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MBC-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당시 타이틀롤 김선아, 완벽한 연하남 현빈의 러브라인과 함께 이슈로 떠오른 것이 바로 '개명'이었다. 극중 ‘김삼순’은 촌스러운 이름으로 30여 년을 살아온 한을 읊었고, 드라마가 끝난 직후 개명 신청자가 폭주하는 기현상이 야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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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젊은공연예술축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극연구집단 시나위 대표 박상규(박다윤) 씨. |
2010. POPBUSAN |
몇 년이 흐른 지금, 기자의 지인 중에는 이름을 바꾼 이들이 꽤 많다. 본인만 바꾼 경우도 있고, 온 가족이 다 같이 바꾼 경우도 있다. 성인이 된 후 이름을 바꾸면 신분증은 물론 통장, 카드 등 바꿔야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터. 하지마 개명한 이들은 그런 내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새 이름에 새로운 운명과 의지를 담아 더 당당하게 살아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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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규 씨는 연극이 문화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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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위 공연기획단 주최로 열리는 ‘제1회 젊은공연예술축제(이하 야프)’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극연구집단 시나위 대표 박상규 씨도 꿈을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이들 중 한 명이다. 기자가 박상규 씨와의 첫 만남에서 받은 그의 명함에는 ‘박다윤’이라는 이름과 ‘박상규’라는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야프를 앞두고 이름을 바꿨습니다. 연극계에서는 ‘박상규’로 알려져 있으니까 그렇게 부르시면 됩니다.(웃음)”
나란히 적인 두 개의 이름 때문에 헷갈려하는 기자를 향해 온화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박상규 씨가 말을 걸어왔다.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가 이름을 바꾸기로 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꿈을 위하는 아내의 제안 때문이라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야프는 부산뿐만 아니라 세계로 나아갈 젊은 예술인에게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 이들을 위해 형님 노릇을 하라고 아내가 ‘맏아들 윤’자를 넣어서 이름을 지어줬죠. 결국 야프 때문에 이름까지 바꾸게 됐습니다.(웃음)”
야프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그의 의지도 확고하다.
“힘들여서 작품을 만들었는데 일회성으로 버려지는 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작품 하나에 투자하는 시간, 노력, 자금이 낭비 되는거죠. 마치 자식을 버리는 것 같은 아픔이 들 때도 많았어요. 그래서 야프를 탄생시켰습니다. 작품을 하나의 콘텐츠로 개발해서 궁극적으로는 부산의 연극이 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죠. 야프는 그 첫 번째 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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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짝 웃는 모습이 마치 소년처럼 순수하고 정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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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여 만든 작품이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사장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그는 약 1년 전부터 ‘연극축제’를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게 된다. 그가 야프를 기획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은 바로 작품성이었다. 좋은 작품만이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성공적인 축제의 근간이 된다고 믿었던 것.
“배우들에게 항상 연극은 쿠킹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손수 과자를 만들어서 손님에게 대접하듯이 배우들도 정성을 들여 작품을 만들어 관객들에게 내보이는 거죠.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명 연출자를 섭외하려고 노력했어요. 부산 시민들에게 더 좋은 작품을 내보이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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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 부산에서 배우로 활동하며 '연극' 대중화의 꿈을 키워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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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연극이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진행하는 것이라 작업을 진행하기 전에 예비시간이 많이 걸린다. 특히 이번 축제의 경우 서로 다른 지역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지향점으로 나아가려다 보니 작업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다고.
“젊음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이 함께 꿈을 이뤄가는 축제에요. 젊은 친구들이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열정과 포부를 다해서 임해준 덕분에 일이 쉽게 이루어진 것 같아요. 그들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어서 저 스스로도 야프의 미래가 너무 기대됩니다.(웃음)”
그래서 축제 이름도 ‘젊은공연예술축제’다. 축제의 콘셉트 역시 ‘젊음’이다. 젊은 생각과 열정이 부산 연극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모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내용도 풍성하다. 축제가 시작되는 10월이 되기도 전에 서포터즈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진정한 축제 문화를 형성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활발하게 운영되는 동호회와 함께 축제를 알리고 홍보하면서 함께 부산의 공연 문화를 성장시킬 수 있으리라 봐요. 연극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동호회들의 화려한 무대를 함께 즐길 수 있어요. 한 마디로 공생관계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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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주도형 축제 '야프'를 통해 부산 연극의 발전을 도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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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계획대로 축제가 진행된다면 야프야말로 국내 유수의 연극축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부산의 대표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고 한다.
“야프는 민간주도형, 제작적 페스티벌이에요.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과 문화, 예술이 만나 시너지를 내는 거죠. 하지만 아직까지 문화투자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협찬이나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기보다 골고루 나누는 게 관습화 돼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에요. 지역의 기업체와 축제가 연계함으로써 서로의 이미지를 재고하고 인지도도 높일 수 있죠. 보다 많은 기업체들이 문화와 예술 발전에 동참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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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가진 순수한 열정을 관객 앞에 선보일 날이 머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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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공적인 축제 개최를 위해 관객들에게도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야프를 알고 있는 데 그치지 말고 관심을 표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 어필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있으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부산 연극의 발전을 위해 이름까지 바꾸며 결의를 다진 박상규 씨. 이번 축제를 준비하는 그의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 지, 축제에 거는 그의 기대가 얼마나 남다른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는 꿈꾸던 축제를 실현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그가 지금 만들고 있는 축제가 바로 관객들이 기다리는 축제일 것이다. 부산 시민들이 ‘야프’를 통해 아름다운 예술 축제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글=정보경 기자, 사진=김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