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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오후의 한가함을 주체 못해 이렇게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ㅋㅋㅋ
오전에는 좀 바빴고..
제가 처리해야하는 일이 있어서..
그러다보니 점심..
때를 놓쳐서 막상 혼자서 밥 먹으러 가려니 뻘쭘하기도 하고..
그래서 동료에게 점심 먹고 오는길에 요기할만한 것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지요.
동료가 나름 고심해서 사 온 것들이..
제가 좋아하는 야채빵, 빙00 바나나 우유 그리고 삼각김밥....
핫! 삼각김밥을 보니..
문득 또..
아주 오래전 일이 생각이 나서..
혹시...
소개팅 첫날 만나서 저녁식사로 삼각김밥을 먹어본 적이 있나요?
어느날 외삼촌의 전화를 받았는데..
삼촌도 한다리 건너서 아는 사람이긴 하지만..
정말 성실하고 괜찮은 사람 있는데 소개 받아보라고..
문제는 외삼촌이 제 의사를 묻기도 전에
울엄마랑 통화하다가 이러이러한 사람이 있노라고 먼저 얘기했기에
저는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무조건 소개 받으러 나가야하는 상황이었죠.
삼촌이 말한 그 사람에 대한 프로필은..
저랑 동갑이지만 생일이 빨라 저보다 한 학번 위이고..
그 나이에 벌써 서울에 집 한 채 소유하고 있고..
안정된 직장에 엄청 성실한 사람이라고..
엄마는 만나기도 전에 벌써 마음에 들었는지 한참 오버하셔서 설레발 장난 아니시고..
엄마들 마음은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일단 안정된 직장에 집이 있다니까.. 그랬나봐요..ㅋㅋㅋ
사실 지금은 저도 월급쟁이기에..
일반 평범한 직장인이 부모 도움이나 재테크의 달인이 아닌 이상
서울이나 수도권에 집을 갖고 있기가 쉽지 않다는걸 알지만..
좀 철없었던.. 그땐 그랬었죠.
이왕이면 크든 적든 집을 갖고 있으면 좋겠다고..
우리나라.. 특히 서울에서는 결혼과 동시에 인생의 목표가 집장만이 되어 버려서..
평생 집장만에 끌려 다니는 삶이 왠지 싫더라구요.
하지만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이면..
집장만 하느라 아등바등할 시간에 시간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훨씬 여유 있지 않을까...
아무튼...
외삼촌과 엄마의 성화에 약속 시간 잡고
성사율 높다는 모호텔 커피숖에서 퇴근 후 만나기로 했습니다.
1. 첫 번째 만남...
약속 시간에 간신히 맞춰 도착해서 주차 맡기려고 하는 찰나 그사람에게 전화가 옵니다.
- 지금 어디시죠?
* 방금 도착해서 차 맡기고 라운지로 올라가려고 하는데요?
- 그러지 말고 00000 입구로 오시죠?
* 네?
- 호텔 커피숖은 비싸기만 하고 대신 제가 그 돈으로 맛있는 것 사드릴테니 제가 있는 쪽으로 오시죠.
* 그러니까 지금 000호텔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다면 저한테 미리 연락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문자 보냈는데.. 아직 확인 못하셨나봐요?
헐~
무슨 매너가 이런가 싶어 완전 어이상실이었지만..
문자 확인을 못했던 제 잘못도 있어서.. 일단 그곳으로 갔습니다.
주차를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아직도 생생한 기억 속의 파란색 점퍼 차림의 어떤 남자가 저한테 다가오더니 제 이름을 묻고 자기 소개를 하더군요.
바지는 얼마나 입었는지 반질반질 광이 나고..
구두는 너덜너덜.. 발가락에 조금만 힘주면 터져 나와 발가락들이 삐죽히 보일 것 같더군요.
그러더니만 제가 가져온 차를 한번 쓱~ 훑어보고는 자기 차로 가자고 하더군요.
뭐.. 그래서 그사람의 차에 타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데..
그날이 엄청 추운 겨울이었는데..
처음 만나는건데..
저녁 시간인데... 배는 고픈데 어디로 들어갈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그사람 왈...
- 처음 만나서 마주보고 얘기하면 시선처리가 서로 어색하니까 이렇게 차 안에서 얘기 나누면 좀더 친해질 수 있어요.
