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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역사]
1987.10.03 화왕산 동굴 노인과의 만남과 비서
[월별빛역사] 10월의 빛역사
1987.10.03 화왕산 동굴 노인과의 만남과 비서
1994.10.15 학회설립과 고려예식장 첫 공개 강연회
1995.10.7. 한라산 서치라이트 빛현상
1997.10.10 손인수 교수의 빛만남
1999.10.02 어머니의 꿈
1999.10.04 계룡산 신원사의 풍경소리
2000.10.20~31 메주고리예 성모님
2015.10.10 카프리섬 제2의 빛만남
화왕산 내부전경
화왕산동굴이야기
신비로운 화왕산 동굴(1~17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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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역사 이야기] 화왕산 동굴 노인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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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VIIT역사빛VIIT만평
제191화 화왕산 동굴 노인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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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광력超光力 빛VIIT으로 오는 우주의 힘
2014년 5월 28일 한정판 1쇄 P. 31-40
백룡(白龍)이 학을 타고…
며칠 전의 일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를 데리고 어떤 부부가 찾아왔다. 특별한 고민거리가 있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내가 쓴 책을 읽으니 너무 마음이 편안해 꼭 초광력超光力을 받아보고 싶어 왔노라고 했다. 앞으로 남은 여생을 초광력超光力 믿고 의지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박나래라는 여자아이였다. 오늘 처음 보는 그 아이의 눈빛은 너무나 말고 투명해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처음 받은 느낌으로도 어떤 예지력이 있어 보였다. 초광력超光力을 펼치는 도중에 아주 밝은 빛VIIT이 그 아이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그 아이는 초광력超光力을 받고 난 후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처럼 머뭇머뭇 거리면서 상담실을 나섰다. 시간이 있으면 좀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날따라 갑자기 부산에서 10여 명의 사람들이 들이닥쳐 상담을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던 터라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다음 날이었다. 그 아이가 엄마와 함께 찾아왔다.
“선생님, 바쁘신 줄은 알지만 딸 아이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단 몇 분 만이라도 시간을 내주시면 안될까요?”
“그렇게 하시지요.”
엄마 옆에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아이가 입을 뗐다.
“어제 선생님 얼굴을 뵙는 순간, 너무나 강한 광채가 뿜어져 나와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어요. 초광력超光力을 받는데 다른 사람의 얼굴은 그대로인데 선생님의 얼굴과 머리 주위가 환하게 빛났어요. 선생님께서 왔다가는 뒷모습에서 빛만 보였어요. 그 뒤에는 제가 학년 때 교내 백일장에서 직접 꾸었던 꿈 얘기를 시로 써서 금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꿈에서 본 ‘흰룡’이 그 빛의 뒤를 따르고 있었어요. 저하고 악수했던 흰룡이 맞아요. 또한 빛 가운데서 어떤 소리라고 할까, 느낌이라고 할까. 하여튼 어떤 소리가 들려왔어요.”
“내 얼굴이 눈이 부셔서 똑바로 보지 못했다면 초광력超光力을 받을 때 엄마와 아빠의 얼굴은 똑바로 볼 수 있었니?”
“예! 선생님의 얼굴은 눈이 부셔서 도저히 볼 수가 없었어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엄마, 아빠를 쳐다보니 모든 것이 그대로 보였어요.”
그 아이의 믿기지 않는 신비스러운 얘기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십여 년 전의 기억 속으로 나를 끌고 갔다.
당시 같이 영어회화를 공부하던 몇 명의 학원생, 영어 선생님과 함께 단합대회와 등산을 겸해 경남 창녕의 화왕산에 가기로 했다. 산행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상한 꿈을 꾸었다.
엄청나게 큰 학이 높푸른 하늘로 날개를 펼치는가 싶더니 나의 품속에 날아와 안기는 것이었다. 나는 ‘왔니?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하면서 학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조금 있다가 그 학은 하얀 날개를 펼치면서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는데 날개가 자꾸 커져서 하늘을 덮을 정도였다.
꿈을 꾼 다음날 아침, 남자가 태몽을 꿀 리는 없고 학이 내게 날아와 안겼으니 뭔지는 모르지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버스에 올랐다.
화왕산 입구에 다다를 무렵이었다. 나만의 착시였을까? 차창을 통해 산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학 한 마리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듯 유유히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젯밤 꿈에서 보았던 바로 그놈이었다. 이상한 일도 다 있구나 싶어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버스에서 내렸다.
화왕산.
