으로 이어지는 능선 남면이 온통 바위 암반으로 슬랩을 형성하고 있으며 아름드리 적송들이 등산로를 에워싸고 있어 그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 한국의 산하
이번 수요일에 탐방하는 월악산 국립공원 북바위산은, 2018년 한참 대중교통을 이용해 충청도 산을 찾아 돌아다닐 때, 산행 계획을 세웠다. 물론 당시는 안내산악회라는 게 있다는 것만 알았지, 실체를 몰라, 전국의 모든 산을 대중교통으로 다닐 계획을 세웠고, 다녔다. 당시 충청 산행은 아홉 번째로 천안 광덕산을 다녀온 이후 나머지는 2019년에 실행하기로 했다가, 안내산악회의 실체를 파악하고, 개인적으로는 천고지, 인기 명산, 백두대간 산행에 몰두하고, 와중에 코로나까지 겹쳐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목표한 산행의 90% 이상을 달성하고 나자, 갈만한 산이 없어 예전에 계획했던 산을 다시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마약 같은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비록 안내산악회를 이용한다고 하나, 이미 웬만한 산은 오른 후라, 남은 산은 높아야 해발 800m, 코스 길이 9km가 못 되는 동네 뒷산 수준의 산이다. 비슷한 상황으로 까만 소 또한 100 명산 인증에 신규 인증자 유입이 거의 없어, 기존 인증자를 위해 새롭게 100을 추가해 100+라는 새로운 인증을 만들었다. 이 역시, 기존 100에 거의 모든 명산이 들어 있어, 100+는 앞에서 언급한 동네 뒷산 수준이다. 물론 개중에는 왜 이제야 명산에 이름을 올렸는지 궁금한 산도 있으나, 높이나 코스의 길이는 다른 100+과 다름없다. 까만 소도 딜레마인 게 인증자의 신규 유입이 없는 이상, 계속해서 100++, 100+++ 등의 인증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 한번 오르고 나면, 등산객이 다시 찾는 산도 철마다 행락객이 찾는 산과 같다. 봄 철쭉, 여름 계곡, 가을 단풍, 겨울 눈꽃 등. 그런데, 이게 거의 국립공원이지만!
높아야 800m, 길어야 7~8km에 불과해 3시간이면 인증할 수 있는 산에 오르기 위해 안내산악회에 회비를 내고 다니는 건 소비자인 등산객, 즉 인증자로서는 가성비가 나쁜 산행이다. 물론 대중교통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의 비용이지만. 해서 안내산악회는 가까운 두 산을 묶어 1일 2산 인증이라는 상품을 내놓았다. 인증이 중요한 목적이라, 최단 코스로 계획하고 다음 산으로 넘어가는 걸 나 같은 인간은 참지 못한다. 해서, 짧은 산행을 마치고, 동네 맛집을 찾아다니는 인솔 대장을 따라다니는 걸 좋아하나, 그런 산행은 늘 있는 게 아니다. 평소 높이 900m 이상, 코스 길이 15km 내외의 산을 매주 다니다가, 그 절반 수준의 산행을 하다 보니, 부족함을 느껴, 그 해결책으로 선택한 게 주중에 비슷한 산을 한 번 더 가는 거다. 산행 간에는 최소 이틀 이상의 날짜 간격을 두고.
그 첫 시도로 수요일에 문경 도장산에 가기 위해 산악회에 신청했는데, 산행 나흘 전에 신청자 저조라는 이유로 산행을 연기한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원의 반이 성원으로, 그 원칙이 지켜졌는데, 코로나 통제가 해제되고 난 후, 원칙이 무시되고 있는 것에 분개를 느끼는 중이다. 하지만, 행락객이 몰려, 부족한 버스와 기사 때문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휴일에 비해 행락객이 적은 평일에도 그런 걸 보면, 성원의 기준이 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8인승 기준 몇 명이 성원일까? 연기 문자 당시 신청자가 16명이었으니, 16명은 넘는 거 같고, 설마 20명은 아니겠지? 어쨌든 평일 산행을 진행하는 거의 유일한 안내산악회인 같은 산악회에서 대안을 찾았으나, 없다. 평일임에도 8곳의 목적지로 버스가 출발하나, 이미 다 다녀온 곳이거나, 둘레길, 섬 산행이다. 둘레길과 섬 산행은 더 나이가 들면 가려고 아껴두고 있는 거라, 애초 고려 대상이 아니다.