- 처음 만나서 밥을 먹다보면 밥 먹는데 온 신경이 밥 먹는대로 가서 깊은 대화를 할 수 없더라구요.
저는 일단 배에서 허기가 느껴지면 짜증부터 나던데..ㅋㅋㅋ 헐~
그리고 나이 어린 아가씨가 분수에 안맞게 그런 큰 차를 몰고 다니면 되겠느냐고..
아주 호통치듯이 얘기를 하는데...
당시에는 저도 작은 차가 있긴 있었지만.. 운전이 서툴기도 하고..
회사나 집이 전철역에서 가까워서 출퇴근할 때는 대중교통 이용하는 편이었거든요.
그날은 사실..
중국에서 온 바이어들 공항까지 데려다 주느라 회사 차를 몰고 갔다가
회사 들러서 차를 놓고 오기에는 약속 시간까지 역부족이라서 부득이하게 회사차를 몰고 간건데..
도통 저한테 그런 얘기할 틈새를 안주더군요.
저도 말빨하면 어디가서 꿀리는 쪽은 아닌데...
그사람의 일장 연설과 자기 열심히 살아온 얘기 한바탕 듣고 있노라니..
배는 고프고 속에서 꼬르륵 거리고 미칠 것 같더군요.
그날 정신 없어서 점심도 대충 먹은 날인데... 참다못한 제가..
* 배고프지 않나요? 어디 가서 뭐라도 먹었으면 좋겠는데요.
- 아, 저는 여기서 00씨 기다리는 동안 길에서 떡볶이랑 오뎅을 먹었더니 별로 배고프지 않는데요.
- 제가 투잡을 하는데 오늘은 00씨 만난다고 하루 공쳤어요.
헉! 완전 어이상실..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인지..
그러니까 세컨잡을 통한 하루 일당.. 그것도 아깝고 저녁까지 사게 될 때의 그것까지 계산했다는 생각에 정말..
욕이 방언처럼 ㄷㄷㄷㄷㄷㄷ 나오는걸 외삼촌 체면을 생각해서 꾹~ 참았지요.
지금의 저로서는 도저히 상상못할 놀랄만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 저.. 죄송한데요, 오늘 바빠서 점심도 부실하게 먹고 지금 시간도 그렇고 배가 많이 고픈데 그럼 오늘은 여기서 그만..
- 아, 저한테 먹을게 있는데 잠깐만요.
그리고 그가 내민 것은..
완전 식은 삼각김밥 하나와 렛*비 캔커피와 ABC초컬렛 두개였어요..ㅋㅋㅋㅋㅋㅋ
일단 배 고파서 눈에 뵈는게 없으니까 그거라도 꾸역꾸역 먹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소개팅이라고 나와서 이게 무슨 꼴인가 싶어 가슴이 턱! 막히는데...
다 먹고나니 저를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순순히 그러자고 하겠습니까?
사실은 이미 아니다 싶어서... 단 1초라도 절대로 같이 있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최대한 공손하게..
* 아뇨, 저도 차가 있으니까 그냥 제가 가져온 차로 돌아갈게요.
- 그럼 그러실래요? 이번주엔는 제가 시간이 없구요, 다음주에 한번 뵈요.
그래도 그렇지, 다시 한번 묻지도 권유하지도 않고 그렇게..ㅋㅋㅋㅋ
집에 돌아왔더니 전화로 엄마랑 외삼촌은 아예 한술 더 뜨시더라구요.
그사람 아버지가 치과의사에 지방 유지라고..
건물도 몇 개 갖고 있다고...
헉! 기본 외모도 그렇고 그렇지만..
아버지가 치과의사인데 그 아들내미는 완전 뻐드렁니 작렬에..
그 아버지는 교정도 안시키고 뭐했냐고 신경질 내면서 그날 있었던 일을..
밥도 못얻어 먹은 사연을 얘기했는데..
두남매가 어쩜 이구동성으로...
요즘 사람 같지 않게 얼마나 알뜰하냐고..
그런 사람이 실속 있다고..
부자는 괜히 부자 되는게 아니라고..
그 나이에 자기집 갖고 있는게 어디 쉬운 일인줄 아느냐고..
그리고 저를 은근 떠보는 것일수도 있다고..
참나.. 드라마가 여러 사람.. 울엄마를 이렇게 버려 놓았을 줄이야...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는 꿈에 나타날까 두렵다고 두 번 다시 안만난다고.. 했지만
그때의 제 상황이 좀...
