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錯視 빠져 있다가 문득 깨어난 화난 민심이 승패를 갈랐다.
지난날 시골 5일 장터는 온갖 사람들이 다 모였다. 옷을 파는 상인, 생선을 파는 상인, 국밥에 막걸리를 파는 사람, 과일을 키워서 파는 사람, 키운 채소를 파는 사람, 가축을 파는 사람 등 다양한 상인들이 있었다. 장을 찾은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그곳에서 샀다. 집에 있는 처에게 줄 분가루는 사기도 하고 아이들 주전부리로 연 과자를 사기도 한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국밥에 막걸리 한잔을 한다. 5일 장이 파할 즈음에는 술을 이기지 못한 몇몇은 길바닥에 누워 있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아무나 붙잡고 시비를 건다. 해가 서산을 넘어가고 어둑어둑해지면 상인도 취객도 다 갈 길을 찾아 다 떠나간다. 5일 장터는 장이 서기 이전으로 되돌아간다. 낮에 보이지 않던 길고양이는 주위를 살피며 버려진 생선 내장을 입에 물고 급히 자리를 떠난다. 5일 후 장터는 이런 모습이 되풀이된다. 수십 년 전의 장터 모습 그대로다. 몇몇 상인이 달라지고 장을 찾는 사람 모습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특별할 것도 색다른 것은 없던 시골 5일 장터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만병통치약을 파는 여인이 나타나면서부터다. 삼단 고운 머릿결에 분칠하여 하얀 얼굴을 한 20대 여인은 丸으로 만든 ‘不老靑春煥’을 팔았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서 구슬프게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부르기도 하고, 눈물 머금은 듯한 햇볕에 반짝이는 눈은 시골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곱고 청순한 자태다. 모여든 인파 사이로 가서는 노인들의 손을 살포시 잡아주기도 하고 젊은이들 앞을 지나면서는 장미 향을 뿜어댔다. 싹싹한 서울내기의 말투에 고운 자태는 노인이고 젊은이고 할 것 없이 가슴을 울렁이게 했다. ‘不老靑春煥’은 순식간에 다 팔렸고 남자들의 손에는 사야 할 생선이나 농사에 필요한 도구 대신에 ‘不老靑春煥’ 하나씩 들려있었다. 다음 장날에도 그랬고 그다음 장날에도 그러했다. 집집마다 ‘不老靑春煥’은 쌓였고 여인의 교태는 날이 갈수록 더 노골적이었고 상인들의 불만은 여인에게로 행했다.
장이 서던 어느 날 20대 여인은 ‘30대이고 얼굴은 곰보 박색인데 화장발로 숨겼고 서울에서 사기를 치다가 도망 다니면서 시골장마다 찾아다니면서 가짜 약으로 사기를 치는 사기꾼’이라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不老靑春煥’을 사서 먹었던 노인들은 신체적으로 좋아진 것이 없었고 약을 먹고 나면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여 고생한 사람들이 많았다. 약이 가짜라는 생각이 든 노인들은 여인이 곰보 박색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자 화장발을 벗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물바가지로 얼굴에 부은 다음 분칠을 벗겨서 여인의 모습을 확인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인파 사이로 엉덩이를 살래살래 흔들며 교태를 부리며 돌던 여인이 김 씨 영감 앞으로 오자 김 씨는 물바가지를 여인의 얼굴에 확 뿌렸고 이 씨 영감은 여인에게 달려들어 무명천으로 얼굴을 사정없이 문질렀다. 드러난 여인의 모습은 곰보에 군데군데 흉터가 보였다. 인파들은 여인의 실체를 보고는 화를 내면서 밀어 넘어뜨리고 발길질을 했다. 여인의 한복은 어느새 누더기가 되었고 약을 판 돈 통은 텅 비었다. 읍내 파출소 순경 두 명이 와서는 노끈으로 여인의 손을 똘똘 묶고는 데려갔다. 이후 어떤 만병통치 약장수도 시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약장수 여인을 보면 왠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이 떠오르고, 시장을 찾은 인파들은 우매한 국민을 보는 듯하다.
