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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믿을 수 없어
09.02.28.
카민블루
05
눈을 떠 보니 아침이었다. 지끈거리는 머리, 그에 반해 후들거리는 몸.
.....삽입까진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충격이었던 어제의 일도 분명 한 몫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기른다」 라고 했으면, 조금쯤은 책임을 지라고!!!!!”
침대는 하나뿐, 게다가 싱글. 결국 어제 정후의 잠자리는 거실의 소파로 별 수 없이 낙점되어 버렸다. .....래도, 한평생을 퀸 사이즈
의 고급 침대를 혼자서 구르듯이 사용해 왔던, 게다가 185cm의 장신인 정후에게, 아무리 좋은 소파라고는 하지만, 결코 편할리가
없었다. 어제 아침부터 그렇게 쓸데없이 체력을 소모하고 일어나니 오전 여섯시였다. .....꼬박 10시간 정도를 자버린 것이었다.
정말로, 죽은 듯이 잠들어 버렸다...... 필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쌓여왔던 스트레스가 그를 덮쳐 온 탓일 것이다. 중간에,
한 새벽 1시쯤이었던가- 잠깐 눈을 뜬 기억이 난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거의 반 몽유병 상태로 두리번거리며 뭔가 덮을 것을
찾았지만, 삭막하다고 하면 삭막하다고도 볼 수 있는 거실에 여분의 이불따위가 있을 턱이 없었다. .....결국, 자신의 트렁크를 뒤
져 겨울 점퍼를 찾아 덮고 소파에서 다시 눈을 감아야 했다.
침실에서 이불을 가져오면 되지 않았느냐고? 하! 그놈의 침실 문, 거참 잘도 잠겨 있더라!
학교에서는 단순 사교성이 좋게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정후는 소위 ‘있는 집’ 아들치고는 어딘가 조금 부족했다. 한국
인 표준을 넘는 장신의 키라던지, 목을 조금 덮는 길이의 흑색 머리카락. 약간 째졌지만 적당한 정도로 박력있는 눈매라던지, 샤프
한 콧날, 얇은 입술의 외관은 누구에게나 ‘잘생겼다’ ‘미형이다’ 따위의 감탄사를 뱉게 만드는 남자다운 외형이었지만, 흔히 소설에
서 나오는 「초 엘리트의 냉미남 후계자」 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모두에게 추앙받은 덕에, 약간 거만
한 점이라던지 장난치기 좋아하는 점, 사람을 놀려먹기 좋아하는 점이라던지의 약간 나쁜 기질만 빼면, 알고보면 외관처럼 그렇게
다가가기 힘든 남자도 아니고, 오히려 모두와 잘 어울리는 그저 한 명의 평범한 학생, 인간으로 보일 뿐이었다.
실제로 정후는 우스갯소리도 잘 하고 유머감각도 있어, 학창시절 그에게 몰렸던 아이들이 단순 그의 외관만을 보고 떠받든 것은
아니라는 점이 납득이 가는 부분이었다. 허나 그의 첫 이미지와 비교하면 역시 몇몇 면들은 조금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때문에
전에 환이 정후에게 농담삼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너, 절대 입 열지 마. 네놈의 쿨한 미인 이미지는, 그 날로 상대에게 바
이바이니까」 라고.
쿨한 미인? 하......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입뿐이 아니라 다리도 열어버렸다. 환이 이걸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라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튼, 처음에는 「기른다」 라는 이도의 말에 조금 패닉의 상태였던 정후였지만, 원체 낙천적인 면이 있는데다가, 상황이 이렇
게 되고 보니 초혼인 새색시처럼 내숭떠는 것도 뭐해서,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하였다. 그래, 남자끼리잖아! 남자끼리! 저새낀 호
모가 아니다, 어제 일은 그냥 서로 조금 장난 친 것. (서로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뭐, 솔직한 말로 자신
이 안기는 입장이었다면 조금 망설였을지도 모르겠지만. 게다가 뭐랄까, 이도의 변한 모습을 보면서 새삼 위축되는 자신이 어이없
고 짜증스럽기도 해서, 에라, 기왕 이렇게 된 거 착실하게 눌러앉아 주마!
