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1661 (봉천동 959-4번지)
02-888-8401
영업시간 11:30-22:00
휴게시간 14:50-16:00
정담은보쌈은 가족외식으로 우리가족이 최근에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맛집으로 인기가 많은 식당이라 기본적으로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당일 예약은 받지 않아서 당일에 식사를 할 때는 대기번호를 받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들어갈 수 있다.
대기공간에서 커피를 무료로 마시며 의자에 앉아서 기다릴 수 있다.
2층 계산대 옆에 있는 입가심으로 제공되는 블루베리와 미숫가루 슬러쉬를 가져다 먹을 수도 있다.
3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은 주차장과 대기공간이고 2층과 3층이 홀이다.
차에서 내리면 발레 파킹을 해 주는데 나중에 차를 찾을 때 2천원을 지불하면 된다.
발레 파킹은 선택이 아닌 강제다.
정담은세트를 주문하면 보쌈과 훈제오리, 가오리회무침, 해물파전과 막국수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짝꿍세트 38,000원 = 보쌈(소)+새싹쟁반국수(소)
친구세트 50,000원 = 보쌈(중)+새싹쟁반국수(중)
가족세트 70,000원 = 보쌈(대)+새싹쟁반국수(중)+해물파전
정담은세트 95,000 = 보쌈(대)+새싹쟁반국수(중)+해물파전+회(가오리)+오리반마리
기본으로 제공되는 음식의 양은 약간 아쉬움을 동반할 만큼 부족하다.
그냥 다 먹고 더 달라고 하면 된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합리적인 음식가격을 유지하려는 선의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개인적으로 적극 동감한다.
보통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다보면 배가 불러서 남기는 음식이 적지 않다.
박여사는 올해 충남대 의대에 입학하여 대전에 자취를 시작한 둘째아들 호영이에게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3월 1일에 호영이 대전 자취방 청소하고 이것저것 넣어주려고
독수리오형제가 함께 내려갔다가 호영이를 남겨놓고 넷이서 서울로 올라오려니 나도 왠지 기분이 이상했었다.
박여사는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차에서 소리내어 울고...
이제 우리집에서 유일한 고등학생인 막내아들 민수가 없었으면 어쩔뻔...
혼자 있을 때는 모르겠는데 요즘 아들 셋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이제 나이가 들었나 싶기도 하다.
세월이 정말 느닷없이 성큼 내앞에 다가와 버렸다.
요즘 100세 시대에 이제 고작 반조금 넘긴 것 뿐이긴 하지만...
훈제오리의 맛은 부드럽고 쫄깃한 살코기의 식감과 풍부한 맛의 지방층을 함께 즐길 수 있고 고소하면서도 누린내가 없다.
원래 오리는 물 위에서 사는 새로 깃털이 젖으면 몸이 무거워지기 때문에 물 위에 떠다니기 쉽도록 몸에 기름기가 많다.
오리고기의 기름은 동물성 지방이지만 불포화 지방의 비율이 높다. 불포화 지방도 지방인지라 칼로리는 9kcal/g로 무지 높다.
어릴적 "꿩 대신 닭"이라는 말과 "닭 잡아 먹고 오리말 내민다"는 말에서 유추하여 꿩-닭-오리 순으로 서열을 정리해 본적이 있다.
식재료로 보면 꿩과 오리가 닭보다 우수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는 표현은 일리가 있다.
그런데 "닭 잡아 먹고 오리말 내민다"는 표현은 시치미를 떼고 아닌 척 딱 잡아 뗀다는 말이지 닭이 오리보다 좋다는 말이 아니다.
오리발 내민다는 표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발뺌한다는 뜻인 것이다.
아삭한 김치의 맛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식당김치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
새우젓을 넣었는지 시원한 맛이 약간 도두라지긴 했지만 대체로 보이는 그대로의 맛이다.
예전에는 지역별로 김치의 맛이 다양하고 특색있는 김치들이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김치의 맛과 모양이 너무 대중화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냥 천편일률적인 공장김치처럼...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도 정담은보쌈 김치는 보쌈과도 잘 어울리지만 오리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시원한 김치의 끝맛이 헤비한 고기의 느낌을 중화시켜준다.