가을이면 사람의 키보다 더 큰 은빛 물결의 갈대숲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특히 노을이 질 때 바람이 불어 갈대가 이리저리 물결치는 광경은 마치 드넓은 바다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이산은 화왕, 즉 ‘불의 왕’이라는 산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화火가 성해서 예로부터 산불이 자주 났었다고 한다. 그것을 막기 위해 산의 정상에 소금 10가마니를 묻고 근처에 부곡 온천을 개발하고 나서부터는 매년 일어나던 산불이 신기하게도 사라져버렸다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옛 어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산은 원래 학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학이 두 날개를 활짝 펴고 힘차게 비상하는 형국을 띠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래서 어젯밤 꿈에 학이 나의 품으로 날아와 안겼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예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전신을 감싸왔다.
화왕산 중턱에는 옛 풍취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통나무 산장이 하나 있다. 호롱불과 괴목으로 장식된 은은한 목향과 어우러진 풋풋한 약차 달이는 내음은 산을 찾는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한결 넉넉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이 산은 어느 누구에게나 골고루 자신의 기운을 준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내가 이 산에 대해 특별히 기억하는 것은 산길에서 만난, 성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어떤 도인과 산군山君, 즉 호랑이가 머물렀다는 호랑이굴에서 그 노인과 나눈 이야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괴팍한 노인들을 우연잖게 만날 때마다 그들은 나에게 뭔가 주고 싶어 하고 이상한 눈으로 보며 느닷없이 큰절을 몇 번씩 하곤 했다. 그 모습을 뒤로하고 맴몰차게 앞만 보고 다녔던 것은 가톨릭 신자란 종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화왕산에는 계곡이 없다. 화산火山이기 때문이다. 불의 기운이 성한 곳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이 없는 것이다.
정상에 올랐다. 한 곳에만 작은 옹달샘이 있었는데 흔히 생각하는 맑은 물이 아니라 흙탕물에 가까웠다. 그 사실을 모르고 처음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그래도 그 물을 마시기 위해 백여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한두 시간이 지나야 차례가 올 것 같았다. 내 뒤를 돌아보니 아직 수많은 사람들이 물을 얻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릴 수 없어 포기해 버렸다.
옹달샘에서 물을 떠서 마시는 사람들을 보니 이제까지 줄을 서서 기다린 시간이 너무 앆갑기도 하고 심통이 나고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하여 물을 떠서 나오는 사람들의 발이 걸려 넘어지도록 하기 위해 옹달샘 주위에 우거진 키 작은 갈대들을 얼기설기 묶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 일에만 전념하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뒤를 돌아보니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족히 여든은 돼 보이는 그 노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매우 강렬했다.
“젊은 사람이 참 고약허이.”
“영감님은 저리 가십시오. 이렇게 고생해서 산을 올라왔는데 물도 못 마시니 심통이 나서 그러는 거지요.”
“그러면 젊은이, 이 산에 좋은 물이 있는데…….”
“그래요?”
“쉿! 다른 사람이 들을지도 모르니 가만히 나를 따라오게.”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그 말에 황급히 묶었던 갈대를 죄다 풀어놓고 같이 왔던 일행들과 함께 그 노인장을 따라나섰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메마른 목의 갈증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는 사람의 키보다 더 크게 자란 갈대숲에 가려 있는 아슬아슬한 절벽의 샛길로 나를 안내했다. 바위 절벽 옆으로 빠져 들어가니 신기하게도 동굴이 하나 있었다. 밖에서 볼 때는 갈대숲에 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곳에 어떻게 이런 동굴이 다 있나 싶었다. 노인은 같이 온 일행들에게 가마니 하나를 던져주더니 동굴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니 음산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왔다. 그는 먼저 물을 한 그릇 떠서 사방으로 흩치고 또 한 그릇을 정성스럽게 떠서 조그마한 돌단 위에 두었다. 그리고 나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에게 나눠주었다. 언제 나의 차례가 되겠나 싶어 기다렸지만 노인의 얼굴 표정은 자못 엄숙해 함부로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아까 산에서 갈대를 묶은 벌로 나에게는 물을 주지 않으려나 싶었지만 목이 너무 말라 물을 떠먹으려고 하자 노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물은 먹지 마시게.”
흠짓 놀란 나에게 노인은 조심스럽게 동굴 위에 있는 작은 동굴로 올라가면서 나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안은 캄캄했다. 노인은 준비해온 촛불을 밝혔다. 신비롭기도 하고 난생처음 맞는 포근함이 동굴 안에 가득했다. 마치 어머니의 품속 같은 아늑함이 있었다. 어디에선가 호랑이가 ‘어흥’하며 튀어나올 것 같은 두려움도 스쳐 갔다. 서서히 주위가 밝아오자 천장 어디에선가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작은 샘의 물이 찰찰 넘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물방울 하나하나가 떨어져 바위를 갈고 갈아 작은 샘을 이루고 그 샘에 명경알처럼 투명하고 잔잔히 비치는 촛불은 까만 밤하늘의 샛별처럼 고와 보였다.
