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좌지기(宥坐之器)
[용서할 유/앉을 좌/어조사 지/그릇 기]
[뜻]
항상 곁에 두고 보는 그릇.
마음을 적당히 가지기 위해 곁에 두고 보는 그릇.
[내용]
공자는 일찍이 주(周)나라 환공(桓公)의 사당(祠堂)을 찾아간 일이 있었다.
사당 안에는 의식에 쓰는 의례용 기구인 의기(儀器)가 있었다.
공자는 그것을 보고는 사당을 지키는 이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엇에 소용되는 그릇입니까?”
사당지기가 대답했다.
“항상 곁에 두구 보는 그릇입니다.”
공자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나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그릇은 속이 비면 기울어지고,
알맞게 물이 차면 바로 서고, 가득 채우면 엎지러진다고 하더군요.”
유좌지기란 속이 비거나 가득 차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만, 적당하게 차면
중심을 잡고 곧게 서 있을 수 있는 그릇을 말한다.
⦁ 설원(說苑)에 나오는 얻으면 잃게 되고, 결정되면 다시 뒤집어진다
는 말이나, (得而失之 定而復傾/득이실지 정이부경)
⦁ 서경(書經)에 나오는 차면(자만/自滿→盈/영)은 손실을 초래하나,
겸손(謙遜→虛/허)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하늘의 도리라 하는 말이나,
(滿招損, 謙受益, 時乃天道/만초손, 겸수익, 시내천도)
⦁ 관자[管子 : 기원전475~기원전221)의 지극하면 되돌아가고 왕성하면
쇠해지는 것이 하늘의 도라고 한 말이나,
(天道之數至則反盛則衰/천도지수지칙반성칙쇠)
⦁ 주역(周易)의 가득 찬 것을 덜어내어 겸허한 것에 보태주는 것이 하늘의
도라 한 말들이 (天道虧盈而益謙/천도휴영이익겸)
다 그 ‘적당히’를 낳고 신뢰하게 한 배경이자 증거라고 생각한다.
술을 많이 마시지 말라고 깨우쳐주는 계영배(戒盈杯)라는 것이 있다.
술을 가득 채워서 마시지 못하도록 어느 정도까지 차면 술잔 옆의 구멍으로
새어 나가게 만들었다.
조선 후기의 거상 임상옥(林尙沃)이 한 도공이 만든 계영배를 늘 곁에 두고
과욕을 다스린 끝에 큰 재산을 모았다는 얘기가 최인호 작가의 장편
상도(商道)에 자세히 소개돼 유명해졌다.
첫댓글 유좌지기(宥坐之器)를 하나 구해서 곁에 두고 싶어집니다 ^^
득이실지 정이부경(得而失之 定而復傾) 은 오늘 처음 접했는데, 늘 새겨두어야 할 말씀으로 아주 적당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