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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문달(不求聞達)
이름이 널리 알려지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는 것을 바라지 않거나, 명예나 지위를 좇지 않는 것을 말한다.
不 : 아니 불(一/3)
求 : 구할 구(氺/2)
聞 : 들을 문(耳/8)
達 : 통달할 달(辶/9)
출전 : 삼국연의(三國演義) 第091回 출사표(出師表)
불구문달(不求聞達)은 출세하여 이름이 세상에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제갈량이 촉나라 황제에게 올린 출사표에서 '난세에 목숨을 보전하며 제후들에게 알려지기를 구하지 않았다'는 맥락으로 쓰인 표현에서 유래한 말이다.
여기서 문(聞)은 명성이나 명망이 널리 알려지는 것을 말하고, 달(達)은 현달(顯達)을 말한다. 고로 문달(聞達)은 단순히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세상에 드러나 인정받는 상태를 가리킨다. 따라서 불구문달(不求聞達)은 그런 명성과 출세를 목표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태도를 나타내는 말로 볼 수 있다.
이 성어는 그 유명한 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에 나오는 말이다.
출사표 속 원문과 배경
원문 구절
전출사표(前出師表)에는 '苟全性命於亂世 不求聞達於諸侯', 즉 난세에 성명을 보전하면서 제후들에게 알려지기를 구하지 않았다는 흐름의 구절이 나온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선제가 신하를 비천하게 여기지 않고 스스로 몸을 낮춰 초려에서 세 번 찾아왔으며, 당세의 일을 의논했다는 전개가 이어진다.
제갈량의 상황
이 표현은 제갈량이 원래 정치적 야망을 크게 품고 뛰어든 사람이 아니라, 난세 속에서 자신을 보존하던 은둔자에 가까웠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데 유비가 낮은 자세로 찾아와 큰일을 맡겼고, 이에 감격해 선제의 뜻을 받들어 힘쓰게 되었다는 맥락으로 이어진다.
현대적 쓰임과 뉘앙스
오늘날에는 주로 명예욕이나 출세욕이 크지 않은 태도를 설명할 때 쓸 수 있다. 다만 일상 대화보다는 격식 있는 글, 고전 해설, 인물의 겸손한 처지를 설명하는 문맥에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비슷한 느낌으로는 '이름을 알리려 애쓰지 않는다', '권력이나 명성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정도로 풀 수 있다. 반대로 남에게 알려지고 인정받는 것을 강하게 바라는 태도는 이 표현과 거리가 멀다.
苟全性命於亂世 구전성명어란세
不求聞達於諸侯 불구문달어제후
원문 '苟全性命於亂世 不求聞達於諸侯'는 '난세에 겨우 목숨을 보전하며, 제후들에게 알려지기를 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제갈량이 출사표에서 유비의 삼고초려와 선제의 신뢰를 언급하며, 자신은 명성을 쫓던 사람이 아니라 나라의 대업을 맡게 된 뒤 충성을 다하겠다는 맥락으로 쓴 구절이다.
직역하면 '난세 가운데서 겨우 목숨을 온전히 보전했을 뿐, 제후들에게 알려지고 인정받기를 바라지 않았다'에 가깝다. 여기서 구전성명(苟全性命)은 '구차하게 목숨을 보전함'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며,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혼란한 시대 속에서 자신의 삶을 겨우 지켜온 처지를 나타낸다.
출사표 속 문맥과 제갈량의 태도
이 구절은 제갈량이 유비를 만나기 전, 세상에 나서 출세하기보다 은둔하며 살아가던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지는 문맥에서는 선제가 신하를 천하게 여기지 않고, 초려에서 세 번 찾아와 당세의 일을 의논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제갈량이 받은 임무와 책임감이 강조된다.
따라서 이 표현은 제갈량을 야심이 전혀 없었던 사람으로만 보기보다는, 명성이나 권력을 먼저 좇지 않았으나 선제의 신뢰와 국가의 위급함을 받아들이고 책임을 맡은 인물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제의 부탁과 한나라 부흥이라는 대업 때문에 전쟁터로 향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대적 의미와 쓰임
현대적으로는 출세욕이나 명예욕보다 책임감과 절개를 앞세우는 태도를 설명할 때 쓸 수 있다. 특히 어떤 일이 개인의 성공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사명이나 의리를 따르는 선택일 때 이 구절의 뉘앙스가 살아난다.
다만 일상 대화에서는 다소 무겁고 고풍스러운 표현이다. 그래서 친구와의 가벼운 자리보다는 역사 해설, 인물 평가, 격식 있는 글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명성보다 내면의 책임과 충성을 중시했다'는 의미로 쓰는 편이 자연스럽다.
불구문달(不求聞達)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현달함이란 뜻을 가진 ‘문달’이 지금은 한 단어로 쓰이지만, 고대에는 두 글자의 속뜻이 각각 달랐다.
子張問, 士何如斯可謂之達矣.
자장(子張)이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선비는 어떻게 해야 달(達)했다고 할 수 있습니까?”
子曰, 何哉, 爾所謂達者.
공자가 말했다. “그대가 말하는 달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子張對曰, 在邦必聞, 在家必聞.
“임금을 섬겨 일을 해도 반드시 이름이 나고, 대부를 섬겨 일을 해도 반드시 이름이 나는 것을 말합니다.”