노인은 표주박으로 물을 정성스럽게 떴다. 아래 동굴에서처럼 제단 위에 올리겠지 싶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나에게 내미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당황해진 나는 손으로 제단 쪽을 가리켰다. 그는 말없이 먼저 먹으라는 다분히 위협적인 눈빛으로 잔을 내밀었다.
“……”
“드십시오.”
“고맙습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향기로움이 입안에서, 코끝에서 서서히 퍼져나갔다. 내가 향기에 취해 있는 사이 노인은 다시 물을 떠서 제단 위에 올렸다. 그리고 쉼 없이 한참 동안 절을 계속했다. 나는 말 없이 고요와 침묵 속으로 젖어 들었다. 가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서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전부였다. 모처럼 긴 시간 속에서 지난날의 나를 돌이켜 보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노인은 나를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갑자기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했다.
“어떻게 이런 곳을 알게 되었습니까?”
“이곳이 저의 스승이 구도를 하던 자리입니다.”
“대단하신 분이었나 봅니다.”
“저의 스승이 이곳에서 공부를 할 때면 호랑이가 매일 같이 입구에 엎드려서 지켜 주었답니다. 그리고 천일기도를 들어가면 도라지, 산삼, 약초 등을 물어다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석에 있는 저 이부자리는 노인장의 것입니까?”
“저의 스승님이 덮고 주무시던 것인데 앞으로 우연히 만나는 어떤 분에게 이부자리를 내주고 이곳에서 며칠 머물다가 가시도록 하라고 말씀하셨지요.”
“스승님은 어디 가셨는데요?”
“저의 스승이 이 세상에 올 불행을 구하고자 주야로 목탁을 치며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빌던 중 갑자기 통곡을 하시고는 목탁을 이 바위에 깨뜨려버리고 미친 듯이 울부짖다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그 후 스승을 찾으려고 아무리 세상을 돌아다녀도 찾지 못했습니다. 스승이 남긴 유품 또한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노인은 스승이 앞으로 올 세상에 대해 적어둔 비서祕書도 이 동굴 바위틈 어딘가에 끼여 있는데 자신은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스승이 항상 지니고 다녔던 그 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스승은 너는 알 것 없다, 그릇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다만 그 책의 주인에게 그것이 있을 이 동굴 안을 가르쳐주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임무라는 얘기를 유언처럼 자못 진지하게 얘기했다고 한다.
노인은 108배를 올리면서 이 이부자리의 주인이 바로 나라는 것을 확신했다고 했다. 일주일 전쯤 꿈을 꾸었는데 큰 학이 한 마리 날아와서 자신의 목덜미를 물더니 이 동굴에 던져놓고 가버렸다고 했다.
아! 화왕산이 학의 형상을 했으니 그곳에 가면 자신의 스승이 말한 귀한 인연을 만나겠구나 싶어 목욕재계하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마련해 산의 정상에 올랐는데 그때 갈대숲에서 백룡白龍이 학을 타고 껑충껑충 뛰어노는 모습이 보여 이상한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살펴보았더니 그 자리에 백룡과 학은 간 곳이 없고 한 젊은이가 엉뚱하게도 갈대를 묶고 있었다고 했다.
“이불을 펴고 이곳에서 며칠간만 머무르시면 저의 스승이 책이 있는 자리를 가르쳐주실 것입니다.”
“노인장,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저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여기서 머무를 시간은 없소이다. 더더구나 스승이 가지고 다녔다는 이상한 책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내가 일어서 나가려고 하자 노인은 나에게 애원이라도 하듯 마지막 부탁이니, 그러면 산의 정상 어느 지점까지만 자신과 함께 동행해 달라고 했다. 나는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노인의 부탁인지라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어 밖으로 나와 기다리던 일행들과 함께 그를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일행들은 농니과 내가 도대체 안에서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들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정상으로 오르는데 어느 지점에서 노인은 걸음을 멈추었다.
“이곳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곳은 이 산이 학의 형국을 한 점으로 볼 때 학의 허리 부분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헬기장이 있었다.
