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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세상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는 삶을 위한 안내서
# 2021년 4월,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뉴욕타임스》에 〈당신이 느끼는 뭔가 재미없는 그 감정의 이름은 바로 ‘시들함’이다There’s a Name for the Blah You Are Feeling: It’s Called Languishing〉 라는 칼럼을 실었다. 이 글은 그해에 《뉴욕타임스》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공유한 글이 되었고, 전 세계적인 팬데믹 기간 동안 살아가고는 있지만 활력을 잃은 많은 사람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번아웃이 아니라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우울증도 아니고 절망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저 기쁨이 없고 목적을 잃었다고 느꼈을 뿐이다. 이런 증상을 가리키는 이름이 바로 ‘시들함’이다. (...) ‘시들함’은 정신건강의 소외된 중간 아이다. 우울증(정신질환)과 활력(좋은 정신건강) 사이의 공백, 곧 웰빙(안녕감)이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
그랜트는 사회학자이자 에모리대학교 교수인 코리 키스가 20년이 넘게 주도해온 연구에서 영감을 얻어 이 글을 썼다. 키스는 긍정심리학 운동의 선봉에 섰으며, 이후 오랫동안 ‘시들함(정신적 쇠약함)’의 영향과 좋은 정신건강(활력)의 조건을 연구하는 데 주력해왔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시들함에 빠졌나?
현대 정신건강 영역이 놓쳤던 것
‘시들함languishing’은 ‘자존감, 의욕, 의미감을 약화시키는 정신적 쇠약함 상태’로 정의된다. ‘시들함’은 우울증이나 번아웃과 동의어가 아니며, 무관심이 그 증상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저 지나가는 일상으로 치부하기 쉽다. 오랫동안 ‘시들함’과 ‘활력flourishing’을 연구해온 긍정심리학의 선구자이자 에모리대학교의 석좌교수 코리 키스Corey Keyes에 따르면 이 상태는 그리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시들함’에 빠진 사람은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고, 미래에 무엇을 원하는지가 불확실하며, 결정에 직면하면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시들함을 방치하면 일상 기능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심각한 정신질환과 조기사망으로 이어지는 관문이 된다.
책의 전반부에서 키스는 ‘시들함’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다른 정신질환들과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20여 년에 걸친 탄탄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자신이 오래전 창안한 두 가지 개념인 ‘시들함’과 ‘활력’을 하나의 정신건강 연속체로 보고, 활력 있는 삶을 정서적 웰빙(좋은 기분) 외에도 자기 자신(심리적 웰빙)과 타인(사회적 웰빙)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정의한다. 내가 지금 얼마나 시들함에 빠져 있는지(곧 정신건강이 쇠약한지), 그리고 현재 나의 긍정적 정신건강은 어떤 상태인지 간략히 자기진단도 해볼 수 있다.
시들함은 우울증보다 만연하며 삶에 치명적이다.
의욕을 떨어뜨리고 집중력을 깨뜨리며 업무량을 줄일 확률을 세 배 높인다.
주요우울증보다 더 흔하며, 정신질환의 취약성을 키우고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저자 소개
코리 키스 Corey Keyes
정신건강 및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 노화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긍정심리학의 선구자. 세계행복포럼 자문위원회 위원이자 긍정심리학 네트워크 회원이다. 사람의 정신건강 수준을 설명하는 활력flourishing과 시들함languishing이라는 용어를 처음 고안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에모리대학교의 사회학 명예교수로 윈십 석좌연구교수직을 맡고 있다. 맥아더재단 산하 ‘성공적 노화에 관한 연구 네트워크’의 구성원이었으며,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가 주도하는 ‘인간 건강수명의 미래’ 프로젝트와 정신질환 회복 측정을 위한 국가 통계 개선에 참여했다.
사회적 웰빙, 활력, 시들함(정신적 쇠약함), 정신건강과 정신질환의 이중 연속체 모델 등의 개념을 도입했으며, 키스의 연구는 정신건강의 긍정적 증진을 통해 정신질환을 예방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미국대학보건협회의 도로신 기념 강연, 미네소타주립대학교의 노화에 관한 체슬리 강연, 맥마스터대학교의 임상 행동과학 분야의 아니타 스펜서 강연 등에서 명예 강연자로 선정되었다.