주중 산행은 포기할까 하다가, 계획한 건 시도해야 직성이 풀려, 산악회를 버리고 대중교통으로 가기로 하자, 제일 먼저 떠오른 산이 월악산 국립공원 내의 북바위산이다. 물론 천고지도 있으나, 산불통제 기간이라 입산 금지다. 국립공원은 다른 산과 달리 시작일이 11월 15일부터다. 그리고 지난 백두대간 '작은 차갓재~하늘재' 구간[산행기], '조령 3관문~하늘재' 구간[산행기] 연결 산행 과정에서 대중교통으로 생각보다 쉽게 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와중에 교통비도 산악회보다 싸다. 무엇보다 2018년 산행 계획을 세울 때 북바위산의 소개에 강한 인상을 받아 계속 기회를 보고 있었다. 해서 한 안내산악회가 산행 계획을 공지했을 때 신청하기도 했었다. 물론 성원 미달로 가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다. 비록 국립공원 내에 있는 산이나, 명산 인증 기관 어디에도 선택받지 못해 인증꾼이 찾지 않아, 안내산악회도 관심이 없어 대중교통이 아니면 답이 없는 산 중 하나다. 그리고 코스가 짧아 산행 후 당일 저녁 친구의 밴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북바위산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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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바위산의 들머리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인 사문리 수궁펜션으로 가는 버스가 충주 터미널 앞 하이마트 정류장에서 10시에 있고, 동서울에서 충주까지 1시간 40분이 걸려, 동서울발 8시 버스를 타면 유연하게 연결할 수 있다. 해서 하루 전 8시 버스를 예매하고, 다른 산행 때보다 한 시간 늦게 기상해 아침을 먹은 후 배낭을 둘러메고, 6시 50분경 집을 나섰다. 그리고 6시 53분에 도착한 마을버스로 불광역으로 가, 열차로 7시 49분에 강변역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8시 충주행 버스를 타고, 자리에 여유가 있어 당연히 옆자리가 빌 거라 믿고 배낭을 옆자리에 뒀는데, 한 승객이 오더니, 옆자리를 가리킨다. 해서 배낭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쪽 자리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승객이 정원의 절반도 안 돼 비어 있는 나란한 두 자리가 몇 있음에도 굳이 다른 승객 옆자리를 선택한 심리가 뭘까? 혹시 미모의 여성을 바라고?
8시 정각 동서울터미널을 떠난, 버스가 서울 벗어나기 위해 버둥대나, 쉽지 않다. 만약 여기서 이대로 지체해 10시 이후에 충주에 도착한다면 낭패다. 해서 어제 예약할 때 30분 이른 7시 30분 차로 할까 잠깐 고민했는데, 한번 믿어보기로 하고 8시 차를 예매했다. 그런데 버스가 구리를 벗어나자, 제 속도를 넘어, 지체를 만회라도 하듯이 빠르게 달려, 예정보다 2분 늦은, 9시 42분에 충주 공용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화장실에 볼일을 보고, 정문으로 나갔는데, 하이마트가 보이지 않아 주변을 둘러보니, 터미널 건물에 롯데마트가 있다. 분명 어제 확인한 지도에 의하면 터미널 건너편 하이마트 정류장에서 타야 하는데, 무언가 잘못됐다. 해서 핸드폰의 지도로 하이마트를 찾아보니, 터미널 앞이 아니라, 왼쪽 옆이다.