노인은 자신이 한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학, 풍수자문이었다고 한다. 이곳 경남에서 큰 인물이 난다고 모 풍수 대가의 조언을 받아 이 학의 허리부분을 헬기장으로 닦아 학이 날수 없도록 하라는 고 박정희 대통령 측근의 지시에 따라 공사를 시작 할 때 그는 대통령에게 간곡히 만류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헬기장의 위치는 학의 허리 부분인데 이곳을 누르면 향후 20년을 넘기지 못하고 나라에 대 충격이 온다며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말라고 고 박정희 대통령께 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결정적으로 학의 허리와 꼬리 사이 생식기가 있는 지점은 지적해 주지 못했다고 했다. 그곳에 헬기장을 닦으면 후대에 경남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은 막을 수는 있었지만 그것은 이 땅을 지은 분의 뜻이기에 말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간곡한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끄러운 서울을 떠나 초야에 묻혀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 그 핵심 부분의 위치를 알 수 있겠냐고 했다. 그 자리가 바로 내가 현재 서 있는 자리라고 했더니 노인은 너무나 감격한 얼굴로 나에게 절을 세 번 올리는 것이었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어젯밤 꿈에서 학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듯이 헬기장 있는 곳을 향해서 ‘아픈 상처가 회복되고 다시 살아나거라’라고 얘기했다. 그때 세 개의 선명한 빛VIIT줄기가 서서히 내리비쳤다.
“선생님께서는 바로 우리 스승님이 말씀하시던 바로 그 책의 진정한 주인이십니다. 저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훗날 생각이 바뀌시거든 부디 이곳에 머무르시면서 책을 찾아가십시오. 그리고 후일 제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하시거든 바위가 있던 동굴에 암자를 하나 지어 주십시오.”
노인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표지가 너덜너덜한 책 한 권을 건네주었다. 자신이 간간이 공부를 하면서 적어둔 세상의 이치가 담긴 책이라고 했다.
“책을 찾으십시오. 선생님이 바로 주인입니다.”
노인은 그 말을 마치 유언처럼 남기고 이 세상에서 자신의 임무는 이제 끝이 났다면서 홀연히 산을 내려가 버렸다.
그후 일상생활에 묻혀 화왕산과 그 노인에 대한 기억은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밤 문득 동굴에서 책이 보이는 꿈을 꾸었다.
이젠 그 산의 헬기장 상처도 어느덧 회복되어가고 있다. 나는 고 박정희 대통령 가족들을 생각하고 당시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생각했다. 모두 다 이젠 흘러간 과거가 되어 버렸다. 권력에 대한 끝없는 인간들의 집착이 만들어 낸 일이었다.
‘향불 하나 피워 올렸다. 서로의 원한을 풀고 영들이나마 평안하게 지내기를 바라면서…….’
그 이후로도 학의 생식기 자리가 명당이라고 하여 숱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조상의 분신이나 본인의 손톱, 머리털, 발톱 등을 가져와 몰래 묻고 가면 그 다음날 어김없이 어떤 동물에 의하여 그것들이 파헤쳐지며 그 자리에 비방이나 어떤 행위를 한 사람이나 가족들은 얼마 안가서 불행한 일을 당했다고 한다.
10년이란 세월이 흘러 다시 그 동굴에 일행들을 데리고 찾았을 땐 엣날 신비롭고 서기가 가득하던 맑은 운무와 갈대숲은 사라져버리고 동굴 위의 동굴에서 떨어져 작은 옹달샘을 이루던
그 물줄기를 누가 막아버렸는지 물조차 메말라 있었으며 탁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아무리 가물어도 그 샘은 멎지 않는다고 했는데 누가 이렇게 만들어 버렸을까?
행방이 묘연해진 그 노인장의 스승이라던 분, 이 강산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또 다른 곳을 찾아 조용히 어떤 한 사람을 생각하며 합장하고 있을 것이란 강한 생각이 니날따라 더 더욱 스쳐 들어온다.
이 강산 숨은 도인들에게 목탁채를 바라보면서 ‘빛VIIT으로 오는 우주의 힘 – 초광력超光力’을 보내드린다.