子曰, 是聞也, 非達也. 夫達也者, 質直而好義, 察言而觀色, 慮以下人, 在邦必達, 在家必達. 夫聞也者, 色取仁而行違, 居之不疑, 在邦必聞, 在家必聞.
“그것은 문(聞)이지 달이 아니다. 달한 사람은 질박하고 곧고 의를 좋아하며, 남의 말과 안색을 잘 살피고, 사려 깊이 행동하고 남에게 겸손하여, 임금을 섬겨도 달하고, 대부를 섬겨도 달하게 된다. 하지만 문한 사람은 표면으로는 인을 취하는 것 같지만 행동은 어긋나며, 그렇게 하면서도 잘못에 대해 의혹을 갖지 아니하여, 임금을 섬겨도 문하고, 대부를 섬겨도 문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논어(論語) 안연(顔淵)에 나오는데, 이처럼 춘추시대 당시에는 문과 달의 뜻이 각각 달랐다.
원문에 나오는 재방(在邦)이란 왕의 신하가 되어 나라에서 벼슬하는 것을 말하며, 재가(在家)란 대부의 사인(舍人)이 되어 대부를 위해 일하는 것을 말한다.
방(邦)과 가(家)에 대해 이해를 하고 넘어가자. 고대 봉건제도하의 통치 계급은 천자, 제후, 대부, 사(士)가 있었다.
천자는 천하를 다스리는데, 혼자 다 다스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땅을 나누어 제후들을 봉한다. 이 제후들의 땅을 국(國), 혹은 방(邦)이라 한다.
제후 역시 땅을 나누어 대부에게 주는데, 이것이 바로 대부의 식읍(食邑)이나 채읍(采邑)으로 이를 가(家)라고 한다. 국가(國家)란 말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사는 봉토가 없이 천자나 제후나 대부를 섬기며 그들을 위해, 혹은 그들을 도와 백성들을 다스리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을 사족(士族) 계급이라고 한다.
전출사표(前出師表)
전출사표(前出師表)는 촉한의 승상 제갈량이 227년 위나라 정벌, 즉 1차 북벌에 나서기 전 후주 유선에게 올린 표문입니다. 나라의 위급한 현실을 설명하며 유선의 공정한 국정 운영을 당부하고, 선제 유비에게 받은 은혜에 보답해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하겠다는 결의를 담은 글입니다.
출사표(出師表)라는 말은 원래 출병할 때 임금에게 올리는 글을 뜻하는 일반명사입니다. 다만 제갈량의 글이 워낙 유명해져서 보통 “출사표”라고 하면 그의 표문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출사표는 227년에 작성된 전편이고, 후출사표는 228년에 작성된 후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전출사표가 고문진보에 수록되어 읽혔고, 기녀와 가객들에 의해 노래처럼 불리며 송서의 한 곡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해집니다. 조선 정조대에 함흥의 기녀가 이를 잘 불렀다는 기록도 있으며, 20세기 초에는 경성방송국을 통해 방송된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전승되지 않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주요 내용과 핵심 메시지
국정 운영과 신하에 대한 당부
전출사표는 단순히 전쟁에 나가겠다는 선언만이 아니라, 촉한 내부의 정치 운영 방식을 바로잡으라는 당부를 중심에 둡니다. 제갈량은 유선에게 의견을 넓게 듣고, 선제의 덕을 빛내며, 충성스러운 신하들의 기운을 북돋으라고 말합니다. 또 궁중과 조정이 한 몸처럼 운영되어야 하고, 상과 벌은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곽유지, 비의, 동윤 같은 인물들은 선제가 발탁해 유선에게 남긴 충직한 신하로 언급됩니다. 제갈량은 궁중의 일을 이들에게 자문한 뒤 시행하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개인의 능력보다 제도와 인재 운용을 중시한 정치적 조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군사 업무에서도 비슷한 원칙을 제시합니다. 장군 상총은 과거 선제가 능하다고 칭했던 인물로 소개되며, 제갈량은 군중의 일을 결정할 때 주변에 충분히 자문한 뒤 실행하라고 말합니다. 이런 대목은 전출사표가 군사 전략서가 아니라, 지도자가 갖춰야 할 태도와 책임의 문제를 다룬 글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선제 유비에 대한 은혜와 충성의 다짐
글의 감정적 중심은 유비와의 만남과 그로부터 비롯된 책임감입니다. 제갈량은 선제가 자신을 비천하게 여기지 않고 직접 찾아와 당대의 일을 의논했다고 말하며, 그 특별한 대우에 보답하려는 마음이 조정 안팎의 신하들과 장수들에게 남아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대목에서 나오는 '난세에 겨우 목숨을 보전했으며, 제후들에게 알려지기를 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인식은 제갈량이 처음부터 출세나 명성을 좇던 인물이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유비의 신뢰를 받은 뒤,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위험한 임무를 받아들였다는 방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합니다.
그래서 전출사표의 충성은 단순한 복종이 아니라, 은혜를 잊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에 가깝습니다. 제갈량은 선제가 남긴 큰일을 완성하는 것이 유선에게 보답하는 길이 되고, 동시에 자신이 해야 할 직분이라고 말합니다.
