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아온 진입니다. 죄송해요. 너무 늦었죠?
으엉.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정말 죄송해요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없으려나? 으엉T_T)
요즘은 이 두 사람의 과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예쁘게 적어낼 수 있을까, 그래서 고민이 많습니다. 흐흐.
많이 부족한 작가입니다. 많은 힘 주시구요!!!!!!
항상 빼먹지 않고 꼬릿말 달아주시는 분들 정말 잊지않을게요.
정말 그 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덕분에 막 힘내서 쓰고 있어요.
그 꼬릿말 하나가 정말 저에겐 엄청난 힘이 되거든요. 후후.
그럼 다음 소설 쓰는 날 올게요!!!!!!
독자님들 싸랑해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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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린다.
쥐고 있는 핸드폰 위로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고 머리가 아파온다.
비연은 눈을 감았다.
윙-윙.
목소리가 잠길 정도로 울고 있는데, 들려오는 진동소리에 비연은 눈을 떴다.
태서일까? 태서일까? 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지만,
모르는 번호가 뜨자 한숨을 내뱉고 귀에 가져갔다.
"여보세요?"
[은비연씨? 안녕하세요. 저 미씽유 작가예요-]
"아, 네."
[류시후씨가 내일 퇴원하신다길래 바로 일정 잡았는데 스케쥴 괜찮으세요?]
"아마 괜찮을거예요."
[그럼 내일 번외 촬영 하게 될 것 같으니까, 아침 9시까지 촬영장으로 오시면 되요-]
"네, 알겠습니다."
[근데 목소리가 영 안 좋네요? 감기라도 걸린 거예요?]
"아니예요. 괜찮아요."
[하여튼 내일 뵈요-]
"네."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던 비연은, 문자메세지함 버튼을 누르더니
다시 한번 그의 문자를 읽기 시작하더니 또 한번 눈물이 흐른다.
-「일분, 일초라도 멈춰본 적 없어. 널 위해 달려왔고, 앞으로도 널 위해 달려갈꺼야.」
한번도 멈춰본 적 없다는 그 말에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우린 헤어져 있던 2년이라는 시간동안 서로를 한번도 잊어본 적 없었던 거야. 그렇지 태서야?
이젠 떠올리는 이 순간마저 지겨워진 그 헤어짐이 자꾸만 내 마음을 아프게 찔러온다.
그래, 넌 항상 그런 남자였어.
한태서라는 남자의 장점이자 단점은, 은비연의 한마디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달려갈 남자라는 거.
놀라울 정도로 무심결에 내뱉은 말에도 반응하는 거.
기억하고 있었던 거지? 그랬던 거지? 그렇지 태서야?
무언가 달려갈 수 있는 남자가 되었음 좋겠다고 내뱉던 그 날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던 거지?
태서야 이제 말해줄래?! 이제 말해줄 수 있겠니?
니가 왜 2년 전에 날 버리고 가야만 했는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내게 말해줄 수 있겠니?
지금은 들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많이 무뎌진 것 같아.
도와줄래? 내 아팠던 그 2년을 회복해줄 회복제가 필요한데, 니가 되어줄래?
그래줄래 태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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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놔."
"싫어!!"
"놔!!!!!"
"싫다니까!!!!!!!"
"창피하게 소리 지르지 말고, 빨리 안 내놔? 너 촬영 들어가야 하잖아!! 빨리 내 놔!!"
"싫다고 했잖아!!! 내껀데 왜 자꾸 형이 가지고 있는 거야?"
"여지껏 그렇게 해 왔잖아. 너 오늘따라 이상하다?"
"어쨌든 내 놔!! 내꺼야!!!!"
팟-!!!!!
아침 스케쥴로 촬영장에 와 있는 태서가 왠일인지 소란스럽다.
그 이유인 즉슨, 비연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아 걱정이 산더미 같은데
자꾸만 핸드폰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매니저 형 때문이다.
으르렁 거리며 결국은 매니저에게서 핸드폰을 빼앗고서는 행복한 얼굴로 브이를 그리고서는
탈의실로 빠르게 들어가버리는 그, 태서였다.