참고 : 나도 기적이 필요해 : 화왕산 동굴 이야기 P. 112
출처 : 초광력超光力 빛VIIT으로 오는 우주의 힘
1999년 3월 8일 1판 1쇄 발행
1999년 4월 15일 1판 2쇄 발행
2014년 5월 28일 한정판 1쇄 P. 31-40
나도 기적이 필요해
화왕산 동굴 이야기
1986년 큰 빛(VIIT)을 만나고 나서 2년 뒤인 1988년 개천절이었다. 당시 함께 영어공부를 하던 사람들끼리 산행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날 새벽, 꿈에 학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내 앞에서 점점 산만큼 커져서는 나를 태우곤 훨훨 날아 어디엔가 내려놓았다. 그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참 이상한 꿈이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꿈이었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마침 등산 장소를 알아보기로 한 영어 선생이 연락을 해왔다. "오늘 청량산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쪽에 문제가 생겨서 창녕 화왕산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머리에 퍼뜩 지난번 불꽃나무를 본 화왕산이 떠올랐다. 화왕산(火王山)은 '불의 임금' 이라는 이름처럼 '불(火)' 의 기운이 세다 보니 옛날부터 해마다 소금 몇 가마니를 정상에 묻어 산불을 예방할 정도였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나.'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일행과 산을 올랐다. 지난번 '큰 빛(VIIT)'을 만났을 때는 오직 눈앞에 보이는 불꽃나무만 보고 갔었지만 이번에는 정식 등산코스로 올라갔다. 휴일이라 그런지 산에는 단체 등산객이 많았다.
한창 가을이 무르익은 산에는 사람 키만큼 큰 억새 숲이 무성했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취사가 가능했기에 사람들은 억새가 없는 곳을 골라 앉아 밥을 지어 먹었다.
그러나 일행 중 아무도 미처 물을 준비하지 못해 밥 지을 물이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작은 샘물가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샘이라고는 하지만 쫄쫄쫄 흐르는 계곡물을 받은 작은 웅덩이였다. 그런데 우리 차례가 되어 가보니 기다린 보람도 없이 흙탕물만 잔뜩 고여 있었다.
"허, 이거야 원!"
물이 없으니 생쌀을 씹어 먹어야 할 판이었다. 주변 장사꾼들 중에는 미리 그걸 알고 비싼 값에 물을 팔았다. 하지만 장삿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걸 알면서 물을 사기는 싫었다.
"에이, 참!"
나는 가져온 쌀이 있는데도 밥을 지어 먹을 수 없자 괜스레 부아가 났다. 간신히 받은 흙탕물을 도로 쏟아붓고는 주변 길목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억새를 두 개씩 마구 엮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그런 엉뚱한 짓을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어허, 젊은이가 그것참 고약하구먼."
웬 노인이 지켜보다가 나를 나무랐다.
"이런 흙탕물을 받아서 뭐합니까?"
물을 마시지도 못한 데다 옆에서 뭐라 하자 신경질이 더 나서 퉁명스레 되물었다.
"허허, 좋은 물을 마시고 싶소?"
"어디 그런 물이 있습니까? 그럼 좀 알려주십시오."
"나를 따라 오소."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앞장섰다.
나는 묶어놓았던 억새 끈을 도로 다 풀었다.
"왜 그걸 다시 푸는 게요?"
"물을 준다니까 풀어야지요."
노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앞장섰다. 하지만 노인은 등산코스가 아닌 길도 없는 절벽 쪽으로 가고 있었다. 한참을 가자 노인은 일행에게 잠시 서 있으라 하더니 걸음을 멈추었다. 때맞춰 바람이 휙 부니 억새가 바람을 따라 한 방향으로 휩쓸리자 아까는 보이지 않던 오솔길 하나가 나타났다. 아마도 토끼나 오소리 같은 짐승들이 다니는 길인듯 보였다.
오솔길을 따라가자 별 어려움 없이 절벽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겨우 절벽 끝에 올라서자 집채 만한 바위가 앞을 막고 있었다. 다들 무서워서 한 발짝도 못 떼는데 노인이 바위 틈새로 몸을 넣어 들어갔다. 우리도 따라 들어가 보니 그 안에 텐트 하나를 칠 만큼 넓고 평평한 평지가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화왕산을 다녀갔지만 절벽과 큰 바위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자세히 보니 안쪽에 작은 동굴 하나가 보였다. 동굴 앞에는 신기하게도 약수가 찰랑거리며 고여 있었고, 그 앞에는 깔끔하게 차려진 제단과 산신도(山神圖)가 걸려있었다.
노인은 촛불을 밝히고 향을 피운 뒤 물을 떠서 제일 먼저 제단에 올렸다.
그러고는 물 한 그릇을 마신 뒤 딴 사람에게도 마시라며 물바가지를 건넸다. 나부터 주는 줄 알았는데 체면상 빼앗지도 못하고 주는 물을 받으려 하자 노인은 손사래를 치며 못 마시게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물바가지를 내밀려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참, 나한테 왜 이리 괴팍하게 구는 거지? 물 준다고 따라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내가 억새풀을 엮어서 벌을 주려는 겔까?'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얼마 후 기도가 끝나자 노인은 나에게 안으로 들어오라 일렀다. 다른 사람들이 덩달아 나를 따라 들어오려 하자 노인은 매몰차게 말렸다.