목차
들어가며 / 텅 빈 채 그저 달리네
이름의 힘: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다
당신도 사는 게 시들해졌는가?
이런 것은 시들함이 아니다
이제껏 틀린 질문을 해온 것은 아닐까
활력을 찾아야 할 13가지 이유
정신건강을 판가름하는 전인적 척도
이 시대의 새로운 송가
1부. 시들함에서 활력으로:
정신건강은 연속체다
1장. 시들함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또 누가 시들함에 빠질까?
어린아이도 시들해질까?
청소년이라는 미개척지
대학에 간 청년들
시들함의 대가를 모아보면
새장을 나와 세상으로
일터에서 생기는 시들함
업무 스트레스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것
스트레스는 시들함의 전제조건일까?
노년에 찾아오는 시들함
시들함의 귀환
2장.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시들해졌을까
외로움은 시들함의 일부다
혼자라는 고통
단절감: 연결되지 않은 사회
관계를 맺으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사회적 연결과 의미 있는 삶은 서로를 강화한다
차별의 대가와 활력
역경에 대응하기
3장. 행복에 속지 마라
행복은 우리를 구원할까?
문화적 각본 다시 쓰기
유다이모니아: 제 기능을 하는 좋은 정신건강 상태
인간이 지닌 탁월성의 여섯 영역
4장. 우리는 1차원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시들함에 빠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인간에게는 성장의 잠재력이 있다
마음의 의료화: 정신치료가 걸어온 길
이제 정신건강의 새로운 지도가 필요하다
활력 있는 사람의 하루는 어떨까
활력을 찾아가는 일은 삶의 베이스캠프가 된다
내면의 길에 담긴 이치
2부. 인생의 기둥이 되는
다섯 가지 활력 비타민
5장. 배움: 자기성장 이야기 만들기
자기라는 체계
우리는 계속 배움을 선택할 수 있다
용기의 모습
가르치기를 배우고 배우기를 가르치다
유일한 변화는 스스로 변화하는 것
비교와 존경은 다르게 작동한다
자기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스트레스 요인과 인생의 시련들
성공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역경 이후의 성장
6장. 관계: 따스하고 신뢰하는 유대 맺기
친구와 우정은 다르다
소속감은 인간적 존엄의 전제다
소속되고 싶다는 갈망
연결을 통해 소외감 이겨내기
소속 허가를 기다리며
우리 모두가 동등하다는 메시지
내가 누군가에게 중요하다는 ‘대인존재감’
내 사랑의 전당
산후시들함: 새내기 엄마의 고군분투
나와 다른 사람을 찾아서
정서적 지원: 양보다 질
불신 가득한 세상에서 우정을 회복하기
7장. 영성: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굴곡
받아들이기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자
고요한 내면의 힘
마음을 유연하게 하는 마음챙김 연습
내 안의 신에게 한 발짝 가까이
언어는 곧 영혼과 영성이다
믿음이 시들 때 벌어지는 일
내 안에 무엇이 머물지 선택할 수 있다
나에게 맞는 영성 찾기
혼란스러운 마음 가라앉히기
꾸준한 수련: 마법의 알약은 없다
더 큰 존재와 연결되기
지금 당장 시작하자
우리 눈앞에 있는 길
8장. 목적: 타인과 세상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삶
아주 기본적인 질문
목적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목적을 갖는 것과 목적에 따라 사는 것
카리 이야기: 불확실성을 넘어 확신으로
목적을 찾기엔 너무 늦었을까?
목적 찾기에 너무 이른 때란 없다
부적응적 완벽주의: 활력을 희생하여 얻은 성공
목적으로 향하는 여정
일에서 당신의 의미와 목적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직장에서는 왜 목적을 찾기 어려울까?
목적은 찾기도 하지만 잃을 수도 있다
내 주변에서, 작게 시작하기
주면 얻는다
자연에 자신만을 위해 사는 존재는 없다
9장. 놀이: 일상을 벗어난 시간
놀이란 무엇인가?
꼭 놀이를 해야 하나?
즐거움을 앗아가는 세상에 놀이로 저항하기
어린 시절의 놀이와 회복탄력성
우리는 왜 놀이를 그만두는가?