그런 태서를 감당할 수 없다는 듯이 '오마이갓!!!!!'을 외치던 그는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간다.
"으-악!!!!!! 나 옷 벗고 있는데 왜 들어와!!!!! 이 변태!!!! 변태!!!!!"
"뭐, 이 자식아! 내가 왜 변태야, 내가 왜 변태야!!!!!"
"어딜 만져, 어딜!!!!! 빨리 안 나가? 나가!!!!!!! 아윽!!!!!!!"
쿠당탕당. 탈의실까지 쫓아들어갔던 독한 매니저는 결국
태서의 발길질 몇 번으로 문 밖으로 쫓겨나며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덕분에 엉덩이가 얼얼해진 그는 울먹거리며
"한태서, 못된놈! 난 널 이렇게 키운 적 없어. 으흑. 난 사라질꺼야-!!!!"
라고 외치더니 이내 점이 되어 사라져가고, 탈의실 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피식 하고 웃던 태서는 조용해진 매니저형이 이제야 안심이라는 듯이 빙그레 웃으며 탈의실에서 나왔다
오늘 촬영은, 예전에 한번 출연한 적 있었던 카이의 토크쇼였다.
처음이 아니라서 그런지 어색하지 않은 듯 카이와 악수를 나누며 촬영이 시작된다.
"오랜만이네요, 한태서씨?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네, 항상 저야 뭐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핑크빛 열애설 때문인가요? 얼굴이 활짝 피었는데요?"
카이의 장난끼 가득한 말투로 내뱉는 말이였지만 태서는 그런 그의 말이 싫은 듯 찡그렸다.
그러자 카이는 태서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질문을 시작해나갔다.
"그런 무서운 얼굴-!! 피식. 농담이였구요. 그럼 본격적으로 질문 들어갈게요-!!
카이의 토크토크 토크박스-!!!!!"
새롭게 생긴 메뉴인지 저번과는 다른 그의 진행방식에 약간 어리둥절하지만,
이내 적응했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황태자 촬영으로 많이 힘든대도 불구하고 몸매가 좋으신데,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뭐, 따로 하는 건 없어요. 그냥 가끔 헬스하고 많이 돌아다녀요-"
"그럼 피부관리는요?"
"딱히 하는 건 없어요. 얼굴에 뭘 바르는 것도 그리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라, 스킨이랑 로션 정도?"
"피식, 저는 방금 불끈하고 주먹이 쥐어졌답니다. 피식 농담이구요."
"......"
"한참 인기를 몰고 있는 드라마 황태자의 전개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나요?"
"현재, 현서라는 인물이 태자에게 반하는 씬 정도라고 할까요?"
"에-이! 그럼 두 사람은 사랑하게 되는 건가요?"
"글쎄요? 그건 작가 누나만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태서의 센스 있는 대답에 카이는 아쉽다! 라는 얼굴로 찡긋 웃었고, 계속 질문을 내뱉었다.
"그렇군요. 근데 요즘 연예계를 시끄럽게 하는 민소애씨와의 열애설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지?"
"조금 황당하더라구요. 어째서 그런 루머가 떠돌아다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사 하나하나가 많은 연예인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그건 거짓이라는 말씀인가요?"
"네. 전혀 사실과는 무관합니다."
"흠. 그럼 예전에 태서씨께서 말한 적 있으신 사랑하는 여자분과는 어떻게?"
"물론 민소애씨는 아니구요. 진짜 제가 사랑하는 여자와는 계속 진행중입니다."
"처음 저의 토크쇼에 나왔을 때, 태서씨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라는 말과 동시에 저희 홈페이지가
난리가 났었던 것은 알고 계시나요?"
"글쎄요. 저는 잘 몰랐는데요?"
"과연, 그의 여자는 누구냐는 둥 해서 엄청나게 핫 이슈가 됐었습니다. 그럼 첫 만남은 어떻게?"
"피식."
카이의 물음에 태서가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토크쇼는 항상 이런 식이다. 무언가 끈질기게 곤란할 정도로 물고 들어지는 것,
정말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내뱉었다.
