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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명- 오베라는 남자-장편 소설
저- 프레드릭 배크만
출-다산책방(북스)2015.9.4.451쪽
독정-2019년 2월 15일
· 컵 두 개에 한 잔씩 따르고 나면 주전자에 한 컵 분량이 남았다. 그보다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고양이 꼬리는 절반이 잘려나갔고 귀는 하나뿐이었다. 털은 여기저기 빠진 게 누가 손으로 한 웅큼 잡아 뽑은 모양새였다. 고양이는 가기 전에 자신에게 눈을 홀겼다.
부인이 샀던 것은 모두 사랑스럽고 가정적인 것이다, 오베가 산 것은 모두 유용한 것들이다.
· 차에서 내려 선생님에게 혼난 아이가 교실 구석에 서 있는 것처럼 차 옆에 섰다.
· 세 살짜리가 활기차게 손을 흔들었다. 으에 어머니도 손을 흔들었다. 오베는 문을 닫았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서 화장실 가는 삶, 오베는 그보다 더 나쁜 게 뭔지 상상이 안 갔다. 옷장 여섯 개 중 안 옷으로 꽉 차지 않은 유일한 옷장에서 재킷을 꺼내 입고 아침 산책을 나섰다. 검은 구두를 신고 구두약을 듬뿍 발라 광도 냈다. “이 옷장을 통과하면 나니아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신용 카드로 쇼핑을 하고 전기차를 몰고 다니며 전구 하나 바꾸려고 수리공을 고용했다. 딸각딸각 맞추는 조립식 마루를 깔고 전기 벽난로를 설치한 뒤 그럭저럭 살아간다. 급박한 상황에도 벽에 못 하나 박지 못하는 사회, 이게 지금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그는 백미러를 보며 비웃은 다음 차를 출발시켰다.
그는 그녀의 동의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새 이웃은 밥에다 샤프란을 넣어 먹어. 무슨 그런 추태가 다 있는지. 외국인이야.”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보고 싶어.” 그가 속삭였다.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에 두 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온도를 몰래 올렸을까봐.
엄마가 죽었다. 아빠는 더 조용해졌다.. 마치 엄마가 아빠가 갖고 있던 몇 안 되는 단어들을 갖고 가버린 것 같았다.
톰의 눈이 어두워졌다.
“돈을 가질까도 생각했어요.” 마침내 오베가 속삭였다. 그런 다음 아버지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아버지가 그의 손을 놓을까 두렵기라도 하듯.
“안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고는 아들의 손을 좀 더 세게 쥐었다.
“하지만 저는 아버지가 돈을 넘길 거라는 걸 알았어요. 톰 같은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았고요.”
오베가 말했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더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가능한 아버지와 많이 닮은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게 이날이었다.
하지만 그는 행복하게 사는 걸 멈췄다. 그는 그 후 오랫동안 행복하지 않았다.
오베가 뚱뚱한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 사람은 자기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살 수 있다. 그는 그저 뚱뚱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뿐이다.
오베는 도시락을 돌려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그 젊은이는 도시락과 안의 음식도 구분 못 하고 다 먹어버렸을 거라고 덧붙였다. 그쯤 되면 오배 아내는 ‘그만하면 됐다’고 말했고, 그걸로 충분했다. 앞바퀴 타이어에 구멍이 나 있었다. 그 보관소 문을 열고 자전거를 줄 맨 끝에 깔끔하게 세워놓았다.
“저는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일러바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일을 한다는 것에는 모종의 자유가 있었다. 자기 두 손으로 무언가를 움켜쥘 수 있고 노력의 결과를 볼 수 있었다.
노인은 그 일을 다 마치고 나서 다른 쪽 울타리도 칠했다. 노인은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날 저녁 오베가 부엌 창가를 지나칠 때 그들은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오베의 현관 계단에 집에서 구운 사과파이가 놓여 있었다. 오베는 어머니가 죽은 뒤 집에서 만든 사과파이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하는 좋은 일을 세상이 알아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다. 태양이 방금 막 횃불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그의 눈을 향해 집요하게 빛을 쏘았다.
“저기요?”