도로를 건너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운행 상황판을 보니, 245번이 없다. 혹시 다른 정류장인가 해서 건너편을 보니, 여기가 맞다. 그래서 창에 붙은 차량 노선도에서 찾아보니, 분명 245번이 있다. 다시 상황판 앞으로 가 지켜보고 있자, 9시 56분에 갑자기 245번이 나타났다. 대기 시간 3분! 안심했다. 그리고 10시가 되기 전 버스가 도착하자, 정류장에서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 노인네들이 다 일어나 그 버스에 탄다. 다 타기를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차에 타고, 뒤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옆자리에 배낭을 벗어 뒀는데, 버스가 충주를 벗어날 때까지 계속 노인네들이 타는 바람에 옆자리에 뒀던 배낭을 치워야 했다. 그리고 버스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동시에 패드로 도착지 알람까지 가동했다. 지도의 정류장명과 안내의 정류장명이 다른 경우가 많아,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내려야 할 곳 두세 정류장 전부터 눈은 지도에서 차량의 움직임을 귀는 안내방송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번 정류장은 ‘북바위산 입구, 수궁펜션’이라는 안내에 이어, 다음 정류장은 ‘뫼악동 탐방센터’라는 안내가 나온다. 응? 그럼 이번이 아니라 다음에 내려야 한다. 분명 어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뫼약동에서는 버스가 정차하지 않는다. 잠깐 고민하다가, 일단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하고 북바위산 입구라는 수궁펜션 앞에서 내렸다. 그리고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고, 등산화 끈을 제대로 맨 다음, 미니 스패츠를 착용하는 거로 등산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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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준비를 마치고, 도로를 따라 위로 올라갔다. 수궁펜션에서 북바위산 입구까지는 1km가량 된다. 물론 거리 계산 때 고려했다. 그리고 수궁펜션을 떠나며, 고도를 확인했는데, 378m다. 북바위산 정상이 772m니, 고도 390m가량만 올리면 된다.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도로를 따라 입구로 향하는데, '뫼악'이라는 버스정류장이 나타났다.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온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탐방센터는 없다. 좀 털어진 곳에 있으려니 하고 계속 올라가자, 저 앞으로 '북바위산 탐방로(뫼악동 입구)'라고 크게 쓴 글이 보인다. 해서 그 앞 건물이 탐방센턴가 보니, 카페라, 탐방센터를 찾다가, 놀라운 걸 발견했다. 버스 정류장 표지판이다! 수궁펜션에서 여기까지 정류장이 두 개 더 있다. 북바위산에 가려면 여기서 내리면 된다. 왜? 지도에는 버스 정류장이 없을까? 그리고 버스 안내방송은 분명 수궁펜션 다음이 탐방센터라고 했는데, 내가 아는 한 이 구간에서 탐방센터는 마패봉 입구에 있다. 그럼 이 두 정류장은 폐쇄되고, 내가 마패를 뫼악이라 잘못 들은 건가?
어쨌든 10시 58분에 수궁펜션 정류장에서 떠나, 11시 11분에 북바위산 입구에 도착해, 본격적인 산행이라 여기고, 입구를 통과했다. 그런데, 비록 급경사라 갈지자를 그리고 있으나, 등산로가 아니라, 시멘트 포장 임도다. 11시 18분에 북바위산에서 1.5km 거리의 이정표를 지나, 11시 26분에 임도 정상에 도착했다. 북바위산까지 남은 거리는 1km. 남은 구간의 등산로 상태를 알 수 없으나, 이대로 간다면, 정상까지 한 시간도 안 걸린다. 그런데 국립공원의 코스 소개를 보면, 입구에서 정상까지 1.9km에 1시간 30분의 소요 시간을 책정했다. 남은 1km가, 꽤 힘들다는 얘기일 수 있어, 입구와 임도 정상의 고도차를 확인해 보니, 110m고, 임도 정상에서 북바위산 정상까지는 230m가량이다. 고로 남은 고도차가 올라온 고도차의 2배가 넘는다. 거기다 임도가 끝나고 진정한 등산로 입구는 여기서부터라, 당연히 체력은 그 이상을 요구할 거다. 물론 수궁펜션부터 계산하면, 큰 차이가 없지만.