제 바로 밑 여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저로 인해 부모님이 속상해 하셔서.. (제 티눈 이야기 참조..ㅠㅠ)
그래.. 세 번은 일단 만나보기나 하자고 생각했죠.
2. 두 번째 만남...
그렇게 상상 초월한 인상을 남겼던 그사람..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문자만 줄기차게 보내옵니다.
저는 문자 찍는 것보다는 통화를 선호하고..
웬만하면 문자 잘 안보내는 편인데..
그냥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
이사람 전화비마저 아깝구나..
그래도 누구한테 코치를 받았는지
두 번째 만남 때에는 드라이브를 가자고 하더군요.
아주 의기양양하게 집 근처까지 데리러 와서 마티즈 옆에서 폼잡고 서 있는데..
처음 만난 날 입었던..
그 푸르딩딩한 점퍼에 반짝반짝 눈이 부신 칼바지,
그리고 너덜너덜한 니코보코 운동화..ㅋㅋㅋ
그래..
저렇게 알뜰하니까 나랑 동갑인데도 저사람은 집이 한 채이고
나는 버둥버둥 사는구나..
눈에 뭐가 씌었는지 순간 그사람한테 경외감마저 들더군요.
그렇게 그사람과 나름 드라이브 하고 오이도 가서 조개구이를 먹었지요.
그래.. 저번 삼각김밥은 이사람이 악의적으로, 고의적으로 그런건 아닐거야..
조개구이도 덥썩 사주는 것 보면..
원래 부자들이 작은 것에는 알뜰하고 크게 쓸데는 또 크게 쏜다고 하잖아...
조개구이 맛있게 잘 먹고 일어서려고 하는데..
그사람 왈
- 00씨는 데이트 비용부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이건 또 뭔소리??????
뭐.. 제 생각을 얘기했죠.
지금도 변함없는 제 생각이지만...
남자랑 여자랑 너무 정떨어지게 딱 반반 부담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자가 밥을 사면 저는 디저트랑 차를 사고..
남자가 두세번 살 때 저도 한두번은 부담하는 편이라고..
그랬더니 아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 그럼 어떡할래요, 여기까지 제가 모시고 왔고 또 집까지 데려다 주니까 이건 00씨가 살래요?
헉! 점입가경이 이런거겠죠...
기름값 계산까지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마지막 한방울 남았던 존경의 정까지 다 떨어지더라구요.
한편으로 내가 아무리 부모님 때문에 급하다고 해도 이런 사람하고 더 이상 엮이기 싫은데..
이런 사람은 본전 생각나게 하면 더욱 들러붙을 스타일이니까
여기서 그만 깨끗하게 끝내는 것도 괜찮다 싶어서..
제가 그 조개구이 값 계산하고 속이 안좋다고 하면서 얼른 집으로 가자고 했죠.
- 00씨, 그럼 커피는 제가 살게요.
아주 무슨 큰 선심 쓰듯이 매너있는 척 웃기지도 않게 얘기하더군요.
저는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정중하게 거절하고..
또 무슨 계산법이 나올지 몰라서...ㅋㅋㅋㅋ
그사람의 마티즈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갑자기 기름을 넣어야겠다고 하더군요.
바로 주유소가 보이는데 그냥 지나치더라구요.
* 주유소 지나쳤는데 기름 안 넣어요?
- 아, 제 단골 주유소보다 80원 더 비싸서요.
뭐.. 그럴수도 있겠죠.
저도 기름값에 민감할 때는 조금이라도 더 싼 주유소 찾아다녔으니까..
오이도에서 성북구 쪽의 우리집까지 오는 길에 여러 주유소를 지나치다가
점점 우리집은 가까워 오는데 갑자기 U턴을 하더군요.
* 집에 거의 다 왔는데 왜 갑자기 차를 돌리죠?
- 그중 제일 싼 주유소 찾아서 가려구요.
우와~ 살다살다 이런 사람은 정말 처음이었어요.
아무리 알뜰한 것도 좋지만 이건 좀...
참을 忍 자 세 번을 가슴에 새기며...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를 주문 외우듯 되뇌이며...
거의 다 온 집을 지나쳐 다시 그가 원하는 주유소로 갔습니다.
