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낙원동. 낙원동 하면 떡집과 악기상가, 아구찜골목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국보 2호인 원각사지10층석탑이 보존된, 독립운동의 성지중 하나인 탑골공원이 있는곳.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사동과 이웃하고 있는 동네. 인사동이 전통과 활기, 젊음과 다국적 물결이
넘실대는 문화의 우체통같은 곳이라면 낙원동은 조금은 빛바랜 사진처럼 활기를 잃어버린 추억의
한페이지를 넘기면 나올듯한 동네다. 탑골공원을 뒤로하고 담장 근처에는 주로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장기를 두거나 그동안의 기억의 뒷자락을 쓸며 회상에 잠겨보기도 한다.
비록 젊음을 다소 잃어버린 거리라지만 이곳 낙원동에는 언제나 훈훈한 정이 있고 저렴한 가격에
배고픔을 채울 수 있는 식당들이 있다. 막걸리 한잔에 시름을 잠재우고 쓰디쓴 소주와 돼지껍데기
안주에 현재를 살아가는 작은 힘을 얻는 그곳이 바로 퇴색한 도시의 추억과 낭만이 있는 낙원동이다.
낡고 쇠락했던 낙원동도 새로 도로를 정비하고 인도에 지저분하게 설치됐던 포장마차와 노점상을
철거하고 새로운 거리로 태어났다. 2천원에 국밥을 3천원에 닭한마리를 먹을 수 있는 인근 사람들의
훌륭한 쉼터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낙원동 속으로 들어간다.
자주 들려 뜨끈한 국물과 소주 한잔으로 추위를 달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눴던 낙원동의 단골 아지터.
대장금. 겨울철에는 꽃게와 꼬막, 생굴 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계절이 계절인만큼 왕소라와 골뱅이 등이
주메뉴다.
낙원동은 반듯하게 도로를 포장하고 주변을 정비하여 한층 깔끔하고 쾌적해진 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몇년 사이 낙원동의 식당과 상점들이 간판도 바뀌고 업종변경된 점포들도 제법 있다.
낙원동 입구에서 3호선 종로3가역 방향으로 가다 탑골공원 동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포차 '대장금' .
사장님 이름이 임장금이였구나. 한식조리기능사자격증에 자격증 번호까지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사진에 자격증 사본까지 걸고하니 맛없음 안돼겄지유. 이것저것 안주가 많지만
여름철이라 소라와, 골뱅이를 많이 찾는다 한다. 홍합이야 언제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인기메뉴이고.
밴댕이도 구워주나 본데, 왜 뱅댕이구이라고 썼을까. 동네를 지나가다 보면 횟집 수족관에 전어도 보이던데,
가을이 다가오니 전어도 오나보다. 꼬막이나 멍게는 여름이라 취급하지 않는단다. 날이 선선해지면 다시.
보통 골뱅이와 모양과 맛이 살짝 다른 동해안표 참골뱅이. 백고동이란다.
맛은 일반 동그란 모양의 유동 골뱅이가 개인적으로 더 나은것 같다.
입구에서 손님을 유혹하는 커다란 왕소라의 모습. 어른 주먹보다 더 큰 사이즈의 소라들이 뒤엉켜있다.
그 옆에서는 홍합이 구수한 향기를 뿜어내며 끓고있다. 물어볼것도 없이 소라 한접시와 막걸리를 주문했다.
옆에분들이 막걸리를 드시기에 한번 이슬양은 쉬라하고. 소라껍데기에 술따라 먹어도 맛이 좋은데..
커다란 소라 2마리를 썰어 접시에 담아온다. 소라는 어릴적부터 많이 먹었다.
태안 안면도에서도 한참을 더 걸어 들어가야했던 대야도란 작은 섬마을에서 물이 빠지는
칠흑같은 밤에 후레쉬를 들고 바닷가를 거닐면 낙지며 소라같은 것들을 심심찮게 줍곤했다.
지금은 눈웃음짓게 만드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솔직히 전복보다 소라가 훨씬 내 입맛에는 맞는것 같다.
물론 전복이 더 쫄깃하고 향이 더 좋다는 분들도 많겠지만 어려서부터 몸에 밴 입맛 때문인지.
두개를 썰었는데도 소라가 큰놈이라 그런지 꽤 양도 푸짐하다.
소라의 꼬들꼬들한 속살과 똥같은 내장 꽁지부분이 맛이 좋다.
쌉싸름한 맛과 달콤한 맛이 한데 섞여있다. 소라야 왜리 니 살은 그렇게 맛이 좋은거니.
소라한점을 고추냉이를 잘 섞은 초장에 적당히 매운 고추를 싸서 입으로 가져간다.
오물오물 씹는맛도 일품이고 쫄깃한 소라의 향을 눈감고 음미한다. 물론 뽀얀 막걸리 한잔과 함께.
간만에 마셔보는 막걸리 시큼하지만 목넘김이 부드러우니 착 달라붙는다.
소라와 막걸리도 잘 어울리는 한쌍인걸.
소라 두마리, 먹다보니 점점 하얀 접시의 바닥이 많이 보이고 막걸리 한잔 꿀꺽 들이키며 세월을 더듬어본다.
낙원동에 처음 가본 기억은 15년전, 학생때 아마 친구가 기타를 산다고 했을때였을 게다.
