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타일 - 맛]
 
작년 가장 사랑받은 우리술···
'지평' 꺾은 막걸리 1위는
 
어떤 막걸리가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사랑받았을까. 여러분도 순위를 확인하기 전 나만의 1위를 꼽아보세요.
|
전국 ‘전통주 전문점 협의회(대표 이승훈)’ 소속 30여 개 전통주점이 판매 순위를 공개했다.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막걸리, 약주, 증류주 3개 부문의 순위다. 매출액 기준으로 각각 꼽아 1위 5점, 2위 4점, 3위 3점으로 점수를 매겨 합친 숫자로 7위까지 전체 순위를 매겼다. 아직까지 입맛에 맞는 우리술을 찾지 못했거나, 우리술에 처음 도전해보는 사람이라면 좋은 가이드가 될 만하다. 우리술의 명맥을 잇기 위해 없던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며 노력하는 우리 주변의 전통주 주점을 찾아 ‘개념 있는’ 소비와 함께 응원과 힘을 보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각각의 술에 대한 설명과 부문별 순위 분석은 F&B 전문 콘텐트 회사 PR5번가 대표로 전통주 소개 사이트 ‘대동여주도(酒)’와 주류 전문 영상 사이트 ‘니술냉 가이드(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민씨가 도움말을 줬다.
2018 전국 30여 개 전통주점 판매 순위. [이미지 전통주 소개 사이트 대동여주도] |
막걸리 편
▶1위 해창 막걸리 : 전남 해남 : 해창주조 1등급 해남 쌀과 깨끗한 지하수, 직접 빚은 누룩, 일체의 감미료 없이 만든 프리미엄 막걸리다. 찹쌀과 멥쌀이 어우러져 담백한 맛을 내며, 입 안 가득 상큼함과 천연의 은은한 단맛을 내 애주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2위 지평 생막걸리 : 경기 양평 : 지평주조 90년 역사가 담긴 지평주조 막걸리는 100% 국내산 쌀과 밀 누룩을 이용해 빚는다. 담백한 향과 순한 맛이 특징. 알코올 도수가 일반 막걸리인 6도에 비해 낮은 5도로 순한 맛에 찾는 소비자가 많다. ▶3위 느린마을 막걸리 : 경기 포천 : 배상면주가 저온살균 막걸리인 ‘느린마을 막걸리’는 고창 쌀과 누룩, 그리고 물로만 만드는 생막걸리다. 배상면주가 특유의 밥을 찌지 않고 생쌀을 갈아 발효시키는 이른바 ‘생쌀 발효법’으로 만드는 막걸리로 신선함과 부드러운 목 넘김을 느낄 수 있다. ▶4위 이화백주 : 경남 양산 : 하늘못양조장 무감미료 프리미엄 탄산 막걸리다. ▶5위 복순도가 손막걸리 : 울산광역시 울주군 : 복순도가 톡 쏘는 기포가 입안을 상쾌하게 해서 샴페인 막걸리로 유명하다. ▶6위 송명섭 막걸리 : 전북 전주시 : 태인합동주조 드라이 막걸리의 대명사로 이맛에 대한 평은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뉜다. ▶7위 우렁이 쌀막걸리 : 충남 논산시 : 양촌양조 우렁이농법의 저온숙성 막걸리다. 7위 안에 든 막걸리 중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가 5개나 된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쌀·물·누룩으로 빚어낸 자연 그대로의 맛을 찾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막걸리들은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을 재료로 하고, 숙성 기간도 길어 대중적인 막걸리보다는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엔 가격보다 품질과 맛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막걸리는 저렴한 술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생겼다. 기포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스파클링 막걸리’에 대한 선호도 또한 높아졌다. ‘샴페인 막걸리’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복순도가 막걸 리가 포문을 열면서 이화백주, 오희 등의 제품들이 출시됐다. 