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없고 시간이 넉넉할 때면 별다른 생각 없이 밖으로 나간다.
딱히 목적지를 정해 놓고 나가는 건 아니다.
그냥 발이 나를 데리고 가는 대로 따라 가는 편이다.
부산에 살다가 퇴직하고 난 뒤 대구로 이사를 왔다.
아내가 손자를 봐 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지인들을 두고 낯선 곳으로 오니 아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놀기 좋은 게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악기를 집어 들었다.
연금공단에서 마련한 장소로 찾아갔더니 부산에서 배우던 것보다 아래 단계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두어 번 나가다가 그만두고 말았다.
어떻게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시간이 나면 낯선 곳으로 나가 걷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걷기를 좋아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게 참 재미있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밖으로 쏘다니기를 잘했다.
그러다 보니 쏘다니는 게 취미가 되고 말았다.
이런 취미 때문에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이 남 달라 길을 나서면 항상 설레는 편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지만 혼자서 아무런 걸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가장 잘 노는 사람은 혼자서 잘 노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한다.
심심하고 따분해서 뭔가를 찾아 함께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혼자 노는 것을 찾아내어 즐기면 그것은 그것대로 재미도 있고 맛도 있다.
부산에서나 대구에서나 밖으로 나오면 나는 처음부터 걷거나 아니면 도시열차를 탄다.
어떤 지역으로 가 봐야겠다고 특별히 작정하고 나설 때가 아니라면 대개는
마음 내키는 대로 이 골목 저 골목 이 길 저 길 가리지 않고 쏘다닌다.
그렇지만 도시열차를 타게 되면 어떤 지명을 염두에 두고 내린 뒤 그곳에 있는 시장 통에도 들어가 보고 대학교에도 들어가 보고 이름 난 곳도 둘러보고 공원에도 가 본다.
그러다 보면 눈으로 즐기는 것도 있고 귀로 즐기는 것도 있고 코로 즐기는 것도 있다.
어쩌다 재수가 좋으면 재미있는 싸움 구경도 할 수 있고 맛난 음식점을 찾아내어 입을 호강시켜 줄 수도 있다.
한 번은 어떤 공원에 가서 길을 따라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데 배가 몹시 고팠다.
그런데 나이든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굉장히 많이 모여 있었다.
왜 여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인가 하고 물었더니 무료배식을 하는 날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기 앞에 서라는 것이었다.
음식점도 멀고 배도 몹시 고파 염치불구하고 그 분이 권하는 대로 줄을 섰다.
차례가 되어 식판에 밥을 받아 사람들과 어울려 길에서 밥을 먹었다.
밥차가 밥을 싣고 와 배식을 하는 것도 처음 보았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밥을 먹어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렇게 쏘다니다 보면 특별한 일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고 건강에도 좋아 나는 늘 쏘다니기를 즐기며 살고 있는 편이다.
대구는 연고도 없는 낯선 지역이지만 가보지 않은 지역이 많고 돌아다닐 곳도 많아 언제나 설레는 느낌이어서 좋다.
한데 요즘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밖으로 나가는 게 힘들어 몹시 갑갑하다.
그래서 어제는 모처럼 책상에 앉아 카페에 가입을 해 보았고 오늘은 이런 글을 한 번 적어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참 좋은 세상이라 싶다.
컴퓨터를 가지고 이렇게 혼자 놀 수가 있으니.....
첫댓글 맛집도 동네마다 있고
대구도 걷기 좋은데 많심더^^
대구에 사시는 분인가 봅니다. 걷기 좋은 곳 추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맛집도 좀 알려주십시오. 입 호강을 시킨 지가 오래 되어서 괜찮은 곳이라면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잘 왔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갇혀서 꼼짝 못하니 자연 여기에 와서 글도 한 번 적고
다른 분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재미가 있습니다.
혼자 놀 줄 아는 사람이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시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만.....어쨌거나 고맙습니다.
혼자 노시려면 나만의 아지트를 만드세요.
혼자 놀기에도 단계가 있는데 혼술까지 하면 좀 높은거래요 ㅎㅎ
저는 걷기 좋은 길을 아지트로 삼고 혼술집을 정해 두었죠.
혼술집에는 종종 선물도 하고 엄청 관리 합니다. ㅎㅎ
이서진 님 따라 다니면 높은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 같고 아지트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작년부터 술을 입에 잘 대지 않아서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허허허~~~
엄지 척부터 먼저 합니다.
우리 말을 우리 글로 적는데 매우 정확해서 고맙기에...
6하원칙에 따라서 삶의 글을 잘도 그려냈군요.
저는 아직껏 무료급식 밥 한 그릇을 먹지 못했습니다. 한 번 경험 삼았으면 합니다.
대구 무료급식 인심이 넉넉한 것 같습니다.
글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도 자기 앞에 타인을 먼저 앞세우는 아량을 베풀었군요.
세상사는 이야기, 삶의 이야기 방에서 천샘 님의 글 또 기다리겠습니다.
닉네임 천샘이 무슨 뜻일까요?
좋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구 인심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좋은 분이 앞에 서게 해 주셔서 허기를 잘 때웠습니다.