"자네들은 부정 타니까 밖에 있고 당신만 들어오게."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쭈뼛쭈뼛 노인을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노인이 오른편 바위 위의 가리개를 열자 놀랍게도 돌을 깎은 두세 계단이 2층으로 이어져 있었다. 노인이 말했다.
"이곳은 내 스승께서 3년간 기도를 올리던 곳이라네."
안으로 들어서자 서기(瑞氣)가 가득한 게 매우 신비로웠다. 신발을 벗고 위로 올라가자 천정에서 떨어진 물이 작은 옹달샘에 찰랑찰랑 고여 있었다. 오랜 세월 천장 바위 틈에서 떨어진 물이 돌을 움푹 패게 하여 그곳에 고인 물이었다. 그 물이 넘쳐서 아래 동굴로 내려가고, 그 물이 다시 땅 밑으로 흘러 방금 전 사람들이 줄을 서서 뜬 옹달샘으로 가는 거였다. 말하자면 그곳이 바로 화왕산 원천지였다.
나는 당연히 이번에도 물을 떠서 제단에 먼저 올리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노인은 정성스레 뜬 물을 무릎을 꿇은 채 내게 내미는 게 아닌가.
"아니 먼저 제단에 올리셔야죠?"
당황스러운 나머지 나는 엉거주춤 어쩔 줄 몰랐다.
"먼저 드시오! 정 선생이 그보다 더 높은 분이니."
노인은 다시 한번 권했다. 목이 바짝바짝 마르던 참에 나는 주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토록 감로수처럼 달고 시원한 물은 난생처음이었다.
'아, 내가 화왕산 원천지, 그 첫 샘물을 마셨구나!'
나는 감동으로 몸이 떨렸다.
노인은 다시 물을 받아 제단에 올린 후 메고 온 배낭에서 다섯 가지 과일과 오곡, 음식을 꺼내 제단 위에 차려놓고 감사의 예를 올렸다. 기도를 올리고 절을 하고 다시 경을 읊으며 108배를 하였다. 노인은 알고 보니 도를 닦는 도인이었다.
마침내 예를 올린 도인은 제단에 바쳤던 음식들을 내게 권했다.
"아닙니다. 저는 일행들과 함께 먹으면 됩니다."
내가 극구 사양했지만 내가 안 먹으면 도인도 안 먹을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음식을 먹었다.
식사 후 도인은 다시 깊은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나도 그 옆에 앉아 명상에 잠겼다. 얼마 후였다. 도인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나를 보며 절을 하기 시작했다.
"몰라 뵈서 죄송합니다!"
"아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나는 얼떨떨해서 어쩔 줄 몰랐다. 그즈음 빛(VIIT)을 만났지만 명확하게 그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던 터라 더욱 당황스러웠다. 도인이 다시 내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정광호라고 합니다만, 왜 그러시는지요?"
"허, 선생은 자신이 누구인지 정말 모른단 말이오? 우리 도인의 세계에서는 신력(神力)이 최고 파워(power)인데 그걸 모르오? 선생한테서는 알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있소.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큰 빛(VIIT)에 쌓여 있는데······."
도인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러다간 무언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선생님, 옆에 있는 저 이불 보따리가 보이십니까? 예전 저의 스승께서 언젠가 오실 분을 위해 습기 안차게 비밀로 잘 덮어놓은 새 이부자리입니다. 전설처럼 전해져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비서(祕書)를 동굴 속에 숨겨놓았다고 했습니다. 비서는 세상의 이치와 미래에 대한 모든 예언이 담겨있는 책이지요. 딱 사흘만 여기서 이불을 깔고 지내보시지요. 그럼 비서를 찾는 방법도 알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숱한 도인들이 그걸 찾으려 했으나 찾지 못했지만 선생님은 반드시 찾을 테니 말이오."
"아, 언젠가 만난 최 도사라는 분에게 얼핏 그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비서가 숨겨진 데를 알려달라고 백일기도는 물론 3년을 더 머물러 수행했지만 찾지 못했다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비서에 대해 관심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도인은 내 말은 아랑곳없이 말을 이었다.