우리는 노는 법을 너무 빨리 잊어간다
배우지 않은 것을 기억해내는 법
수동적 여가의 부상
여가 소비
놀이와 일, 즐거움과 책임은 공존해야 한다
나가며 / 활력 넘치는 사람들의 공동체
주석
책 속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로 확산한 지 1년쯤 되던 날, 조직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뉴욕타임스》에 글을 기고해 내가 오랫동안 조용히 연구해왔던 바로 그 말을 설명했다. 〈당신이 느끼는 뭔가 재미없는 그 감정의 이름은 바로 시들함이다There’s a Name for the Blah You Are Feeling: It’s Called Languishing〉라는 글이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처음에는 우리 모두가 느끼는 이 증상이 뭔지 잘 몰랐다. 친구들은 집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코로나 백신이 곧 나온다지만 새해가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다고 했다. 가족 중 한 명은 다 아는 내용인데도 영화 〈내셔널 트레저〉를 다시 보느라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나는 새벽 6시에 눈을 떴지만 바로 일어나지 않고 ‘워즈 위드 프렌즈’ 게임이나 하며 7시까지 그대로 뭉그적거렸다.” 많은 사람이 그랜트와 비슷하게 심각한 스트레스나 슬픔, 외로움을 겪은 다음 시들해졌다. 시들함이란 곧 낮은 수준의 정신적 피로감인데, 특히 그 증상 가운데 하나인 무심함 탓에 사람들은 이를 쉽게 넘겨버리곤 한다.
_들어가며
나는 무엇이 우리를 좋은 정신건강으로 이끄는지 연구하면서 심리적·관계적·사회적 ‘기능’을 개선하면 근본적으로 웰빙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이런 좋은 건강 상태를 ‘활력flourishing’이라 부르기로 했다. 자신의 감정을 더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에게 속삭이는 이야기를 바꾸고, 자신과 타인을 좀 더 보듬고, 서로 돌보고 소속감을 느끼는 공동체를 이룰 방법을 배우면 스트레스, 역경, 현대생활의 압박에 맞설 내성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일상에서 점차 제 기능을 하며 삶의 만족감이 깊어지고 전반적인 정서적 웰빙도 좋아진다. 제 기능을 하면 기분도 좋아진다. _들어가며
우리 가운데 무려 50~60퍼센트가 시들함을 겪는다. 시들함은 특히 인생의 세 단계에서 일어난다. 첫 번째 단계는 까다로운 전환기인 청소년기(12~19세)다. 두 번째 단계는 25~34세의 청년기로, 경력을 다지고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는 시기다. 마지막 단계로, 75세를 지나면서 시들함이 스멀스멀 다시 찾아온다. 이 시기 많은 노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퍼할 뿐만 아니라 예전의 활동성과 독립성을 잃고 여러 질병과 굴욕감에 시달린다. _1장. 시들함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연구진은 실험을 시작하고 혼자 있을 때 참가자가 전적으로 자신의 결정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 전기 충격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상당히 많은 참가자가 혼자 생각에 잠기느니 전기 충격을 원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확인되었다. 남성의 67퍼센트, 여성의 25퍼센트는 혼자 생각에 잠긴 시간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전기 충격을 선택했다.
나는 이런 연구 결과에 익숙하다. 하지만 여러분도 나처럼 이 결과를 시들함이라는 렌즈를 통해 다시 살펴보았으면 한다. 기본적으로 이 연구에서는 참가자가 외부와 연결될 가능성을 모두 제거해 참가자를 완전히 혼자 두어 시들해진 상태로 유도했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강제된 고립, 곧 일시적 시들함을 유도하는 상황은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자해를 택하는 결과를 유발했다. 참가자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느니 무언가라도 느끼려고 자해하는 편을 택했다.
_2장.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시들해졌을까?