한동훈은 윤석열과 함께 박근혜를 엮은 인물이다. 그것이 탄핵의 근거가 되었고 문재인이라는 좌파 독재자에게 발탁되어 검사장으로 승진을 하고 윤석열이 집권하면서 법무부 장관을 거쳐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되어 22대 총선을 이끌었다. 검사장으로 있으면서 검언유착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검찰이 아이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것은 거부하고 심지어 24개 비밀번호를 걸어두어 수사를 사실상 방해한 사람이다. 수사를 받는 혐의자에 대해서는 휴대폰 비밀번호를 요구하고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유죄를 받을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던 검사 중의 하나였을 한동훈은 자신의 휴대폰 비밀번호에 대해 침묵하였던 그런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윤석열이나 한동훈은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총선 선거유세에서 한동훈은 이재명과 민주당에 대해서 범죄자들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댔다. 이재명이 형수에게 하였던 욕설은 국민의 공분을 살 정도로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이 이재명을 기소한 사건은 여러 개다. 공직선거법위반, 위증교사, 대장동 개발 관련 사건, 백 현동 개발 관련 사건, 성남FC 관련 제3자 뇌물 사건 등이다. 검찰이 기소한 모든 사건은 현재 재판 중이다. 누구나 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이재명 역시 이 원칙이 적용된다.
그런데도 범죄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법률전문가인 한동훈이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한 것이다. 한동훈의 주장대로라면 검언유착 사건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고 해서 혐의를 다 벗은 것은 아니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한동훈의 딸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고, 사자성어는 자기의 결점을 생각하지 않고 남의 잘못을 비난한다는 以短功短이라는 것이 있고, 제 잘못을 생각하지 않고 남의 잘못만 나무란다는 責人則明이라는 것이 있다. 이런 속담과 사자성어를 안다면 총선 유세에서 한동훈은 타인에 대한 인격적 비방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한동훈이 이재명에 대해 비방성 유세를 할 때 그리 깨끗하지도 않고 도덕적이지 않은 이재명은 인내하는 태도를 보였다. 嬌言은 그게 국민에게 먹혀들지는 몰라도 마침내는 어리석은 국민은 그 교언에 현혹되어 그대로 믿고, 일반 국민은 그 교언을 물리칠 현명함이 있다. 어리석은 국민은 적고 물리치는 국민이 많으면 어리석은 국민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이는 한동훈의 유세 방식을 두고 일곱 살짜리 언어라고 비꼬기도 한다. 먹을 것을 사 달라고 짧고 되풀이하는 아이의 언어 유형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아이의 말투를 쓰면 색다른 것이 없는데 어른이 아이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에 대한 색다름 같은 것 정도라는 것이다. 더 심하게 말하는 사람은 듣고 들어도 마냥 좋은 명곡과 비교를 하기도 한다. 텔레비전에 나온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좋아 테이프를 사서 들었는데 한번 듣고는 다시는 듣지 않는 노래와 같다는 것이다. 감동이나 감흥 같은 것은 없는 그런 노래와 같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동훈은 약장수 여인과 같은 존재였을지 모른다. 그럴듯한 약장수 여인이 분칠하고 장미 향을 풀풀 풍기는 모습에 현혹되어 구경꾼들이 샀던 만병통치약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분칠을 벗겨버린 구경꾼들이 분노한 것처럼 국민이 한동훈에 분노하고 버린 것이 22대 총선의 결과일 수 있다. 대다수 국민의 錯視에 빠져 있다가 문득 깨어나 현실이 보고 한동훈을 버렸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한동훈이 다시 정치권의 이단아인 황교안 시즌 2가 될까 아니면 정치권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갈까. 그것은 오롯이 한동훈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