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조(曹操)의 대패(大敗) (上) -
동탁(董卓)이 낙양(洛陽)을 버리고 장안(長安)으로 떠났다는 소식(消息)을 듣고 원소(袁紹)를 비롯한 제후(諸侯)들이 급거 낙양으로 속속 몰려들었다.
그리하여 낙양으로 들어오게 되자 아직도 곳곳에 타고 있는 불을 끄기에 바빴다.
불을 어느 정도 끄게 되자 조조(曹操)는 총대장(總大將) 원소(袁紹)에게 말했다.
"동탁(董卓)이 지금 장안(長安)으로 도망(逃亡)하는 중이니 때를 놓치지 말고 빨리 추격(追擊)을 합시다."
"군마(軍馬)가 모두 피로(疲勞)해 있으니 이삼일 쉬어서 추격(追擊)할 생각이오."
그러자 조조(曹操)는 제후들을 돌아보며 다시 물었다.
"동탁(董卓)이 도성(都城)에 불을 질러버리는 바람에 민심(民心)을 크게 잃었으니 이때를 이용(利用)하여 공격(攻擊)하면 이길 것이 명확(明確)한데 제후(諸侯)들의 생각은 어떠하오?"
그러자 몇 사람의 제후들이 이렇게 대꾸한다.
"경솔(輕率)히 추격(追擊)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소!"
"함부로 동했다가 또 패하면 큰일이오."
"자고로 궁지에 몰린 쥐는 쫓지 않는 법이오."
조조는 그런 소리를 듣고 내심(內心) 크게 비웃었다.
(졸장부(拙丈夫)들하고는 도저히 큰일을 도모(圖謀)할 바가 못 되는구나!....)
조조(曹操)는 분연(奮然)히 그 자리를 물러 나와 몸소 자신(自身)을 따르는 군사 만여 명을 거느리고 하후돈(夏侯惇), 하후연(夏侯淵) 형제(兄弟)와, 조인(曺仁), 조홍(曺洪), 이전(李典), 악진(樂進) 등이 수하(手下) 장수(將帥)들을 몰고 밤을 새워가며 동탁(董卓)의 뒤를 추격(追擊)하였다.
그 무렵, 동탁(董卓)은 장안(長安)의 여정(旅程)길에 있는 형양(滎陽)을 앞두고 협곡(峽谷)을 빠져나와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어느새 조조(曹操)가 추격(追擊)해 온다는 급보(急報)가 날아들었다.
이 소리를 들은 동탁도 몹시 황급(遑汲)해 했지만, 시종들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특히 시녀들은 몸을 발발 떨며 울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이유(李儒)만은 시종일관(始終一貫) 자신만만(自信滿滿)한 표정(表情)으로 동탁(董卓)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승상(丞相)! 조금도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를 보십시오.
여기는 산(山)이 험악(險惡)해서 이곳에 복병(伏兵)을 매복해두고 몰려오는 조조군(曹操軍)을 공격(攻擊)하면 그들을 간단(簡單)히 전멸(全滅)시킬 수가 있습니다."
그러자 동탁(董卓)은 고개를 들어 눈앞에 펼쳐진 협곡(峽谷)과 암벽(巖壁)을 한 바퀴 둘러보고 적이 안심(安心)하는 빛을 보였다.
그러면서 형양 태수(滎陽太守) 서영(徐榮)을 불러 곧 조조(曹操)의 군사(軍士)들이 접근(接近)해 올 성싶은 암벽과 절벽 곳곳에 군사들을 매복(埋伏)하게 하였다. 그리고 여포(呂布)로 하여금 그들의 뒤를 지키게 명령(命令)하였다.
동탁(董卓) 일행(一行)이 협곡(峽谷)을 떠난 한참 뒤에 조조(曹操)는 복병(伏兵)이 있는 줄도 모르고 협곡(峽谷)을 지나 동탁(董卓)의 후미(後尾)를 공격(攻擊)하려고 진군(進軍)을 계속(繼續)하였다.
그러나 복병(伏兵)들은 조조군(曹操軍)의 대열(隊列)이 중간쯤에 이르자 공격(攻擊)하기 시작(始作)하였다.
돌과 바위와 통나무가 협곡(峽谷) 아래로 사정(事情)없이 굴러떨어지고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협곡(峽谷을 이미 지나온 조조(曹操)의 눈에는 언덕 위에 서 있는 여포(呂布)가 먼저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조조(曹操)는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역적(逆賊) 놈아! 천자(天子)를 겁박(劫迫)해 가지고 어디를 가느냐?"
그러자 여포(呂布)는 큰소리로 마주 꾸짖는다.
"이 배은망덕(背恩忘德)한 도둑놈아! 네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게냐!"
