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사이언스]대규모 정전과 ‘블랙 아웃’
한국교직원신문 2011-09-26
술 많이 마신 날 ‘필름 끊기는’ 현상
인체에도 블랙 아웃
◆호박에서 전기를 발견하다=기원전 550년 고대 그리스에서는 의복의 장신구로 호박(琥珀)을 썼다. 어느 날 사람들은 호박을 천 조각으로 닦자 가벼운 깃털이 따라붙는 현상을 발견했다. 마찰 전기가 인류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철학자 탈레스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호박을 뜻하는 그리스어 ‘엘렉트론(elektron)’이라 불렀다. 이 말은 후에 전기를 구성하는 전자(electron)의 어원이 됐다. 그러나 놀라운 발견도 잠시, 전기의 사용은 무려 2300여 년 동안 잠들어야만 했다. 이후 1866년 독일의 지멘스가 전자석을 이용한 발전기를 세상에 선보이면서 오늘날과 같이 편리하게 전기를 쓸 수 있는 대용량 발전의 시대가 열렸다.◆전국 대규모 정전 사태 발생=지난 9월 15일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공장이 멈췄고 영업점은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엘리베이터가 정지된 피해도 서울에만 낮 1시간여 동안 100여 건이 집계됐다. 신호등이 꺼지면서 교통체계가 엉망이 됐고 교통대란이 빚어졌다.이번 정전 사태는 2003년 8월 미국의 뉴욕, 디트로이트 등 동북부·중서부 지역과 캐나다의 토론토, 오타와 등 남부 지역에서 일어난 최악의 정전사태를 떠올리게끔 한다. 오하이오 주의 낡은 송전선에서 합선이 일어나며 연결된 발전 시설이 줄줄이 마비된 것이 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 500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대규모 정전 사태를 ‘블랙 아웃(black out)’이라 부른다. 정전사태의 원인과 피해상황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블랙 아웃’으로 인해 큰 재난이 발생하는 상황을 경고하며 전력 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블랙 아웃’이란 모든 세상이 암흑으로 변하는 현상에서 비롯된 말인데, 우리 인체에도 같은 용어가 쓰인다.◆우리 인체에도 ‘블랙 아웃’=우리 뇌에서 해마가 문제를 일으켜 기억에 문제가 생기는 현상을 블랙 아웃이라 부른다. 술을 많이 마신 날 흔히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바로 블랙 아웃이다. 우리 몸에 들어온 알코올은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 메커니즘을 교란시켜서 뇌에 기억이 입력되지 않게 만든다. 아무리 기억을 하려 해도 필름이 끊겼던 시간은 기억해낼 수가 없다.롤러코스터와 같은 놀이기구를 탈 때도 순간적으로 블랙 아웃과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 인체가 받는 무게감(중력가속도+가속도)을 중력으로 나눈 값을 G(Gravity)라는 단위로 나타낸다. 지상에 가만히 서있는 사람이 느끼는 G는 1이다. 3G에서는 체중의 3배에 해당하는 무게감을 느낀다. G가 높아질수록 피가 아래로 쏠려 뇌에 산소부족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면 시야가 좁아지며 현기증이 나고 사물이 흑백으로 보인다. 이윽고 시야가 계속 좁아지다가 시야가 완전히 까맣게 되는 블랙 아웃이 온다. 눈은 뜨고 있지만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이 상태는 4.7G 정도에서 발생한다.블랙 아웃은 우주비행을 위한 중력가속도 내성검사를 받을 때처럼 특수한 환경에서 나타난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이처럼 극단의 공포를 느낄 일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놀이기구에서 짜릿한 체험을 하기를 즐기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정전 사태가 가져다준 공포는 남달랐다. 두 가지 ‘블랙 아웃’이 같은 의미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이종림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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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사이언스]대규모 정전과 ‘블랙 아웃’
백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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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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