역사적 의의와 후세에 미친 영향
전출사표는 문장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나라에 대한 걱정, 유비에 대한 충성, 스스로에 대한 엄격한 다짐이 함께 담긴 글로 평가됩니다. 문선(文選)에는 유협이 이 글을 두고 '뜻을 다하고도 문리가 잘 소통되어 표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극찬했다는 설명이 전해집니다.
후대에는 이 글이 충신과 효자의 감동을 끌어내는 대표적인 문장으로 여겨졌습니다. '진정표(陳情表)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효자가 아니고,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다'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유교적 충의 정신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전출사표가 고전 산문 교육의 소재로 자주 다뤄지며, 한문 문장 학습과 충의 사상 이해의 대표 예문으로 쓰입니다. 또한 송서와 방송 자료로도 전해진 만큼, 단순한 역사 문서를 넘어 문학·음악·교육 영역에서 꾸준히 소비된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출사표 원문과 현대어 번역
臣亮言(신량언) 신 제갈량이 말씀드립니다
先帝創業未半(선제창업미반) 선제께서는 창업을 절반도 이루지 못했는데
而中道崩殂(이중도붕조) 중간에 돌아가셨고
今天下三分(금천하삼분) 지금 천하는 셋으로 나뉘었고
益州疲弊(익주피폐) 익주는 피폐해졌으니
此誠危急存亡之秋也(차성위급존망지추야) 참으로 위급하고 존망이 걸린 때입니다
然侍衛之臣(연시위지신 ) 그러나 안에서 섬기는 신하들은
不懈於內(불해어내) 게을리하지 않고
忠志之士(충지지사) 밖에 있는 충성스러운 선비들은
忘身於外者(망신어외자) 자신을 잊고 힘씁니다
蓋追先帝之殊遇(개추선제지수우) 아마도 선제의 특별한 대우를 생각해서
欲報之於陛下也(욕보지어폐하야) 폐하께 보답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誠宜開張聖聽(성의개장성청) 참으로 마땅히 임금의 귀를 넓혀 들으시고
以光先帝遺德(이광선제유덕) 선제의 남긴 덕을 빛내며
恢弘志士之氣(회홍지사지기) 뜻있는 선비들의 기운을 넓혀 주어야 합니다
不宜妄自菲薄(불의망자비박) 스스로 낮추어 업신여기면 안 되며
引喩失義(인유실의) 예를 끌어다 옳음을 잃어서도 안 됩니다
以塞忠諫之路也(이색충간지로야) 충성스러운 간언의 길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
이 부분은 글의 도입부에 해당하며, 제갈량이 왜 이 표문을 올릴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합니다. 단순히 전쟁을 나가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촉한이 처한 위기와 선제가 남긴 과업, 그리고 그것을 이어받은 유선의 책임을 함께 놓는 구조입니다.
주요 구절별 상세 해설
국정 운영과 인재 등용에 대한 당부
제갈량은 유선에게 궁중과 조정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宫中府中 俱爲一體는 궁중과 조정이 모두 한 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陟罰臧否 不宜異同은 상과 벌, 좋고 나쁨을 서로 다르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법에 따라 다스리고, 충성스럽고 선한 사람은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공정성의 요구입니다.
이어지는 구절에서는 곽유지, 비휘, 동윤 같은 인물들을 언급합니다. 제갈량은 이들이 선제에게 뽑혀 유선에게 남겨진 충실한 신하들이므로, 궁중의 일을 처리할 때 이들에게 물어보고 시행하라고 권합니다. 그러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군사 분야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합니다. 상총은 군사에 밝고 과거 시험에서 능력이 검증된 인물로 소개되며, 제갈량은 군중의 일을 결정할 때 작은 일까지도 자문한 뒤 시행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야 군대가 화합하고, 우열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제갈량이 유선을 무조건 믿고 맡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는 유선에게 현신을 가까이하고 소인을 멀리하라는 전통적인 정치 원칙을 환기하며, 선한 정치와 악한 정치의 갈림길을 분명히 제시합니다.
선제 유비에 대한 은혜와 충성의 다짐
제갈량은 유비가 자신을 특별히 대우했고, 그 대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안팎에 많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유선에게 선제의 유덕을 빛내고 충성스러운 신하들의 기운을 넓혀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는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선제의 뜻을 이어가는 정치적 책임으로 표현됩니다.
위에서 살펴본 不求聞達於諸侯의 맥락도 여기서 이어집니다. 제갈량은 처음부터 명성을 얻기 위해 나온 사람이 아니라, 선제의 신뢰와 국가의 위급함을 받아들여 나선 인물로 자신을 설정합니다. 그래서 전출사표의 충성은 단순한 복종이 아니라, 받은 은혜를 국가의 과업으로 돌려주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또한 제갈량은 유선에게 너무 쉽게 자신을 낮추거나 충언을 막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引喩失義는 비유를 끌어다 옳음을 잃는다는 뜻으로, 말을 교묘하게 하여 옳은 말을 막는 태도를 경계하는 표현입니다. 충성스러운 간언의 길을 막지 말라는 말은, 군주가 신하의 말을 듣는 것이 곧 국가를 지키는 길이라는 생각과 연결됩니다.