자기 집 가는 길에 가든지..라고 생각해 보니 그 방향이 아니었나 보죠. 푸헐헐~
그렇게 집에 와서 외삼촌에게 뭐 그따위 사람을 소개시켜 주냐고 난리치고..
엄마한테도 철없다는 소리 들어가며 대판 싸우고 그 사람을 절대 안만나기로 했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또 만나게 되었답니다.
이번엔 아빠까지 저한테 막 뭐라고 하셔서...
3. 세 번째 만남...
정말이지 사람을 이토록 미워하고 싫어할 수 있을까.. 싶은 사람을 또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사람은 세 번째 만날 때까지도 여전히 전화 통화보다는 문자만 보내왔구요..
이번엔 제가 서로 차 없이 종로에서 만나자고 했죠.
보신각 앞에 서 있던 그남자...
주말 저녁이라 사람 엄청 많은데도 그 사람만큼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변함없이 입고 나온 그 푸르딩딩한 점퍼 때문에...
지퍼 깃에는 여전히 땟국물로 얼룩져 있고..
군데군데 고춧가루물 번진 자국을 무늬삼아...ㅠㅠ
오늘 자기는 스파게티가 무척 먹고 싶다면서 스파게티 먹으러 가자고 해서 갔는데..
점심을 라면 먹었던 저한테는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지도 않고..
생각해보니 이사람은 제게 한번도 제 의사를 묻지 않고 자기 뜻대로만 했던 것 같아서 또 울컥했지만..
오늘은 제가 따끔하게 제 생각을 말하고 끝내야겠다고 생각해서..
다행히 스파게티 집이 손님이 많아 줄서서 한참 기다려야 하더군요.
그래서 가까운 인사동으로 갔죠.
어디 들어갈까..
주말에 가뜩이나 인사동에 사람 많은데..
아니나 다를까.. 바깥에 나온 각 음식점의 가격표들 비교하는 모습 역력하고..
사람들한테 치일대로 치이면서 인사동 거리를 몇 번 오가다가
그러다 결국 나눠주는 쿠폰으로 할인받아 먹을 수 있는 한정식 집으로 갔죠.
이사람...
반찬 나오는대로 족족 진공청소기로 흡입하듯이 입에 쓸어 담더라구요.
그전에 조개구이 먹을 때는 곁들인 반찬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완전 식탐 장난 아니고..
너무 반찬 나오는대로 너무 깨끗이 비운데다가 계속 리필 요청하니까
괜히 같이 있는 저까지 얼굴 화끈해지고.. 솔직히 서빙하는 사람들한테 너무 창피하더군요.
그래도 왠일인지 그날은 아무말 없이 저녁을 계산하더군요.
하지만 계산할 때 얼굴 표정 급 굳어지더군요.
하필 우리가 먹은게 받아온 쿠폰에 해당 안되는 메뉴였거든요.
그래봤자 만원 차이인데...
저는 물론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제 나름대로 소심한 복수를 한 것이구요..ㅋㅋㅋ
이사람에게 제 의사를 분명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근처 전통찻집으로 갔죠.
근데 막상 차를 마시면서 얘기하려니 입이 안떨어지고..
그래서 그렇게 차만 마시고 나오는데..
한정식도 생각보다 많이 나왔고 물론 제가 당근 차 값 계산하려 했지만...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저한테 이제는 반말로
- 이건 00가 살거지?라고 하더군요. 이런 뷁!
물론 제가 사려고 했지만...
지갑 꺼내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식으로 말하는 남자..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요?
한가지가 미우면 어떤 것이라도 미운 법!
이런 사람이랑 결혼한다면..
정말 그것이야말로 휘발유통 들고 지옥 불 속에 과속으로 뛰어드는 일이라 생각해서..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인 것 같아..
나름 계산 깨끗이 하고 끝내려고 제가 맥주 마시러 가자고 했습니다.
사실은 정확히 계산해서 금액만큼 삼각김밥으로 갚으려고 했지만..
나이 먹어 뒤끝 있게... 유치하게 굴지 말자.. 싶어서...ㅋㅋㅋ
얼굴엔 당연히 ‘그럼 누가 사는건데?’의 표정이었고...
얼른 제가 산다고 하니까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 같더니..
맥주 마시는데..
아까 저녁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안주발 장난 아니고..
저도 꽤 맥주는 잘 마시는 편인데도 아주 들이붓더군요.