"당대 역학자 재산 박재현 씨나 '사주첩경' 의 저자 이석영 씨 등 역학대가들도 이곳에서 비서를 찾아 헤맸다고 합니다. 그들은 산 속을 뒤져가며 비서를 찾다가 우연히 이 동굴을 발견하고, 화왕산의 샘물의 원천지까지 찾게 되었지요. 그리곤 비서가 틀림없이 이 동굴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거라고 확신하며 한 달에 보름을 수행하며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실 제 스승은 워낙 도가 높아 백일기도할 당시 호랑이 두 마리가 지켜줄 정도였답니다. 아래 동굴에 한 마리, 윗 동굴에 한 마리 떠억 버티고 서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려고 하면 으르렁거리며 들어오지 못하게 했답니다."
"그래서 스승님은 비서를 찾으셨답니까?"
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그게 말입니다, 한 3년 목탁을 치며 지냈지만 비서를 찾는 대신 3년 동안 큰 공부를 한 셈 치고 떠나라는 신(神)의 목소리를 들었답니다. 화가 난 스승은 목탁을 바위에 깨서 깨뜨렸는데 목탁 채는 바닥에 퉁겨 바위 속에 쑥 들어갔답니다. 그 뒤로 스승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요. 그 후 제가 스승 대신 비서를 찾으러 왔지만 역시 찾지 못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스승의 목탁 채라도 가져가려 했으나 그마저도 저렇게 바위틈에서 빠지지 않았다오."
도인은 바위틈에 걸려있는 목탁 채를 가리켰다.
"그래요? 어디 봅시다."
나는 벌떡 일어나 목탁 채를 잡아당겼다. 목탁 채는 힘없이 쑥 빠져나왔다.
"아니! 목탁 채 배 부분이 볼록 나와 있어서 그 어떤 도인이 빼려 해도 옴짝달짝 안했는데 그리 쉽게 빠지다니요! 아무래도 비서의 임자는 선생님인 듯하니 여기 머물며 비서를 찾아서 우리 도인들에게 보여주시고 또한 이 비서의 옛 주인을 기리는 의미에서 암자 하나만 지어주십시오."
도인은 잔뜩 흥분하여 간청하였다.
"저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입니다. 이제 일행도 기다릴 테니 가보겠습니다."
나는 잠시 뭐에 홀린 게 아닌가 하고는 동굴을 나가려 하였다.
"그렇다면 선생님, 저하고 딱 한군데만 더 갔다가 내려가시지요."
도인은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동굴을 나가서는 배바위 골로 자리를 잡았다. 아까 절벽과는 반대 방향으로 40여 분쯤 걸리는 거리였다.
가만히 보니 도인은 내가 큰 빛(VIIT)을 만난 그 자리로 향하고 있었다.
'설마 저 도인이 그 자리를 알까?'
나는 모르는 척 뒤따랐다. 그런데 도인이 딱 그 자리에 우뚝 서는 게 아닌가.
"아니, 여긴 내 자리인데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허, 정 선생은 이 자리를 아시오? 이 자리에 와서 그럼 뭘 했습니까?" 혹시 이 절벽에서 무얼 찾거나 보았습니까?"
도인은 그 자리에 꿇어앉아 수염을 쥐어짜며 놀라 물었다.
"뭘 하다니요, 그저 명상 좀 하고 갔지요."
나는 딱 잡아땠다. 그리곤 신발을 벗고 절벽 바위로 올라갔다.
"큰 바위야, 잘 있었어?"
억새 사이의 절벽에서 떨어지면 죽을 테지만 나는 바위를 끌어안으며 인사했다.
그 순간 빛(VIIT)향기가 진동하며 빛(VIIT)이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도인이 덜덜 떨기 시작하였고 뒤따라 온 일행도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대체 누구십니까? 혹시 미륵이십니까? 아님 가톨릭 신자라면 혹시 말로만 듣던 재림 예수입니까?"
"아닙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그냥 인간 정광호입니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알려주십시오. 비책을 갖고 있지요? 아님 어떤 큰 공부를 하셨습니까?
"하하, 나는 이 사람들과 함께 영어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공부 말고 혼자서 하늘의 공부를 한 겁니까?"
"글쎄요, 했다면 했고 안했다면 안 했지요."
나는 도인이 하도 끈질기게 묻자 그렇게 얼버무렸다.
"이 곳은 경남 일대에서 최고 명당 혈지고 임금이 나는 자리입니다. 그걸 알고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어떤 비방(祕方)이나 유골의 일부, 살아있는 신체의 일부를 잘라 바위 밑을 파고 묻고 가지만 다 소용없는 일입니다. 새가 오든 짐승이 오든 반드시 파내며 그 집안은 그 날로 불행한 일을 당하거나 우환이 생긴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바위 위에 올라가기만 해도 큰일이 난다고 하지요. 그런데 선생님은 바위를 통째로 끌어안았으니······."