연구진은 최근 몇 년 동안 사회적·환경적 요인이 건강 관련 데이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주변 환경에서 자유로운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다. 이런 인식이야말로 내 활력 연구의 길잡이였다. 정신건강을 둘러싼 전체적인 그림을 얻으려면 관계의 질(따스하고 신뢰하는가)과 공동체 사이의 연대가 지닌 힘(누군가의 관심과 지원을 받는다고 느끼는가)을 살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할 대체 자원이 부족하고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건강 문제를 예방하는 데 이런 사회적 ‘자원’이 특히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늘고 있다. 누군가는 활력 수준이 높아지면 삶의 질이 극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중략) 활력이 과잉 치안, 불균형한 투옥, 소득 불평등, 차별이라는 오랜 스트레스 요인 같은 부당함을 ‘지울’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즉각적인 치료 관점에서 활력을 주는 조건을 만들면 건강 형평성이 늘어나고 개인의 노력과 공중보건 정책 개입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_2장.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시들해졌을까까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행복을 지나치게 주목한다. 전형적인 미국식 유행에 따라 흔히 ‘좋은’ 기분을 추구하며 가능한 한 직접 빠르게 목표를 이루려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행복이라는 나비는 자꾸 날아가버린다. 더 좋은 방식이자 이 책에서 옹호하는 접근법은 건강하게 기능한다는 활력 요소에 노력을 기울여서 행복을 얻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삶의 목적, 자기수용, 사회적 통합을 비롯한 활력 요소를 늘리는 등 건강하게 기능할 더 나은 방법을 찾는 데로 눈을 돌리면 제대로 기능할 수 있고 그 결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 _3장. 행복에 속지 마라
우울증이 몹시 해결하기 어려운 질병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들함에 빠진 환자의 상태를 활력 있는 상태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도 정신건강이 좋아질 수 있다. 활력은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왜 우리는 아직 우울증을 고치지 못했을까? 이런 질문은 틀렸다. 대신 우리는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왜 우리는 시들함에 주목하지 않을까?
기적을 약속하는 미국의 의료체계는 병에 걸려도 나중에 훌륭한 의사나 값비싼 시술로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을 줌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 일을 밀어두게 만든다. 하지만 건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큰 경제적 부담을 지는 가정이 너무 많고, 국가경제적으로 생산성과 창의력이 저하되어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본다.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으로 어느 정도의 진전을 이루었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건강을 유지하고, 그 건강을 활용해 더 나은 삶을 살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 독려하며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질병에만 주목하기보다 더 많은 활력과 건강으로 눈을 돌리는 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 _4장. 우리는 1차원 인간이 아니다
스스로 선택한 새로운 무언가를 나만의 시간에, 나만의 이유로 배우는 일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시들함의 해독제다. 우리는 교육을 의무교육과 자연스럽게 연관짓고, 보통 직장에 들어가면 교육의 문이 닫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년기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며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얻는 지식과 우리 삶 또는 관심사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발견한다면 삶의 어느 단계에서든, 심지어 의무교육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개인적 성장을 진정한 의미의 자부심으로 본다면 더욱 그렇다. _5장. 배움: 자기성장의 이야기 만들기
활력을 얻으려면 사회적 관계에서 서로 동등하다고 느껴야 한다. 사실 많은 관계는 사회적 지위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맺어진다. 부모와 자녀는 동등하지 않다. (자식이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와 친구가 되는 것이 아주 건강한 목표는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직원은 상사나 관리자와 동등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삶의 여러 영역에서 권력과 지위가 서로 다르다. 이렇게 불평등하면 상대방에게 ‘너는 여기에 속하지 않아’라든가 ‘내가 윗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너를 이해하고 너는 여기에 속해 있어, 우리는 동등해’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_6장. 관계: 따스하고 신뢰하는 유대 맺기
왜 부유한 나라 국민은 삶의 만족도가 높은데도 삶의 의미는 적게 느낄까? 더 당혹스러운 점은, 왜 가난한 나라 국민은 일관되게 삶의 의미를 더 많이 발견할까? 나는 응답자들이 ‘삶의 만족도’를 정의할 때 ‘내가 생존하고 활력을 찾는 데 필요한 성공 지표에 접근할 수 있는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 국민보다 삶의 ‘의미’를 덜 느낀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진실로 삶에 더욱 만족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삶의 의미가 줄어들거나 사라지면 진정한 웰빙도 사라진다. 여기서 웰빙은 성취라는 성공의 지표가 아니라 제대로 산다는 감각을 말한다. _7장. 영성: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굴곡 받아들이기
하지만 목적은 그렇게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당신의 삶이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안전하게 지키고, 가족을 먹여 살리고, 주택 대출금을 갚는 일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런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주 떠올려야 한다. 당신은 꼭 필요한 돌봄과 지원을 주고 있으며 그 의미를 인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목적을 추구한다고 해서 직업을 완전히 바꾸거나 삶을 뿌리째 뒤흔들 자원을 가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중략)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삶의 의미를 만들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까? 먼저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연구에 따르면 삶의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다음 질문들에 ‘예’라고 답하는 사람은 전체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1. 다른 사람을 돕거나(더 행복하게 하거나 고통을 줄이거나) 세상의 상황을 개선하고 싶습니까?