차고 문이 말했다.
“여기 사람 없어
오베가 씩씩거리며 되받았다.
“하지만 선생님 목소리 들리는데요!”
차고 문이 말했다.
“들었지? 심지어 요즘은 차고 문도 나한테 말을 건다고.”
“내가 아니었으면 너는 그 꼬맹이랑 살았을 거고. 그럼 그나마 남아 있던 고리도 간수 못했을 걸, 생각해보라고!”
고양이에게 씩씩댔다.
“한 번만 더 경적을 울렸다간 그게 네가 세상에서 하는 마지막 짓이 될 거다. 알겠냐?”
“왜냐하면 당신은 완전한 멍청이는 아니니까.” 가
장 자랑스러운 칭찬이라고 언제까지나 기억하게 될 말이었다.
오베가 용서가 없는 사람이라 했다. 동네 빵집에서 거스럼 돈을 잘못 받은 후로 8년이 지나도 그 빵집에 가는 걸 거부했다. 그는 자기를 확고한 원칙을 가진 거라 했다.
잔디밭은 집 뒤쪽 약 5미터 정도의 길이로 뻗어 있는 직사각형 공간이었다. 집 주변에 쥐약을 놓아야 한다 했다. 이웃들은 당연히 항변했다. 숲가에서 고슴도치를 봤는데 그것들이 쥐약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 누군가 루네 집 바깥 전체에 새 모이를 뿌려놓았고 루네는 진공청소기만큼이나 큰 쥐떼 한 무더기를 몇 주 동안 삽으로 쫓아내야 했다. 그후 오베는 쥐약을 놓아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냈다. 루네가 이 일을 반드시 갚아주겠다고 중얼거리긴 했지만.
짜증을 내며 소품 마냥 식탁 맨 끝에 앉아 있었다.
·아마도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슬픔이 두 남자를 더 가깝게 이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슬픔이란 그런 점에서는 믿을 만한 감정이 아니다. 사람들이 슬픔을 공유하지 않을 경우, 슬픔은 대신 서로를 더 멀리 밀어낼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방금 구운 크루아상 냄새가 유리문 너머에서 풍겨왔다. 처음 자전거 젊은이를 만났을 때 뒤에 서 있었던 친구라는 걸 순식간에 알아챘다. 소년은 조금 조심스러워 보였다. 그는 오베에게 미소를 지었지만, 오베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은 생각할 수 없었다. 자기는 미소를 돌려줄 의향 따위 없지만, 그래도 미소를 받았다는 걸 알려는 주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쪽도요? 저랑 오베도 일종의 친구에요.”
갑자기 누가 어깨를 주물러주기라도 한 듯 편안한 말투로 말했다.
“가능하면 아이스 라떼가 좋겠고요!”
“그게 어, 제 여자 친구 거예요. 아니면 제 여자 친구가 됐으면 하는 살참 거라고 해야 하나. 그렇죠 뭐.”
오베는 30초 정도 그를 가만히 관찰했다. 커피를 두어 모금 더 마셨다. 아보카도를 꽉 쥐었는데 그게 지나차게 농익은 상태였다는 걸 깨달은 사람처럼 짜증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소년의 손에다 커피 컵은 힘주어 국 누르듯 내려놓고는 자전거를 차에서 떼어냈다.“
“네 아빠가 자전거 고치는 법 안 가르쳐줬냐?”
“아빤 교도소 갔어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대답하고는 어깨를 긁으며 어디 숨어들 커다란 구멍을 찾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베는 그를 이리저리 재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소년은 땅을 보고 있었다. 오베가 헛기침을 했다.
온풍기를 수선하던 손을 멈추더니 드라이버로 오베를 가리켰다.
“저 고양이 당신 고양이요?”
“아뇨.”
“네 걱정이나 하세요. 네 문제만 해도 충분히 심각해.”
· 일이일이면 그들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오베는 신문을 읽었고 소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월요일이 돌아왔다. 그리고 어느 월요일, 그녀는 더 이상 세상에 없었다.