임도 정상에서 진행 방향 왼쪽으로 나무계단으로 약간 내려가면서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계단을 내려가면, 왼쪽으로 꽤 넓은 평지가 나오고, 현재 사람이 거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비닐하우스와 창고로 보이는 컨테이너도 보인다. 그리고 서너 개의 테이블이 있는 평상이 있는 거로 봐서 간이 식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폐쇄된 거로 보이는 두 개의 버스정류장, 그리고 본격적인 산행 전 또는 후에 간단히 막걸리 한잔할 수 있는 간이 식당이 있다는 건 이 구간이 과거에는 꽤 인기 있는 산행지였는데, 인증처로 선택받지 못해 등산객에게 버림받은 건가? 그럼 인증이라는 게 도입되면서 산이 차별받고 있다는 건데!
등산로는 등산객이 많이 찾지 않는 전형적인 한국산의 길 모습이다. 낙엽 쌓인 급경사에 다만, 국립공원 홈페이지의 이 구간 소개에 '뫼악동 ~ 북바위산 코스는 화강암의 풍화로 만들어낸 멋진 지형과 소나무의 질긴 생명력이 어우러져 신비롭고 멋진 절경이 있는 곳이다.'라는 내용이 보여주듯 거의 정상까지 서로 뒤엉킨 소나무 뿌리가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모습 또한 한국산에서는 흔한 거 아닌가? 이게 이 구간의 자랑거리로 언급될 정도면 정말 볼 게 없다는 거다. 소나무 뿌리를 나무계단처럼 밟고 위로 올라, 11시 42분에 해발 654m, 정상까지 남은 거리 500m인 이정표에 도착했다. 16분이 걸려, 수직으로는 123m, 수평으로는 500m를 왔다. 남은 구간도 비슷한 높이와 거리다. 그럼 소요 시간도 비슷하다고 계산하면, 정상까지, 수궁펜션부터는 정확히 1시간, 등산로 입구에서부터는 47분이 걸린다. 국립공원 기준 반 정도다.
앙상하나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정상으로 보이는 쌍봉을 감상하며, 올라, 11시 49분에 철계단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정표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인공물을 만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바위 능선의 시작이다. 그 암릉을 따라 조금 올라가자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벌써? 확인해 보니, 북바위산이다. 그런데 정상이라 생각되는 곳에 정상석도 표지도 아무것도 없다. 여기가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라, 계속 가자, 정상까지 0.1km 거리라는 이정표가 있다. 등산 앱이 미쳤나? 생각하며 계속 가는데, 다시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등산 앱이 오락가락하는 거로 생각했는데, 1분 후 정상석이 있는 정상에 도착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올라오면서 봤던 쌍봉의 높이가 같아, 그 각각에 북바위산이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등산 앱 기준 봉우리로 설정해, 1분 간격으로 두 번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준 거 같다.
