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서 역사적 선례, 독립계약자 사각지대 해소 첫발
플랫폼 노동자 임금·노동권 공식 보장, 전국적 확산 긴장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우버(Uber) 기사들이 공식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플랫폼 노동 시장에도 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BC주 빅토리아 지역 우버 기사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회사 측과 협상을 마무리했으며, 그동안 독립계약자 형태로 분류돼 노동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플랫폼 노동자 권리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임금 체계와 근로 조건, 단체교섭 권한 등 플랫폼 노동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징적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종차별과 허위 민원에 시달리던 기사들의 연대
빅토리아에서 우버 기사로 일해 온 암닌더 싱 씨등 현지 기사들은 그동안 승객들의 인종차별 발언과 허위 신고, 일방적인 계정 정지 조치 등으로 생계 불안을 겪어왔다고 주장했다. 싱 씨는 “과거에는 부당한 일을 겪어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창구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기사들은 장시간 운행을 이어가고도 실제 수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가 계속되자 지난해부터 노조 조직화에 나섰다.
결국 우버 기사들은 지난 4월 28일 식품상업노조 '로컬 1518'과 우버 측이 마련한 단체협약안을 승인했으며, 이번 협약은 빅토리아 지역 기사 1천여 명에게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과 권리 보호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4년 임기의 협약 타결, 임금 인상과 분쟁 절차 마련
이번 단체협약은 4년간 유지된다. 협약에 따라 빅토리아 지역 우버 기사들은 운행 실적에 따른 가입 보너스와 분기별 성과 보너스를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일부 핵심 수수료에는 매년 5% 인상 조항도 포함됐다. 또 건강 지원금 500달러가 제공되고, 승객 민원이나 계정 정지 같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노조를 통한 공식 대응 절차도 마련됐다. 다만 이번 협약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사들에게만 적용되며, 우버이츠 배달 기사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우버 캐나다는 이번 합의가 기사들의 유연한 근무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대표권과 복지 체계를 마련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패트릭 존슨 UFCW 로컬 1518 회장도 “플랫폼 노동자들 역시 노조를 조직하고 단체교섭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의미를 강조했다.
BC주 고용기준법 개정이 낳은 독보적 성과
노동법 전문가들은 이번 빅토리아 사례가 근무 시간과 장소가 일정하지 않은 플랫폼 노동 구조 안에서도 노조 조직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한다. 특히 BC주 정부가 2023년 고용기준법을 개정해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를 단순 개인사업자가 아닌 실질적인 노동자로 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런 법적 변화가 있었기에 우버 기사들도 비교적 빠르게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다른 주에서는 아직 제도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타리오주 등에서는 우버 기사들이 자신들을 직원으로 인정해 달라는 집단 소송을 수년째 이어가고 있지만, 우버 측은 자사가 직접 고용주가 아니라 승객과 기사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쟁은 캐나다 전역에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도시 조직화의 물리적 한계와 향후 과제
플랫폼 노동의 전국 확산에는 여전히 현실적인 장벽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상 과정에 참여한 싱 씨는 빅토리아처럼 비교적 작은 도시에서도 기사들을 조직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 우버를 호출해 기사들을 만나고, 왓츠앱 단체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했으며 공항과 페리 터미널, 전기차 충전소 등을 돌며 조직 활동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토론토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런 방식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얼라 필립스 온타리오 차량 호출 협회장은 “조직 활동에 시간을 쓰는 순간 당장 운행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많은 기사들이 참여를 망설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빅토리아 협약에 포함된 일부 보너스 제도가 기사들의 장시간 운행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필립스 회장은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인 우버가 노동자 대표와 공식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캐나다 전역 플랫폼 노동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BC주처럼 법적 기반이 마련된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머물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