봉사? 하! 너 내 테크닉 얼마나 죽여주는 지 모르지? 나중에 두고 봐, 울면서 나한테 너네 집 키라도 내주게 될 테니까! 라는 뻔대로
나가는 것이 자신의 플랜으로, 머릿속의 나름 음흉한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킥킥킥 하고 웃어버렸다. .....아차, 지금 웃을 때가 아
니지.
“어-이, 사람 말을 듣기는 하고 있는 거냐!!!”
쾅쾅쾅. 노트북에 앉아 티셔츠와 면바지인 러프한 차림으로 안경을 쓰고 노트북에 느긋하게 타자를 치고 있던 이도의 희고 가느다
란 손가락이 공중에서 딱, 멈추었다. 뒤이어 정후의 짜증스런 음색이 다시금 방을 울렸다.
“나는 8살짜리 초등학생이 아니라고! 어엿한 스물 네 살의, 사회로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이야!”
“그래서?”
퉁명스럽게 반응하는 이도. .....뻔대도 이쯤되면 천성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렇게 뻐기는 자신이나, 저렇게 뻐대는 저놈이나. 복잡
한 건 좋아하지 않는 성격의 정후가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어제의 일은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한 번 호되게 당하고
나자 오랫동안 가슴 속에 쌓아뒀던 죄책감이 전부, 깨끗하게 날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 정후는 상당히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동시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걸로 계산 끝, 이라는 느낌도 있었고, 그런 죄책감이 사라지고 나니 「어차피 남자끼린데」 라는
편안한 사고회로가 생겨버려서, 벗은 몸이고 부끄러운 부분이고 볼짱 다 보인 상대에게 예전까지의 껄끄러운 마음은 오히려 사라
져버렸다. 뭐, 이런 식의 전화위복도, 당한 이가 그 윤정후니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펫에는 돈이 든다는 것도 모르냐”
“그냥 소파에서 자. 어제 보니까 잘 자더만.”
“어제는 피곤했으니까!”
“우리 사촌누나가 개를 키우는데, 누나는 꼭 개를 집이 아닌 마당에서 재우더군. 좀 더 제대로 된 펫 취급을 바라나?”
“까고있네, 맨션의 펫은 보통 주인의 침대에서 함께다!”
“정말이지, 시끄러웟!! 집중이 안 되잖아!!!”
정후에 말에 답변할 길이 없었는지 갑자기 이야기의 주제를 벗어나며 발칵 화를 내는 이도. 어제 이도의 만행에도 불구하고 ,순간
귀엽다- 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얼굴을 붉히며 인상을 찡그리는 이도. 약 3초 정도 정후를 죽일 듯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쉰 뒤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려, 타자를 친다. 따각따각따각, 따각. 약간 신경질적이기까지 한 타자소리가 거슬린 정후가 짜증스레 이
도의 침실로 향했다. 쏟아지는 피로와 뻑적지근한 몸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이도의 침대로 넉다운. 딱 봐도 퀸 사이즈의 넓디
넓은 침대다. 이걸 싱글이라고? 어디서 저런 개사기를 쳐? 내가 퀸 사이즈 침대에서만 대체 몇 년의 밤을 보냈는지 너는 알기나 하
냐! 퀸 사이즈 침대의 달인을 두고 초등학생에게도 안 먹힐 거짓말을 치다니, 은이도! 이 죽일 놈! 정후가 속으로 이도를 잘근잘근
씹으며 푹신한 배게에 얼굴을 부비적댔다.
“...... 뭐 하는 거야.”
아니나다를까, 냉기어린, 그러나 약간 충격을 받은 듯한 목소리.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대던 정후가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몸을
일으켰다. 과연, 예상했던 대로 침대 주인이시다.
“뭐~야~ 싱글 사이즈 침대? 무슨 그런 씨알도 안 먹히는 거짓말을 하냐?”
“시끄러워, 당장 침대에서 나가.”
“싫은데?”