주점 판매 가격이 1~2만원 대임에도 불구하고 스파클링 막걸리가 나란히 4,5위를 차지했다는 건 흥미로운 결과다. 스파클링 막걸리의 인기는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2017년 판매 순위에서 2위였던 송명섭막걸리를 제치고 지평막걸리가 2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지평막걸리는 지난해 매출이 168억원이 될 만큼 수직 성장을 보이고 있는 막걸리로, 알코올 도수를 5도로 낮춰 순하고 부드러운 막걸리의 대명사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젊은층이 저도주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2018 전국 30여 개 전통주점 판매 순위. [이미지 전통주 소개 사이트 대동여주도] |
약주/청주 편
▶1위 풍정사계 춘 : 충북 청주 : 화양양조장 풍정사계 춘(春)은 국내산 쌀과 전통 누룩, 청주 청원의 좋은 물로 빚어낸 술이다. 인공 첨가물이 가미되지 않아 자연스럽고 깔끔한 맛과 향을 지녔다. 이름처럼 상큼한 사과 향, 꽃 향 등이 느껴지며 봄의 향취를 자아내는 술이다. ▶2위 오메기술 : 제주 애월 : 제주샘주 오메기술은 제주의 별미인 오메기 떡을 누룩과 함께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산미가 있으면서도 은은한 단맛과 곡물 특유의 부드러운 향기를 지녔다. 차갑게 해서 마시면 화이트 와인 같은 느낌도 드는데 짭조름한 옥돔구이, 갈치조림과 잘 어울린다. ▶3위 솔송주 : 경남 함양 : (주)솔송주 국내산 백미, 곡자, 솔잎, 송순과 지리산 자락의 청정 지하암반수로 빚어 은은한 솔향기와 감칠맛이 특징이다. 시원하게 마셔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식전주로 시작하면 좋다. ▶4위 한산소곡주 : 충남 서천 : 한산소곡주 감미로운 향과 특유의 감칠맛이 특징으로 한 번 마시면 일어날 생각을 잊어버린다고 해서 ‘앉은뱅이술’로도 불린다. ▶5위 감자술 : 강원 평창 : 오대서주양조장 2018년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설 선물주로 선택했던 술이다. ▶6위 야관문주 수리 : 강원도 횡성군 : 국순당 ‘밤의 빗장을 연다’는 야관문으로 만든 핑크빛 약주다. ▶7위 대통대잎술 : 전남 담양군 : 추성고을 대나무의 고장 담양을 대표하는 술이다. 주종 카테고리에서 약/청주가 차지하는 양은 막걸리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꾸준히 관심이 커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약/청주 순위 결과는 크게 두 가지의 소비패턴을 반영한다. 첫째는 가격. 1만원 전후로 맛볼 수 있는 저렴하면서도 편하게 마시기 좋은 술들이 순위에 꽤 들었다. 오메기술, 솔송주 약주, 감자술, 수리, 대통주 등이다. 이 술들의 공통점은 남녀노소 모두 편하게 마시기 좋고, 맛이 강하지 않으며, 다양한 한식과도 무난히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달지 않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단맛이 강한 술은 음식과 함께 마시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인지도와 이슈가 크게 작용했다. 풍정사계 춘이 많은 주점에서 1등을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주점 판매가 2~3만원대인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풍정사계 춘은 10개 주점에서 1위를 차지하고, 전체 약/청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시 만찬주로 선정되며 크게 이슈화됐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주요 행사나 만찬에 우리술을 적극 내놓고 있다. 풍정사계 춘 외에도 오메기술, 솔송주, 감자술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설 선물로 선정된 바 있다. 소비자들이 이런 술을 궁금해 하고 맛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2018 전국 30여 개 전통주점 판매 순위. [이미지 전통주 소개 사이트 대동여주도] ] |
