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이렇게 시작되더이다
정부에서 코로나 방역 사령관은 질병관리본부 청장이다. 연일 방송과 신문 지상에 얼굴이 나와 낯이 익은 분으로 상냥하기보다 과묵하고 침착해 보인 외모였다. 정장을 차려 입은 모습은 한 번도 본 적 없고 누런색 민방위 잠바를 입어 여성 특유 나긋나긋하고 섬세함을 찾을 수 없다. 코로나 비상시국에 아주 적합한 인물이 중책을 맡아 국민 건강을 위해 애써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일선 학교 방역 책임자는 보건교사로 코로나로 인해 임무가 막중하다. 보건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소규모 학교는 일반교사가 그 일을 대신하기도 한다. 학교는 학생 수에 따라 보건교사 업무량의 차이가 크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학생이 1000명 가까이 되고 교직원이 90여 명 이르는 규모가 큰 학교다. 도심과 떨어진 곳이라 보건교사의 역할이 다른 어느 학교보다 중요성을 띤다.
섬이라는 지역 특수성으로 거제 지역 보건교사는 신규 임용자가 배치되었다. 하기야 다른 일반 교과도 젊은 층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부임해 온 첫해 함께 온 보건교사 역시 신규 임용자로 1년 만에 연고지를 찾아 양산으로 옮겨갔다. 이듬해도 보건교사는 신규가 배치되었다. 경북대구권 보건계열 대학을 졸업하면서 임용고사를 한 번 만에 통과한 재원으로 20대 중반 처녀다.
보건교사는 내가 속한 문화보건부라 업무 공간은 달라도 얼굴을 가끔 보는 편이다. 정기고사 기간이면 부서 동료들과 학교 바깥에서 점심 자리를 갖기도 한다. 봄날 주말 근교 산행을 나서 산나물을 채집하다 손가락에 박혔던 가시를 빼주기도 했다. 마스크를 오래도록 끼니 귓바퀴가 헐어 염증이 생겨 아팠는데 몇 차례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주어 잘 아물기도 해 주치의로 여길 정도다.
여름방학을 1주 앞둔 지난 주말이었다. 금요일 오후 창원으로 복귀해 토요일은 고향을 찾아 형님들과 시간을 보내던 점심나절이었다. 근무지로부터 예기치 않은 전화와 문자가 빗발쳤다. 근무지 고3 학생이 코로나 확진을 받아 재학생과 교직원들이 학교로 나와 선별검사를 받는다고 했다. 나는 원격지 사유로 창원으로 돌아와 창원보건소에서 선별검사를 받고 결과 통보를 기다렸다.
일요일 오전 예상대로 음성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과는 밀접 접촉자도 아니고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상태다. 시청에서 보내온 문자를 그대로 복사해 근무지 보건교사에게 전해주었다. 번거롭다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해야만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켜 의무를 다한 것이다. 거제로 출근하니 전 학년 원격수업으로 들고 동료들은 17명이나 자가 격리를 당했다.
매일 등교한 고3은 방학까지 남은 닷새는 원격으로 전환되고 나머지 학년은 이틀씩 등교해 방학을 맞을 예정이었다. 내가 화요일 1교시 수업에 든 교실 한 학생 어머니가 어제 오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모양이었다. 보건교사는 어제 오후 해당 학생 선별검사 결과에 따라 내일 학교에 선별검사소가 차려져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검체를 채취할 수도 있다고 단체 카톡이 왔다.
보건교사 공지 사항에 이어 복무를 관리하는 교감이 댓글을 달았다. 방학식을 하면 으레 조퇴 신청해 퇴근하는데 내일을 오후는 중요한 개인 약속은 잡지 말라고 했다. 학생의 검사 결과에 따라 교사들도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해당 학생 이름과 학반 정보는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십사고 했다. 나는 그 학생 등교일에 교실로 들어 수업을 한 밀접 접촉자였다.
일요일 와실로 와 닷새간 머무니 반찬은 동이 나고 방학을 앞두어 세탁기도 돌리지 않았다. 방학하면 다닐 치과 진료와 건강검진 예약도 해두었다. 2주간 자가 격리라도 당하면 거소를 어디로 정해야 할지도 난감했다. 간밤 보건교사로부터 단체 카톡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어머니가 확진을 받았던 학생의 검사 결과는 음성이라고 해 마음이 놓였다. 방학은 이렇게 시작되더이다. 21.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