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 창립 제245주년, 천진암성지서 경축 미사
한국교회 창립 제245주년(1779~2024)을 기념하는 제46회 한국천주교회 창립 경축 미사가 6월 24일 오전 11시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천진암성지(전담 양형권 바오로 신부) 야외 제대에서 봉헌됐다.
경축 미사는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를 비롯해 교구장 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전임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와 제2대리구 광주지구장 류덕현(알베르토) 신부 등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미사에는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과 광주지구 내 10개 본당을 비롯해 던지실·보정·북여주·이현본당 등에서 110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이용훈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한국교회 창립 주역인 이벽 성조의 세례명인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인 오늘 우리는 한국천주교회 창립 245주년을 기념하는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며 “이미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 성인들을 모시고 있는 한국천주교회는 창립선조들에게도 같은 영광을 드리기 위해 시복시성이 이뤄질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천주교회 창립선조들과 순교자들의 믿음으로 주님 구원의 신비를 이 땅에 드러내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면서 순교자의 정신으로 주님을 증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결심하자”고 당부했다.
또 “저는 교회법에서 명시하는 바와 같이 교황님께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오늘 이 미사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특별히 전대사를 수여한다”며 “고결한 믿음의 삶으로 한국천주교회가 주님을 알도록 이끌어 주신 창립선조들을 현양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5월 31일 주한 교황대사로 부임하신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님께서 오늘 함께하고 계시다”고 소개하며 “가스파리 대사님께서 한국천주교회와 교황청 사이에 성실한 가교 역할을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는 축사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자애 깊은 섭리로 아름다운 대한민국 땅에서 교황대사로서의 저의 첫 공식 행사를 한국천주교회가 소중히 간직해 왔으며 사도좌와 친밀히 결합되어 깊은 신앙을 드러내고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의 일치를 자랑하고 있는 이곳 천진암성지에서 시작하도록 계획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245년 전 한국천주교회가 태동한 성지에 서 있다는 것이 무척 감동스럽다”며 “저를 더욱 감동시킨 것은 한국천주교회 첫 공동체가 강학회에 모인 학자들에 의해 형성됐고, 특히 다섯 분의 평신도에 의해 시작됐다는 것을 알고 나서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순례자인 교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믿음과 기도의 성지에 함께 모여 있다”며 “예수님의 말씀에 감화된 여러분은 언제나 타오르는 불꽃이 되고 빛을 내는 횃불이 되어 한국천주교회 안에 하느님의 말씀이 점점 더 울려 퍼지게 하고 믿는 이들의 마음 안에 선교사의 정신을 불어넣어 주시는 성령의 이끄심을 따를 수 있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 참례자들은 245년 전 순수한 열정으로 진리를 탐구하며 이 땅에 신앙의 뿌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애썼던 창립 선조들의 모습을 기리고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신자들은 미사를 통해 창립 선조들이 보여준 교회 정신과 순교 정신을 마음에 아로 새기며 교회를 위해 살아가는 신앙인이 될 것을 다짐했다. 미사 전후에는 성지 내 한국천주교회 창립선조 묘역과 정하상 성인 묘역을 자유롭게 순례하기도 했다.
성기화 명예기자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Giovanni Gaspari) 대주교의 한국천주교회 창립 제245주년(1779~2024) 축하 메시지 전문(全文) [2024년 6월 24일 천진암성지]
수원교구 교구장이신 이용훈(마티아) 주교님, 은퇴하신 최덕기(바오로) 주교님, 문희종(요한 세례자) 보좌주교님, 그리고 친애하는 신부님들, 수도자들, 신학생 여러분,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이며 자매인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자애 깊은 섭리로, 아름다운 대한민국 땅에서 교황대사로서의 저의 첫 공식 행사를, 한국천주교회가 소중히 간직해 왔으며 사도좌와 친밀히 결합되어 깊은 신앙을 드러내고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의 일치를 자랑하고 있는 이곳 천진암성지에서, 시작하도록 계획하셨습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저를 기꺼이 초대하여 미사에 참여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인사말을 전할 기회를 주신 수원교구장 이 마티아 주교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10년 전에 한국을 방문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축하인사를 여러분에게 전할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여러분과 한국민 모두를 위해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계십니다. 교황님의 축복을 여러분에게 전해 드립니다.
성체성사를 거행하면서 우리는, 우리 삶의 중심이자 원천이며 의미인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새롭게 하였습니다. 또한 우리는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시며 자비를 베푸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언하기 위하여 투신하는 훌륭한 사목자들과 평신도들의 지도 아래서 거룩함과 사랑의 위대한 증거를 쌓아가면서, 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복음화의 역사와 함께한 신앙의 선물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245년 전 한국천주교회가 태동한 성지에 서 있다는 것이 무척 감동스럽습니다. 저를 더 감동시킨 것은 한국천주교회의 첫 공동체가 강학회에 모인 학자들에 의해 형성되었고, 특히 다섯 분의 평신도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였습니다.
이 다섯 분은 천진암성지 창립선조 묘역에 모셔진 복자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와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되어 시복 절차에 들어간 창립 주역 이벽 세례자 요한, 권철신 암브로시오, 권일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첫 영세자 이승훈 베드로입니다.
이분들은 신앙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놀라운 열정으로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맡기신 선교 사명에 온전히 투신하면서 진리를 증언하기 위해 그들의 소중한 생명을 바치셨습니다.
이분들은 바로 오늘 신앙의 담대한 증인으로 우리 앞에 서 계십니다. 그분들 덕분에 우리가 주님을 알게 되었고 신앙의 선물도 받게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순례자인 교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믿음과 기도의 성지에 함께 모여 있습니다. 이 성지 언덕의 꼭대기에 서니 마태오 복음사가가 전하는 예수님의 말씀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4~16)
예수님의 말씀에 감화된 사랑하는 신자 여러분!
여러분은 언제나 타오르는 불꽃이 되고 빛을 내는 횃불이 되어 한국천주교회 안에 하느님의 말씀이 점점 더 울려 퍼지게 하고 믿는 이들의 마음 안에 선교사의 정신을 불어넣어 주시는 성령의 이끄심을 따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선교사의 정신으로 자신을 무장하셨습니다.
사랑스런 이 대한민국 땅에 살아 숨 쉬는 교회인 여러분!
여러분이 신실함의 모범이 되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신앙의 살아 있는 불꽃이 되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순교자들의 모범을 바라보며 여러분의 과거의 역사를 절대로 잊지 마시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해 받은 영성과 천상의 특별한 축복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누며 신앙의 증인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대한민국이 2027년 이 땅에서 개최될 세계청년대회를 기쁨과 기도로 준비하기 시작하는 동안, 오늘로부터 정확히 6개월 뒤인 2024년 12월 24일 성탄절 전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전 세계 보편교회를 향하여 ‘희망의 순례자’를 주제로 한 희년(禧年)의 시작을 알리는 예식을 거행하시면서 로마 성 베드로 성당의 성문(聖門)을 열게 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쓰셨듯이 교회의 삶의 영적, 교회적, 사회적으로 의미심장한 사건인 이 희년은 우리가 긴급히 갈망하는 쇄신과 부활의 서곡으로서 희망과 신뢰의 분위기를 회복하는데 위대한 공헌을 하게 될 것입니다.
희망의 어머니이시며 복음화의 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애로운 보호를 청하며, 여러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여러분도 제가 대한민국에서 교황대사로서의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