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장의사
요즘 사진 찍는 것이 별로 즐겁지 않습니다. 심정적 나이와 표면적 나이 듦이 인지부조화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어 놓고도 잘 보게 되지 않는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졸업을 즈음하여 앨범을 만듭니다. 여학생들은 사진을 정면으로 찍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성인이 되면 성형으로 예뻐질 예정인데 어릴 때의 사진이 흑역사로 남아있는 것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요즘 사회는 인터넷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소통과 정보 공유, 빠름과 너름, 깊이와 넓이 모두를 혁신적으로 바꿔 놓은 것이 인터넷이니까요. 혁신은 좋지만, 우리가 글을 쓰거나 동영상을 올리거나 어떤 활동을 하거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영구히 기록으로 남는 것이 문제입니다. 즉 인터넷 공간은 잊혀질 권리가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지요.
과거의 흑역사, 비방하는 글이나 게시물, 개인정보의 유출은 디지털 그림자로 남아 우리의 평판과 프라이버시를 위협하여 삶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현재 무언가를 잘 하고 싶은데 과거의 흑역사가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넷에서 잠시 특별한 일로 주목을 받게 되면 신상 털기라는 제목으로 그 사람의 면면이 낱낱이 파헤쳐 공개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이고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지만 인터넷 흑역사를 정리하는 것도 미래를 위한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 폭격기나 인터넷 장의사들이 하는 일이 이런 흑역사를 정리하는 일들이지요. 개인이 자신의 자료를 일일이 찾아서 삭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복제를 통해 다른 곳에 살아있는 것까지 낱낱이 정리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요.
가장 좋은 것은 흑역사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쓰고, 배설하는 기분으로 게시물을 만들면 안 됩니다. 언제가 내가 던진 창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언가 올리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면 그것을 일일이 찾아 지우는 데는 시간 한정이 없다는 것을 그 무서움을 잘 알 필요가 있습니다. 댓글 한 줄, 표현 하나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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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누구에게나 자다가도 아불 차고 일어나 가슴치며 후회하게 하는 흑역사가 있겠죠. 덮어들 것은 덮을 줄 이는 아량도 있어야겠는데, 너무 발기발기 찢어 해부하는 것 같습니다.
손흥민, 이강인 건으로 유투브에 거짓 정보가 얼마나 많은지, 그걸 보고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지.......
문득, 예전에 있었던 "연죄제"기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