작성 배경과 역사적 의의
전출사표는 제갈량이 위나라 정벌을 위해 군대를 이끌고 한수에 머물다가 출발할 때 유선에게 올린 표문입니다. 표문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올리는 글로,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드러낸다는 뜻을 지닙니다. 제갈량의 출사표는 촉한의 후주 유선에게 올린 정치적 호소이자 군사적 결의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유비가 위나라 땅을 완전히 수복하지 못한 채 죽었고, 제갈량이 그 유지를 받들어 북방 수복을 추진했다는 배경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전출사표는 단순한 출병 문서가 아니라, 선제의 미완성 과업을 어떻게 이어받을 것인가를 다룬 글입니다.
문학적으로는 충성과 책임, 군주의 태도, 인재 등용의 원칙이 응축된 고전 산문으로 평가됩니다. 제갈량의 생애와 삼국시대의 정치적 긴장이 함께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 글은 역사 문서이면서 동시에 충의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장으로 읽힙니다.
전출사표(前出師表)
출사표(出師表)는 촉한의 재상 제갈량이 위나라를 정벌하고자 황제 유선에게 올린 표문이다. 출사표라는 말 자체는 '출병할 때에 그 뜻을 적어서 임금에게 올리던 글'을 뜻하는 일반명사이지만, 제갈량의 출사표가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출사표'라고만 하면 제갈량의 출사표를 일컫는다.
전출사표, 후출사표의 두 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편은 227년, 후편은 228년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지(三國志)의 제갈량전(諸葛亮傳), 문선(文選) 등에 수록되어 있다. 훗날 지어진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도 원문이 그대로 수록되어 있다.
출사표는 우국에 대한 제갈량의 걱정과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 주된 내용을 이루며, 그 진정성이 표문 전체에 절절히 녹아 있어 이밀의 진정표(陳情表)와 함께 표문의 교범과도 같은 존재로 꼽힌다. 옛말 중에 '진정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효자가 아니며,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남조 양나라의 문학가였던 유협(劉勰)은 문장론의 체계를 세운 문예비평 서적이자 글쓰기 지침서인 문심조룡에서 '뜻을 다하고도 문리가 잘 소통되어 표(表)의 정수를 보여준다'라고 극찬했다. 사실 전출사표는 제갈량이 항상 스스로 능력을 견주었던 악의의 '보연혜왕서'의 전범을 따랐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 부분은 해당 문서를 참조하자.
그러나 후출사표에 관해서 후대의 위작이라는 논란이 있다. 혹자는 제갈량의 조카이자 동오의 재상이었던 제갈각이 북벌의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후출사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나, 아직 학계에서 사실로 판명되진 않았다. 따라서 후출사표역시 제갈량의 작품으로 여겨진다.
시간이 흘러 '출사표'라는 낱말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관용어의 하나로서 널리 쓰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출사표를 던지다'라는 표현이다. 이는 '큰 시합이나 경쟁, 선거 따위에 용감히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히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사실 어원을 엄밀히 따지면 출사표는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기 때문에 감히 '던지는' 성격의 글이 아니긴 하다. 이에 대해 지적한 기사도 있다.
전출사표(前出師表) 원문
臣亮言(신량언) 신 량은 아룁니다.
先帝創業未半(선제창업미반) 선제께서 창업을 절반도 이루지 못하신 채
而中道崩殂(이중도붕조) 중도에 돌아가시고,
今天下三分(금천하삼분) 지금 천하는 셋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益州疲弊(익주피폐) 저희 익주는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 있으니,
此誠危急存亡之秋也(차성위급존망지추야) 참으로 국가의 위급함과 존망이 걸린 중요한 때입니다.
然侍衛之臣(연시위지신) 그러나 궁궐 안에서 곁을 지키는 신하들이
不懈於內(불해어내) 안에서 게으르지 않고,
忠志之士(충지지사) 충성스러운 뜻을 지닌 장수와 군사들이
忘身於外者(망신어외자) 밖에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것은,
蓋追先帝之殊遇(개추선제지수우) 모두 선제의 특별했던 대우를 떠올려
欲報之於陛下也(욕보지어폐하야) 이를 폐하께 갚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誠宜開張聖聽(성의개장성청) 진실로 폐하께서는 성스러운 귀를 넓게 열으시어
以光先帝遺德(이광선제유덕) 선제께서 남기신 덕을 빛내시고
恢弘志士之氣(회홍지사지기) 뜻있는 선비들의 사기를 북돋우셔야 하며,
不宜妄自菲薄(불의망자비박) 스스로를 깎아내리거나
引喩失義(인유실의) 비유를 그릇되게 들어
以塞忠諫之路也(이색충간지로야) 충성의 길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
宮中府中(궁중부중) 궁궐 안과 조정은
俱爲一體(구위일체) 한 몸과 같으니,
陟罰臧否(척벌장비) 벼슬을 올리거나 벌을 주고 착함과 악함을 평가함에 있어
不宜異同(불의이동)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若有作姦犯科及爲(약유작간범과급위) 만약 간사한 짓을 하여 죄를 지은 자나
忠善者(충선자) 충성스럽고 착한 일을 한 자가 있다면,
宜付有司(의부유사) 마땅히 담당 관서에 넘겨
論其刑賞(논기형상) 그 형벌과 상을 논함으로써
以昭陛下平明之理(이소폐하평명지리) 폐하의 평등하고 밝은 정치를 밝혀야 하며,
不宜偏私(불의편사) 사사로운 정에 치우쳐
使內外異法也(사내외이법야) 안과 밖의 법을 다르게 해서는 안 됩니다.