정상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정상석이 가운데 있고, 전면 마패봉 방향으로 전망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이정표에는 무선 충전기가 달려있다. 주변 상황 파악이 끝나고, 먼저 정상석을 사진으로 남기고, 전망대로 가 배낭을 벗어 한쪽에 두고, 포암산과 백두대간, 마패봉, 그리고 신선봉으로 보이는 봉우리를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정상석으로 돌아가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아쉬운 게 있다면, 역광에 더해 미세먼지 때문에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길 수 없었다는 거. 일단 남길 건 다 남기고, 배낭을 놓아둔 전망대로 돌아가,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컵 용기에 뜨거운 물을 붓고, 물이 남은 보온병에는 마른 우엉을 넣어, 우엉차를 만든 후 라면이 뜨거운 물에 부는 동안, 전망대 밑으로 내려가, 올라온 능선을 비롯해 전망대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불은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모든 흔적을 깨끗이 정리한 후 12시 27분에 정상을 떠났다. 북바위산 정상에서 물레방아 휴게소까지의 거리는 3km, 월악산 국립공원에서는 소요 시간을 2시간 30분으로 책정했다. 물론 등산 기준! 비록 등산이라고 해도 3km에 2시간 30분이라면 상상외로 힘든 구간이라는 얘기다. 하산하며 상태를 보면 알겠지만. 먼저 정상에서 급경사 데크 계단으로 하산하는데, 계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나무의 상태로 봐서는 만든 지 꽤 오래돼, 부러지지 않을까 약간 걱정될 정도다. 정비를 해야 할 시점이 지나 보였으나, 찾는 등산객이 없으니, 국립공원에서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구간에 관한 국립공원의 소개를 보면 암릉 곳곳에 밧줄을 설치했다고 되어 있으나, 밧줄은 보이지 않고, 다 데크 계단이다. 고로 산행의 재미가 없다.
계단을 내려가며 진행 방향을 바라보니, 소나무 가지 사이로 암봉과 암릉이 보인다. 본격적인 암릉 산행은 저 봉우리부터인 거 같아, 기대에 부풀었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 소나무 가지가 가리는 부분이 사라지자 암봉 왼쪽으로 월악산 영봉과 중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끔 뒤로 돌아 울창한 숲에 가린 조금 전까지 있었던 북바위산 정상의 모습을 감상하기도 하며, 제대로 된 암릉 산행을 기대하며 암봉을 향해 갔다. 가능하면 우회로가 아니라 암릉을 즐기며 가, 12시 51분에 철책으로 안전망을 두른 바위 전망대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철책을 넘어, 더 높은 바위에 올라, 지나온 방향에서 처음으로 북바위산의 정상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도 나뭇가지의 방해를 받았지만. 그런데 이 산의 주 능선이 남북으로 이어져 있어, 역광은 피할 수 없는 구조라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사진의 대상이 될 만한 절경은 월악산을 제외하면 다 남쪽이다.
악착같이 북바위산 정상 쌍봉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위험한 바위에 올라가거나, 숲을 뚫고 들어가기도 했으니, 나뭇가지에 가린 모습만을 사진으로 남겼는데, 암봉에 가까워질수록 그런 노력 없이 쌍봉 그 자체만을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고로 쓸데없는 위험을 자초한 거다. 그렇다고 다음 산행지도 비슷할 거로 생각하고,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정상 사진 하나 없는 산행이 될 확률이 높다. 어쨌든 어느 순간부터 등산로에서 흙을 구경하기 힘든 완전한 바위 능선으로 바뀌어 바위를 타고 오르내리는 재미를 만끽했다. 덕분에 다른 하산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렇다고 국립공원에서 책정한 2시 30분이나 걸린 건 아니고. 그렇게 암릉을 따라 월악산 방향으로 나가자, 역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월악산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사진으로도 남겼다.
왼쪽으로 골뫼골을 사이에 두고 우뚝 서 있는 용마산을 감상하고, 그 아래 덕주골 식당가의 모습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며 내려가다가 우연히 고개를 돌려보고 깜짝 놀랐다. 수직 암벽이다. 이거야말로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 그런데, 그 암벽의 전모를 찍는 게 쉽지 않다. 와중에 햇살까지 방해다. 전모를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계속 뒤를 돌아보며 하산하다가, 저 직벽도 이름이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국립공원 북바위산 소개에서 본 글이 떠올랐다. 북바위다! 그 북이, 베를 짤 때 사용하는 북과 악기 북으로 의견이 갈리나, 내가 보기에는 전자다, 전자를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 "북"이라는 단어에서 악기를 떠올렸을 거다. 어쨌든 그래서 이 산의 이름이 북바위산이다. 북바위의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볼 게 북바위만 있는 게 아니라, 오른쪽의 마패봉도 물론 찍었다. 그렇게 가자, 이정표가 보인다. 물레방아까지 남은 거리는 0.7km! 다 내려왔다.
