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문화예술과 함께하는 배롱이들
작은학교 희망찾기 ⑦ 강릉 왕산초등학교

▲지난 7월 여름 계절 학교에서는 왕산초등학교 교직원들과 학생, 학부모들이 모두 모여 1박 2일 캠프를 진행했다. 이날 아이들은 한학기 동안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갈고 닦은 장기들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사진은 이날 학생들이 선보인 사물놀이 공연
▲지난 7월 여름 계절 학교에서는 왕산초등학교 교직원들과 학생, 학부모들이 모두 모여 1박 2일 캠프를 진행했다. 이날 아이들은 한학기 동안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갈고 닦은 장기들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사진은 이날 학생들이 선보인 치어리딩 공연
▲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왕산초등학교. 아이들은 매월 숲체험 수업
▲학교 뒷편 텃밭에서 가꾼 채소를 수확 하기도 한다
▲주 1회 진행하는 수영 강습 모습
 잔디위에 뒹구는 눈부신 얼굴들
작은학교 희망찾기 ⑦ 강릉 왕산초등학교
<기고>참관기

오봉댐을 끼고 달리는 차창 밖으로 제법 높아진 구름이 그랬고, 땅콩 밭을 지나 학교정문을 잇는 작은 숲그늘을 들어서니 초록병풍에 둘러싸인 노란 운동장에 우선 눈이 부셨다. 이 학교를 찾은 날, 노랗게 물들어가는 천연잔디위에서 뒹굴던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풀벌레울음소리로 운동장이 그득했다. 8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다는 왕산초는 어디서 희망을 찾을까 골몰해있던 내게, 산골의 가을은 이렇게 툭하고 다가섰다. 

 오후마다 있는 체육 수업으로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얼굴들이 저마다 오색 훌라후프를 끼고 누웠거나 엎드렸거나 털퍼덕 주저앉아 있다. 교사5명에 전교생 19명이 단체로 추석 밑에 있을 운동회경기규칙을 익히는 중이다. 수업시간이 맞나 싶게 제멋대로 자유로이 편안한 모습이지만 시선만큼은 똘망한 눈빛으로 온전히 선생님을 향하고 있다. 선생님 허리춤에 친하게 매달리고 아이들의 벌칙주문에 엉덩이춤으로 인사하는 이들의 관계가 그저 부러웠다. 낯선 방문객에게 먼저 스스럼없이 다가와 합창하듯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을 찬찬히 지켜보니 ‘학교 안에서 저렇게 편안해 보이는 아이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북모닝부터 노작교육, 그린에코와 스포츠, 문화예술까지 수없이 많은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어떤 아이로 성장시킬 것인가에서 인성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본다’는 교장선생님 말씀과 주변 선생님들 말씀을 들으면서도 작은 학교에 대한 열정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밖에도 소규모학교 통폐합이라는 경제논리 앞에 우리 아이들을 지킬 방법을 생각하는 도마 1,2리 목계리, 왕산리 마을주민들이 팔 걷고 나선 택시통학지원노력까지 무엇하나 눈물겹지 않은 것이 없었다. 

 ‘특색교육이니, 특성화학교니 이런 것 보다는, 어쩌면 학교는 그저 공교육만 충실히 하면 되는데...’ 하며 말끝을 흐리시던 교장선생님은 이내 ‘우리 왕산골 배롱이들..’이라며 창밖으로 그윽하게 아이들을 바라보신다. 마을주민과 학교 모두 각고의 노력으로 올해 11명의 신입생을 받았지만 교장선생님의 고민은 깊다. 산골이라 학령기아동을 둔 젊은 세대들의 정주여건이 여의치 않다보니 시내아이들이 온다고 해도 마을에 정주하지 않는다면 편법입학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왕산면민 인구수가 늘었지만 베이비부머세대들이 귀촌이지, 정작 젊은이들은 경제적 문제와 자녀교육을 이유로 고향을 등지고 있다고 한다.

중심만 기형적으로 비대해지고 지역이 다 시들어 가고 있는 이 나라에서 변두리 마을들의 작은 학교가 문닫는 일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2년전 고단분교 폐교를 비롯해 강원도에서만 400개가 넘는 학교가 문을 닫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교육청이 도내에 소규모학교가 많은 여건을 고려해 통폐합 기준을 15명 이하로 정해 추진 중이며, 학교와 지역주민, 학부모, 동창회의 동의를 전제로 하고 1면 1개교의 원칙이 지켜지는 한 폐교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참관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드는 생각은 더욱 분명해졌다.

아이 키우는 이들이 도시를 향해 떠나가는 게 아닌, 이곳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르신들의 손자손녀들이 생태적 삶의 근원적 가치를 찾아 다시 돌아와 살 수 있게, 정부와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멀쩡한 시골학교가 문을 닫는 일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마을에 생기를 더하는 일이 특성화된 작은 학교가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학교는 온전히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는 수업을 위해 노력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정부는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던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재정·행정 인센티브 강화를 조건으로 재추진할 것이 아니라, 정주여건이 해결될 수 있는 적극적인 귀농정책으로 구조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작은 학교의 희망찾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어야만 한다.

반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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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기관) 현장소식 작은학교 희망찾기 ⑦ 강릉 왕산초등학교
백한진 추천 0 조회 240 13.09.30 10: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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