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도덕 교육』은 프랑스의 위대한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1902~1903년 소르본 대학에서 도덕, 교육, 사회를 주제로 한 18개의 강의를 엮은 것이다. 이 강의 저술은 뒤르켐이 보르도 대학에 부임한 첫해(1898~1899)에 이미 구상하고 초안을 집필했으며, 사후에 뒤르켐 학파 1세대를 이끈 제자 폴 포코네가 체계적으로 편집해 1925년에 출판했다. 3년 전 출판된 또 다른 유작 『교육과 사회학』(1922), 제자 모리스 알박스가 편집하여 출판한 『프랑스 교육의 진화』(1938)와 함께 『도덕 교육』은 ‘뒤르켐 교육학 저술’의 중심을 이룬다. 이 저작들은 뒤르켐이 보르도 대학에서 가르친 첫해부터 소르본 대학에서 가르친 마지막 해(1915~1916)까지 약 30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행해진 일련의 강의 및 강연을 담고 있다. 『사회분업론』 『자살론』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를 통해 사회학 분야에 남긴 뒤르켐의 업적은 잘 아는바, 이제 여기에 더해 사회학자로서 그가 얼마나 교육적 사명에 헌신했는지 알 수 있다.
뒤르켐의 교육론은 그의 사회학 연구에서 핵심적인 한 축을 이룬다. 그는 ‘아노미’ 상태라 부를 수 있는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사회를 어떻게 하면 질서와 통합으로 이끌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한평생 ‘도덕의 문제’에 천착했다. 뒤르켐은 사회 해체의 위험, 사회 감시망의 쇠퇴, 개인과 집단의 관계 약화, 아노미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교육 체계라고 확신했다. 인간은 교육을 통해 한 사회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으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만의 도덕 규칙과 규범을 세우고 다음 세대에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어느 사회든 그 구성원 개인들이 수용하고 존중하는 ‘규칙들의 총체’가 없이는 제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뒤르켐은 도덕의 3요소를 규율의 정신, 사회집단에의 결속, 의지의 자율성이라고 했으며 이 책 제1부에서 다룬다. 뒤르켐은 개인-가족-사회(국가-인류)의 단계를 거치면서 도덕이 확장되는 현상에 주목하며 연구했다. 그리고 가족이나 사회 속에서도 도덕을 교육할 수 있지만, 도덕 교육을 실시할 가장 적절한 장소를 ‘학교’라고 보았다. 가족은 혈연적 친밀성 때문에 합리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단계의 사회인 학교에서, 특별히 고정관념이 형성되지 않아 사고가 유연한 초등학교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가장 효율적인 도덕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어린아이에게 도덕 규율을 어떻게 심어줄 수 있을까를 이 책 제2부에서 논의한다. 그 과정에서 아동심리학, 학교의 규율, 학교의 상벌체계를 자세히 다룬다. 뒤르켐은 사회집단에의 결속과 관련하여 단절 없이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의 환경, 졸업 후 동창회와 같은 중간 사회의 구성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또 의지의 자율성과 관련해 자연과학, 역사, 예술 등의 심미적 문화를 통해 내면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교육에 대해 말한다. 이러한 일에서 교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러므로 교사는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에 투신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저자 소개
에밀 뒤르켐 (Émile Durkheim, 1858~1917)
마르크스, 베버와 함께 근대 사회학의 기초를 놓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오귀스트 콩트에서 싹튼 사회학을 독자적이고 체계적인 학문으로 정립하는 일에 누구보다 헌신한 인물이다.
1858년 알자스 로렌 지방의 작은 도시 에피날에서 태어났다. 부친, 조부, 증조부 모두 랍비였으나 그는 집안 전통을 따르지 않고 학자의 길을 걸었다. 종교에 대한 평생의 관심도 신학적이라기보다 학문적이었다. 1879년 파리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해 앙리 베르그송, 장 조레스와 함께 공부하고 철학자 에밀 부트루, 역사학자 퓌스텔 드 쿨랑주 등의 가르침을 받았다. 졸업 후 철학 교사로 지내다가 독일로 건너가 사회학을 공부하며 많은 논문을 발표한다. 1887년 보르도 대학에 임용되어 1896년 정교수가 되었다. 당시 그의 지적인 영향을 받은 조카 마르 셀 모스도 이곳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1902년 소르본 대학으로 옮겨 1917년 사망할 때까지 사회학과 교육학 교수로 있었고, 1913년 프랑스 사회학회 초대 회장직을 역임하면서 사회학이라는 학제를 강화하고 그 학문적 토대를 다졌다.