“나가”
“싫은데요 주인님~”
장난삼아 놀리듯 한 정후의 말에 표정없는 얼굴의 이도가 잠깐 멈칫했다. .....미묘한 정적. 어디까지나 농담으로 한 말인데, 이 어
색한 분위기는 뭘까. 게다가 자신을 「기르겠다」 라고 말한 건 누구보다도 이도 본인이 아니었던가? 거기에 맞춰 조금, 장난을 쳐
준 것 뿐인데. 왜 이도가 침묵하는 건지 정후는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장난은 장난으로 무마하자. 정후가 싱
긋 웃으며 여유롭게 침대에 한쪽 팔로 머리를 받치고 누워, 다른 쪽 팔로 자신의 옆을 팡팡 치며 침묵을 먼저 깨었다.
“뭐야, 뭣하면 이리 오지 그래? 「봉사」 받고 싶었던 거 아니었나? 내가 그 댓가로 너한테 빌붙게 된 거고 말이지. 오라구, 이리로.
설마 아직 대낮이라는 것 정도가 걸리는 건 아니겠지? .....너도 어제 나에게 서비스한 시각은 분명 지금쯤이었을 테고?”
이도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동시에, 정후는 스스로의 상황 적응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장난치기 좋아하고 사람을 놀리기도
즐겨하는 자신의 평소 성격이, 이런 반전된 상황을 만들어낼 줄은, 그리고 그에 걸맞는 달변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눈
앞에 보이는 남자는 어제 자신과 부끄러운 짓을 했던 남자. 그것도 보통 남자가 아니라, 호모 섹슈얼리티의. 정후도 신기했다. 고
등학생 때, 이 놈에게서 ‘좋아한다’ 라는 고백을 받았을 때, 엄청난 쇼크였던 것은 단순한 면역력의 부재 때문이었을까? 그것보다
도, 제일 친한 친구에게 배반당했다라는 의식도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자신이 지금 눈앞의 이 남자에게 어제의 일로 마음의 짐을
덜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류의 농담을 건네는 것은, 이제는 이 남자가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남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니, 그도 조금 감상적이 되어, 「생각이 없는 건가」 라는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또다시, 침묵.
“..... 아직 생각없어.” 감정없는 이도의 목소리.
“헤에, 그런가”
“넌 참 속도 좋구나”
본인도 모르게 툭하니 뱉아진 듯한 말에 이도에게 가까이 다가서 있던 정후가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이도도 마찬가지인
듯, 그 냉랭한 얼굴에 잠시 안면근육이 움찔하는 것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이내 평소- 그러니까, 지금의 정후가 뼈저리게 알
아버린 냉랭한 얼굴로 돌아왔다.
“무슨 뜻이야?”
“어제 그렇게 울어버린 주제에 속도 좋다고”
“아아, 그거” 정후가 심드렁하니 답했다.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별수없잖아? 네 말대로 난 지금 갈곳없는 거지신세고,
네 말대로 친구와 장난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는게 속 편하다는 생각도 들고”
“.......”
따각따각대던 타자의 소리가 멈췄다. 이도는 그대로 아무 말이 없었다. 의자에 앉아 노트북의 타자를 치던 이도의 책상에 손을 짚
고, 무얼 그렇게 열심히 쓰나 싶어 노트북의 화면을 향해 시선을 돌린 정후가 엑, 하고 작은 소리를 내었다. .....뭐야, 아무것도 없
잖아. 하얗게 빈 공간에 커서만 깜박이고 있을 뿐, 아무런 글도 없었다. 그럼, 방금까지의 타자소리는 뭐지? 정후가 혼란스러워하
며 이도를 내려보았다.
“뭐야, 왜 아무것도 없어?”
“.......”
“어이?”
“지웠어.”
“뭐?”
“다 지워버렸다구.” 이도가 답변했다. 그리고 뒤에 이어진 중얼거림.
“넌 정말이지 섬세한 면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구나.”
