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돌아가신 아버지가 체력적으로 참 강하신 분이셨다. 그 DNA가 있어선지 피곤하다는 걸 잘 느껴보지 못했었다. 암을 세 개씩이나 달고 살면서도....
2. 올해 들어서 조금씩 피곤을 느낀다. 참 새로운 느낌이다. 그런데 그게 별로 나쁘지 않다. 늙어가는 것이니까 정상적인 것이고 그리고 난 늙어가는 걸 좋아하니까. 조금씩 낡아지고 꿰지고 색바래지는데도 그게 또 예쁘고 아름다운 빈티지 옷처럼 나는 내 삶과 몸에 그런 것들이 나타나는 것이 싫지 않다. 내 몸에 작년과 다르다는 것이 느껴질 때 난 그게 나쁘지 않다.
3. 피곤 함을 느끼게 되면서 큰 결심을 하였다. 아주 큰 맘 먹고 한 정말 큰 결심이다. 비행기를 탈 때 비즈니스를 타기로 하였다. 이젠 돈 보다 몸을 좀 아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세 시간 안이라면 이코노미를 타고 그걸 넘어가면 비즈니스를 타기로 눈 딱 감고 결심했다. 미국을 다녀올 때 그리고 지난 달 태국을 다녀올 때 비즈니스를 탔는데 이코노미를 탔다면 감당하기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일본과 호주를 다녀와야 하는데 일본은 이코노미 호주는 비즈니스로 다녀 올 작정이다.
4. 지방에서 한 시간 설교와 강의를 부탁하는 경우 사양하기로 했다. 한 시간의 설교와 강의를 위해 왕복 몇 시간 씩 차를 타거나 기차를 타는 일은 몸에 무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지키지 못할 때가 있다. 청년들 집회가 특히 그렇다. 지난 번에도 청년들 수련회 한 시간 강의를 위해 기차타고 부산을 다녀 온 적이 있었다. 비가 많이 와서 지반이 약해졌다고 ktx가 서행을 하는 바람에 서울역에 도착하니 새벽 한 시가 퍽 넘어 있었다.
‘이젠 진짜로 안 간다’ 결심했는데 오늘 또 간다. 포항 오후 1시쯤 서울역에서 ktx 타고 떠나서 내일 0시 6분 서울역 도착이다.
안 간다 해 놓고 또 간다.
좀 힘들지만 그래도 아직 불러주는 곳이 있다니 사실은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내 설교를 들어주는 사람들 앞에서 설교를 하는 것처럼 신나는 일은 사실 없다. 그래도 이젠 좀 절제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