"중학교 옥상이요-"
"옥상이요?"
"네, 중학교 입학하기 전날 무심코 학교 근처를 지나가는데 옥상에 누가 서있는 거예요."
"그럼 꽤 오래된 사이라는 소리네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자살이라도 하려는 건 아닌가? 왠지 모르게 제가 덜컥 겁이 나서 무작정 달려 올라갔어요."
"오- 그런데요?"
"그런데 그 때 한참 시끄러웠던 드라마의 여자주인공 대사를 읊고 있는 거예요."
"....."
"정말, 애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읊조리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예뻐보이는지, 어린 나이에
누군가에게 호감이 간 건 처음이였죠."
"그럼 첫 사랑인가요?!!!!"
"피식,"
태서는 행복한 듯 웃었고, 그런 웃음이 예쁜지 방청객들은 그의 웃음에 빠져들어가고 있는 듯 싶었다.
왜, 그 옥상에 올라갔는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내뱉은 적 없는 일이였다.
물론 당사자인 비연이도 모르지만 말이다. 옛날 기억이 떠오르자 자꾸만 웃음이 나와 참기 힘든 듯
얼굴까지 빨개진 그를 본 카이가 그에게 물었다.
"행복한 얼굴이네요?"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많이 사랑하시나봐요?"
"네, 그래서 덜컥 겁도 나요."
"왜요?"
"이번에 민소애씨와의 스캔들로 인해서 그녀가 상처를 받진 않았을까 싶어서 걱정도 되고,
그녀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려고 그녀의 사생활까지 침범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
"하지만 전 팬들을 믿어요."
"......네?"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은 모두, 멋진 분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제가 사랑하는 사람 역시 함께 사랑해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녀를 다치게 하면 저 역시 아프다는 걸
제 팬들은 알고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무언가가 담긴 강력한 메세지를 내뱉는 그.
그의 모습에 카이는 정말 멋진 남자라는 것이 느껴졌는지 피식 하고 웃더니 다음 질문을 하려는 순간,
삐-리링 하는 소리와 함께 생방송 도중에 태서의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메세지가 도착한 듯, 그 소리에 태서는 신이 난 듯 웃었고, 촬영중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메세지를 확인하는 당돌함을 보여준다.
"저기, 태서씨 촬영중엔 핸드폰을 꺼놓으셔야죠! 피식."
"......"
"태서씨?"
태서가 카이의 말은 들리지 않는 지 메세지 확인하느라 바쁘다.
확인을 했는지 행복한 얼굴로 큰 소리로 웃더니 카이를 바라본다.
"그녀 메세지 인가봐요?"
"네,"
"정말 궁금해지는대요? 뭐라고 메세지가 왔어요?"
"피식. 믿어주겠대요. 곁에 있어주겠대요. 사랑한대요."
"네?"
-「언제나 내 대답은 같아. 난 한태서 믿어. 평생 곁에 있고 싶어. 사랑해.」
.
.
.
"내가 사고칠 줄 알았어- 방송 중에 핸드폰 울릴 줄 알았다고!!!!!"
"사라지겠다더니? 언제 또 나타났어?"
대기하고 있는 차에 올라탄 태서는 울먹거리며 소리지르는 매니저를 바라보더니 피식하고 웃었다.
언제 이렇게 캐릭터가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달라진 그의 모습이 썩 나쁘진 않은 듯 싶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차는 서서히 출발하기 시작한다.
"너 자제 좀 해라. 응? 아주 닭살이야. 닭살!!!"
"뭐가?"
"전 팬들을 믿어요. 우엑. 아주 소설을 써라 써. 너 같이 느끼한 녀석도 없을 거다. 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상냥하게 웃었어? 내 앞에서 그렇게 웃어보시지?"
"내가 미쳤어?"
"이것 봐. 이것 봐. 이런 모습이 널리 알려져야 해. 사실 한태서는 왕싸가지에 못된 놈이다!!!"
"피식, 유치하게 왜 이래?"
"형한테 대들고, 지 친구인 마냥 까분다. 아주 패 주어야 한다. 아오."
"정신 연령 3세."
