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무렵 '헌혈의 집'으로 갔다.
문진을 마치고 먼저 혈압을 쟀다.
다른 사람과 여행을 하거나 공동체로 활동할 경우 또는 누군가와 미팅 시에 나는 나의 식사 패턴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냥 말없이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나를 맞춘다.
그래서 테이블에 앉게 되면 누구보다도 식사를 맛있게 한다.
그러나 상술한 바와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일상에선 점심을 먹지 않는다.
100% 안 하는 건 아니다.
두유 한 컵을 마시거나 아니면 삶은 계란 하나 정도 먹는다.
이걸로도 충분할 뿐만 아니라 우유 한 잔이라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꽤 오랫동안 유지했던 습관이었다.
아무튼 '헌혈의 집'에서 혈압을 재보니 128에 82가 나왔다.
120에 80이 정상인데 약간 높았다.
옆에 있던 간호사님이 거들었다.
"이 연세에 이 정도면 매우 좋은 거예요. 육십이 넘은 분들은 헌혈도 별로 안 하시지만, 하겠다고 오신 분들의 혈압이 높은 경우가 꽤 많습니다. 선생님은 건강관리를 상당히 잘 하신 것 같아요."
가벼운 칭찬이 싫지는 않았다.
'생명의 징후'(vital sign)라는 말이 있다.
여기엔 네 가지 요소, 즉 '심박수', '체온', '호흡' 그리고 '혈압'이 포함 된다.
네 가지 중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이 네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건 곧 죽음을 의미했다.
이런 징후의 작동과 작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라도 네 요소가 나타내는 수치와 그 숫자의 함의는 건강과 병약을 구분짓는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된다.
내 주변만 봐도 혈압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동안 뇌출혈로 돌아가신 분들도 많았다.
가장 절친한 친구의 아내도 20여 년 전에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지금까지 걷거나 활동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두 달 전엔 내 매형도 혈압 때문에 이른 아침에 119에 실려갔다.
군대 동기도, 나와 가까운 선후배들도 혈압과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건강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큰소리 칠 수 있는 자 누구일까.
자신의 건강을 과신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확언컨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천명 이후라면 늘 주의를 기울이며 몸의 작은 신호에도 세심하게 체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경구가 있는데 이것 또한 동서고금의 변함없는 논제이자 당위다.
'혈압'이나 '당뇨' 등 건강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체크사항들은 가능한 한 자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평소와 같이 운동과 체력단련을 성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특히 '하체 근력'에 집중할 것을 요구 받는다.
의사들이 쓴 각종 리포트를 읽어 보면 십중팔구는 그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꼭 '헌혈'을 하지 않더라도 중년 이후엔 '구청'이나 '보건소' 또는 '행정복지센타'에 가면 손쉽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측정 기구들이 잘 구비되어 있으므로 그런 작은 노력과 수고일망정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잦은 병치레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 오래 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런 삶보다는 사는 날까지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다가 미련없이 떠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각자가 확립하고 지켜가는 삶의 원칙과 패턴이 있다면 그에 걸맞는 엄숙한 값지불과 댓가를 치러야 한다.
그게 인생이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꼭 실천해야만 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 뿐이니까.
그러므로 생의 원칙과 그에 따른 분명한 값지불은 선택이 아니라 의식주에 버금하는 필수 인생여정이다.
날씨가 춥다.
어느새 성탄절 이브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푸근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으면 좋겠다.
온누리에 평안과 사랑 그리고 감사가 충만하기를 소망해 본다.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첫댓글 올 해의 마지막 헌혈을 하셨군요
저는 25년 1월 초에 할 예정입니다.
혈압 체크는 1년에 5~6회 하네요.
헌혈 4~5회, 검진 1회
자세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약 먹으라는 소리 안하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