1890년대 주요 저서들을 왕성하게 집필했다.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아노미의 극복과 사회통합 문제를 다룬 『사회분업론』(1893), 과학으로서의 사회학을 선언하고 그 방법론을 제시한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1895), 사회현상으로서의 자살을 통계와 자료를 통해 선구적으로 분석한 『자살론』(1897)을 차례로 펴냈다. 1898년 『사회학 연보』(L’Anne’e Sociologique)를 창간, 당대 지성들이 참여하면서 이른바 뒤르켐 학파를 형성했다. 1912년 ‘사회적 사실’로서의 종교를 분석한 『종교적 생활의 원초적 형태』를 펴냈다. 1916년 전쟁에 나간 아들이 사망하자 충격을 받고, 이듬해 뇌졸중으로 삶을 마감했다.
사회 문제는 ‘구조적’이라고 말할 때 뒤르켐은 여전히 호명된다. 근대국가가 수립되던 프랑스 제3공화국의 혼란기를 살며 연대와 통합, 개인과 공동체 문제에 천착하며 자신의 사상을 펼쳤던 뒤르켐은 오늘 우리 사회에도 깊은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목차
옮긴이 서문 ─ 다음 세대를 위한 도덕 교육
일러두기
제1강 서론: 세속적 도덕
제1부 | 도덕의 요소들
제2강 도덕의 첫 번째 요소: 규율의 정신
제3강 규율의 정신(계속)
제4강 규율의 정신(마지막)|도덕의 두 번째 요소: 사회집단에의 결속
제5강 사회집단에의 결속(계속)
제6강 사회집단에의 결속(마지막)|두 요소의 관계와 결합
제7강 도덕의 처음 두 요소에 대한 결론|도덕의 세 번째 요소: 의지의 자율성
제8강 의지의 자율성(마지막)
제2부 | 어린아이에게 도덕의 요소들을 어떻게 확립할까
I. 규율의 정신
제9강 규율과 아동심리학
제10강 학교의 규율
제11강 학교의 벌칙
제12강 학교의 벌칙(계속)
제13강 학교의 벌칙(마지막)|포상
II. 사회집단에의 결속
제14강 어린아이의 이타주의
제15강 학교 환경의 영향
제16강 학교 환경(마지막)|과학 교육
제17강 과학 교육(마지막)
제18강 미학적 교양: 역사 교육
해제 ─ 사회학자이자 교육가 에밀 뒤르켐
옮긴이 후기 ─ 우리 교육이 놓치는 도덕의 가치
찾아보기
책 속으로
교육학은 과학만큼 인내할 시간이 없다. 왜냐하면 교육학이란 지체할 수 없는 절박한 생명의 필요에 응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21쪽
공립학교는 바로 우리 국민의 전형을 탁월하게 지켜내는 수호자들이며,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누가 뭐래도 공립학교는 일반 교육이라는 수레바퀴를 제어하는 톱니장치와 같다.
25쪽
지금까지 인간들이 종교적인 알레고리 형태로 표현해왔던 도덕적 힘들을 발견해야 한다. 종교적 상징에서 도덕적 힘을 분리해 그것을 합리적으로 숨김없이 표현해야만 한다.
34쪽
교사는 이와 같이 필요한 것들을 획득하기 위해 자신에게 맡겨진 아이들을 준비시켜야 한다. 교사는 오래전부터 읽지 않는 책과 같은 선조들의 도덕 경전을 아이들에게 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7쪽
도덕성의 요소가 무엇인지 자문하는 것은 모든 덕(德), 심지어 가장 중요한 덕들의 완벽한 리스트를 작성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자질, 즉 도덕 생활의 근저에 있는 정신상태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47쪽
도덕은 정해진 규칙들의 총체다. 그것은 확고한 윤곽이 정해진 주형틀과 같다.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의 행동을 주조하게 되어 있다. 우리가 행동해야 하는 순간, 상위의 원리들에서 추론해 규칙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규칙들은 이미 존재하고, 만들어져 있으며, 우리 주위에서 살아 기능하고 있다. 그 규칙들이야말로 구체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도덕적 실재다
55쪽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고 느끼는 모든 도덕적 힘에는 우리의 의지를 굴복시키는 무엇이 있다.