"죽을래-!!!!!!!"
끼익. 갑자기 달리던 매니저가 차를 길에다가 멈추고 몸을 돌려 뒤에 타고 있는 태서에게
윽박을 지르려는 순간, 차의 문이 열리면서 무작정 어디론가 뛰어가는 태서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 놈아!!!!!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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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뛰어나간 태서는, 점점 가까워지는 그녀와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빨리 줄이고자
더 빠르게 뛰어가더니, 결국은 그녀 앞에 섰다.
"헉헉, 선배님-!!"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뒤로 돌던 그녀는 달려온 듯 땀이 흐르는 그의 보고서는 피식 웃었다.
그러자 그녀의 웃음이 좋은지 자신도 빙그레 웃는 그였다.
"어디서 뛰어오는 거예요?"
"저기요, 차가 출발하고 가고 있는데 선배님이 보이길래 뛰어왔죠."
"바보 아니예요? 뭘 그렇게 뛰어와요."
자신이 보이길래 뛰어왔다는 태서의 말에 예쁜 듯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이내 참는 듯 보인다.
자신과 그는 공인이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기사에 항상 긴장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참 그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피식, 오늘 여기서 촬영있어요? 무슨 촬영이요?"
"아, 화보 촬영이요. 저번에 하기로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못 했거든요."
"정말요? 그럼 저도 구경하면 안되요?"
"네? 태서씨 스케쥴 없어요?"
"저녁 쯤 스케쥴 있으니까 괜찮아요."
태서가 괜찮다며 비연에게 말을 했고, 비연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다정스럽게 촬영장으로 걸어들어가려는데, 멀리서 누군가가 보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비연은 반가운 듯 마구 뛰어가 그를 붙잡았다.
"선생님-!!"
"아, 왔어? 아직 준비가 덜 끝났는데?"
"기다리죠. 뭐."
"그나저나 싹 비우고 왔어?"
"네, 오늘은 정말 열심히 할게요-!!"
"피식, 기대해보지. 그럼 옷 갈아입고 준비하고 있어, 세트 준비 끝나는 대로 바로 촬영하자."
"네!!"
민욱의 말에 비연은 알았다며 웃었고, 그런 비연을 뒤에서 지켜보며 걸어오던 태서는 왠지모르게
울컥거림이 느껴졌다. 어느 새 걸어와 비연과 나란히 스자 태서는 자신보다 작은 비연과 키를 맞추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다른 남자한테 그렇게 웃지마. 속 뒤집어 진다고-!!'
귓 속으로 전해지는 태서의 말에 비연은 피식하고 웃으며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자신과는 달리 잔뜩 찡그린 얼굴로 민욱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는 태서의 얼굴이
귀여워 견딜 수가 없다.
그 두 사람의 뒤에서 여러개의 옷을 들고 오며 낑낑거리며 걸어오는 하린은 힘들어 죽겠다는 얼굴이다.
"뭐가 좋다고 그렇게 낄낄대고 웃어? 언니는 힘들어 죽겠구만-!!"
"도와줄까?"
"됐네요, 흥. 다한이한테 다 이를꺼야!!"
"언니만 혼날텐데?"
"왜?"
"코디네이터 그만두라고 말한 건 다한 오빠였는데, 언니가 극구 반대해놓구선?"
"이-씨!!"
"도와줘?"
"필요없어!!!!!!!"
하린은 필요없다는 말과 함께 두 사람을 앞질러 걸어갔고, 그런 하린의 모습이 신선한 지 웃던 태서가
비연에게 물었다.
"누구랑 많이 닮은 것 같다?"
"누구랑?"
"이하원이랑 닮았다고 해야 하나? 묘하게 분위기가 비스무레 하네?"
"피식, 두 사람 남매야."
"응?"
"이하원이랑, 하린 언니랑 남매라구. 두 사람."
"어쩐지 엄청 닮았다 했다."
"그러게, 그나저나 요즘 하원이가 안 보이네? 아참, 그 날 둘이 나간 후에 무슨 일 있었어?"
"......"
"태서야?"