侍中侍郞(시중시랑) 시중과 시랑인
郭攸之費禕董允等(곽유지비휘동윤등) 곽유지, 비의, 동윤 등은
此皆良實(차개량실) 모두 선량하고 진실하며
志慮忠純(지려충순) 지혜와 생각이 충성스럽고 순박합니다.
是以先帝簡拔(시이선제간발) 그러므로 선제께서 그들을 간택하시어
以遺陛下(이유폐하) 폐하께 남겨주신 것입니다.
愚以爲宮中之事(우이위궁중지사)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궁중의 일은
事無大小(사무대소) 크고 작은 것을 막론하고
悉以咨之(실이자지) 모두 이들과 상담하신
然後施行(연후시행) 후에 시행하시면
必能裨補闕漏(필능비보궐루) 반드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有所廣益(유소광익) 더 넓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將軍向寵(장군상총) 장군 상총은
性行淑均(성행숙균) 성품과 행실이 성숙하고 공평하며,
曉暢軍事(효창군사) 군사 일에 밝아
試用於昔日(시용어석일) 예전에 시험 삼아 기용했을 때
先帝稱之曰能(선제칭지왈능) 선제께서도 그를 칭찬하시며 능력 있다고 하셨습니다.
是以衆議擧寵爲督(시이중의거총위독) 이에 따라 여러 사람의 의논을 모아 상총을 추천하여 도독으로 삼은 것입니다.
愚以爲營中之事(우이위영중지사)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事無大小(사무대소) 군영 안의 일은 크고 작은 것을 막론하고
悉以咨之(실이자지) 모두 그와 상담하시면
必能使行陳和睦(필능사행진화목) 반드시 군사들 간에 화목하고,
優劣得所也(우열득소야) 유능한 자와 무능한 자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입니다.
親賢臣(친현신) 현명한 신하를 가까이하고
遠小人(원소인) 소인을 멀리한 것,
此先漢所以興隆也(차선한소이흥륭야) 이것이 전한이 흥성한 이유입니다.
親小人(친소인) 소인을 가까이하고
遠賢臣(원현신) 현명한 신하를 멀리한 것,
此後漢所以傾頹也(차후한소이경퇴야) 이것이 후한이 기울어진 이유입니다.
先帝在時(선제재시) 선제께서 살아계실 때
每與臣論此事(매여신론차사) 매번 신과 함께 이 일을 논하시며,
未嘗不歎息痛恨於桓靈也(미상불탄식통한어환영야) 환제와 영제의 일을 탄식하고 원통해하지 않으신 적이 없었습니다.
侍中尙書長史參軍(시중상서장사참군) 시중, 상서, 장사, 참군은
此悉貞亮死節之臣(차실정량사절지신) 모두 지조가 바르고 정직하며 절개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신하들이니,
願陛下親之信之(원폐하친지신지) 원컨대 폐하께서는 이들을 친히 하시고 믿으십시오.
則漢室之隆(즉한실지륭) 그리하시면 한실이 다시 흥하여
可計日而待也(가계일이대야) 날을 세며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臣本布衣(신본포의) 신은 본래 아무런 벼슬도 없던 시골 사람으로,
躬耕於南陽(궁경어남양) 남양에서 몸소 밭을 갈며
苟全性命於亂世(구전성명어난세) 어지러운 세상에 구차히 생명을 보존하고자 했을 뿐,
不求聞達於諸侯(불구문달어제후) 제후들에게 소문이 나고 출세하기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先帝不以臣卑鄙(선제불이신비비) 그러나 선제께서는 신을 신분이 낮고 비천하다 하지 않으시고,
猥自枉屈(외자왕굴) 도리어 몸을 굽히시어
三顧臣於草廬之中(삼고신어초려지중) 초가집으로 신을 세 번이나 찾아오셔서
諮臣以當世之事(자신이당세지사) 당대의 일을 물으셨습니다.
由是感激(유시감격) 신은 이에 감격하여 마침내
遂許先帝以驅馳(수허선제이구치) 선제를 위해 달려갈 것을 허락했습니다.
後値傾覆(후치경복) 그 후 세력이 기울고 패배하는 시련을 만나,
受任於敗軍之際(수임어패군지제) 패전한 군대 사이에서 임무를 맡고
奉命於危難之間(봉명어위난지간) 위급하고 어려운 시기에 명령을 받든 지
爾來二十有一年矣(이래이십유일년의) 어느덧 21년이 되었습니다.
先帝知臣謹愼(선제지신근신) 선제께서는 신이 신중함을 아셨기에,
故臨崩(고임붕) 돌아가실 때
寄臣以大事也(기신이대사야) 신에게 큰일을 맡기셨습니다.
受命以來(수명이래) 명령을 받은 이래로
夙夜憂歎(숙야우탄) 아침저녁으로 근심하고 탄식하며,
恐託付不效(공탁부불효) 맡겨진 임무를 이루지 못하여
以傷先帝之明(이상선제지명) 선제의 밝은 지혜를 해칠까 두려워했습니다.