조조(曹操)는 크게 화를 내며 좌우(左右)를 돌아보며 외쳤다.
"뉘 나가서 저놈을 사로잡아라!"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후돈(夏侯惇)이 창(槍)을 꼬나잡고 말을 달려나갔다.
바로 그때, 홀연(忽然) 왼편 산언덕에서 한 떼의 군사가 함성(喊聲)을 지르며 내달아 오는 것이었다.
산중(山中)에 매복(埋伏)해 있던 이각(李傕)의 군사(軍士)였다.
하후연(夏候淵)이 그들을 맞서 싸우려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곽사(郭汜)의 복병(伏兵)이 북을 울리고 아우성을 치며 맹렬(猛烈)히 몰려온다.
조조(曹操)는 조인(曹仁)을 시켜 싸우게 하였다. 어지러운 말굽 아래 먼지는 구름처럼 일어나고 석양 빛에 무수한 창검이 부딪쳐 번쩍거렸다.
조조(曹操)가 뒤를 돌아다보니 뒤쫓던 군사들은 협곡 위에 매복한 동탁의 군사들이 내던지는 돌과 바위에 전진을 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그런데다가 앞에는 좌우와 정면에서 동탁의 군사와 여포에게 협공을 당하는 처지인지라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하후돈은 십여 합을 싸우다가 자신을 잃고 돌아서자 여포가 철기(鐵騎)를 몰아 덮쳐온다.
그러면서 조조(曹操)를 발견하더니,
"조조가 저놈이다! 저놈을 잡아라!..." 하고 고함을 치며 달려오는 것이었다.
이쯤 되다 보니 조조(曹操)는 갑자기 자신감을 잃었다. 그리하여 하후연의 지원을 받아 가며 결사적으로 달려 간신히 적의 포위망을 벗어났다.
그리하여 날이 캄캄하게 어두웠을 무렵에 어느 산모퉁이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며 패잔한 부하들을 수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부근에 매복해 있던 형양 태수(滎陽太守) 서영(徐榮)의 군사가 아우성을 치며 몰려오는 것이었다.
조조(曹操)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또다시 말을 몰아 도망을 쳤다.
그러자 적장 서영(徐榮)이 많은 부하들을 이끌고 조조의 뒤를 맹렬히 추격해 왔다.
화살이 빗발치는 와중에 문득 화살 한 대가 <딱!>하고 조조(曹操)의 등허리에 꽂혔다. 순간 조조는 눈앞이 아찔해 왔다.
조조(曹操)는 화살을 뽑아 버리면서도 그냥 달려갔다.
남은 힘을 다하여 쫓겨서 겨우 살아났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이번에는 가까운 숲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군사들이 창검을 휘둘러 조조(曹操)의 볼기짝과 등허리를 찔렀다.
"으앗!" 조조(曹操)가 이때만은 비명을 지르며 달리는 말위에서 떨어질 뻔하였다. 그러나 다행히 떨어지지는 않았고 마상 위에서 엎드려 버텼다.
등허리와 옆구리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려 말과 사람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제는 죽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본능적으로 도망을 치고 있었는데 또 하나의 날카로운 시위 소리가 나더니
이번에는 조조(曹操)가 타고 있던 말이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조조(曹操)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러자 저만치서 적병 서넛이,
"앗! 저놈이 조조(曹操)다!" 하고 외치며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조조(曹操)는 고함을 치며 달려드는 적병 둘을 때려눕혔다. 그러나 이제는 진이 다해 꼼짝없이 잡히게 된 순간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장수 하나가 비호같이 나타나며 소리를 지른다.
"이놈들아! 내 칼을 받아!" 고함과 동시에 적병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앗! 당신은 누구요?"
"아! 형님! 저 올시다. 조홍(曺洪)! 주상(主上)께서 이게 웬일이십니까!" 달려들어 몸을 잡아 일으켜 주는 사람은 조조(曹操)의 아우 조홍(曺洪)!이었다.
그 역시 적에게 몰려 도망을 치다가 조조(曹操)를 발견하고 달려온 것이었다.
"아, 홍(洪)!이냐!"
"형님! 어서 빨리 정신 차리고 도망을 가십시다. 여기에 이러고 있다가는 큰일 납니다."
"아아, 나는 이젠 죽음 목숨이다. 내가 무슨 힘으로 도망을 가겠느냐!"
"형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약한 생각 하지 마시고 어서 피하기나 하십시다."
"아니야! 나는 못 가겠어. 나를 내버려 두고 너나 빨리 도망을 가거라."
조조(曹操)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전신에 작은 상처는 관두고라도 큰 상처만 이미 네댓 군데나 입어서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데다가 피를 많이 흘리다 보니 도저히 몸을 일으킬 기력조차 없었던 것이었다.
삼국지 - 45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