"아무 일도 없었어. 얼른 들어가, 옷 갈아 입어야 한다며,"
"응? 응. 여기 앉아 있어. 옷 갈아 입고 금방 올게."
세트장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해 걸어갔다.
비연은 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로 들어갔고, 태서는 대충 널부러져 있는
테이블에 몸을 실고서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심플하면서도 단아한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하나?
아까보니까 사진 작가가 남자 인 듯 싶던데, 생긴 거완 다르게 깔끔하네? 라는 얼굴로
살펴보던 중, 갑자기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한 남자의 얼굴에 의해 까무라치게 놀래는 태서.
"으-악!"
순간 균형을 잃고 테이블 의자에서 떨어지려는데, 그가 그의 손목을 잡아당겨
넘어지는 상황까지 연출되진 않았다.
"아, 감사합니다."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한태서씨?"
"그렇습니다만?"
"피식, 예전에 미국에서 모델로 활동한 적 있지 않나?"
"아, 그런데요?"
"이거 이거, 날 못 알아 보다니 실망인데? 나 반민욱일세."
"반민욱? 아!!!!"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고, 민욱은 태서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태서는 반가운 마음에 힘차게 악수를 했고,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한국에 오셨다는 이야기는 듣긴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뵐 줄이야."
"먼저 못 알아봐주다니 조금 실망했는 걸?"
"피식, 워낙 호랑이선생님이셨잖아요."
"그거야 한태서씨가 워-낙 모델로써 자질이 떨어지니까."
"선생님-!!!!!"
"농담이야. 농담. 여전하구만? 다혈질인 거 말이야."
"그러는 선생님이야 말로 여전하시네요. 진지하게 사람 피를 말리는 농담하시는 건,"
민욱과의 인연은 꽤 질기고 길었다.
그가 한국에서 미국에 나가 있는 2년동안, 모델 활동을 했고, 짧은 시간에 많은 유명세를 누렸다.
그 때 그를 키워준 게, 민욱이였다.
첫 인상은 수염이 잔뜩 났지만 동안인 얼굴에 살짝 만만하게 봤다고 해야 할까? 죄송한 말이지만,
그의 유명세에 의심을 하곤 했었지만, 이 남자는 정말 대단한 남자였다.
무서울 만큼 사진에 집착하고 또 집착했다. 남들은 그에게 사진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고 평했지만
자신에게 매일 윽박을 지르는 민욱이 곱게 보일 리 없었다.
"피식, 그나저나 이 곳에 왠일인가? 내가 한태서씨와 촬영 스케쥴이 잡혀 있던가?"
"아니요. 오늘 모델은 은비연 선배님이시잖아요?"
"그러니까 묻는 거야. 왜 여기 한태서씨가 있냐고."
"뭐, 구경삼아? 그 정도라고 해두죠."
"다혈질에 건방떠는 것 까지 달라진 게 없네?"
"그게 한태서의 매력이잖아요. 훗."
"선생님, 촬영 준비 다 했는데요?"
태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민욱이 스탭 중 한명의 말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태서의 어깨를 두어번 치고서는 세트장으로 들어갔고, 그에 맞춰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비연의 모습이 보이고, 그 모습에 멍해지는 태서였다.
천사를 보는 듯한 황홀함? 깨끗하고 맑은 순백의 조화? 세련된 이미지의 하얀색 드레스에,
하얀색 공주풍 모자를 쓰고, 하얀색 구두를 신고, 하얀색 손지갑을 들고 나온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눈이 부실 정도로, 눈 앞에 멍해질 정도로,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무엇이 그녀를 대신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그녀의 모습에 태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긴 생머리에 살짝 말려들어간 웨이브에, 맑아보이는 화장까지,
정말 더할 나위 없을 만큼 화려하면서도 아찔할만큼 묘한 섹시함이 밀려들어왔다.
"첫번째 컨셉은, 순백의 화려함이야. 누구든지 하얀색을 보게 되면,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를 떠올려,
화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너무 단아하게 떠올리는 경우도 있어."
"네,"
"그 단아함과 맑은 순백의 이미지에서 화려함을 찾아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네,"
무슨 말인지 알았다고 대답은 했지만 여전히 그의 촬영은 어렵다.