김장을 담글 때 필수템인 보쌈고기는 늘 넉넉한 인심과 함께 이래저래 마음과 배를 가득채우는 포만감으로 다가온다.
집집마다 누린내 없이 뻑뻑하지 않고 야들야들 탱글탱글한 식감의 보쌈고기를 삶기 위한 노하우 하두개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히려 보쌈고기로 인정받고 이름난 식당이 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쌈고기에 익숙한 어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정담은보쌈의 노력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더 나아가 보쌈고기의 고급화로 썩 괜찮은 인테리러를 갖춘 그럴듯한 프랜차이즈를 갖춰나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보쌈이라는 나름 보장된 맛의 보편적인 음식으로 식사대접이라는 인사치레를 동반할 수 있는 몇 개 안되는 귀한 식당이다.
특히 한국의 전통음식에 관심있는 외국인 친구에게 거부감 없이 다양한 우리음식을 소개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보쌈고기와 어우러지는 다양한 특색있는 김치를 함께 내어주면 더 좋겠다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어서 나오는 먹음직스러운 대형 해물파전의 모습도 눈낄을 끈다.
요즘은 칼국수집에서 시켜먹는 해물파전의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 이렇게 세트메뉴에 포함되어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각종 해물과 야채가 어우러진 고소한 해물파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파향과 해물향이 함께 느껴져서 금방 동이 난다.
테이블을 가득채운 다양한 음식들이 뭐부터 먹을 지 고민을 하게 만들고...
정말 녀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던 우리네 어머니의 마음도 그러하셨을테지.
그냥 간단히 새우젓과 함께 먹어도 담백한 보쌈고기의 진가를 느낄 수 있지만...
정담은보쌈의 고기는 그래도 김치와 어우러지는 식감의 묘미가 가히 환상의 콜라보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
푹삶아진 야들야들하고 윤기가 좔좔흐르는 보쌈고기의 유혹은 오히려 느글거리지 않은 깊은 담백함으로 그 맛이 완성된다.
김장의 고됨을 한방에 날려버렸던 수육의 맛있는 보상은 김장을 도우러 오는 일손에게는 품삯이 되기에 충분했었다.
겉절이 김치를 길게 찢어서 따근따근한 수육에 둘둘 말아 입 안에 넣으면 고된 김장의 노동은 어느 덧 사라지고 만다.
새싹쟁반국수는 막국수 면 위로 새싹 채소들과 견과류가 함께 올려져 있고 그 위로 시원한 살얼음의 육수가 얹어져 있는데...
제일 위에는 반으로 갈라진 방울토마토가 귀엽게 자리잡고 있다.
막국수보다는 그냥 샐러드로 보일만큼 시각적으로는 애매한 모양을 하고 있다.
위에 놓여진 위생장갑을 끼고 잘 섞어서 먹으면 된다.
단품으로 시키는 것 보다는 세트로 주문하고 다양한 음식을 경험해 보길 적극 추천한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쌈이나 된장국 등은 무료로 리필해서 먹을 수 있는데...
다른 것들은 추가로 주문시 각각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막국수로 마무리를 하려는데... 음식들이 조금씩 남아서 막걸리 한잔씩 하면서 남은 음식을 클리어 하기로 했다.
운전을 해야 하는 아빠와 아직 미성년자인 막내아들 민수는 그냥 구경만 하는 걸로...
그런데... 생각보다 주전자에 막걸리가 꽤 많이 들어있다.
한잔씩만 하기로 했는데... 화수분이 되어 주전자에서 끊임없이 막걸리가 흘러나온다.
결국 이번에는 술이 남아서 안주로 추가주문을 해야 했다.
의견을 수렴하여 결국 주문한 푸짐한 해물파전이 나왔다.
다들 벌겋게 얼굴이 불타오르고 기분이 업되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늦은 시간이 되니까 자동차키를 가져다 준다. 2,000원을 지불하고 자동차키를 받았다.
독수리오형제가 언제 또 뭉쳐서 지구의 평화를 지켜낼 지...
정담은보쌈에서 기억될만한 뜻깊은 가족식사의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