故五月渡瀘(고오월도로) 그리하여 지난 5월에는 노수를 건너
深入不毛(심입불모) 불모의 땅으로 깊이 들어갔던 것입니다.
今南方已定(금남방이정) 이제 남방이 이미 평정되었고
兵甲已足(병갑이족) 무기와 갑옷도 넉넉하니,
當獎率三軍(당장솔삼군) 마땅히 삼군을 격려하고 이끌어
北定中原(북정중원) 북쪽으로 중원을 평정해야 합니다.
庶竭駑鈍(서갈노둔) 제 둔한 재능을 다하여
攘除姦凶(양제간흉)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를 몰아내고
興復漢室(흥부한실) 한실을 다시 일으켜
還于舊都(환우구도) 옛 도읍으로 돌아가는 것,
此臣所以報先帝(차신소이보선제) 이것이 바로 신이 선제께 보답하고
而忠陛下之職分也(이충폐하지직분야) 폐하께 충성을 다하는 직분입니다.
至於斟酌損益(지어짐작손익) 나아가 이익과 손해를 조율하고
進盡忠言(진진충언) 충언을 아끼지 않는 것은
則攸之禕允之任也(즉유지의윤지임야) 곽유지, 비의, 동윤 등의 책임입니다.
願陛下(원폐하) 원하건대 폐하께서는
託臣以討賊興復之效(탁신이토적흥부지효) 신에게 도적을 치고 한실을 복흥시키는 공을 맡기시고,
不效則治臣之罪(불효즉치신지죄) 신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신의 죄를 물어
以告先帝之靈(이고선제지령) 선제의 영전에 고하십시오.
若無興德之言(약무흥덕지언) 만약 폐하의 덕을 세울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則責攸之禕允等之慢(즉책유지의윤등지만) 곽유지, 비의, 동윤 등의 게으름을 책망하시어
以彰其咎(이창기구) 그 허물을 밝히십시오.
陛下亦宜自謀(폐하역의자모) 폐하 또한 스스로 깊이 생각하시어
以諮諏善道(이자추선도) 좋은 방도를 물으시고,
察納雅言(찰납아언) 바른 말을 잘 살펴 받아들이시며
深追先帝遺詔(심추선제유조) 선제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깊이 따르셔야 합니다.
臣不勝受恩感激(신불승수은감격) 신은 은혜를 입은 감격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今當遠離(금당원리) 이제 멀리 떠남에 임하여
臨表涕泣(임표체읍) 글을 올리니 눈물이 흘러
不知所言(부지소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建興五年(건흥오년) 건흥 5년,
平北大都督(평북대도독) 평북대도독
丞相(승상) 승상
武鄕侯(무향후) 무향후
領益州牧(영익주목) 영익주목
知內外事(지내외사) 지내외사
諸葛亮(제갈량) 제갈량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求(구할 구)는 ❶상형문자로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에서 몸에 감다, 정리하다, 모으다, 구하다의 뜻이 있다. 모피를 달아 맨 모양이다. ❷상형문자로 求자는 '구하다'나 '탐하다', '빌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求자는 水(물 수)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으나 '물'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求자의 갑골문을 보면 衣(옷 의)자에 여러 개의 획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털 가죽옷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求자의 본래 의미도 '털 가죽옷'이었다. 먼 옛날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털옷은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옷이었지만 쉽게 구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비쌌다. 求자에서 말하는 '구하다', '탐하다', '청하다'라는 것은 비싼 털옷을 구하거나 원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求(구)는 ①구하다 ②빌다, 청하다 ③탐하다, 욕심을 부리다 ④취하다 ⑤모으다, 모이다 ⑥나무라다, 책망하다 ⑦가리다, 선택하다 ⑧묻다 ⑨부르다, 불러들이다 ⑩힘쓰다 ⑪갖옷(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댄 옷) ⑫끝, 종말(終末)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걸(乞), 찾을 색(索), 구할 호(頀)이다. 용례로는 남에게 물건이나 돈, 곡식 따위를 거저 달라고 비는 일을 구걸(求乞),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求人), 구하여 얻어 들임을 구입(求入), 구해 벌어옴이나 휴가를 원함을 구가(求暇), 직업이나 직장을 구함을 구직(求職), 중심으로 쏠리는 힘으로 참된 마음을 찾아 참선함을 구심(求心), 이성에게 자기의 사랑을 고백하여 상대편도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일을 구애(求愛), 벼슬자리를 구함을 구사(求仕), 배상 또는 상환을 요구함을 구상(求償), 구하여 얻음을 구득(求得), 먹을 것을 구함을 구식(求食), 혼인할 상대를 구함을 구혼(求婚), 산소 자리를 구함을 구산(求山), 살길을 찾음을 구생(求生), 필요하여 달라고 강력히 청함을 요구(要求), 재촉하여 요구함을 촉구(促求), 상대방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일을 청구(請求), 목적한 바를 이루고자 끝까지 좇아 구함을 추구(追求), 몹시 애타게 구하는 것을 갈구(渴求), 본능적으로 충동적으로 뭔가를 구하거나 얻고 싶어하는 생리적 또는 심리적 상태를 욕구(欲求), 구하기 힘든 것을 억지로 구함을 강구(彊求), 강제로 구함을 강구(强求), 돈이나 곡식 따위를 내놓으라고 요구함을 징구(徵求), 바라고 요구함을 희구(希求), 도를 구하는 사람을 구도자(求道者), 구하려고 하여도 얻지 못함이나 얻을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을 구지부득(求之不得), 팔고의 하나로 구하려 해도 얻지 못하는 고통을 일컫는 말을 구부득고(求不得苦), 몸과 마음을 닦아 온전히 하려다가 뜻밖에 남으로부터 듣는 욕을 일컫는 말을 구전지훼(求全之毁), 예를 찾아 의논하고 고인을 찾아 토론함을 일컫는 말을 구고심론(求古尋論), 인을 구하여 인을 얻었다는 뜻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음을 일컫는 말을 구인득인(求仁得仁), 논밭과 집을 구하고 문의하여 산다는 뜻으로 자기 일신 상의 이익에만 마음을 쓰고 국가의 대사를 돌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구전문사(求田問舍), 무엇을 구하면 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구즉득지(求則得之) 등에 쓰인다.
