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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감을 들고 수백, 수천 가지의 식물 이름을 줄줄 외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산교육을 한답시고 산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우리땅에 핀 꽃과 나무를 조사하러 다닐 수는 없는 일. 아이들에게 걷기 좋고 볼거리 풍부한 수목원은 살아 있는 자연도감이다. 홍릉수목원은 그런 면에서 식물관찰 하기에 부족함 없는 곳이다. 평평한 산책로엔 꽃, 풀, 나무들의 이름표가 빠짐없이 붙어 있다. 자연물을 방관하듯 구경만 하는 수목원과는 다르다. 식물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수목원의 본래 목적만 인지한다면 홍릉수목원은 삼림욕과 학습을 겸하기에 부족함 없는 곳이다. 탐방로도 비교적 잘 꾸며놓았다. 상시 개방이 아니라 일주일에 딱 한번 일반인에게 관람의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다른 곳에 비해 자연훼손도 적은 편. 산책하다 운이 좋으면 60여종의 산새와 곤충도 관찰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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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도로를 뒤로하고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탐방로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홍릉수목원 탐방의 시작은 보드워크(boardwalk, 나무판자길)를 따라 이어진 습지원부터다. 습지원은 1999년 산림과학관 개관에 맞춰 인공적으로 조성해놓은 곳이다. 주변엔 낙지다리, 가시연꽃, 물쑥 등 습지식물이 자라고 있다. 코스가 도로와 인접해 있어 차 소음 때문에 이곳에서 숲을 느끼기엔 아직까지 부족하다. 보드워크 위엔 보라색 물감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뿌려져 있다. 버찌가 만든 작품이다. 보드워크가 끝날 즈음엔 수목원의 휴게 시설 중 하나인 벚나무 쉼터가 나온다. 동네 정자 같은 공간에 달랑 음료 자판기가 전부지만 주변 우거진 나무 덕에 바람이 시원하다. 아쉬운 대로 음료수 한 모금 마시고 습지원을 빠져나오면 산림과학관 건물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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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 6일 개관한 산림과학관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꼭 들러봐야 할 곳 중 하나다. 산림과학관은 낙엽송 대단면 집성재와 소나무 잣나무를 이용한 대형 목구조건축물로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시물이다. 들어서면 너와집 모형이 반긴다. 중앙에는 조형 목조탑이 떡하니 들어서 있다. 산림과학관은 시청각 자료 수준이 어려운 편이다. 그나마 제1전시실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다. '자연 정수기'라 불리는 숲이 하는 일에서부터 식물의 광합성 과정, 건강한 숲의 모습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획전시실에는 홍릉수목원에서 피고 지는 식물들의 사계를 담은 사진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산림과학관 앞에는 야외 교육장이 있다. 주변에 커다란 상수리나무가 더위를 식히러 온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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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본원에는 보라색 꽃이 예쁜 엉겅퀴, 독성이 있는 박새, 마늘향이 느껴지는 산마늘 등 키 작은 초본식물들이 보기 좋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박새와 산마늘은 이파리 모양이 비슷해 비교해 가며 관찰해 볼 수 있다. 많은 탐방객들은 대부분 초본원을 돌아 다시 걷기 좋은 활엽수원이나 침엽수원으로 가지만 홍릉수목원의 백미는 초본원을 지나 ' 조경수원'으로 가는 산책로다. 여기서부터는 천장산의 자연을 느끼며 등산하는 기분으로 산책을 할 수 있다. 진정한 숲길의 시작이다. 물론 표고 141m로 야트막한 산이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제법 울창한 숲이 나온다. 인적도 드물어지고 차 소음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오직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만 들릴 뿐. 지날 땐 어디굅?인적에 놀란 새가 후두둑 날아간다. 탐방로는 어느새 호젓한 산길과 이어진다. 조경수원으로 가는 길엔 이끼 낀 우물터도 구경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고종이 물을 떠 마셨다는 어정터. 하지만 썩은 물만 고여 있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와 과학기술원이 들어서면서 수맥이 끊기는 바람에 현재는 더 이상 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금 더 걸어 관목원(제7수목원)으로 가면 수목원의 이름이 유래한 역사적인 장소, 홍릉터가 나온다. '홍릉터'라고 쓰여 있어서 그 위치를 짐작할 뿐 능터만 남아 있는 빈 자리엔 소나무 한 그루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주변에는 칠엽수, 독일가문비, 단풍나무, 편백, 박태기나무, 수수꽃다리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가는 길 곳곳엔 빨간색 뱀딸기가 흩뿌려지듯 펼쳐져있다. 잘 가꿔놓은 조경수원을 거쳐 오른쪽 길을 택해 내려오면 난대식물원을 거쳐 약용식물원과 만난다. 약용식물원은 이름 그대로 약재로 쓰이는 식물을 모아놓은 곳. 대표적인 한약 재료인 황기, 천궁, 당귀, 박주가리, 더위지기 등 한약재로 쓰이는 식물들이 많아 한의대생들의 현장학습 장소로도 애용되는 곳이다. 하지만 약용식물원은 수목원 내에서 탐방객들의 횡포 아닌 횡포가 가장 심한 곳이기도 하다. “보호를 한다고 해도 불법 채취가 번번이 행해진다”는 것. 누군가에 의해 가지가 다 잘려나간 가시오갈피만 봐도 대강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약용식물원까지 둘러보고 나오면 다시 정문 앞.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면 2~3시간 소요된다.