아주 당연히 날머리인 물레방아에 다가갈수록 월악산이 가까워져 영봉과 중봉, 하봉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다. 당연히 그것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나무를 땅에 박은 계단으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보이는 건 잎을 떨어트려 앙상하나, 시야를 방해할 정도로 울창한 숲이라, 조망이랄 게 없어, 하산주를 위해 빠른 속도로 식당을 향해 갔다. 계획은 물레방아 휴게소에 2시 55분경 출발하는 충주행 버스와 하산주 50분을 고려한 2시까지 식당에 도착할 생각이었다. 그런 계획을 세우고 산을 내려가, 1시 41분에 물레방아에서 0.4km 떨어진 이정표를 통과하고, 1시 47분에 물레방아 휴게소가 있는 도로에 도착해 사실상의 북바위산행을 마감했다. 수궁펜션 앞에서 10시 58분에 출발해, 13시 47분에 휴게소에 도착했으니, 산행에 총 2시간 49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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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끝났으나, 그렇다고 바로 식당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먼저 월악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다리로 가, 송계계곡을 감상하고, 동영상으로 남긴 후 다시 도로를 건너, 장사하는지 몰라, 초조한 심정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다행히 식당 유리문에는 '영업 중'이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일단 안심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주인장 혼자 앉아 있다가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해서 영업 중인지 물어보니, 장사한단다. 배낭을 한쪽 의자에 내려놓고 차림표를 보니, 송어와 염소가 눈에 띄어, 송어를 언급하자, 지금은 송어가 없다고 해, 염소탕을 주문했다. 그러자 주인장이 주방으로 가더니, 바로 돌아와 오늘은 준비가 안 돼, 영업을 못 하다는 안주인이 말을 전해준다. 뭐 예상했던 바라 놀랍지도 않아, 그럼 다른 식당은 없는지 물었다. 그러자, 여기서 700m 정도만 내려가면 덕주골 식당가라고 알려준다. 덕주골? 미옥, 낙진과 처음 월악산에 왔을 때 하산주를 마셨던 곳인데?! 해서 이 글을 쓰며 당시의 산행기를 보니, 2018년에는 덕주골에서 동서울로 바로 가는 시외버스도 있었다[산행기]!!!
식당을 나와 송계계곡을 따라 난 도로로 덕주골로 향하는데, 저 앞에 성이 보인다. 분명 산성은 덕주사 부근에 있었는데, 그럼 이건 외성이고 그건 내성인가? 산성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하사주를 위해 식당가로 가자, 계곡 건너편에 바위 절경이 보이고, 그 앞에 안내문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망폭대라고 송계팔경 중 7경이다. 안내문에 의하면 망폭대 이름의 유래는 밝혀진 게 없으나, 정상에서 송계팔경이 한눈에 보여 폭포를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추측한단다. 望瀑臺란 얘기로, 생긴 거와는 상관없다. 그런데 전망대가 8경 중 7경이라는 게 말이 되나? 분명 다른 의미가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며 유유자적 덕주골로 향해 2시 8분에 식당가에 도착했다. 어느 식당으로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덕주사 갈림에 있는 덕주골산장으로 들어갔다. 내부가 보이지는 않으나, 식사 중인 손님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는데, 한두 명의 목소리가 아니다. 고로 영업 중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고, 평일 점심시간에 꽤 많은 관광객이 있다는 건 맛집이라는 얘기라,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식당으로 들어가, 하산주도 중요하나, 버스가 더 중요해 문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안주로 더덕구이를 주문하고, 생각지도 못한 빨갱이가 보여 그것도 같이 주문했다. 그리고 더덕구이가 나올 때까지 콩을 안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빨갱이 하산주를 마셨다. 그리고 더덕이 나왔다. 직접 구워 먹어야 하고, 예상대로 양이 많다. 그런데도 빨갱이 한 병 반과 거의 다 먹었다는 것에 스스로가 놀랐다. 배가 아주 고팠나? 양이 늘었나?