“다른 비 아내들은 자기가 머리를 새로 한 걸 남편들이 못 알아본다는 이유로 짜증을 내잖아요. 제가 머리를 하니까 우리 남편은 내가 달라졌다고 ㅁ칠 동안 자증을 내더라고요.” 소녀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게 오베가 무엇보다 그리워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늘 가은 것. 오베는 사람들은 제 역할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는 언제나 제 역할을 했고 누구도 그에게서 그걸 빼앗아갈 수 없다.
그느 주식을 샀다. 그날 아침 신문을 덮고 내내 욕을 해대더니 오후 대부분을 계속 욕설을 내뱉으며 보냈다. 그녀의 묘석을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그녀를 문질러 되살려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이번에는 진자 할 거요. 당신이 안 좋아하는 건 알아. 난도 좋진 않고.” 그가 심호흡을 했다. 설득하려는 것에 맞서 마음을 단단히 먹기라도 해야 한다는 듯.
“내일 봅시다.”그는 단호하게 말하고는 눈을 쿵쿵 밟으며 걸어갔다. 그녀에게 항의할 기회를 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하얀 셔츠는 손을 들어 오베 가슴에 얹은 다음 뒤로 밀었다. 폭력적이지 않고 공격적이지도 않게. 그저 부드럽고 단호하게, 마치 그 손이 자기 손이 아니라 시의회의 컴퓨터 센터에 있는 로봇이 조종하는 손인양.
고양이는 오베가 잠옷을 갈아입는 동안 침실 바닥에 앉아 텔레비전의 마술쇼의 속임수를 이해하려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첫 번째 강도가 들기 전까진 강도가 하나도 없었지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도 전혀.”
휴대폰을 부엌 식탁에 쾅 내려놓고는 새로운 계획이 필요해! 당장!“이라고 호통을 쳤다.
· 완벽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비밀들이에요.“
자기가 하는 게임이 집을 지은 다음 그 집으로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 했다.
“집이 좋아요.”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오베가 소녀를 봤다. 소녀가 오베를 봤다. 오베가 검지를 화면에 짚어 커다란 지문을 남기면서 마을의 빈 공간을 가르친 다음 만약 이 지점을 클릭하면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그녀가 그쪽으로 커서를 옮긴 뒤 클릭하자. 컴퓨터가 순식간에 집을 세웠다. 오베가 나가려고 문간에 서 있는데, 일곱 살짜리가 조심스럽게 그의 셔츠 소매를 잡아당기고는 오베의 바로 옆에 걸려 있는 그림을 가리켰다. “저게 아저씨 집이에요.” 그녀가 속삭였다. 마치 그게 소녀와 오베 사이의 비밀이라도 되는 양. 오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딴딴한 몸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숨을 몽땅 내뱉은 것처럼 쪼그라 들어 있었다. 살디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더.
·제게 감사 인상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을 존중하지만, 적어도 당신의 용기와 이타심에 앞으로는 늘 감사하며 살게 될 사람들만큼은 소개드리고 싶었어요. 당신 같은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거에요. 감사하다는 말은 정말 턱없이 부족한 단어네요.
사람이란 평화를 사랑하고 정상적인 인간을 좋아하게 마련
일곱 살짜리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베의 손에 종이 한 장을 쥐어줬다. 종이엔 ‘생일 파티 초대장’이라 적혀 있었다. 마치 그게 임차권 합의를 위해 권리 이전 사항을 기술한 법률 서류라도 되는 것처럼 초대장을 읽었다.
“알았다. 그렇다면 선물을 원하겠군. 내 생각엔 그러네?”
그가 으름장을 놓았다. 소녀는 바닥을 보며 고개를 저였다.
“다 사주실 필요는 없어요. 딱 하나만 있으면 돼요.”
오베가 초대장을 접어 바지 뒷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런 다음 나름의 권의를 담아 손바닥을 옆구리에 오렸다.
“그래?”