막상 얘기하려니 또 제풀에 지쳐서...
아니, 얘기할 가치도 없고 같이 더이상 말 섞기도 귀찮아서
그 사람의 안주발과 맥주발을 멍 때리면서 보기만 하다가
시간이 늦어 그만 집에 가려고 계산했는데...
헉! 아주 작심한 듯이 엄청 먹었더군요.
뭐.. 이젠 정말 이런 사람하고는 끝이다.
아주 별난 경험한 셈 친 걸로는 싸게 먹힌 것이라고 생각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리는데...
30분 가까이 기다렸는데도 우리집 가는 버스가 오지 않더군요.
추운 겨울인데 그쯤되면..
그래도 시간이 12시가 가까워 오니까 당연히 택시 태워서 보낼 줄 알았는데..
뭐.. 치사하지만 자기가 엄청 먹어댄 술값은 둘째치더라도..
보통은 그러지 않나요?
하지만 이사람..
버스 정류장의 노선표에 나와있는 버스 회사로 전화해서 항의하더군요.
맥주 엄청 마신 탓에 혀 꼬부라지는 소리로 배차시간 왜 안지키느냐..
***번 버스 언제 종로로 오느냐..
너무 어이 없고 화가 나서 그사람 그렇게 버스 정류장에 버려 두고
저 혼자 택시 타고 집에 왔더랬습니다.
결국...
그동안 세 번의 만남을 통한 제 하소연에 삼촌도 부모님도 이해해 주시더군요.
우리 부모님이 너무 어렸을 때 결혼해서 자식 4명 키우고 공부시키느라
정말 알뜰하고 검소하게 사신 분들이라서..
물론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사람을 좋게 평가했는데..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셨나봐요.
저 역시 문자로 그사람에게 정중하게 통보를 했습니다.
그사람은 아무 답장이 없더군요.
그래서 저도 번호 삭제하고 X밟았다고 생각하고 잊어가고 있었고..
친구들 만난 자리에서 분풀이 하듯... 물론 그사람 뒷담화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런데...
4. 네 번째 만남...
우연히 대학로에서..
친구들이랑 뮤지컬 보기로 한 날이었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그 푸르딩딩한 점퍼가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순간 둘이 너무 놀라 얼어붙은 그 느낌...
예전에 첫사랑의 실연으로 그렇게 아파할 때...
꿈에서라도..
혹시나 길에서 우연히라도 한번쯤 보고 싶었던 그 첫사랑과의 우연한 만남 따위는 전혀 없고...ㅋㅋㅋ
이런 재수없는 우연.. 이런 미칠 것 같은 악연이 또 있나 싶어서.. 정말 짜증났는데..
제 친구들이 얼음 자세의 저와 그사람.. 그리고 제 표정을 보고..
또 그 푸르딩딩한 점퍼를 보고 막 웃더군요.
혹시 저사람이 그사람이냐고...
뭐.. 눈치챘겠죠.
뭔가 저한테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제 쪽으로 다가오는걸
제가 친구들 이끌며 황급하게 극장 안으로 들어가버려서..
어쨌든 그사람과는 몹쓸 만남 한번 더 했고..
나중에 문자로 만나서 반가웠다는 등..
그렇게 문자로 일방적으로 통보하는게 어디 있냐는 등..
다시 잘 해보자는 등...
절대 전화비 아까워서 전화로는 안해요...ㅋㅋㅋ
그런 쓰잘데기 없는 문자만.. 잔뜩 보내다가 제가 대꾸조차 하지 않으니까
제 풀에 지쳤는지 더 이상은 연락이 안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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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퍼뜩 떠오르는 사람 없나요?
바로..
케이블에서 하는 [막돼먹은 영애씨]의 정지순 대리..
일명 개지순이라고 불리우는...
진짜 판박이.. 비슷해요..ㅋㅋㅋㅋ
물론 정지순은 회사 사람들한테나 진상 떨지만...
여자한테 쓸 때는 또 과감하게 쓰기도 하잖아요.
드라마는 참 재미있게 봤지만..
그 정지순만 나오면 감정이입해서 그사람과 오버랩 되면서..
분노에 차서 막 흥분하고 뭐라 하고..
물론 생기기는 정지순보다는 그나마 나았지만...
제 동생도..