2. 당신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재능, 기술, 개인적 자질이 있다고 믿습니까?
인생의 목적을 찾을 때 유일하지는 않지만 핵심이 되는 문제는 위 두 가지 질문에 언제, 어떻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 찾는 것이다. 대다수가 찾는 삶의 목적은 바로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고 집 안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이 목적을 찾는 비결은 그것을 찾아보자고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다. _8장. 목적: 타인과 세상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삶
놀이 연구자들은(맞다, 이런 연구자가 있다) 아주 오랫동안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다. 놀이의 정의에는 흔히 일상에서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어야 한다는 사실이 들어 있다. 놀이가 선택이라면 꼭 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해야 할 일이 되면 놀이의 이점이 사라지지 않을까?
정신과 의사이자 국립 놀이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Play 소장인 스튜어트 브라운Stuart Brown은 성인이 활력을 찾으려면 체계적이지 않은 재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브라운은 인생의 첫 10년 동안 놀이가 부족하면 우울증, 공격성, 충동성, 경직된 사고, 정서조절 장애, 의미 있는 관계 부족 등 여러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한다는 증거를 내놓았다.
_9장. 놀이: 일상을 벗어난 시간
정신건강이 좋다는 것은 공허한 범주가 아니다. 정신건강이 좋은 상태는 삶의 목적, 소속감, 사회 공헌, 자기수용, 타인 수용, 따스하고 신뢰하는 관계, 자율성, 개인적 성장 등 활력 요소로 가득 차 있는 상태다. 활력은 인생을 살아갈 가치가 있게 만들고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양에 질을 더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다.
(중략) 삶이 시들하다면 지금 상황에 안주하지 말자. 그저 이 책을 다 읽은 것에 만족하고 시들함에 빠진 이유를 알아내는 데 그치지 말자. 좋은 출발점이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는 당신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꿈꾸며 ‘왜 안 되겠느냐고’ 묻기를 바란다. 활력을 위해 싸우자. 고통, 외로움, 공허함을 극복하자. 빛을 받아들이자. 내 앞에 있는 길을 믿고 날마다 그 길에 도달할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가자. 내 앞에 나타날 모퉁이마다 더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으리라 믿자. 활력은 바로 당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이다. _나가며
출판사 서평
Languishing
How to Feel Alive Again in a World That Wears Us Down
《프레임》 《굿라이프》 최인철 교수 강력 추천
애덤 그랜트가 주목한 이 시대의 키워드 ‘시들함languishing’
《도파민네이션》 애나 렘키, 《그릿》 앤절라 더크워스, 《불안 세대》 조너선 하이트 강력 추천
온종일 안개 속에서 헤매는 듯하고 방금 왜 방에 들어왔는지도 잊는다면,
감정이 밋밋해지고 사람을 만나기도 귀찮고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무언가 빠진 것 같은 내면의 공허함을 느끼지만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면
“우울증도 번아웃도 아닙니다. ‘시들해진’ 겁니다”
현대인의 무기력과 공허를 해독할 시의적절한 진단
“좋은 기분이 행복이라고 믿어온 사람들에게 ‘좋은 삶’의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는 책”
_최인철 《프레임》 《굿 라이프》 저자,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정신건강의 재구성, 행복론의 업데이트, 잠재력의 회복을 위한 본격 안내서.”
_애덤 그랜트 《히든 포텐셜》 저자,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언젠가부터 좋아하던 일도 더는 즐겁지 않고 왜 사는지 의심이 든다면
당신은 삶의 활력을 잃은 채 ‘시들함’에 빠진 상태다.”
