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최근 저명한 의학저널인 '랜싯'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각국 1200개 기관과 연구자 405명은 전 세계 204개국의 보건 자료(1990~2019년)를 바탕으로 대장암의 원인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대장암 발병을 부추기는 위험 요인이 87개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 중에서 우선 '대장암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요인 10가지'를 추려낸 다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분석, 우리나라가 속한 고소득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대상으로 한 분석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두 경우 모두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이는 대장암 발생 위험 요인의 인종 간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그리고서 연구팀은 대장암 발병을 부추기는 공통 요인 1~4위를 추려냈다. 그랬더니 우유 섭취 부족, 흡연, 칼슘 섭취 부족, 음주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눈여겨볼 게 대장암을 유발하는 원인 1위(우유 섭취 부족)와 3위(칼슘 섭취 부족)가 지난 2015년 우리나라에서 진행한 대장암 환자 분석 연구의 결과와도 '일치했다'는 점이다.
2015년, 서울대와 국립암센터는 성인 남녀 2769명(대장암 환자 923명, 일반인 18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우유에 포함된 풍부한 칼슘이 대장암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연구팀이 이들의 우유·칼슘 섭취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의 하루 우유 섭취량은 49㎖로 건강한 사람(63㎖)의 78% 수준이었다. 게다가 하루 칼슘 섭취량도 대장암 환자(454㎎)가 건강한 사람(462㎎)보다 부족했다.
또 연구팀은 '하루에 우유를 반 잔 이상만 꾸준히 섭취해도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 연구에서 우유를 하루 101㎖(약 반 컵) 이상 마시는 사람은 우유를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29g 이하)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54%포인트(P)나 더 낮았다. 매일 우유를 29∼101㎖ 마신 사람도 우유를 29㎖ 이하 마신 사람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44%포인트 더 낮게 나타났다.
칼슘을 매일 권장량 섭취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을 74%나 낮출 수 있다는 사실도 이 연구에서 밝혀졌다. 칼슘을 가장 적게 먹는 그룹(하루 389㎎ 이하)의대장암 발생 위험 기준을 '1'로 봤을 때 칼슘을 하루 389∼554㎎ 섭취하는 그룹의 대장암 위험은 0.74였다. 반면 칼슘을 가장 많이 먹는 그룹(하루 554㎎ 이상)의 대장암 발생 위험은 0.26에 불과했다.
다만 칼슘 섭취가 대장암 발생 위험을 왜 낮추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연구팀은 '칼슘이 염증과 담즙산의 자극으로부터 대장 상피세포를 보호하는 효능을 가진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을 이끈 김정선 전(前) 국립암센터 암 역학 예방연구부 교수는 당시 연구에서 "칼슘 최다 섭취 그룹이라도 정부가 정한 칼슘의 하루 섭취 권장량(700㎎)을 채우지 못한다"며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라도 칼슘 보충에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칼슘 섭취량이 일일 권장량보다 적다면 우유·칼슘제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야 한다"며 "한국인의 칼슘 섭취율에 있어 최적의 식품은 우유"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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