천샘이란 닉은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지어 보았는데 제가 가졌던 직업의 의미도 있고
또 하늘의 샘이란 의미도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해 보았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글체가 참! 분명하게 잘 쓰십니다
삶방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자주 오셔서 이런저런 삶에 이야기들
오늘처럼 올려 주세요~좋은 오후가 되세요~
잘 왔다고 말씀해 주시니 고맙고 또 글체가 분명하다고 하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거기다 환영까지 해 주시니 더더욱 기쁜 마음입니다.
저도 다른 분들 글 읽어 보고 김준희 님처럼 기분 좋은 말을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놀기 101 가지 라는 책이 있더군요.
둘이면 xx , 셋이 놀 땐. xxx. 넷은 ....
앞으로 저도 좀 배우게 잘 지도부탁드립니다
( 참. 그동네에 김광석거리 도 좋다고들~)
아이구! 향적 님 제가 오히려 지도 부탁드려야 할 자리에 있습니다.
말씀하신 책 혼자놀기 101가지를 한 번 찾아 볼까 합니다. 어떤 내용이 있는지 보고 저도 따라 할 게 있다면 그렇게 해 보고 싶어집니다.
어디에 사시는지 모르지만 김광석 거리 아직 와 보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대구에 오실 일이 있다면 제가 김광석 거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식사도 대접해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일단잘오신거 환영하구요 여기오시면 할것들이 너무많아 산나살겁니다 ㅎㅎ
신날 일이 많다면 자주 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환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혼자서 계시는 시간이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일 것입니다.
알찬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알찬 시간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혼자가 될 때는 내면을 바라보는 눈이 더 밝아진다는 것을 잘 느끼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두딸 따라
늦게 타향에서 살고있는
대구아즘입니다
그이는 아직 대구지키미중이라
자주 대구를 가지요
구석구석 찾아보면
볼꺼리도 많습니다
해발 1000미터가 넘는 팔공산은 등산 걷기 드라이브
뭐든 다 좋구요
대구가 정감가는 제2의 고향이 되기를 바랍니다
대구 분이 다른 지역에 가서 살고 계시나 봅니다.
구석구석 잘 찾아서 대구의 맛을 더 깊이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단산지, 봉무동 고분군, 송해공원, 두류공원, 달성공원, 김광석 거리, 근대화거리 등 이곳저곳 둘러보고 이제는
낯선 동네 낯선 거리를 많이 배회하면서 지리를 익히고 있습니다. 팔공산 갓바위도 올라가 보았고
케이불카도 타 보았습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대구가 정감이 가는 제2의 고향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목포댁 가까운 거리
구미ㅡ꽃피는 봄날
꼭 한번 가보려구ㅡ리스트에
올렸습니다
팔공산은 가을이 더 멋집니다
요즘은 혼자 놀아도
아주 재밋어요
저도 지금 혼자인걸요 ㅎㅎㅎ
혼자 놀아도 재미있다는 분은 아마도 도가 통한 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만 혼자 잘 노는 줄 알았는데 저보다 선배님이신 것 같습니다.
재미있습니다. ㅎ
친구랑 같이 하면 더 낫지 않을까 싶네요.^*^
부산에 가면 친구가 많지만 대구는 타향이라 친구가 없습니다. 그래서 혼자 노는 겁니다.
이곳에서 대구분들이 친구가 되어 준다면 함께 놀 수 있는 기회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서 글 쓰고 그래도 심심하면 아무대고 걷고 구경하고 ㅎ
예,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글 쓰고 읽고 놀다가 답답하고 갑갑하게 느껴지면
아무 데나 가서 걷기도 하고 구경도 하고.....그렇게 살면 되지 싶습니다.
천샘 님. 반갑습니다.
혼자 잘 노시는 분 뵈면
저랑 비슷하신 것 같아서 더욱 반갑네요.
저도 혼자서 걷는 것,
여행하는 것 참 좋아합니다.
누구한테 맞출 필요도 없고 자유롭잖아요. ㅎㅎ
물론 함께도 좋아합니다.
두루두루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으네요.
좋은 나날 되세요.^^*
저처럼 혼자 잘 노신다니 제가 더 반가운 마음입니다.
나이 들어 혼자서도 잘 논다는 건 시간을 잘 활용할 줄 안다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어울릴 때는 어울리면서 즐겁게 보내고 혼자 놀 때는 또 혼자인 채로 즐겁게 지내는 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사는 날까지 둥글둥글 살다가 간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송초 님도 늘 좋은 나날이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ㅎ 혼자놀기 경지가 도사급이시네요
놀기좋은 삶방에 오신걸 축하드립니다
이곳도 글올리고 댓글달고 놀기 좋습니다
예,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사급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지내려고 합니다.
말씀대로 글도 올리고 댓글도 달면서 잘 놀겠습니다. 환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혼자놀기쉽지 않던데요.전 그래서 도서관서 독서하면서 소양을 높인달까?그리고 항토문화유적 답사하며 보낸답니다.
신미주 님은 나름대로 시간을 아주 유용하게 쓰시는 것 같습니다.
그냥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독서하시고 문화유적 답사하시면서 보내신다니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시간을 알뜰하게 쓰려고 다짐은 많이 했지만 그렇지 못해서 늘 후회를 하는 편입니다.
배우던 클라리넷도 접었고, 색소폰도 조금 불다가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접었고 그래서 이러저리 쏘다니는 일만 많이 하는 편입니다.
때때로 멍청하게 앉아서 세월가는 소리나 듣고.....참, 오카리나 불 때가 간혹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