▶️ 聞(들을 문)은 ❶형성문자로 闻(문)은 간자(簡字), 䎹(문), 䎽(문)은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귀 이(耳; 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門(문; 입구)으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聞자는 '듣다'나 '들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聞자는 門(문 문)자와 耳(귀 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聞자를 보면 사람의 귀가 크게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문밖에서 나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에는 어둑해진 저녁에서야 결혼할 신랑이 신부의 집에 당도했다고 한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이렇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혼인하다'라는 뜻으로 썼었다. 후에 이러한 모습이 바뀌면서 사람은 女(여자 여)자와 昏(어두울 혼)자가 결합한 婚(혼인할 혼)자가 되었고 사람의 귀는 耳(귀 이)자에 門자를 더한 聞자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聞자는 문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다는 의미에서 '듣다'나 '소식'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聞(문)은 소리가 귀로 들어가다 라는 말로 듣다, 들리다의 뜻으로 ①듣다 ②소리가 들리다 ③알다, 깨우치다 ④소문나다, 알려지다 ⑤냄새를 맡다 ⑥방문하다, 소식을 전하다 ⑦묻다, 질문하다 ⑧아뢰다(말씀드려 알리다), 알리다 ⑨틈을 타다, 기회를 노리다 ⑩견문(見聞), 식견(識見) ⑪소식(消息), 소문(所聞) ⑫명성(名聲), 명망(名望) ⑬식견(識見) 있는 사람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들을 령/영(聆), 들을 청(聽)이다. 용례로는 듣고 보는 것으로 깨달아 얻은 지식을 문견(聞見), 도를 들음 또는 도를 듣고 깨달음을 문도(聞道), 들어서 얻음을 문득(聞得), 이름이 널리 알려져 숭앙되는 일을 문망(聞望), 부고를 들음을 문부(聞訃), 소문으로 전하여 들음을 문소문(聞所聞), 들어서 손해 봄을 문손(聞損),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을 문인(聞人), 들어서 앎을 문지(聞知), 들어서 배움을 문학(聞學), 뜬 소문을 들음을 문풍(聞風), 향내를 맡음을 문향(聞香), 이름이 세상에 드러남을 문달(聞達), 들려 오는 떠도는 말을 소문(所聞), 듣거나 보거나 하여 깨달아 얻은 지식을 견문(見聞), 전하여 들음을 전문(傳聞), 퍼져 돌아다니는 소문 또는 설교나 연설 따위를 들음을 청문(聽聞), 아름답지 못한 소문을 추문(醜聞), 이전에 들은 소문을 구문(舊聞), 여러 번 들음을 천문(千聞),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으로 실상 없이 떠도는 말을 풍문(風聞), 들어서 앎 또는 듣고 앎을 일컫는 말을 문이지지(聞而知之), 한 가지를 들으면 열 가지를 미루어 안다는 뜻으로 총명함을 이르는 말을 문일지십(聞一知十), 원래의 뜻은 동쪽 닭과 서쪽 개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뜻으로 닭 우는 소리와 개가 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하여 인가가 잇대어 있음을 이르는 말을 계견상문(鷄犬相聞), 지난 시대에는 들어 본 적이 없다는 뜻으로 매우 놀랍거나 새로운 일을 이르는 말을 전대미문(前代未聞), 눈 먼 말이 앞에 가는 말의 방울 소리를 듣고 그대로 쫓아간다는 뜻으로 자기의 주견 없이 남이 하는 대로 맹목적으로 쫓아 감을 이르는 말을 고마문령(瞽馬聞鈴), 이제야 비로소 처음으로 들음을 일컫는 말을 금시초문(今始初聞), 출세하여 이름이 세상에 드날리기를 바라지 않음 또는 명예를 구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구문달(不求聞達), 눈으로 직접 보니 들었던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헛된 명성을 비유하는데 사용되는 말을 견불체문(見不逮聞), 명예나 명성이 드날리지 아니하여 남에게 알려짐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요요무문(寥寥無聞), 혹시나 또 무슨 말을 듣게 될까 겁난다는 뜻으로 한가지 착한 일을 들으면 다음에 듣게 될 착한 것과 겹치기 전에 어서 다 배워 익히려는 열심인 태도를 이르는 말을 유공유문(唯恐有聞) 등에 쓰인다.