홍릉수목원 가까이엔 영휘원(입장료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과 숭인원 그리고 세종대왕기념관이 있어 연계 관람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홍릉수목원에서 세종대왕기념관, 영휘원 가는 길은 '걷기 좋은 길'로 꼽힐 만큼 한적하고 운치 있으니 꼭 한번 걸어볼 것. 영휘원엔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 펴고 쉬어갈 만한 너른 공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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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릉수목원 주변 맛집의 다크호스. 배우 고두심씨의 여동생 고두화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원래 삼겹살에 8~9가지 쌈이 나오는 쌈밥이 주력 메뉴였으나 최근 주인이 개발한 전복영양탕으로 다시 한번 주변 맛집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3만원(2~3인용)짜리 전복영양탕엔 닭을 비롯해 찹쌀, 녹두, 밤, 대추, 마늘, 수삼, 황기, 녹각, 산 전복 등 총 10여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재료만 보더라도 힘이 불끈 솟는 듯. 여름 보양식으로 흠 잡을 데 없다. 주인 고두화씨는 “언니(고두심 씨)도 기운 없을 때 가끔 와서 먹고 간다”고 귀띔한다. 주문하면 따끈따끈한 죽 위에 살아있는 전복을 올려낸다. 제주산과 완도산만 쓴다는 전복은 손님이 보이는 자리에서 직접 잘라준다. 갈지 않은 통녹두와 온갖 잡곡을 섞어 끓인 죽은 고소하고 담백하다. 골라 먹을 것 많아 먹는 내내 즐겁다. 곁들여 나오는 6가지의 밑반찬도 깔끔하다. 조리 시간이 길기 때문에 심하게 시장하거나 '성질 급한 사람'은 30분 전 예약 필수.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30분(둘째, 넷째 토요일 휴무). 문의 (02)962-3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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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좀 안다 싶은 사람들은 '홍릉수목원'하면 떠오르는 곳이 바로 '홍릉갈비'다. 30여 년 전통의 홍릉갈비는 그 명성만큼이나 맛도, 서비스도 '친절'하다. 옛 간판, 옛 건물 그대로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내부 시설은 화장실만 개보수한 정도. 룸의 좌식 의자, 직원들의 옷차림도 옛날 스타일 그대로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에서의 식사는 향수마저 느끼게 한다. 홍릉갈비의 야심작 양념갈비(1인분 3대 2만1000원) 맛 또한 변함없다. 세월의 입맛에 따라 약간은 변했을지언정 기본기에 충실한 맛은 예전 그대로다. 단골층이 40~50대인 것도 그 때문. 마늘, 대파, 양파, 참기름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끓여낸 양념에 재워 3일 동안 숙성시킨 후 구워내는 고기는 입에 착 달라붙는다. 적당한 간에 쫄깃쫄깃하면서도 연한 육질은 씹을수록 구수求?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연중무휴). 문의 (02)96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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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메밀면 한 그릇 잡숫고 싶다면 봉평메밀로 가보자. 이 집은 원래 생선조림으로 유명한 곳이었으나 작년 8월부터 메밀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의 고향 '강원도 봉평 농협과 직거래를 통해 국내산 메밀만을 사용한다'고 떳떳하게 붙여놓았다. 이 여름 더위를 날려줄 메뉴는 단연 메밀국수. 김가루 뿌려낸 메밀물국수(4500원)는 시원하게 먹기 좋고 메밀비빔국수(4500원)는 매콤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메밀묵밥이나 메밀회국수(5500원)도 먹을 만하다. 메밀향 은은하게 퍼지는 메밀꽃막걸리에 큼직하게 부쳐내는 메밀 전병(6000원) 한 장 곁들이면 금상첨화.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10시(명절휴무). 문의 (02)966-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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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까워서 한번쯤 갈 볼 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