그땐 낙원동도 지금처럼 낡은곳이 아닌 인근 인사동, 사간동과 함께 사람들이 모이고 북적댔던 곳이었다.
물론 지금도 향수어린 낙원동을 찾는 노부부와 중년의 분들이 많이 보인다.
예전보다 젊은사람들도 늘어난것 같고.
값이 비교적 저렴하고 푸짐한데다가 인심좋은 맛집들이 숨어있기 때문인것 같다.
소라안주를 냠냠하면서 먹고있는데, 장금이 사장님께서 골뱅이 한번 먹어보라며 10여개정도를 접시에
담아온다. 소라만 있을때보다 그래도 조금 푸짐해 보이는구만. 안주셔도 배부른데 그래도 먹는거다.
안주로 먹으면 다 들어가니깐. 서비스로 준거니깐.
솔직히 참골뱅이라는 백고동의 맛은 민물 우렁과 비슷했다. 살도 좀 얇고 맛도 좀 싱겁다고나 할까.
소라를 먹고나서인듯도 하다. 그래도 하나 하나 맛을 보면서 골뱅이도 즐겨본다.
소라에 비하면 살이 연하고 야들야들한 편이며 쫄깃함은 떨어지는데 부드러운 골뱅이의 맛을 즐기려면
이것도 나쁘진 않다. 원래의 동그란 골뱅이가 소라와 비슷한 맛을 보여줬던것에 비해 이것은 민물스타일 같다. 암튼 백고동도 다 비워버렸다.
홍합국물 한컵 달래서 마시고 다음에 또 오겠다고 인사한다. 잘 먹었슈.
바닷가에 가서 바지락이나 고동대신 이런 튼실한 소라들을 캔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은 야무지지만.
바로 옆 탑골공원 동문 옆 낙원동 메인골에는 서서먹는 포장마차가 있다.
물론 의자를 마련할 수 있겠지만 그리 하지 않는걸 보니 이게 더 좋은 컨셉인가보다.
간단하게 혼자서도 다양한 안주를 맛보며 술한잔 하고 갈 수 있으니 고독한 현대인들에게는
지친 삶의 오아시스 같은곳이겠다. 가끔 술한잔 하고 싶을때가 있다.
그렇지만 혼자서 술마시기도 그렇고 누구를 부르자니 시간상 또는 부담스러울까봐 혼자 이러쿵
저러쿵 하다가 맥주 한캔 마셨던 적이 있었는데 이런집이 가깝다면 가끔 고독을 친구삼아 즐길 수 있을것같다. 혼자먹는 술은 물론 더 금방 취해버리는 법이지만. 가끔은 그리 마셔도 분위기 있다.
혼자 술먹자니 그럴진데 이런 곳에서는 눈치보지 않고 막걸리며 소주를 맘껏 즐길 수 있으니.
근처 횟집에서는 전어가 수족관속을 참치라도 되는것 처럼 어지럽게 경주를 한다.
아 이제 전어철이 돌아왔구나. 구이며, 무침, 회 등 다양한 가을의 별미.
전어. 물론 가시가 많아 먹긴 그래도 고소하니깐~
일단 중간에 있는 포장마차로 간다. 지글지글 고등어와 조기가 호일위에 놓여있다.
간단하게 고등어를 주문. 3천원이란다. 소주 한병과 같은값.
리어카 위에는 닭똥집, 돼지껍데기, 두부, 삶은돼지고기 등이 먹음직스러운 모습으로 놓여있다.
입맛만 다셔보고. 고등어만 먹기에도 벅차기에.
고등어와 친구들인 안주 사총사, 술한잔 하기에 좋은 안주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사장님께 조금씩 맛보겠다 해도 되니 그냥 한번 주세요 라고 말해보라.
모듬으로 줄테니. 이슬이와 고등어 안주를 벗삼아 낙원동에서의 밤은 깊어간다.
인생의 슬픔도 고독도 삶의 비애도, 고통도 한잔 술에 담아 저 멀리 쓸어 버린다.
이 포장마차를 해서 자식들 다 키워놓고 결혼도 시켰단다.
요즘엔 손녀보는 재미에 푹 빠지셨다는 말을 하며 일하는게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즐겁고 재미도 있단다.
음식값은 비록 저렴하지만 맛은 결코 저렴하거나 못먹을 정도는 아니다.
낙원동 골목의 음식점들이 탑골공원을 따라 아주 싼 가격에 형성돼있는데,
아무래도 이곳을 주로 찾는 사람들이 주머니가 가벼운 노인이나 혼자 계신분들이기 때문일것이다.
뭔가해서 찍어봤는데, 한약재를 넣은 돼지고기 삶기용 국물이란다.
처음엔 된장국이나 비지정도 되는줄 알았는데.
과일안주도 판매하시나..
고등어 한마리 대령이요. 비록 예전에 먹던 양념과 야채를 곁들인 고갈비는 아니지만
고등어를 바삭하게 튀겨 그 맛이 짜면서 짜지않고 심심하면서도 고소하다.
비록 식당에서 파는 고등어보다는 크기가 작지만 술한잔 하기에는 적당한편이다.
살을 젓가락으로 발라내 콩가루와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향기롭다.
첫댓글 예전과 많이 달라진 낙원동 골목...먹거리가 참 다양하네요~^^*
네,,겉보기엔 저래도 그냥 술안주로는 좋습니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