증유주 편
▶1위 이강주 19도·25도 : 전북 전주 : 전주 이강주 선조시대 때부터 상류사회에서 즐겨 마시던 고급 약소주다. 조선시대 3대 명주 중 하나로 손꼽히며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맛, 숙취가 없고 뒤가 깨끗한 것이 특징이다. 직접 만든 소주에 배(梨)와 생강(薑)이 들어간다고 해 이강주(梨薑酒)라고 부른다. ▶2위 황금보리 증류소주 17도 : 전북 김제 : 모악산새순영농조합 김제평야에서 재배되는 황금보리(새찰보리)를 원료로 두 번의 증류과정과 참숯 여과방식을 통해 제조했다. 보리술 특유의 구수한 향과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며 취향에 따라 17도·40도 두 가지 도수를 즐길 수 있다. ▶3위 명인안동소주 22도 : 경북 안동 : 명인 안동소주 안동 지역 사대부가에서 대를 이어온 전통주로 현재 식품명인 박재서 명인이 빚고 있다. 안동의 물과 쌀을 원료로 빚어낸 증류식 소주로 은은한 향과 깊은 감칠맛, 입안을 꽉 차는 무거운 느낌이 특징이다. ▶4위 서울의 밤 25도 : 서울 은평구 : 더한주류 황매실 100%로 만든 매실 증류주다. ▶5위 화요 25도 : 경기 여주 : 화요 여주 쌀 100%로 빚은 부드럽고 깔끔한 증류식 소주다. ▶6위 문경바람 40도 : 경북 문경 : 농업회사법인 (주)제이엘 사과가 주재료로 ‘한국형 칼바도스’라고 불린다. ▶7위 감홍로 40도 : 경기 파주 : 농업회사법인 (주)감홍로 38선 이북의 으뜸 술로 관서지방을 대표하는 소주로 꼽힌다. 화요, 일품진로로 저변화에 성공한 프리미엄 증류주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덕분에 술도가에선 곡류의 향과 맛을 품은 개성 있는 증류주를 다양하게 맛보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하지만 높은 도수의 고도주에 대한 부담으로 희석식 소주 또한 도수를 낮추고 있는 때라, 역시나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덜한 알코올 도수 17도~25도 사이의 증류식 소주가 1위부터 5위까지 나란히 순위를 차지했다. 대부분 가격이 1만원 전후의 술들로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약재가 들어가거나 개성이 강한 술 보다는 깔끔한 맛으로 음식과 편하게 매칭하기 좋은 술들이 인기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강주는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1위를 차지했다. 19도와 25도. 고도주에 대한 부담으로 도수를 낮춘 술들이 다소 심심하거나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강주의 경우 25도가 전통적인 대표 도수로 맛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게다가 배·생강·울금·계피 등의 재료가 들어가 시원한 맛이 나고, 전통주점에서 판매하는 안주들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서울의 밤이 기존 강자를 물리치고 4위를 차지한 건 아주 인상적인 결과다. 작년에 출시된 새내기임에도 빠르게 순위에 안착한 것은 노간주나무열매를 넣고 세련된 병으로 만들어 한국형 ‘진(Gin)’의 느낌을 잘 살린 데 있다. 주점 판매 가격도 1만원대로 부담이 적어 빠르게 판매량이 늘고 있다. 7위에 오른 감홍로를 비롯해 삼해소주, 문배주, 담솔, 죽력고 등 역사, 스토리, 맛, 인지도를 갖춘 술들이 앞으로도 계속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제공 및 순위 분석=우리술 전문 채널 ‘대동여주도(酒)’ 이지민 대표 전통주 전문점 협의회 소속의 전국 주점= 백곰막걸리 신사본점·명동점, 얼쑤, 담은, 산울림1992, 국수주막, 두두, 콩두 미금점, 정작가의 막걸리집, 별주막, 도봉산 팔뚝집, 안씨막걸리, 작, 솟대, 박경자식당, 셰막, 수불, 술이송송, 막걸리이야기 서초점·사당점, 모이세, 수제막걸리 펍 주로, 화반, 도전, 꽃술래, 효진도가&명륜미술관, 왕탁, 안중, 술곳간, 두 번째 술집, 유광상회부자집, 부농배켱
정리=서정민 기자 , ⓒ 중앙일보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