산행 계획을 세울 때 귀가 방법과 시간도 최우선 고려사항 중 하나라 이미 파악하고 왔으나, 그래도 현장과 인터넷은 다른 게 많아, 식당에 자리 잡고 앉아 한숨 돌린 후 주인장에게 버스 시간을 물었다. 알아봐 주겠다며, 계산대로 가서, 거기 있는 누군가와 열심히 핸드폰으로 찾는다. 즉답이 나오지 않고, 인터넷에서 찾는다는 건 나와 다를 바가 없고,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거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고 와서, 2시 45분에 한수면사무소 앞에서 출발한다고 알려준다. 이미 알고 있던 바다. 이후 고맙다고 인사하고 술을 마신 후 2시 47분에 계산을 끝내고, 2시 45분 제천 한수면발 충주행 246번 버스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버스정류장 쪽을 보니, 익숙한 빨간 버스가 주차해 있는 게 보인다.
버스정류장에 배낭을 벗어 두고, 건너편 주차장에 서 있는 빨간 버스로 가, 차량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던 기사에게 대장이 누군지 물었다. 모른단다! 응? 뭐 그럴 수도 있지. 해서 산악회로 들어가 오늘 월악산행 계획을 찾아, 빈자리가 있는지와 대장이 누군지 확인했다. 빈자리는 하나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대장은 초면이다. 물론 여차하며 이 차를 얻어타고 서울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모든 조건이 내게 유리하다고 해도 출발 시각이 15시 30분인데, 산행을 끝내고 도착한 등산객은 두셋에 불과한 게 정상적으로 출발이 어려워 보였다. 그건 다음 문제고 빠르면 2시 50분, 늦으면 3시에 여기 덕주골 정류장에 도착해야 할 246번 버스가 3시가 넘었음에도 안 온다. 해서 얼마 전에 도착한 제천 918번 버스 기사에게 그 차에 관해 물어봤는데 아는 게 없다. 돌아버리는 순간이다.
평일이라 승객도 거의 없는 곳에서 정시에 출발한 버스가 평균보다 늦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너무 이른 시간에 지나쳐 알아채지 못했거나, 아예 안 왔거나, 둘 중 하나다. 해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올라가기 위해서는 내려가야 하는데, 비록 식당 내부에 있었으나, 도로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한수면 소재지로 내려가는 버스는 못 봤다. 그리고 45분에 출발하는데, 48분경 식당에서 나왔다. 한수면과 덕주골을 3분 만에 돌파한다는 건 목숨 걸고 운전하는 거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추측이나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빨리 결정해야 한다. 태워줄 확률이 30% 이하인 산악회 버스와 제천으로 가는 918번 버스! 결정을 못 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918번 버스가 출발해, 정신없이 뛰어가 버스에 올라탔다. 다음 지도의, 월악나루에 제천에서 충주로 가는 222번 버스가 정차하다는 정보만 믿고 가는 거다.
버스 승객이라고는 나와 장을 봐서 돌아가는 거로 보이는 비구니가 다다. 분위기를 보니, 기사와 비구니는 잘 아는 사이다. 제천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한수면 소재지를 지나는 동안 혹시 정차해 있는 시내버스가 있나 유심히 살펴봤으나, 없다. 고로 안 왔거나, 내가 미처 알아채기 전에 갔다. 충주호를 향해 버스가 가는데, 내려야 할 정류장이 어딘지 감이 안 온다. 해서, 충주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기사에게 묻자, 비구니가 버스에서 내리면서 여기서 내리란다. 그리고 길 건너로 보이는 정류장을 가리키며, 저기서 기다리라고 한다. 정확하게 '월악나루' 버스정류장이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잘 찾아왔다. 그때 시각이 3시 25분이다.