59쪽
어린아이들에게 부과하는 규율을 억압의 도구로 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자. 억압은 비난받을 행동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할 때만 사용되어야 한다. 규율은 그 자체로 교육의 고유한요소다.
78쪽
도덕적 목적이란 바로 사회를 대상으로 한다.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것, 이는 집합적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98쪽
우리는 개인의 외부에 단 하나의 심리적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험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우리의 의지가 애착할 수 있는 유일한 도덕적 존재, 그것은 바로 사회다. 도덕적 활동의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사회뿐이다.
104쪽
우리는 자신의 자율성을 옹호하려고 질투에 차서 자신의 세계에 틀어박히는 대신 사회의 영향력에 자신을 활짝 열어야 한다. 따라서 도덕이 정죄하는 것은 이러한 열매 없는 폐쇄다.
113쪽
이 규율의 목적은 사회, 적어도 사회가 사회라고 생각하는 바의 사회를 표현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결론은 논리적이다. 만일 사회가 도덕의 목적이라면 사회는 또한 도덕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130쪽
사회가 우리 위에 있으므로 우리에게 명령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것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사회는 우리에게 침투한다. 왜냐하면 사회는 우리 자신의 일부이고, 특별한 매력으로 우리를 끌어당겨 도덕적 목적을 고취하기 때문이다.
147쪽
도덕을 가르치는 것은, 도덕을 설교하거나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을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린아이에게 이러한 종류의 설명을 거부하는 것, 지켜야 할 규칙들의 이유를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 것, 그것은 불완전한 하류의 도덕을 어린아이에게 강요하는 일이다.
175쪽
도덕의 이상은 현실적이며 현실의 일부다. 그것은 우리가 보고 만지는 구체적이고 살아 있는 몸체에 생기를 준다. 말하자면 우리는 그 생명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몸체란 바로 사회다.
178쪽
아이들이 그 규율 안에 그것을 순순히 지키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아이가 규율 안에서 그것을 존중하게 만드는 도덕적 권위를 느껴야 한다. 존중이라는 내적인 감정이 순종이라는 외적인 표현으로 전환될 때 비로소 그 순종은 진정으로 도덕적이 된다.
221쪽
교사는 규칙을 제시하는 데 열성적이어야 한다. 즉 그의 개인적인 작품이 아니라 자신보다 우월한 도덕적 힘으로서의 규칙을 제시해야 한다. 교사는 규칙의 도구일 뿐 규칙을 만든 사람이 아니다.
224쪽
교사가 자신의 업무에 대해 가지는 소신에, 애착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쓰는 도덕적 이상에 교사의 권위가 있다. 어떤 사람의 말을 권위 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가 가진 확신에 대한 열정과 신념이다.
228쪽
반대로 제멋대로 그 규칙을 쉽게 회피하는 것을 보게 되면 아이들은 그 규칙이 약하고 영향력도 없다고 느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범법 행위 때문에 생기는 진정한 도덕적 해악이다.
237쪽
인간미 없는 사법관이 공식적인 형태로 내린 엄숙한 판결이 어린아이를 감동시킬 수 있을까? 과연 그것이 학생이 잘못했을 당시 담임교사가 그 잘못 때문에 아픈 심정으로 타이르는 몇 마디 말보다 더 감동이 있을까?
285쪽
우리보다 높은 곳에 있는 비개인적인 힘의 존재를 느낀다. 그 힘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형성되었고, 우리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인데, 우리는 그 힘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 힘이 바로 사회다.
345쪽
사회에서 우리 힘보다 더 고양된 도덕적 힘을 본다는 조건에서만 우리는 사회에 헌신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개인이 사회의 유일한 실제라면 사회의 권위와 우월성은 어디서 올 수 있을까?
359쪽
도덕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우리가 소속된 집단을 사랑하는 것이고, 그 집단을 구성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 그리고 모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3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