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위에 자란 소나무
생명의 위대함은 찬양받아 마땅합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암석투성이인 큰 바위 위에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봅니다. 어떻게 그렇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지 경외감이 들기도 하지요.
조선시대 김시습은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 "바위 위에 솟은 소나무, 푸른 잎은 바람에 흔들리지만, 뿌리는 바위 깊숙이 박혀 있어 흔들리지 않는다"
바위 위에 자란 소나무는 강인한 생명력과 굳은 의지의 상징입니다.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과 비, 바닷물에 맞서 살아가니까요. 검붉은 바위 색과 더불어 푸른 잎으로 주변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도 합니다.
수월재(水月齋)김현룡 선생님도 이런 시를 남기지요. 불긍동부토(不肯同腐土) 썩은 흙과 함께함을 즐기지 않아 찬암탁근심(鑽巖巖根深) 바위를 뚫고 뿌리 깊이 박았네. 직립간소간(直立干霄幹) 곧게 솟아 하늘을 찌르는 줄기 부근감상침(斧斤敢相侵) 도끼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네.
흙이나 수분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바위틈에서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실로 생명의 경이로움, 신비로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조한 환경 속에서도 한여름 불타는 태양 아래 후끈 달아오른 바위 위에서도 가을 서리 내리고 온갖 활엽수림이 잎을 떨구어 낸 고독 속에서도 흙에 발 하나 담그지 못한 혹독한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의연히 살아있는 소나무를 봅니다.
우린 먹을 것에 구애받지 않는 풍족함을 누리고 있습니다.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따뜻한 옷과 주거 환경도 갖고 있지요. 그리고 무엇 하나 불편함 없는 환경 속에서 편안함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매일 불평불만 속에서 살아왔음을 고백합니다.
저리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늘 푸름을 유지하며 의연히 서 있는 소나무를 보면 괜스레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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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님의 글입니다.
50대 때까지도 잘 살았다고 착각했었는데, 지금은 남부끄러운것 투성이입니다.
조금이나마 부끄러움을 씼고 가야 할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