올지 안 올지 모를 충추행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충주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러다 인터넷으로는 버스가 있는지, 끝났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기다리는 바보짓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해서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기 위해 시도했다. 그런데 내가 손을 들면 가속해서 도망가버린다. 2017년 8월 완주 기차산 장군봉에 갔을 때는 인심 좋은 차주 덕에 전주역까지 편하게 갔었는데[산행기], 세월이 흘러 인심이 각박해진 건지, 원래 이 동네 인심이 이런 건지. 와중에 정류장 옆, 제천시의 울고 넘는 박달재 캐릭터의 행복에 넘치는 아동틱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짜증이 한꺼번에 솟구친다. ‘울고 넘는 박달재’가 행복을 노래했나? 이제는 택시가 답이다. 해서 충주 택시를 부르려는 순간 충주 방향으로 가는 빈 택시가 보여 재빨리 잡아탔다. 그때 시각이 4시가 조금 넘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기사에게 터미널 도착 시각을 물어, 그에 맞춰 5시 20분 버스를 예매했다. 그런데 막상 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30분가량 시간이 남는다. 배낭에 빨갱이 반병이 남아 있어, 그걸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터미널 주변을 둘러봤으나, 눈에 띄는 식당이 없어, 터미널 상가 식당가 갔다. 문을 연 유일한 식당인 분식집에서 떡만둣국을 주문하고, 주인장에게 술을 마셔도 되냐고 물었는데, 단칼에 거절이다. 떡만둣국을 먹고 싶어 들어온 게 아니나, 떡만둣국만 먹은 후 버스 시간에 맞춰 식당을 나와 차에 탔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강남이라 바로 밴드 공연이 있는 종로의 '에무시네마앤카페'로 향해 8시 6분에 도착했다. 경복궁역에서 공연장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1부 공연을 보고 집으로 가는 동선을 만나, 공연장의 위치를 묻기도 하고.
공연장에서 먼저 온 친구들과 인사하고, 2부 공연 관람 중 멤버 교체 타임에 흥수와 둘이 공연장에서 나와 술집으로 향했다. 주변 식당이 10시면 문을 닫는다고 해, 유일하게 24시간 영업이라는 광고가 보이는 순댓국집에 들어갔는데, 여기도 10시 30분까지만 한단다. 24시는? 그나마 30분이라도 더하는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자, 주인장이 11시까지 가능하다고 조용히 알려준다. 일단 수육과 빨갱이를 주문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나는 2차 하산주다. 우리가 시간에 연연한 이유는 둘만 마실 거라면 10시도 충분하나, 공연이 끝나고 뒤풀이에 올 친구들을 위해서다.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근처에 있던 미옥이 찾아오고, 공연이 끝난 후 주행을 포함 서너 명의 친구가 몰려와 11시까지 술을 마셨다. 그리고 지하철이 끊기기 전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거로 파란만장했던, 2022년 11월 9일 수요일 하루를 마감했다.
처음 계획대로 ' 사문리(수궁펜션) → 뫼악동 → 북바위산 정상 → 목조계단 → 신선대 → 너럭바위 → 북바위 → 물레방아 휴게소'의 6.97km(트랭글) 구간을 2시간 58분 동안 탐방했다. 이동 2시 48분, 휴식 10분!
높이 772m, 종주 거리 5.97km에 불과한 산이나, 탁월한 조망과 바위 능선을 타는 재미가 좋아 한번은 가볼 만한 산이다.
미세 먼지로 시야가 좁았지만, 월악산 영봉과 중봉, 하봉은 볼 수 있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역광으로 북바위를 제대도 사진에 담지 못한 거와 충주로 돌아가는 버스 편이 알려진 거와는 달라 택시를 타야 한 거다.
파란만장한 하루를 겪고 나니, 역시 안내산악회가 답이라는 결론이다. 다만, 까만 소가 쳐다보지 않는 산은 산악회도 관심이 없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