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이꽈뚜룹(22세): 주인공, 임산부
시리: 인공지능 로봇
온난화: 콜센터 인공지능 상담원
간호사: 인공지능 간호사
신미르: 미르치과 원장
신미르: 미르 산부인과 원장
때: 2030년, 늦가을 화창한 낮
곳: 꽈뚜룹의 집, 병원
무대: 꽈뚜룹의 집 거실.왼편 벽에는 크고 투명한 창문이 있어 밖이 보이고, 오른편 벽에는 바깥과 통하는 문이 있다. 정면 벽에는 방과 통하는 작은 문이 있고, TV가 틀어져 있다. TV에서는 광고가 나오고 있다. 무대 중앙에는 등받이 없는 소파가 있고 그 옆에는 인공지능 로봇 시리가 서 있다. 소파 앞에는 작은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는 원서가 놓여 있다. 전체적으로 정돈되고 세련된 분위기다.
(막이 오르고 TV에서는 광고가 흘러나온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줄기세포.” 광고가 끝나면 소리가 줄어들고 꽈뚜룹이 방에서 무대로 나온다. 꽈뚜룹이 TV를 향해 박수를 치니 TV가 꺼진다.)
시리: (기계치곤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영흥재단에서 드론 택배가 왔습니다.
꽈뚜룹: (어리둥절하며) 으아닛, 택배 올 일이 없는데...? 시리, 수신인이 내가 맞는지 확인해봐.
시리: 예, ‘이꽈뚜룹 귀하’입니다.
꽈뚜룹: (놀라며) 어머, 정말 나한테 왔단 말이야? 시리, 문 열어줘. 그리고 뽀로로 틀어줘.
(현관문이 열리고 뽀로로 주제곡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다.)
꽈뚜룹: (밖에서 택배를 가져온다.) 음~ 그럼 한 번 열어볼까? (상자를 연다.) 엥? 임산부 키트? 나 임신 안 했는데 이건 대체 뭐지? (배 문질) 시리, 영흥재단에 전화해 줘.
(시리가 영흥재단에 전화를 연결한다. 전화 연결 음악이 흘러나온다.)
온난화: (친절한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영흥재단입니다. 발송 제품 문의는 1번, 제품 손상 문제는 2번, 인간 상담원 연결을 원하시면 3번을 눌러주세요.
(꽈뚜룹이 1번을 누른다.)
온난화: 네, 안녕하세요. 영흥재단 콜센터 상담원 인공지능 수빈이 온난화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꽈뚜룹: 방금 제 앞으로 임산부 키트가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온난화: 네, 이꽈뚜룹 고객님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고객님의 임신여부가 확인되었습니다. 고객님께 도움을 주고자 저희 회사가 축하의 선물로 임산부 키트를 발송하였습니다.
꽈뚜룹: (깜짝 놀라며) 네?? 임신이요?
온난화: (감정 없이 질문에 받아치며) 임신은 난자와 정자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여 태아로 발육하는 과정입니다. 임신을 하고 있을 시 유의사항은…….
(꽈뚜룹은 화가 난 듯 전화를 끊는다.)
꽈뚜룹: (관객 쪽의 허공을 바라보며)내가 임신이라니...?! 병원에 가서 더 정확한 판단을 들어야겠어. 시리, 차 대기 시켜줘!
조명이 꺼지고, 어두워진 사이 무대가 병원으로 바뀐다. 무대의 왼편은 대기실로, 의자가 여러 개 놓여 있고 사람이 두 명 앉아있다. 오른편은 진료실로, 대기실과는 구별되는 벽지와 벽 장식이다. 진료실의 중앙에는 의사가 앉아 있고, 의사 앞의 책상 옆에는 환자용 의자가 있다.
꽈뚜룹은 자율주행자동차를 타고 병원에 가고 있다. 자동차 안임을 알 수 있는 효과음이 나온다.
자율주행자동차: (친절하게) 목적지인 미르타워에 도착했습니다.
(조명이 켜진다.)
꽈뚜룹: (무대 바로 아래에서 관객석을 둘러보며) 미르타워... 여긴가. (무대로 올라가 소파에 앉아 기다린다. 긴장되는 듯 가방을 꼭 쥐고 심호흡한다.)
간호사: (꽈뚜룹이 앉고 나서 5초 후, 친절하게) 이꽈뚜룹 환자분, 안으로 들어와 주세요.
꽈뚜룹: (떨리는 마음으로) 네. (진료실로 간다.)
의사: (안경을 올리며)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나요?
꽈뚜룹: (두근두근) 저기... 제가 임신인가요?
의사: 저기... 에... 그러니까........여긴 미르치과입니다……. 산부인과는 2층입니다만. 하핫.
꽈뚜룹: (얼굴을 붉히며) 앗, 네. 죄송합니다.
꽈뚜룹은 무대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실에서 나타나고, 그 사이에 의사는 책상 밑에서 약간의 변장을 한 뒤 올라온다. 산부인과다.
간호사: 이꽈뚜룹 환자분, 들어와 주세요.
의사: (안경을 올리며) 무슨 일로 오셨나요?
꽈뚜룹: 저기... 제가 임신인가요?
의사: (꽈뚜룹의 배를 노크하듯이 두드리며) 네..... 확실히 임신이군요. 다리 두 개, 팔 두 개, 손가락 다섯 개... 아니 다섯 개면 안 되는데... 에.. 다시 검사해보겠습니다. 열 개 맞네요. 하핳 아주 건강합니다. 벌써 임신 1달차인데 아무 낌새도 못 느끼셨습니까? 에...
꽈뚜룹: 내가... 내가 정말 임신이라니...! (관객을 바라보며 방백) 영흥재단에서 이걸 어떻게 알았지?!?!?!?!? 영흥고 친구들, 도와줘요!!!!
(조명이 꺼지고 무대는 다시 꽈뚜룹의 집.)
꽈뚜룹: (소파에 풀썩 주저앉아 정면을 응시하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임신이라니...?
(배를 쓰담쓰담하며) 내가 알지도 못했던 임신소식을 내가 왜 빅 데이터 따위로 알아야 하냐고! 이거 완전 사생활침해 아니야? 진짜 기분 나빠. 아무리 이 나라가 발전 했다고 해도 그렇지. (시리를 보면서) 너도 똑같아!!
시리: 삐빅 검색 중입니다…….
꽈뚜룹: 조용히 해 시리! (힘없이 소파에서 내려와 시리의 전원을 끈다.)
(문명에 질린 꽈뚜룹은 산에 들어가 원시생활을 하게 되는데…….)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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