그 작가가 혹시 저랑 했던 같은 사람 소개팅한 것 아니냐고...
아무튼..
오랜만에 삼각김밥을 먹으니.. 문득 생각나서..
그러고보니 그때 이후로 제가 삼각김밥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네요.
그냥 김밥이야 많이 먹었지만...
정신없이 생각나는대로 키보드 두들겼어요..ㅋㅋㅋㅋ
그럼 행복한 오후 되세요^^
첫댓글 글을 너무 재밌게 잘적으시네요~~ 혹시 작가가 꿈 아닌가??ㅋㅋ
그냥 주절주절.. 장황하게 늘어놓은 비루한 글 칭찬해 주시니 감사해요^^ 작가는 무슨.. 물론 한때는 사극 작가가 꿈이긴 했지만.. 확실히 재능은 없어요, 배움도 짧구요^^ 그만큼 공부에 취미 있는 스타일도 아니고..ㅋㅋㅋ 단지 나중에 나이 들어 중국 운남성에다 통나무 집 지어 놓고.. 거기서 영웅문이나 철기은병(영화 와호장룡 원작) 같은 소설.. 그런 작품 하나 남기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은 있어요..ㅋㅋㅋ
ㅋㅋㅋ 첫 소개팅에서 삼각김밥? ㅎㅎㅎㅎㅎ.. 근데 대학다닐때는 밥사면 커피값 내주는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이쁘더라~ ㅎㅎㅎㅎ..
음.. 저는 항상 미팅이나 소개팅 때 항상 적어도 커피값은 냈었는데.. 왜 아직도 혼자일까요 물론 얼굴이 절대 박색이어서..라고 생각하신다면 앞으로 밤길 조심하셔야 할 거에요..
[박색] 같은 노골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성격은 무지 좋다라고 말하죠~ ㅎㅎㅎㅎ
삼각김밥... 원래 김밥이란 안에 푸짐하게 속이 들어 있어야 맛인건데... 흰밥에 김 한조각 붙여 놓은걸 뭔 맛으로 먹을까 싶어 절대 먹어 본적 없었는데...20살초반에 나 스스로 위로가 필요했을때 나에게 선물로 한 나 홀로 일본여행... 싼 비행기로 일본가면서 나온 삼각김밥을 어찌할지 몰라서 거의 분해했다가 김 다시 붙여서 먹었습니다...ㅠ ㅠ; 그게 맛있게 먹는걸루 보였는지 눈 자주 마주치던 스튜어디스의 권유를 사양못해 하나 더 얻어 분해했다 붙여 먹고...ㅠ ㅠ; 여행하는 내내 싼 규동이랑 라멘이랑 삼각김밥이랑 맥도널드로 연명하면서 나중에 오면 제대로 일식먹야하지 다짐했었는데... 지금은 편안한 비행기 타고 도쿄만에
배 띄워서 일식에 말고기회까지 먹지만 오히려 그때의 아련함,설레임, 낯설음 그리고 아스라한 각오들과 음식들이 오히려 그립네요... 이제는 가운데 갈라서 잘 벌려서 익숙하게 잘 먹죠... 삼각김밥... 속에 나름 내용물이 있다는것도 알구요... ^ ^;
^^ 요즘같이 날이 무더운 날에는각김밥이나 오니기리 안에 우메보시(매실장아찌) 넣은게 최고 인기가 많았대요. 더운 여름 잘 보내시고 행복하세요
풉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그 분이 결혼을 하셨을까요 어떤 여자들은 남자들이 데이트비용을 몽땅 내야한다고 생각하든데 그런 여자들한테 한번 걸려보셨어야 할꺼에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요즘은 호타루님 글 골라읽게 되요 ^^ 정말 글맛나게 적으셔서 팬이 되어가고 있어요 하핫... 더운날 시원하게 지내세요~
^^ 벼리님,하세요 그리 칭찬 받을만한건 아니에요. 괜한 잡설... 오히려 러워요.. 이제 좀 자제하려구요. 각각의 유형로 할 얘기는 엄청 많지만.. 괜히 다른 사람 뒷담화하는 것 같아서요.. 이제 그만 할래요... 벼리님, 평안한 밤 되시고 행복하세요
풉 저도 그렇게 사람 안만났는데 왜이럴까 생각해봅니다... 잼있게 잘 읽었네요..
^^ 인연은 따로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