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들쑥날쑥해지는 생활 패턴때문에 드라마 본방사수는 해본지가 언젠지 모르겠네요. 엥간하면 완결까지 난 후에 한번에 몰아 정주행을 하는 편인데, 스토브리그는 워낙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이 뽐뿌질하고 한때 '제리 맥과이어'를 보면서 선수 에이전트를 꿈꿨던 탓에 며칠새 9회분까지 한숨에 내달렸습니다. 사실 잘만든 좋은 드라마는 사실 기나긴 감상평이 필요없죠. 그냥 "개꿀잼", 세글자면 충분합니다. 그래도 유독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를 한번 끄적여보자면,
1. 웹툰을 방불케하는 짧은 호흡의 전개
많은 분들이 최훈 작가의 웹툰 'GM'을 많이 떠올리시던데, 저 역시 그러했습니다. 흔치 않은 소재를 다루는 점부터 비슷하지만 전반적인 극 전개도 웹툰과 많이 닮아있네요. 매주 1~2회 분량 안에서 딱 하나의 에피소드만 다루는데 그 속도감과 몰입감이 백승수 단장의 일처리 솜씨만큼이나 빠르고 깔끔하죠. 무슨 시트콤마냥 벌어지는 사건이 단숨에 매조지되고 떡밥 회전율도 어마어마해서 1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다음주가 되어 다른 내용이 튀어나와도 지난 스토리는 생각조차 안납니다. 작가분이 열광적인 야구팬이라 내용 자체의 밀도가 높기도 하고 핵심적인 연결고리의 개연성이 워낙 명확하다보니 자질구레한 부분들을 일일이 집고 넘어가지 않고 그냥 빠르게 탁탁 치고나가도 술술 떠넘어가는 내용 전개입니다.
2. 깨알같은 캐릭터 설정 및 섭외
사실 극을 이끌어가는 백승수 단장만 복잡다단한 매력과 사연이 감춰져있다면, 그 외 인물들은 평면적이라고 할만큼 구차한 부연설명이 없는 편입니다. 메인 여주인 이세영조차 '드림즈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매사에 씩씩한 국내프로 역사상 최초의 운영팀장'이라는 소개말 그대로인데 그 뻔한 캐릭터의 입체감을 박은빈이 두텁게 해줍니다. 개인적으로 '청춘시대'도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그 송지원이 사회진출한 버전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아역 시절 단아하고 청초한 느낌이 부각되었는데 '청춘시대', '오늘의 탐정', 그리고 이번 '스토브리그'까지 자신만의 성인 캐릭터를 단단하게 구축해나가는 느낌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남궁민은 그 자체로서의 캐릭터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고 지금의 독보적인 화면 장악력은 김명민의 리즈 시절까지 떠오르게 하네요. 다른 조연들도 정말 깨알같죠. 특히 테드창, 아니 오정세는 당당한데 쭈굴대는 역할은 정말 격하게 아끼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하다못해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강두기역만 하더라도 생김새와 말투만으로도 정말 야구 잘하고 우직한 선수이겠다는 인상이 뇌리에 박혔으니 기막힌 캐스팅이죠.
3. 본의 아니게 높아진 현실과의 싱크로율
사실 백승수같은 인물은 국내 스포츠계에서 판타지에 가깝죠. 학연, 지연 등 출신성분은 둘째치고 모기업이 좌지우지하는 환경에서 저렇게 스마트한 비선출 전문프런트가 나타났다? 예전같았으면 무리한 설정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말이 많지 않았을까 싶네요. 근데 공교롭게도 실제 하위권을 전전하며 드림즈와 비슷한 상황의 롯데에 파격적인 인사로 성민규 단장이 부임하고야 맙니다. 그 이후 행보도 눈여겨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전후무후한 옵트아웃을 포함한 안치홍과의 FA계약을 비롯해서 놀라운 수완을 보여주며 싱크로율을 높여가고 있죠. 단순히 성민규 단장의 존재뿐 아니라 몇몇 이슈는 실화를 모티브 삼은 게 빤히 보이기에 이미 알고 있던 팬들이 반갑기도 하고 흥미진진하죠. 여튼 드라마와 함께 점점 고취되는 성민규 단장의 기대감과 궁금증이 올해 프로야구에 얼마나 큰 바람을 일으킬지 저 역시 궁금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당연한 뻘소리가 길었는데 스토브리그때문에 오랜만에 주말이 기다려지네요. 모두들 즐감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미드처럼 2편이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해서 재밌는거 같아요 설날연휴 결방이 너무 아쉽네요
다 좋은데 단점이 몇가지 있죠.
첫째 결방을 너무 많이 함
둘째 결방을 드럽게 많이 함
셋째 그런데도 또 결방을 함
선을 자꾸 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