▶️ 達(통달할 달)은 ❶형성문자로 达(달)은 간자(簡字), 迏(달), 迖(달), 逹(달)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羍(달; 새끼 양이 수월하게 태어나는 일)로 이루어졌다. 사람이 장애없이 길을 수월하게 가다, 통하는 일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達자는 '통달하다'나 '통하다', '막힘이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達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羍(어린 양 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羍자는 大(큰 대)자와 羊(양 양)자가 결합한 것으로 양을 모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達자의 갑골문을 보면 辶자와 大(큰 대)자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이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길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니 지나기가 매우 수월하다. 그래서 達자의 본래 의미는 '막힘이 없다'였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羊(양 양)자가 더해지면서, 양을 몰고 다닐 정도로 '막힘이 없다'라는 뜻을 표현하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이 합쳐지면서 지금의 達자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達(달)은 ①통달(通達)하다(사물의 이치나 지식, 기술 따위를 훤히 알거나 아주 능란하게 하다) ②통(通)하다, 막힘이 없이 트이다 ③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④달(達)하다, 환하게 알다 ⑤전(傳)하다, 전달하다 ⑥통용(通用)되다 ⑦현달(賢達)하다(현명하고 사물의 이치에 통하여 있다) ⑧이루다 ⑨갖추다, 구비(具備)하다 ⑩대범(大汎)하다, 활달(豁達)하다 ⑪정(定)하다, 결단하다 ⑫능숙(能熟)하다 ⑬드러나다, 드러내다 ⑭마땅하다 ⑮방자(放恣)하다 ⑯촐싹거리는 모양 ⑰어린 양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이룰 성(成)이다. 용례로는 뜻한 바나 목적한 바를 이룸을 달성(達成), 활달하여 세속을 벗어난 높은 견식을 달관(達觀), 사리에 밝은 식견을 달식(達識), 밤을 세움을 달야(達夜), 학술과 기예에 통달한 사람을 달인(達人), 한결같고 변함없는 효도를 달효(達孝), 자기의 의사가 충분히 이해 되도록 말함을 달의(達意), 널리 사물에 통달한 인재 또는 그러한 재주를 달재(達才), 재능이 있는 사람을 천거함을 달능(達能),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덕을 달덕(達德), 이치에 밝아서 사물에 얽매어 지내지 아니하는 사람을 달사(達士), 썩 잘 쓴 글씨나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을 달필(達筆), 전하여 이르게 함을 전달(傳達), 상부나 윗사람의 뜻이나 명령이 아랫사람에게 내리거나 미쳐 이르게 하는 것을 하달(下達), 사물이 자라거나 나아지거나 하여 더욱 완전한 지경에 이름을 발달(發達), 목적한 곳에 다다름을 도달(到達), 물건을 가져다가 날라줌을 배달(配達), 자금이나 물자 등을 대어 줌을 조달(調達),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짓 또는 그러한 사람을 건달(乾達), 어떤 한도나 표준에 아직 이르지 못함을 미달(未達), 막힘이 없이 환히 통함을 통달(通達), 익숙하고 통달함을 숙달(熟達), 사물이나 도리를 환하게 깨달아서 앎을 효달(曉達), 상부에서 하부로 명령이나 통지 등을 문서로 알림을 시달(示達), 편지나 물품 등을 보내어 줌을 송달(送達), 길이 팔방으로 통하여 있음을 팔달(八達), 달인은 사물의 전국면을 관찰하여 공평 정대한 판단을 한다는 말을 달인대관(達人大觀), 빨리 하고자 하면 도달하지 못함 또는 어떤 일을 급하게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욕속부달(欲速不達), 길이 사방 팔방으로 통해 있음 또는 길이 여러 군데로 막힘 없이 통함을 일컫는 말을 사통팔달(四通八達), 이리저리 여러 곳으로 길이 통한다는 뜻으로 길이나 교통망이나 통신망 등이 사방으로 막힘없이 통함을 일컫는 말을 사통오달(四通五達), 아주 완고하여 시대를 따르려는 변통성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부달시의(不達時宜),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뜻으로 지나치게 완고하여 융통성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부달시변(不達時變), 아무 것도 없이 난봉을 부리고 돌아 다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백수건달(白手乾達), 그때그때의 처지나 형편에 따라 알맞은 수단을 취함을 이르는 말을 경달권변(經達權變), 출세하여 이름이 세상에 드날리기를 바라지 않음 또는 명예를 구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구문달(不求聞達), 아래를 배워서 위에 이른다는 말로 낮고 쉬운 것부터 배워 깊고 어려운 것을 깨달음을 이르는 말을 하학상달(下學上達), 마음이 넓고 자유로워 사물에 구애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남의 언동을 받아들이려 하는 마음의 준비가 있어 인간적이고 의지할 만함을 이르는 말을 자유활달(自由闊達), 모든 일에 밝아도 오직 한 부분만은 서투름을 일컫는 말을 미달일간(未達一間), 아래를 배워 위에 달한다는 뜻으로 낮고 쉬운 것을 배워 깊고 어려운 것을 깨달음을 이르는 말을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 등에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