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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화공간 사계 원문보기 글쓴이: 공간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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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는 어떤 시련에도 끄떡없는 법이다. 땅 깊숙이 견고하게 뿌리 내리고 늘 그 자리를 지킨다. 쏟아지는 비에 줄기를 적시고 내리쬐는 햇볕에 잎을 반짝이며 오롯이 한 곳에 서있다. 어느 한 가지 일을 꿋꿋이 한다는 것은 이 '뿌리 깊은 나무'의 모습과 참 닮아 있다. 흔들리거나 쓰러지지 않고 아름다운 가지를 뻗어나가는 것과 같이 말이다. 배우 백길성 씨 역시 연극이라는 예술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남에게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해냈다고 느끼는 것이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는 배우. 자랑해보라고 던진 질문에 쑥스럽게 웃고 마는 그였지만, 백길성 씨가 걸어온 지난 10년은 오로지 연극을 향해 있었다.
▲ 저음의 단정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배우, 백길성 씨. 2010. POPBUSAN 무엇인가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본 들 무슨 소용일까. 답은 '좋아서'일 것이 뻔하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글쎄요, 그 매력을 아직 몰라서 무대 위에서 찾고 있는 중이예요. 그래서 나는 '왜?' 라는 질문을 많이 해요. 연극을 좋아하는 이유랄까. 무대에서 내려올 수 없는 그 강한 힘에 대해서 아직 연구 중인 것 같아요" 지난 2005년 부산연극제와 전국연극제에서 우수연기상을 거머쥔 그는 수상자의 여유를 부리기보다 시종일관 겸손한 모습이었다. 두 번의 수상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자랑을 할 법도 한데 그런 게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상이라는 건 그 분야에서 진득하게 임한 사람이 얻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올해로 연극을 한지 딱 10년이 되는데요. 처음 연극을 시작한 3,4년은 스스로 평가하기에 '양'이나 '가'정도의 수준이었어요. 부족한 연기가 뻔히 눈에 보였으니까요. 지금은 저 스스로 평가할 때 '수'는 아직 아니고, '우'정도는 줄 수 있겠네요." 자기 자신을 향한 엄격한 잣대야말로 백길성 씨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아닐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역시 스스로가 인정한 작품이었다고 한다. ▲ 울림이 짙은 목소리, 소년같은 미소 등 많은 매력을 가진 배우였다. 2010. POPBUSAN "그리고 또 하나 있다면 목소리요. 목소리가 연극을 하는데 참 도움이 많이 됐어요. 물론 타고난 목소리만으로는 안 되죠. 발성연습도 꾸준히 하고요. 관객의 귀를 뺏을 수 있는 보이스를 가진 것이 배우로서 제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생각해요" 극단 '시나위'의 부대표이기도 한 그는 부산을 무대로 연극을 해오고 있다. 예전에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품앗이처럼 서로 도와가며 공연을 했었다고. 그런데 언제부턴가 지원금에 기대게 되면서, 지원금이 없을 경우는 자체기획공연도 하지 않는 실정이란다. 현실적으로 작품의 수가 적아질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털어 놓았다. "작품의 '다양성'이 유지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죠. 사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이오네스코의 부조리극, 뭐 창작극 등 해보고 싶은 작품은 많아요. 하지만 배우들이 만날 수 있는 작품이 부족하고 그런 큰 연극의 수도 적다보니 기회가 많이 없는 게 사실이에요." ▲ 한눈 팔지 않고 모나지 않은 배우 백길성 씨의 진솔한 이야기 덕분에 인터뷰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했다. 2010. POPBUSAN 제1회 젊은공연예술축제(이하 야프/Y.A.F)의 <이번 生은 감당하기 힘들어>에서 그가 맡은 역은 기생충 과학자 중 하나인 '문동환'이다. 책임감 있고 깐깐하지만 정이 깊은 캐릭터라고. 소심해서 표현을 잘 못하고 되레 툴툴거리는 캐릭터. 하지만 그가 연기할 인물이 극중 캐릭터 중에서 가장 인간적이라고 말한다. 또 사람을 대하는 태도, 거짓말에 서툰 것, 얼굴에 심기가 다 드러나는 것은 자신과 많이 닮아 있다고. Y.A.F의 <이번 生은 감당하기 힘들어>로 만나본 배우 백길성 씨. 그가 묵묵히 걸어온 지난 10년의 세월을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자 그 삶이 또한 연기에도 녹아들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때로는 부는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단단하게 뿌리내린 연극에 대한 그의 열정이 그를 더 성장시킬 것이다. 그가 원하는 대로, 다양한 작품 속에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김진아 기자, 사진=김태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