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사람. 피터 맘슨. 바람이 불어오는 곳. (제목. 저자. 출판사)
책 내용이 참 인상적이어서 몇 자 남긴다.
1. 소명.
소명. 처음 소명을 받은 사람은 나름의 상상을 한다. 그 부르심의 영광에 대해서. 그런데 거의 다 개꿈이다. 심하게 들리는가? 그럴 것이다. 그러나 다 사실이다. 자신이 생각했던 길과는 완전히 다른 자리로 부름 받을 가능성이 100퍼센트다. 그러니 함부로 소명받지 마시라. 받더라도 영광스러운 어떤 이미지로 소명의 결과를 상상하지 말 것. 산신히 부서진다. 이 연사 장담하며 외친다. 무엇보다 이상이 높고 바르게 무언가를 해보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은 소명받은 즉시 ‘내 인생 이제 끝났다’고 생각해라. 왜냐하면 그게 맞으니까. 이 책 주인공의 소명도 우아하거나, 멋지거나, 아름답게 성취되거나 이루어지지 않더라. 한국사람이나 독일 사람의 소명이 똑같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다. 하나님은 동일하신 분. 공평하신 분이다. 그쪽 사람에게나 우리에게나 참으로 잔인하고 모지신 아버지니까. 그렇게 결론을 내리려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어떤 결과를 빚어내시는 분. 참 묘하신 분. 아버지여.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우리같이 어리석고 믿음 없는 인생들이 당신의 뜻을 받들고 따라가려니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솔직히 너무 힘들어요. 하나님. 왜 소명을 주시고 그것을 산 산치 부수시고 부순 다음 왜 묘한 무언가를 하십니까. 알다가도 모르겠고 모르다가도 알 것 같고. 답답합니다.
2. 공동체.
공동체. 교회를 세우는 일,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 정말 고단하고 힘든 이유는 그 과정 속에 배신자들과 도라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성도들은 목사들에게 상처를 받고 배신을 당하고 목사들은 성도들에게 상처와 배신을 당한다. 서로를 향해 배신자, 도라이, 하면서 막말을 많이 할 것이다. 틀림없다. 당해본 사람에게는 그 표현도 상당히 부드러운 것이다.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고 안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고 예상 못했던 사람에게도 당한다. 사람에게 환멸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교회고 공동체고 다 귀찮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목회 여정에 계속된다. 이 산 넘으면 저 산. 저 산 넘으면 또 다른 산. 끝이 없다. 저자도 용서하고 다시 지도자로 세운 자들에게 처절한 보복을 당한다. 배신을 넘어 그냥 매장당하다시피 한다. 그 일로 가족들의 삶이 작살이 나고 자신의 인생도 거의 무너진다. 그래도 공동체를 위해 그 가속한 벌과 현실을 받아낸다. 요령. 방법. 수단 뭐 그런 것 없다. 가혹한 세월을 그냥 속수무책으로 보낸다. 그러다 병도 얻고, 자식도 죽고, 가족과 생이별하고. 그 넘의 공동체와 교회가 뭐길래, 그것을 위해 그 고단한 짐을 계속 짊어지는지 눈물이 다 난다. 인생이 그냥 다 부서진다. 공동체 때문에. 그래도 그 길을 끝까지 그냥 걸어간 무명의 믿음의 사람, 책을 덮을 즈음에 그의 인생을 향해 나도 결국 박수를 보냈다.
3. 하나님의 형상.
하나님의 형상. 브루더호프 공동체를 세우고 결국 한 사람의 인생에 남은 것은 하나님의 형상이었다. 그의 고단한 삶을 증언한 책의 저자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의 기억에 책의 주인공은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따뜻하고, 온유하고, 공감하고, 정의롭고, 긍휼히 풍성하고, 성실하고, 그 세월이 주인공의 삶을 이렇게 빚어냈다. 아니, 하나님께서 한 사람의 생애를 이렇게 인도하신 것이다. 우리를 부르셔서 사역의 현장으로 몰아넣으신 하나님은 우리에게 사역의 큰 열매를 기대하시거나, 우리가 이 직을 수단 삼아 자아실현을 멋지게 해내기를 기대하시는 분이 아니다. 자신을 닮아 사람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온전한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유일한 기대이며 우리 생을 향한 목표다. 이 일을 위해 하나님은 조금의 양보나 타협이 없다. 그래서 우리 인생이 고달프다. 소명의 첫출발에 서 있는 우리가 워낙 모나고 삐뚤어져 있고 자기중심적인 한심한 존재이기에. 책 잘 읽었다. 겁나게 재미있었다.
김관성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