* * *
시간은 그럭저럭 흘러갔다. 이도는 정후를 내쫒고 문을 잠근 뒤에 작업을 했으므로, 정후는 이도가 있는 작업실 외의 다른 방들을
돌아다니며 뒤늦게 집구경을 했다. 게이들은 보통 센스가 좋다라더니, 과연 거짓 얘기는 아니었구나 싶다. 가구라던지 벽지, 커튼
들이 모두 감각있고 세련되었다. 게다가 집의 가구라던지, 주방의 식기들도 모두 고급. 단순 책의 인기만으로 이렇게 안락하게 생
활할 수가 있는 거야? 오히려 정후 쪽이 조금 당황해서, 지금 대학에서 배우고 있는 경영학을 캔슬하고 문예창작으로 전공을 바꿀
까, 라는 현실성 없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옷장의 옷들도, 물론 나이가 나이인만큼 인터넷이라던지 명동 쪽에서 산듯한 러프한 옷들도 보였지만, 정장이라던지, 유명 브랜드
의 옷들도 꽤 되었다. .....아니, 그전에 일단 물량 갯수부터가 엄청났다. 정장과 평상복 등은 기본. 신발, 모자에 이르는 악세사리까
지....... 무슨 연예인 드레스룸도 아니고, - 아니, 그러고보니 정말이지 방 하나가 죄다 이렇다. 설마, 나도 안 가지고 있던 드레스
룸? 잠깐 멍해져서 조르지오 아르마니 수트 끝자락을 만지작대고 있자니, 조금 씁쓸해진 기분에 말없이 옷장을 닫자, 언제서부터
거기 서 있었는지 모를 이도의 얼굴이 보였다.
“..... 너 순간이동도 할 줄 아냐?” 정후가 기가 막혀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소리없이 기어다니는 건 여전하다니까. 무슨 놈이 텔레포트를 하고 다녀, 너 혹시 초능력자?”
“부러워?”
정후의 말에도 아랑곳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이도. 팔짱을 낀 채 웃으며 벽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이도와 옷장 앞에서 어정쩡히
서 있는 정후의 시선이 마주친다. - 요염하고 예쁜 얼굴. 비실비실 고등학교 때에 비해 조금 골격이 생긴 마른 몸. 쇄골이 살짝 보
이는 브이라인의 러프한 상의에 청바지. - 자기도 모르게 목선과 쇄골 언저리로 시선이 가는 것을 의식하며 정후가 속으로 욕지거
리를 뱉았다. 제길, 어제 그 일 때문인가, 혹은 호모 녀석이랑 겨우 하룻밤 같은 집에서 보냈다고 단숨에 호모가 되어버린 건가......
얼굴이 붉어지는 게 느껴진다.
“뭐?”
“부럽냐고 물었어”
“뭐...... 확실히, 지금의 나로선 부정할 수가 없네.”
“다 선물받은 거야.”
엑-!!!??
전부!? 이걸 다!? 경악한 정후가 입을 딱 벌려 보이자 이도가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로 다가온다. 오른팔로 정후의 허
리를 감고, 왼손으로 그의 뺨을 쓰다듬으며 밀착한다. - 소름은 끼쳤다. 그래도 과거와는 달리, 징그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상했다. ‘떨어져’ 라고 말할 틈도 없이, 두뇌를 지배당했다. 비록 그게 이도의 스킨십 때문인지, 이 엄청난 물량의 값이 모두
‘0원’ 이라는 사실에 대한 경악스러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웃는 얼굴의 이도는 예뻤다. 악의가 서려 있지 않은,
순수한 미소.
“놀라워? 신기해?”
“아, 으응.”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의 그가 답변하자 이도가 더 바싹 다가왔다. 하반신을 밀착시키며 유혹해온다.
“다 그전 애인들이 사준 거야.”
순간 싸해지는 방의 분위기. .....이도의 적극적인 자세에 의한 열이 오른 분위기도 차게 식어버렸다. 또 한번의 충격에 뭐라 말을
잇지 못하는 정후. 왠지 배반감이 들었다. 씁쓸했다. .....그리고 이성에 반하는 묘하게 저릿한 가슴에 의문을 가졌다. 이도는 자신
에게 심한 말로 차였다. - 그리고 4년. 그 사이에 이도를 노린 놈들이 단 한 명도 없을 리가 없었다. 뭣보다 확실히 동성에게 인기있
게 생긴 얼굴이고, 이젠 더 이상 고등학생도 아니니 자유 연애에 눈치를 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심하게 차였는데,
4년간...... 아픈 첫사랑을 끝내지 못하고, 자신만을 바라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역시 배반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순간 이도가 원망스러워졌다. -왜 이런 이야기를 자신에게 하는 것일까?