“ㄹ엄마는 그네 너무 비싸대요. 그래서 안 사주셔도 상관은 없어요.” 소녀는 얼굴을 들지 않은 채 말하며 다시 고개를 저었다. 오베는 음모에 동참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공범에게 자기들이 쓰는 전화도 도청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범죄자처럼. 그와 소녀는 현간 주변을 둘러보며 꼬치꼬치 참견하기 좋아하는 귀를 가진 소녀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구석에서 그들의 대화를 비밀리에 엿듣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했다. 그런 다음 오베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소녀는 두 손을 깔대때기 모양으로 만들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이패드요. 컴퓨터의 일종이에요. 특별한 그림 프로그램이 장착돼 있어요. 어린이용 프로그램요.”
그녀가 조금 더 크게 속삭였다. 그녀 눈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오베가 알아볼 수 있는 무언가가.
현관에 서서 놀랍다는 얼굴로 아이패드 박스를 쓰다듬고 있었다. 이게 진짜 손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감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오배가 그녀에게 몸을 숙였다.
“내가 새 차를 살 때마다 그런 기분이 들지.”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누가 안 보는지 확인한 다음 미소를 짓더니 오베를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할아버지.”그녀가 속삭이고는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
소릴 지르고 싶었지만 폐에 산소가 엇었다. 귓속에서 피가 꿀렁이듯 뛰는 혈관 때문에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와중에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양 인생을 살아가지만 죽음은 종종 삶을 유지하는 가장 커다란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중 어떤 이들은 때로 죽음을 무척이나 의식함ㅇ르로써 더 열심히 , 더 완고하게, 더 분노하며 산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죽음이 반대 항을 의식하기 위해서라도 죽음의 존재를 끊임없이 필요로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죽음에 너무 사로잡혀 죽음이 자기의 도적을 알리기 훨씬 전부터 대기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 언제나 자신을 비. 그리하여 우리를 홀로 남겨놓으리라는 사실이다.
오베는 가칠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그저 내내 웃으며 돌아다니지 않았을 뿐이다. 시간은 묘한 것이다. 우리는 바로 눈앞에 닥친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아마도 바라볼 시간보단 돌아볼 시간이 더 많다는 나이에 도달했다는 깨달음과 함께 찾아올 것이다. 더 이상 앞에 남아 있는 시간이 없을 때는 다른 것을 위해 살게 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건 추억일 것이다. 누군가의 손을 꼭 쥐고 있던 화창ㄹ한 오후, 이제 막 꽃들이 만개한 정원의 향기, 카페에서 보내는 일요일, 어쩌면 손자들, 사람은 다른 이의 미래를 위해 사는 법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소냐가 곁을 떠났을 때 그저 살아가는 걸 멈췄을 뿐이었다. 슬픔이란 이상한 것이다.
의사가 손가락을 뻗어 흔들며 “그냥 농담이었어요.”라고 외치길 기다렸다.
한 쪽에서는 파르비네가 다른 한쪽에서는 패트릭이 부축했다. ‘한 사람은 목발을 짚고 한 사람은 애를 뱄는데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거지.“
입가에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묻어 있는 소녀들이 곤히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멍청이들처럼 들리는 말을 몇 마디 중얼거리고는 가서 보자고 했다. 다음 날 다른 이웃들이 나타났다. 또 나타났다. 또 나타났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오베가 온갖 곳에 나타났다. 근처 네 군데의 거리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집을 찾아가 이것저것 수리했다. 그는 늘 사람들의 무능함에 대해 노골적으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소냐의 무덤가에 혼자 서 있을 때면 중얼거렸다. “낮에 뭔가 할 일이 계속 있으니까 가끔 꽤 괜찮긴 해.”
오베는 공터에 물장구를 칠 수 있는 작은 연못을 팠는데 누군가 그걸 물장구치는 연못이라 부르면 “정확히 말하면 수영장이야. 수영장이라고.” 코를 씩씩댔다. 옛날에 옆집에서 수영장을 팠을 때 연못이라고 우겼던 사람이 자기 것은 수영장이라니
‘조문객 금지’ ‘시간 낭비 금지!’
조문객들은 ‘소냐 기금’이라고 새겨진 촛불을 들고 있었다. 이게 파르바네가 오베한테 받은 돈을 자기 자식들에게 안 주고 결정한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 고아들을 위한 자선기금, 그녀의 눈은 눈물로 퉁퉁 부어 있고 목은 꽉 막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