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전이돼 2,3개월밖에 못 사는 말기 암 환자 중에서도 예상과 달리 오랫동안 생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병원에서 의사와의 관계가 좋아
현대 의학의 치료를 신뢰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여기에 최근 효과가 좋은 항암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생명 연장의 중요한 이유다.
본인 부담금은 치료비의 5% 정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일찍 피부암 진단을 받은 장인도 본인이 부담한 치료비는 3만8000원에 불과했다.
최소 10배 이상 비싼 미국에선 찾을 수 없는 비용이다.
하지만 말기 암 환자가 돼서 최신 항암제 치료를 받는 경우라면 어떨까.
가령 전신에 전이된 피부암(흑색종)의 경우 그냥 방치하면 곧 죽게 되지만
최근에 나온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를 사용하면 1년 샹존율이 72%나 된다.
더구나 약이 잘 들으면 평생 복용하면서 살 수도 있다.
구세주와 같은 약이다.
하지만 키트루다 같은 면역항암제의 경우 1년에 드는 항암비용만 1억 원이다.
현실은 '메디컬 푸어'가 딱 되기 쉬운 약이다.
메디컬 푸어는 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 등 높은 치료비로 재산을 탕진하거나 소득이 낮아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자를 말한다.
유방암 표적치료제인 퍼제타의 경우 1년에 7000만원, 캐사일라는 1억2000만원이나 든다.
지난해 우리나라 지구의 평균 소득이 4883만 원이니 얼마나 큰 약값인가!
'나만 생각할 수 없잖아요.
내가 치료받겠다고 마지막 상황에서 집까지 팔게 되면 식구들이 길에 나앉게 되니...
(백혈병 환자 이모씨) 실제 환자의 안타까운 목소리다.
보건복지부 바료에 따르면 과도한 의료비 부담에 전체금을 축소하거나 재산을 처분하고
금융기관 대출까지 받는 메디칼 푸어는 2013년 기준으로 70만 가구에 이르렀다.
최근에 발표된 한국 임상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암 환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는 경제적인 문제가 37.3%,
다음이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문제 순이다.
또 말기 암 환자들의 항암제 치료에 든 비용은 평균 2877만 원인데
이 중 71.6%(2061만 원)가 비급여 항암제 비용으로 지출됐다.
민간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한 암 환자에게는 오히려 항암제가 절망과 고통의 약인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신약을 허가해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 신약의 허가 기간은 120일,
다른 나라가 1년 정도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세계에서 가장 단기간에 신약에 허가해 준다.
이점에 있어서는 식약처 시스템이 고맙다.
정작 문제는 그 뒤다.
환자가 허가된 신약의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건강보험심사 평가론으로부터 보험약가 인정에는
최소한 2년이 넘게 걸린다.
그 사이 환자는 너무나 필요한 그 비싼 신약을 100% 본인 부담으로 사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신약 허가와 보험약가 인정까지 시간 차를 줄이거나 영국과 독일처럼 허가를 받자마자 일단
보험급여를 통해 가격이 결정되면 그만큼의 차액에 대해서는 제약사로부터 되돌려 받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최근에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이 제외한 것도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암의 경우 진단 뒤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5% 본인부담률을 암의 병기 및 환자의 경제적 수준을 고려해
완전 경감에서 20%까지 차증한다면 메디컬 투어로 전략하는 암 환자들을 줄일 수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극단적으로 자살까지 생각하는 암 환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당국과
관련 학회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