행복에 속지 마라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기능하는’ 것
정신건강의 전통적인 정의는 ‘정신질환이 없는 상태’다. 코리 키스는 이 정의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런 정의는 오랫동안 통용되어온 단일 연속체 모델이죠. 하지만 정신질환이 없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건강’의 정의가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듯, ‘정신건강’은 단지 ‘정신질환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키스가 고안한 ‘정신건강의 이중 연속체 모델’은 정신적 웰빙을 정신질환의 유무와 정신건강의 좋고 나쁨이라는 두 차원을 결합해서 바라본다. 곧 정신질환이 심각하지 않은데 정신건강이 좋지 않을 수 있고, 정신질환이 심각한데도 정신건강이 좋을 수 있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우리는 정신질환 유무와 무관하게 활력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으며, 정신질환이 있어도 활력이 있으면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정신보건 시스템은 주로 ‘정신질환’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사회학자로서 키스는 “많은 사람이 기록적으로 높은 스트레스, 불안, 번아웃, 시들함에 빠져 있다면 어떻게 그런 현상을 오로지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우리에겐 ‘정신건강’ 자체에 더 주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참고로 2006년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소장 토머스 인셀Thomas Insel은 현재 알려진 모든 정신질환 치료법은 완치를 의미하는 ‘치유제’가 아니라 기껏해야 완화요법에 그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도움을 요청할 대체 자원이 부족하고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건강 문제를 예방하는 데 이런 사회적 ‘자원’이 특히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늘고 있다. 누군가는 활력 수준이 높아지면 삶의 질이 극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라는 말에서 보이듯이, 키스는 장기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불평등이나 차별 등의 사회적 부당함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연구해온 ‘활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구한다. 그리고 즉각적인 치료 관점에서 활력을 주는 조건을 만들면 건강 형평성이 늘어나고 개인의 노력과 공중보건 정책 개입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코리 키스는 활력 있는 삶의 핵심은 개인의 행복(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건강하게 기능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행복해하는 것은 매일같이 영양가도 없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데 맛은 정말 좋은 음식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멈춰버린 삶을 다시 활력 있게 바꿀 수 있을까?
인생의 기둥이 되는 5가지 활력 비타민
현대인의 무기력을 고착시키는 악순환을 끊고 진정 활력 있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가 참여한 동료검토 연구에서 찾아낸 ‘다섯 가지 활력 비타민'이 소개된다.
“연구 결과, 활력 있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어떤 형태로든 다른 사람을 도왔다. 더 많은 놀이 또는 능동적인 여가활동에 참여했고, 더 많은 영성 또는 종교 활동에 참여했다.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것을 더 많이 배웠다. 그리고 따뜻함, 신뢰, 소속감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활동을 더 많이 했다.”
코리 키스는 수십 년간의 연구를 집약한 이 책에서 특유의 반反직관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단기적 기분 전환, 다시 말해 ‘좋은 기분’에 집중하기를 권하는 상업적 자기계발 시스템과는 달리, 저자의 접근법은 ‘제대로 기능하는’ 데 중점을 둔다. 말하자면 감정을 느긋하게 유지하고, 자신과 타인을 더 받아들이며, 의미ㆍ연결ㆍ성장의 순환을 만들어내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활동으로 일상을 채워나가도록 권한다. 크게 배움, 관계, 영성, 목적, 놀이라는 인생의 5가지 활력 비타민을 중심으로 인구통계나 정신질환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삶의 활력을 되찾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배움 내가 선택한 것을 나만의 시간에 배우는 것은 ‘시들함의 강력한 해독제’
관계 불신 가득한 세상에서 서로 동등하다고 느끼는 우정은 활력의 전제조건
영성 언제라도 평온과 유연함을 되찾을 수 있는 내 마음의 베이스캠프 만들기
목적 타인과 세상에 기여하면서 내 삶의 목적, 방향성, 의도가 더 명확해진다
놀이 웰빙을 증진하고 자아과잉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비체계적인’ 즐거움
코리 키스는 여태껏 정신건강 영역에서 관심을 못 받는 둘째 아이와도 같았던 ‘시들함’의 원인과 대가를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 이 책은 ‘시들함과 활력’이라는 주제에 관한 최초의 결정적인 저술로, 우리 삶에 끼치는 시들함의 영향을 조사하고,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시들함의 이면에 자리 잡은 자기계발 산업의 거짓 약속, 현대인의 두려움과 상실, 질병 예방보다는 치료(완치가 아닌 완화일 뿐인)에 집중하는 정신보건 시스템의 한계 등을 능숙하게 진단한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의욕 저하와 공허함을 이겨내고 싶은 사람, 개인적 역경과 현대생활의 압박에 더 잘 대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내면의 경험과 깊은 욕구를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하게 된다면, 누구나 더 활력 있게 살아갈 잠재력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