“어.... 그래.” 정후가 어색하게 답변했다.
거참 애인들이 죄다 고급 취향들이시네.
“입어.” 갑자기 명령조로 바뀐 이도의 어조에 벽에 밀어붙여져 있던 정후가 당황했다.
“뭐?”
“입으라구. 네 패션 센스 좋은 건 내가 아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아서 골라 입어.”
“......”
싫다..... 내가 왜 저놈 애인들이 저놈에게 사준 옷을 입어야 한단 말인가. ......설마, 동정?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수치심에 화가 난다. 자신도 모르게 이도만큼이나 퉁명스러운 어조로 되받아친다.
“내가 왜?”
이도가 무어라 입을 여는 순간, 이도의 청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또다시 「부우우웅」 하고 진동했다. 그러고보니, 아까
내가 저놈 방에 있을 때도 계속 진동하던 것 같은데....... 진동을 무시하고 나에게 무어라 다시 입을 열어 말을 하려던 이도가 계속
되는 진동에 결국 짜증스레 핸드폰 폴더를 열어 전화를 받는다.
“뭐야?”
핸드폰 너머의 목소리는 남자 목소리였다. 남자가 뭐라고 말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이도가 짜증을 내며 목소리 톤을 높이
는 걸 보니 그다지 반가운 상대는 아닌가보다. 하긴, 계속해서 의도적으로 전화를 받지 않을 정도라면, 반갑지 않은 게 당연한
가.......정후가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지금 나간다고 했잖아. 거짓말 아니라고! 거기서 기다려.”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한채 멋대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또다시 울리는 진동에, 짜증스레 밧데리를 뺀다.
빠르게 전개된 눈 앞의 상황이 서먹했다.
“누구야?”
“알 바 없잖아?”
“.......”
어, 그래.....너 존나 잘났다. 재수없는 새끼.
정후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이도가 변명처럼 덧붙인다.
“어차피 알게 되겠지만.”
“왜?”
“네가 지금 그 옷장에서 옷을 골라 입고 나와 함께 이 개자식을 만나러 갈 거니까. 나와.”
“.......”
너무나 당당한 그 모습에 오히려 기가 차기까지 했지만, 기왕 펫 놀이라면 완벽하게 어울려 주마, 이용해 준다고! 라는 심보로 정
후가 씨익 웃더니 이내 옷장 문을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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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어제 05편을 거의 끝까지 작성해둔 두에 날려버리고 패닉상태로 다시 작성한지라
퀄리티가 영 맘에 들지도 않고 양도 별로네요 T_T 사과드립니다!
코멘트 정말 감사드려요~ 빼먹지 않고 보고 있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카민블루
첫댓글 제가 첫번째네요^^ 점점 기대가 되요... 과연 설마 이도의애인???!! 담편도 기대해요^^
코멘트 감사합니다!! 애인일까요~ 누구일까요~ 이러구 ㅋㅋ 오늘내로 업데이트하도록 노력할게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정후가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ㅠㅠ 잘생겼는데 답지않은 성격의 캐릭터는 처음이라 거부감이 없을까 하고 조금 조마조마했답니다 ☞☜언제나 정성스러운 코멘트에 글 쓸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T_T
정후 이 섬세하지못한자식!! 우리 이도는 또 남모르게 상처받고있는지도..ㅠㅠ그래도 이도야! 아직까진 니가 한수위야ㅋㅋㅋ화이팅!!
히힛님 오늘도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ㅠ//ㅠ 이도 입장에서 생각해주시는 유일한 분이실지도<< ..
에헤................담편궁금해요......헤에.......................정후쫌 짱인듯...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제법 둘다 뻔대가 짱이죠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꺅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ㅠ///ㅠ 업뎃이 늦어서 죄송해요!! <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