도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러다간 다시 나를 산 정상에 있는 헬기장으로 데려가서는 산 정상을 둘러보라고 했다.
"학이다! 학이야!"
마치 학이 날아가는 형상이 새벽녘 꿈에서 본 바로 그 모습이었다.
"지명이 학산입니다. 학의 모양을 한 산이라는 뜻이지요.“
도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나는 새벽에 학 꿈을 꾸었으며, 원래는 다른 산으로 산행을 가려다가 갑자기 이 산으로 오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실은 저도 학 꿈을 꾸고 이리로 왔답니다. 꿈에 학이 제 목덜미를 콱 물더니 제가 공부하던 자리에 떨어뜨려 놓았지요. 옆에 보니 용이나 학이 아닌 날개가 달리고 발톱이 있는 형체가 그곳을 막 굴러다니지 뭡니까? 대체 이게 무슨 꿈일까, 혹시나 비서를 찾게 해주려는 게 아닐까 하고는 새벽같이 목욕재계를 하고 서둘러 온 것입니다. 그런데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꿈에서의 큰 새가 억새밭을 이리저리 구불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해서 가까이 가보니 웬걸 새는 간 곳 없고 웬 사람이 억새를 이리저리 묶고 있지 뭡니까?"
도인은 나를 보며 신기한 듯 말했다.
"아까 제가 동굴에서 기도를 드릴 때도 등 뒤에서 환한 빛(VIIT)이 비치기에 뒤돌아볼 때마다 선생이 서 있지 뭡니까? 사실은 제가 모시는 신이 아래 물은 일행들에게만 주고 위층의 물을 선생에게 드리라고 했지요. 정화수를 받아 제단에 올릴 때에도 '저분에게 먼저 물을 드려라. 저분은 화왕산신인 나보다 더 높으시다.' 라고 일러주셨지요. 하긴 선생이 동굴로 들어서자 동굴 안에 환한 불빛이 퍼지며 향기가 돌고 주변이 온통 황금빛으로 싸여있어 범상치 않은 분임을 알았지요."
도인은 여전히 흥분하여 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문득 아주 오래전 도경이 들려주신 이야기 한 토막이 떠올랐다. 도경의 청년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였다.
어느 날 도경이 한 현자를 만났다. 그 현자는 뼈를 깎는 오랜 노력 끝에 세상의 모든 이치를 섭렵한 도인이었다.
"내가 스승에게 물려받은 비서(祕書)에 미래에 올 세상의 이치를 모두 담아두었네. 하지만 세상이 아직 그 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어느 산 깊은 동굴 속에 숨겨두었네. 그러니 그 책을 자네가 가서 한 번 찾아보게."
이 말을 듣고 도경이 대답했다.
"저는 앞을 보지 못해 작은 돌길 하나 다니기도 힘듭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깊은 산속 동굴에 숨겨둔 책을 찾을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리고 만에 하나 그 책을 찾는다 한들 앞을 보지 못하는 제게 그러한 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러자 현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비록 두 눈을 뜨고 있어도 마음의 눈을 감고 있어 진실을 보지 못한다네. 그러한 사람들은 그 책을 읽어도 자신의 잣대로만 판단하여 도리어 세상에 큰 혼란만 줄 뿐이지. 하지만 그대라면 욕심없이 맑은 마음으로 그 책을 볼 수 있을 걸세."
그러면서 현자는 도경에게 자신이 평생에 걸쳐 완성한 소중한 비기(祕記)를 어디에 숨겨 두었는지 산과 동굴의 형상을 자세하게 일러 주었다.
'아, 그때 도경이 말씀하시던 그 비서(祕書)가 바로 그 책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도경은 그날 내가 그 책을 찾을 걸 미리 알고 계셨단 말인가?'
나는 갑작스런 그분 생각으로 저절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야말로 아무 생각없이 학 꿈을 꾸고 떠났던 산행에서 나는 또 한 번 기이한 경험과 빛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
출처 : 나도 기적이 필요해
2017년 5월 3일 초판 3쇄 P. 11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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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빛역사 읽어도 읽어도 흥미롭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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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책에 실린 화왕산의 큰빛만남을 알고 화왕산 동굴 노인과의 만남과 비서, 도경 이야기를 연결해 읽으면 그 깊이가 정말 대단할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비서가 현존의 빛이신 학회장님을 기다렸다는 사실이 참 감동적입니다.
큰빛만남의 빛역사의 시작 장소이자 빛으로 치유된 화왕산을 가족이 함께 답사하며 감사의 마음을 올릴 수 있는 그 날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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