처음 촬영을 실패했던 것을 바탕으로 삼아, 이번엔 완벽하게 촬영해내고 싶었다.
모델로써가 아닌, 인간미와 더불어 모든 게 완벽한 조화가 되도록 그려내고 싶었다.
게다가, 넋이 나간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태서의 시선까지 몽땅 빼앗고 싶었다.
찰칵. 찰칵.
순백에서 어떻게 화려함을 뿜어내야 할까? 싶어 마음 속으로 여러 질문을 던져보지만,
이내 떠오르지 않자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또 한번 퇴짜를 맞으면 어떻하지?
라는 불안감이 아찔하게 와닿았고, 그래선 안된다는 얼굴로 굳게 마음을 잡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순간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조심스럽게 그쪽을 바라보자, 태서가 빙그레 웃고 있었다.
저, 바보. 뭐가 그렇게 좋아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거야?
태서의 웃음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환한 웃음이 터져버린 비연이였다.
그 순간을 놓지 않고,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는 민욱.
찰칵, 찰칵, 찰칵.
수 십번의 셔터소리가 무감각적으로 들려올 때쯤, 비연은 이미 태서의 시선에 빠져들었다.
저 남자의 웃음이 좋고, 저 남자의 미소가 좋다.
한태서라는 남자와 함께 있는 이 공간이 좋다.
행복하게 웃어보였고, 그 웃음을 따라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민욱이였다.
찰칵, 찰칵!!
"조금 더 환하게, 조금 더‥"
조금 더를 원하는 민욱의 말에 그제서야 정신이 든 비연이였다.
한참 동안 태서의 생각으로 행복에 젖어, 지금 촬영중이라는 것을 잊어버렸는지 얼굴이 빨개진다.
"피식, 좋았어. 옷 갈아입고 나와."
"네,"
비연은 알았다고 대답하고 태서를 향해 빙그레 웃어주고서는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두번째로 입게 된 옷은, 처음과 달리 지독하리만큼 어두운 검정색이였다.
악마를 표현하려는 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색으로 도배한 것이 왠지 모르게 비연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는 기분을 일으키지만, 그것이 장애가 될리 없었다.
그녀는 프로였고,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처음 순백의 드레스와는 달리, 강렬한 포스를 뿜어내는 블랙톤의 의상이였다.
조금은 답답해보일 만큼 꽉 좋여져 있는 넥타이와, 헐렁하면서도 딱 달라붙는 바지가 신경을
거슬리는 태서였다.
"두번째 컨셉은, 블랙의 강렬함이야. 블랙은 어디서나 강하게 우리들에게 다가오지,
그래서 조금은 쉽게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블랙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함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블랙의 강렬함을 넘을 수 있는 비연씨만의 무언가가 필요해."
"네,"
블랙의 강렬함이라? 민욱의 말대로, 블랙은 강하다. 강렬하다. 무서우리만큼 어둡다.
표면으로 보이는 강렬함을 내면의 강렬함으로 압도해야 한다는 소리지?
피식 하고 웃던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향했지만, 어느새 카메라의 방향이 꺽여
눈 앞에 태서가 바로 보였다.
태서는 왠지 모르게 맘에 들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비연을 바라봤고, 그의 찡그림에
비연까지 인상이 구겨졌다.
찰칵, 찰칵.
태서의 표정은 참으로 신기했다. 잔뜩 짜증난다는 듯이 구겼다가, 또 금새 어린 아이처럼 토라졌다가,
또 금새 약간 건방져 보일 수 있는 표정을 지었다.
찰칵, 찰칵, 찰칵.
그런 그를 바라보는 내내, 즐거웠다.
지루하고 재미없던 첫 날과는 정말 많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좋아, 잘했어."
찰칵, 찰칵.
찰칵,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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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의 의상을 갈아입고 어느 덧 날이 저물어갈 때쯤, 촬영은 모두 끝이났다.
피곤해서 축 늘어진 비연이 태서의 곁으로 다가왔고, 태서는 그녀를 향해 빙그레 웃어주었다.
"나 잘했어?"
"응, 너무 많이 잘했어. 멋진데?"
"피식,"
"비연씨 와서 사진 봐요-"
"네!"
스탭의 말에 비연은 지금까지 촬영했던, 사진들을 보기 위해 걸어갔고 태서 역시 함께 걸어갔다.
오랜 시간동안 얼마나 많이 찍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눈에 피로가 잔뜩 쌓인다.
하지만, 그래도 하나하나씩 일일히 살펴보던 비연은 알 수 있었다.
"내가 이런 표정이였구나?"
행복한 얼굴, 잔뜩 찡그렸던 얼굴, 빙그레 웃으며 즐거워 하는 얼굴, 잔뜩 투정부리는 얼굴.
나도 모르게 태서의 표정을 따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피식 하고 웃던 비연은 곁에서
자신보다 더 열심히 사진을 관찰하는 태서를 바라보더니 자신도 모르게 그의 머리로 손을 뻗었다.
소위 부비부비라고 불려지는 행위를 하자 태서는 그녀의 손길이 느껴졌는지 그녀를 바라봤다.
"왜?"
"피식,"
찰칵.
그 순간 두 사람 사이로 셔터가 터지고, 갑자기 들어오는 빛에 의해 눈이 찡그려진 두 사람은
셔터가 터진 곳으로 시선을 돌렸고, 만족한다는 듯이 웃고 있는 민욱이 보인다.
"두 사람 꽤 잘 어울리는데?"
"아, 그래요?"
"응. 이것 봐. 정말 행복한 표정이야. 두 사람이 꼭 사랑하고 있는 기분까지 들게 해."
"!!!!!"
민욱의 말에 정곡을 찔렀는지 움찔하며 아무런 말 없이 웃고 있던 두 사람이였다.
태서는 민욱이 말이 고마운지 손을 뻗었다.
"그 사진 저 주세요."
"왜?"
"언제, 제가 은비연선배님과 이런 사진을 찍혀보겠어요? 영광이라서요. 꼭 갖고 싶어요."
"녀석, 욕심은. 자 옛다. 가져가라."
"고맙습니다."
폴라로이드에 찍혀 있는 두 사람의 사진이 마냥 행복한 듯, 보고 있던 태서가 다른 사람 몰래
그녀의 손을 꽉 잡더니, 조심스레 귀에 속삭였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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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사랑에 미치다● 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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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꺅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마지막말 너무 여운 남네요 ㅜㅜㅋㅋㅋ 두사람 너무 이뻐요 +..+ㅋㅋ!!
★항상꼬릿말달아주셔서감사합니당♡. 쪼옥
내가 첫번째로 쓰고 싶었는데 ㅜㅜㅜ 너무 기달렸어요 맨날맨날 확인했다구요 ㅜㅜ
★정말기다려주셨어요? 으엉감사합니다!! 유천님짜앙♡
ㅜㅜ 태서야~~ 넘 멋져~ 너를향해달려간다니!! 쓰러진다쓰러져ㅋㅋ
★쓰러지시면안되요ㅠ0ㅠ* (부축)♡
오랜만읽엇능데도! 여전히 재미잇엇용^ ^
★오랜만에읽다뇨T_T 섭섭한말씀. 으엉;ㅅ;
ㅠㅠ진짜재밌어요~ 빨리다음편보고싶어요 ㅜㅋ
★감사합니다!!!!♡ 오늘다음편올리구갈게용ㅎㅎ
역시 너무나도 재밌어요 ㅜㅜㅜㅜ 빨리 다음편 보러 갈께요 히히 진서방님 화이팅이요 !
★감사합니다헤헤;ㅅ; 병아리님도화이팅ㅋㅋ
오랜만에 왔네요 ㅋㅋㅋ 역시 잼있어요 ㅋㅋㅋㅋ 그리고 쌩뚱맞지만 정말로 비연이하고 태서의 표정을 보고 싶어요 ㅜㅜ
★진짜오랜만이예요ㅠㅠ흐^.^! 표정을보여드릴수없는게아쉬운.........ㅜ